사건
2019누34687 과징금납부명령취소
원고
주식회사 A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세종 담당변호사 임병일
피고
공정거래위원회
소송대리인 변호사 최지수
변론종결
2019. 7. 17.
판결선고
2019. 8. 28.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 총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가 2017. 7. 20. 원고에게 한 별지 목록 기재 중 과징금 납부명령을 취소한다.
이유
1. 피고의 처분 경위
가. 피고의 과징금 납부명령
원고, C 주식회사(이하 모든 주식회사의 표기에서 '주식회사' 기재를 생략한다)를 포함한 총 22개사는 2009년 4월경부터 2012년 8월경까지 한국가스공사 발주의 총 29개 공구에 관한 천연가스 주배관 및 관리소 건설공사(이하 '주배관 공사'라 한다) 입찰 중 26개 공구 입찰에 참여했다.
원고는 2011. 7. 18. 한국가스공사 발주의 'AZ 주배관 건설공사'(이하 '원고 수주 주배관 공사'라 한다) 입찰에서 공동수급체(대표사 N)의 '구성사업자'로서 낙찰자로 선정되었고, 'AY 주배관 건설공사', 'BA 집단에너지 공급배관 건설공사' 입찰에도 각각 참여했다.
피고는 2015. 7. 20. 원고에게 아래와 같은 이유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이라 한다) 제19조 제1항 제8호, 제3호에 따라 별지 목록 기재 중 과징금 납부명령(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했다.
한국가스공사가 2011년 2월부터 2012년 8월까지 총 10개 공구의 주배관 공사(이하 '이 사건 주배관 공사'라 한다) 입찰을 순차로 공고했다. 원고를 비롯한 총 22개 사는, 공동으로 사전에 이 사건 주배관 공사의 입찰에 관하여 낙찰자·입찰률을 정하고 이에 근거하여 이미 한 번 낙찰받은 사업자는 이후 입찰에서 더는 낙찰받지 않기로 하는 의사의 합치(이하 '이 사건 공동행위'라 한다)를 이룸으로써, 한국가스공사 발주의 이 사건 주배관 공사 입찰 시장에서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를 했다. |
나. 부과 과징금의 산정 내역
피고가 공정거래법 제22조, 제55조의3, 구 공정거래법 시행령 제61조 [별표 2], 과징금부과 세부기준 등에 관한 고시(이하 '과징금 고시'라 한다)에 따라 원고에게 부과한 과징금의 구체적인 산정과정은 아래와 같다.
원고는 이 사건 공동행위에 토대하여 2011. 7. 18. 원고 수주 주배관 공사를 공동수급체의 보조사(지분율은 대표사 N 50%, 제1 보조사 원고 35%, 제2 보조사 Q 15%이다)로 낙찰받았고, 'AY 주배관 건설공사', 'BA 집단에너지 공급배관 건설공사' 입찰에는 각각 들러리로 참여했다.
과징금의 기본산정기준인 관련매출액의 산정에서는 낙찰받거나 들러리로 참여한 공구의 계약금액을 합한 금액으로 보되, 들러리 공동수급체의 보조사로 참여한 경우를 제외했다. 위반행위의 중대성의 정도가 '매우 중대한 위반행위'에 해당하고, 이 사건 공동행위가 입찰담합으로서 경쟁제한의 효과만 발생시켰으며, 2차 주배관 공사가 국가재정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이유 등으로 10%의 부과기준율을 적용했다. 원고가 피고의 조사에 협력한 점을 감안하여 산정기준의 30%를 감경했다.
원고가 공동수급체의 35%의 지분율을 가진 보조사로 원고 수주 주배관 공사를 낙찰받았으므로 조정 산정기준의 20%를 감경하고, 원고 수주 주배관 공사는 주계약자 관리 방식으로 계약을 체결했으므로 위 산정기준의 5%를 추가로 감경하며, 최근 경기 악화로 건설시장이 크게 위축되어있는 점을 감안하여 위 산정기준의 10%를 추가로 감경한 다음, 백만 원 미만을 버린 36억 1,100만 원을 부과과징금으로 최종적으로 결정했다.
[인정 근거] 다툼 없음, 갑 제1, 7호증(가지번호 있는 서증은 각 가지번호를 포함한다.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단순한 가담자 또는 추종적 역할 여부
1) 원고의 주장
이 사건 공동행위의 담합 구조가 이미 완성된 상태에서 원고가 가장 마지막으로 가담했다. 그 가담 과정에서 원고는 의견을 전혀 개진하지 못한 채, 이 사건 공동행위를 주도한 기존 12개의 대형 사업자를 따라 행동했다. 따라서 원고는 이 사건 공동행위에 단순 가담하거나 추종적 역할만을 수행했음이 명백하다. 그러므로 구 과징금 고시 Ⅳ. 3. 다. (2)의 규정에 따라 원고에게 행위자 요소에 의한 30% 이내 범위에서 감경을 해야 한다.
2) 관련 법리
구 과징금 고시 Ⅳ. 3. 다. (2)의 규정에 따르면, 다수의 사업자가 관련된 상황에서 위반행위에 단순 가담하거나 추종적인 역할만을 수행한 것이 명백한 경우, 또는 자신의 이익과는 무관하게 오로지 다른 사업자의 권유나 대리로 참여했거나 기망 또는 강박에 의하여 부득이하게 참여한 경우에 100분의 30 이내로 1차 조정된 산정기준에 추가로 감경할 수 있다. 이는 담합행위에 가담한 사업자에게 그 가담의 책임을 전적으로 귀속시키기 어려운 객관적·주관적 사정을 고려하여 위법행위에 대한 제재를 다소 완화하기 위함이다. "위반행위에 단순 가담하거나 추종적인 역할만을 수행한 것이 명백한 경우"라 함은 공동행위의 성립 경위, 가담 사업자의 업계 내 지위, 합의의 구체적인 실행 과정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해당 사업자의 의사를 별로 고려하지 않고 다른 사업자들끼리 부당한 공동행위의 성립과 내용을 결정했다거나 해당 사업자가 공동행위에서 구체적으로 맡은 실행행위의 기능적 지배나 관여 정도가 미약한 경우 등과 같이 부당한 공동행위의 성립이나 내용을 정하는 데에서 해당 사업자의 실질적인 영향력이 별로 없었음이 명백한 경우를 의미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3) 인정 사실
가) C 등 12개사의 2009년 담합 배경
한국가스공사가 2008년까지 발주한 주배관 공사 입찰에서는 그 발주공사 규모(거리) 만큼의 시공실적이 있는 사업자만이 사전심사를 통과할 수 있었다. 2009년 1월경 한국 가스공사의 연간발주계획 발표 당시에 그 사전심사를 통과할 자격이 있는 사업자는 C 등 기존 12개사(원고는 이에 속하지 않는다)에 불과했다. 기존 12개사는 2009년의 주배관 공사 입찰에서도 2008년과 같은 자격심사기준과 '최저가Ⅰ낙찰방식'이 적용될 것으로 예상했다. '최저가Ⅰ낙찰방식'에서는 입찰자의 부적정 공종이 20%를 초과하면 그 자체만의 이유로 낙찰을 받을 수 없었다. 이에 기존 12개사는 자신들끼리만의 담합만으로도 가격경쟁을 피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그런데 한국가스공사는 2009. 4. 10.경 2009년 발주 주배관 공사(이하 '이 사건 전의 주배관 공사'라 한다) 입찰을 일괄하여 공고하면서 입찰참가자격을 '8km 이상 공사 실적이 있는 사업자'로 완화하고, '최저가Ⅱ낙찰방식'을 채택했다. 이에 따라 입찰참가자격은 기존 12개사 외에 9개사(원고는 이에도 속하지 못했다)가 새로이 취득하게 되었다. 그리고 '최저가Ⅱ낙찰방식'에서는 부적정 공종이 있었더라도 그에 관한 입찰금액사유서가 통과되면 낙찰받을 수 있어서 저가 입찰이 가능했다. 이에 기존 12개사의 관계자들은 기존 12개사의 합의에 불구하고 새로운 9개사의 저가 입찰로 말미암아 가격경쟁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여, '9개사를 공동행위에 가담시키되, 기존 12개사에 각 1공구씩 분배하고, 새롭게 입찰참가자격을 갖춘 사업자들 중 일부에 나머지 공구를 분배하며, 21개사가 모두 다시 모여 최종적으로 결정하기'로 합의했다.
나) C 등 21개사의 2009년 구체적 합의
위와 같은 합의에 기초하여 C의 건설영업팀장 BK가 간사를 맡아 나머지 사업자 관계자에게 개별적으로 유선 연락 등을 하면서 각 사업자의 의견과 불만 사항을 조율하고 낙찰예정자 선정 방식과 입찰률 등 세부사항에서 합의가 이루어지도록 진행했다. 이에 21개사는 ① 16개 공구 중 12개 공구는 기존 12개사가 1공구씩 분배받고, ② 나머지 4개 공구는 Q, P, O, R이 분배받으며, ③ 공구를 분배받은 16개사는 나머지 21개사 중 분배받지 못한 5개사를 낙찰받을 공동수급체의 구성사업자로 포함하고, ④ 각자 분배받은 공구 외의 공구에는 낙찰자 외 나머지 회사들이 들러리로 참여하고, 이에 따라 공구를 분배받은 16개사는 따로 모여 동전뽑기 방식의 추첨을 통해 각자의 입찰률을 결정하기로 한다는 합의(이하 '이 사건 전의 공동행위'라 한다)를 했다.
이 사건 전의 공동행위에 따라 공구별 낙찰예정자가 된 공동수급체는 대표사가 주도하여 일괄적으로 입찰내역 등 입찰 서류를 작성한 다음 들러리 사업자를 개별적으로 방문하여 배포했다. 대표사는 들러리 사업자의 입찰을 확인한 후 마지막에 입찰했다.
이 사건 전의 주배관 공사 입찰 시에 원고는 주배관 공사 실적이 부족하여 입찰참가 자격이 없어서, P이 대표사로 낙찰받은 'AL, AM, AN 주배관 건설공사'에 BF과 함께 보조사로 들어갔다(지분율은 P 50%, 원고 35%, BF 15%이다).
다) 이 사건 공동행위의 배경
한국가스공사는 2011년에 주배관 공사 입찰공고를 일괄적으로 하지 않고 단편적으로 2011년 2월경 'AX관리소 공급설비 건설공사'(이를 포함하여 2011년 이후에 입찰공고한 주배관 공사를 '이 사건 주배관 공사'라 한다)의 입찰공고를 했다. 이에, C 소속 건설영업팀장 BL의 주도로 기존 12개사 중 C 등 6개사의 관계자들은 입찰공고 관련 모임을 하여, '이 사건 전의 공동행위 때와 마찬가지로 경쟁입찰 시에는 출혈경쟁으로 적자 수주의 위험이 있고, 이 사건 전의 공동행위 결과 낙찰률이 80% 이상인데 위 공사의 낙찰률이 그보다 많이 낮아지면 이 사건 전의 공동행위가 적발될 가능성이 있다'는 데에 의견을 같이했다.
이에 위 6개사 관계자들은 주배관 공사 입찰공고가 순차 나고 담합 참여자들이 공사수주를 먼저 하기를 원하는 점 등을 고려하여, 가능하면 낙찰자 수를 늘리기 위해 3개 사가 낙찰예정자로 배정받고, 대표사의 지분율 50%, 제1 보조사 지분율 35%, 제2 보조사 지분율 15%로 공동수급체를 구성하여 입찰에 참여할 것을 기본적으로 합의했다.
그에 따라 6개사 관계자들은 주배관 공사 실적 보유사 18개의 규모, 공사 실적 등을 고려하여, 실적 회사를 아래 표 기재와 같이 A, B, C 그룹으로 분류하고, A 그룹은 대표사와 보조사로, B 그룹은 35% 지분을 가진 제1 보조사로, C 그룹은 15% 지분을 가진 제2 보조사로 추첨 기회를 주기로 했다[이후 S, O, Q, R(B 그룹), W(C 그룹)이 가담했다].
라) 원고의 공동행위 모임 참가
위와 같은 합의에 토대하여 2011년 3월 초경 C의 건설영업팀장 BL가 유선 연락 등을 하여 A 그룹에 속한 기존 12개사의 관계자들이 모였다. 그 모임에서 위와 같은 합의의 내용을 알려주었다. 기존 12개사 관계자들은 이 사건 전의 공동행위와 마찬가지의 담합에 동의하고 재차 A, B, C 그룹 총 18개사 함께 모여 합의에 이르기로 약속했다.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A, B, C 그룹에 속한 총 18개사와 이 사건 전의 공동행위에 참여했던 S 관계자가 주배관 공사 입찰담합에 관하여 의논하기 위해 모였다. 원고에서는 기술사업팀 직원 BM이 BL의 유선 연락을 받고 모임에 참석했다. 그 모임에서 참석관계자들은 아래와 같이 이 사건 주배관 공사 입찰과 관련한 낙찰예정자 선정 등에 관하여 합의하고, 'AX관리소 공급설비 건설공사'의 낙찰예정자를 추첨으로 정했다.
이유
① 이 사건 주배관 공사는 순차적으로 발주되지만, 기다리면 골고루 낙찰을 받을 수 있으니 동전뽑기 방식으로 순차적으로 공구를 배정받는다. ② 공구를 배정받은 회사는 다른 회사가 배정받을 때까지 더는 공구를 배정받지 못하고, 입찰에 참여하는 경우에는 들러리로 참여한다. ③ 이 사건 전의 공동행위 때와 마찬가지로 입찰률은 80% 이상으로 하고, 이 사건 전의 공동행위에 참여한 O, Q, R, W, U 등 5개사도 공구에 참여시킨다. |
마) 원고 수주 주배관 공사의 낙찰예정자 선정
원고는 2008년경부터 주배관 공사 사업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고자 노력한 결과, 이 사건 전의 주배관 공사 중에서 P의 보조사로 공사를 수주하여 수행함으로써 공사 실적을 쌓았다. 이에 원고에게는 BN, BO, BP 등 주배관 공사 실적이 없거나 부족한 대형 건설사에서 공동수급체를 구성하여 이 사건 주배관 공사 입찰에 참여하자는 제의가 있었다.
BM은 이 사건 공동행위에 관한 모임에서 공구별 낙찰예정자 선정 추첨 기회를 받지 못했다. 이에 BM은 2011년 7월경 P, O 등의 관계자와의 술자리에서 '실적이 없거나 부족한 대형 건설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하여 입찰에 참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후 2011년 7, 8월경 원고 수주 주배관 공사 입찰의 낙찰예정자 선정 추첨 모임이 있었다. 그 모임에 원고의 직원 BM이 참석하여 추첨했고 그 낙찰예정자로 정해진 공동수급체(대표사 N)의 제1 보조사로 원고가 배정되었다. 그 당시의 상황에 관하여 BM은 피고에게서 조사받던 과정에서 '컨소시엄을 구성하면 업계 모임의 업체와 굳이 협조하지 않아도 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O, U, P 관계자 등과 술자리에서 이런 사실을 넌지시 이야기했다. 이후 원고 수주 주배관 공사와 관련된 모임에서 원고에게 보조사 추첨권을 주었다. 이것을 보면 업계 모임에서도 원고가 다른 업체와 컨소시엄을 구성하여 독자적으로 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는 사실을 눈치챘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원고 수주 주배관 공사에는 최초로 주계약자 관리방식이 도입됐다. 원고가 속한 공동수급체의 대표사 N이 입찰 업무 대부분을 담당했고, 원고는 N이 요청하는 PQ 관련 서류를 작성하여 N 등에 전달했지만, 입찰금액 등과 같은 입찰 세부사항을 전달받지 못했다. 공동수급체는 이 사건 공동행위에서 합의한 대로 입찰참가를 하는 과정에서 전문건설업자를 부계약자로 선정하고 부계약자의 최저 참여지분율을 고려하여 입찰액의 일정 비율을 부계약자에게 추정 배정했지만, 주계약자가 그 공동수급체(부계약자를 포함한다)를 대표하여 총 입찰액을 입찰했다.
원고는 부계약자 BI, BJ를 포함하여, N(대표사), Q과 공동수급체를 구성하여 원고 수주 주배관 공사 입찰에서 낙찰받고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했다.
[인정 근거] 갑 제1 내지 7호증, 을 제1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4) 이 법원의 판단
위 인정 사실을 종합하면, 아래와 같은 여러 사정을 알 수 있다. 이런 사정들과 앞의 모든 인정사실을 앞의 관련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에서 제출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가 이 사건 공동행위의 성립이나 실행 과정에서 단순 가담했거나 추종적인 역할을 수행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오히려 원고는 경제적·사업적 이익 등을 누리기 위하여 가격경쟁 없이 수주하려는 자발적 의사로 이 사건 공동행위에 참여했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 부분 원고 주장은 이유 없다.
① 이 사건 공동행위의 성립에서 원고의 영향력
원고는 이 사건 전의 주배관 공사 입찰 때와는 달리 이 사건 주배관 공사 입찰 시에는 이미 주배관 공사를 보조사로 수행한 실적이 있었기 때문에, 기존 12개사 외의 다른 사업자 등과 공동수급체를 구성하여 입찰할 수 있는 자격이 있었고, 더욱이 설령저가 입찰로 다소의 손실을 보는 한이 있더라도, 이 사건 주배관 공사 중 일부를 낙찰받아 수행함으로써 매출액 확대, 시장점유율 제고 등 사업 확장을 모도할 수도 있었다.
그 반면 기존 12개사는 이 사건 주배관 공사의 입찰이 '최저가Ⅱ낙찰방식'으로 진행되면 입찰률이 낮아져 저가 수주 때문에 손실을 보게 될 뿐만 아니라 이 사건 전의 공동행위까지 적발될 가능성이 있음을 우려했다. 이에 기존 12개사의 입장에서는 부당한 공동행위가 계속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입찰참가자격이 있는 사업자, 특히 원고와 같이 공사 실적을 신규로 보유한 사업자들을 포함하여 그 18개 사업자 모두가 공동행위에 동의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합의에 반드시 포함해야 했던 'B 그룹'에 원고를 분류했고, 이 사건 전부터 공동행위를 주도한 C의 직원 BL가 직접 원고의 직원 BM에게 연락하여 입찰 관련 모임에 참여해 달라고 요청했다.
원고의 직원 BM은 2011년 3월경 총 18개사의 모임에 참석하여, 이 사건 전의 공동행위와 유사한 구조로 재차 담합을 하자는 취지의 설명·제안을 받고 이에 동의했다. 원고가 위와 같은 모임에 참석할 수밖에 없었다거나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고 합리적으로 의심하게 할 만한 사정에 관한 주장과 그 충분한 증명은 없다.
따라서 원고가 위와 같이 동의표시를 한 것은 이 사건 공동행위의 성립에 상당한 기여를 했다고 보인다.
② 이 사건 공동행위의 실행에서 원고의 영향력
원고는 2011년 3월 초순경 위와 같이 참석한 모임에서 낙찰예정자 추첨 기회를 부여받지 못했고, 이 사건 주배관 공사의 입찰공고는 일괄적이지 않으며 오히려 간헐적, 순차적이었다. 이에 원고의 직원 BM은 원고의 이익을 도모하고자 2011년 7월경 P 등의 관계자를 만나 원고의 별도 컨소시엄 구성 가능성 등을 언급하여 사실상 원고의 경쟁성 내지 영향력을 과시했다. 그 직후인 2011년 7월경 원고 수주 주배관 공사 입찰에 관한 낙찰예정자 추첨 모임에서 원고가 보조사로 낙찰받기로 정해졌다. 이를 두고 BM은 피고의 조사 과정에서 P 등 관계자와 만난 자리에서 위와 같이 발언한 것이 효과를 본 것 같다는 취지로 진술하기도 했다.
그리고 원고 수주 주배관 공사의 입찰참가 업무는 대표사 N이 대부분 수행한 것은 맞다. 하지만, 원고 수주 주배관 공사에 '주계약자 관리방식'의 공동계약이 도입되어 그 입찰 업무의 대부분을 대표사가 처리했다. 그러면서도 N은 입찰내역서 등을 작성하는 데 필요한 서류를 원고에게서 전달받음으로써 원고의 지속적인 관여하에 입찰을 준비했다. 더욱이 공동행위를 주도한 C조차도 공동수급체의 보조사로 참여한 경우에는 대표사에 관련 자료를 전달하는 것 외에는 입찰과정에서 별다른 역할을 하지 않았다.
나. 관련매출액의 산정
1) 원고의 주장
'주계약자 관리방식'은 처음부터 주계약자와 부계약자에 대한 계약금액을 명확하게 구분해 두고 있다. 공동수급체의 부계약자에게 지급되는 계약금액은 주계약자의 매출액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따라서 원고 수주 주배관 공사의 입찰금액 중 부계약자에게 지급된 계약금액은 원고에 대한 관련매출액의 산정에서 제외되어야 한다.
2) 관련 법리
공정거래법 제22조, 제55조의3 제1항, 제5항은 피고가 부당한 공동행위를 행한 사업자에 대하여 "대통령령이 정하는 매출액"에 100분의 10을 곱한 금액(매출액이 없는 경우 등에는 20억 원)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한도 내에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위반행위의 내용 및 정도, 기간 및 횟수, 위반행위로 인해 취득한 이익의 규모 등을 고려하여 과징금의 부과기준을 시행령으로 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 위임에 따라 공정거래법 시행령 제9조 제1항은 그 본문에서 공정거래법 제22조에 규정된 "대통령령이 정하는 매출액"이란 "위반사업자가 위반기간동안 일정한 거래분야에서 판매한 관련 상품이나 용역의 매출액 또는 이에 준하는 금액(이하 '관련매출액'이라 한다)을 말한다."라고 규정하면서도, 그 단서에서 "입찰담합 및 이와 유사한 행위인 경우에는 계약금액을 말한다."라고 규정한다. 이처럼 공정거래법령은 과징금 부과 한도 및 그 산정의 기초가 되는 공정거래법 제22조에 규정된 '매출액'을 '관련 상품이나 용역의 매출액 또는 이에 준하는 금액'인 '관련매출액'이라고 정하면서도, 입찰담합 및 이에 유사한 행위 유형에 대하여는 '계약금액'을 기준으로 삼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3) 인정 사실
가) 주계약자 관리방식의 의의와 도입 목적
주계약자 관리방식'이란, 발주자가 입찰공고 시 전체 공종 중 전문건설업자의 시공 공종과 추정 공사금액, 최저 지분비율 등을 미리 정하고, 입찰하는 주계약자는 전문건 설업자를 부계약자로 공동수급체에 반드시 포함하며, 주계약자가 낙찰된 경우 발주자는 부계약자를 포함한 공동수급체 구성원 전원이 발주자와 계약을 체결하고 시공 후 공사금액을 전문건설업자에게 직접 지급하는 제도이다.
이는 낙찰자인 주계약자가 공사를 직접 시공하지 않고 일종의 수수료를 차감하고 전문건설업자 등에게 하도급을 주는 거래 형태로 인하여 나타나는 부실공사 등의 문제점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되었다.
나) 한국가스공사의 입찰공고와 계약 체결
한국가스공사는 원고 수주 주배관 공사의 입찰을 주계약자 관리방식에 의한 공동계약으로 발주했고, 입찰공고 시 부계약자인 전문건설업자가 담당하는 공정, 추정 공사금액 및 구간별 최저 참여지분율을 특정하고, 일부 공사는 반드시 부계약자인 전문건설업자의 분담 역무로 시행하도록 했다.
한국가스공사는 전체 입찰금액을 기준으로 낙찰 여부를 결정했고, 주계약자 관리방식에 의한 공동계약으로 발주된 원고 수주 주배관 공사 입찰 역시 부계약자 지분율 충족 여부만을 추가로 심사했을 뿐, 전체 입찰금액 중 부계약자 부분에 해당하는 입찰금액을 따로 떼어 그 부분을 기준으로 부계약자에 대한 낙찰 여부를 별도로 결정하지는 않았다. 낙찰자가 결정되면 주계약자와 부계약자가 별도로 한국가스공사와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아니라 공사 전체에 대해 하나의 계약이 체결되었고, 부계약자를 포함한 공동수급체 전원이 계약서에 전자 서명했다.
[인정 근거] 갑 제1 내지 7호증, 을 제1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4) 이 법원의 판단
앞의 인정 근거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추가 사정을 앞의 모든 인정사실과 종합하여 살펴보면, 부계약자 계약금액 부분이 포함된 공동수급체의 계약금액 전체를 원고에 대한 과징금 기본산정기준으로 삼은 피고의 조치는 정당하다. 따라서 이 부분 원고 주장은 이유 없다.
즉, 이 사건 공동행위는 부계약자에게 지급될 부분을 포함한 전체 입찰금액을 대상으로 하여 이루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한국가스공사 역시 위 전체 입찰금액을 기준으로 낙찰 여부를 결정했고, 주계약자와 부계약자가 공동수급체를 이루어 입찰절차에 참여하여 그 공동수급체를 대상으로 하나의 계약이 체결되었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이 사건 공동행위로 인한 전체 입찰금액에 포함된 부계약자의 계약금액 부분에도 이 사건 공동행위가 영향을 미쳤다고 봄이 타당하다.
공동이행방식 공동수급체는 기본적으로 민법상 조합의 성질을 가지고, 그 구성원은 계약상 의무이행에 대하여 연대하여 책임을 지는 등 공사계약금액 전부에 대하여 이해 관계를 가진다. 마찬가지로 '주계약자 관리방식'의 주계약자 역시 전체 계약의 이행에 대하여 연대책임을 지는 등 공사계약금액 전부에 이해관계가 있다. 주계약자 관리방식은, 하도급과 관련된 폐해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에서 종합건설업체와 전문건설업체가 공동수급체를 구성하여 수주하도록 함으로써 부계약자인 전문건설업체도 계약당사자의 지위를 가지도록 한 것일 뿐이다. 따라서 입찰담합에 따른 법적 책임을 규율할 때 주계약자 관리방식의 공동수급체를 공동이행방식의 공동수급체와 달리 볼 이유가 없고, 이는 과징금 산정의 기초인 '계약금액'의 산정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이 사건 과징금에는 부당한 공동행위로 인한 부당이득의 박탈뿐 아니라 위법행위에 대한 제재의 목적도 있으므로, 부계약자의 계약금액 부분이 원고 자신의 매출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이를 과징금 산정의 기초인 '계약금액'에 포함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나아가 이후의 과징금 산정 단계에서 취득한 실질적 이익의 규모와 제재수준 사이의 균형을 고려한 구체적 과징금액 산정이 가능하고, 이러한 균형을 맞추지 못한 재량권 행사는 법원의 재량통제 대상이 된다.
다. 평등원칙의 위반 여부
1) 원고의 주장
피고는 이 사건 공동행위와 유사한 사례인 BH 담합사건 등에서 그 위반행위의 정도를 '매우 중대한 위반행위'로 보았음에도 과징금 부과기준율을 7%로 적용했다. 따라서 피고가 원고에게 부과한 10%의 과징금 부과기준율은 피고 스스로 한 선례에도 어긋나는 등 평등원칙에 위배된다.
2) 이 법원의 판단
한국가스공사가 이 사건 주배관 공사 입찰에서 참가자격 기준을 완화함에 따라 입찰 참여가 가능한 건설사가 많이 늘어났고, 이 사건 전의 공동행위에 가담했던 사업자들은 이로 인해 더욱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 사건 공동행위는 이러한 우려에서 비롯되어, 경쟁에 따른 위험부담을 줄이고 그 이익을 얻으려는 목적에서 이루어졌다. 여기에 참여한 사업자는 입찰참가자격을 갖춘 사업자의 대부분이다. 이처럼 이 사건 공동행위는 입찰참가자격이 있는 사업자 대부분이 참여한 대규모 담합으로서 그 경쟁제한성이 매우 크다.
원고를 비롯한 이 사건 공동행위 참여자는 국가 재정에 미치는 영향이 큰 대형 공공발주공사 입찰에서 각 공구별 낙찰예정자를 미리 정하고 들러리 합의를 했다. 그 성격상 경쟁제한적 효과만 발생시키는 것이 명백하다. 실제로 이 사건 공동행위로 입찰가 격경쟁이 완전히 소멸했다.
또한 원고가 들고 있는 BH 담합사건 등 피고 의결 사례들은 구체적 사실관계에서 이 사건과 차이가 있다. 대규모 입찰 담합사건의 피고 의결 사례들만으로는 피고가 합리적 이유 없이 자의적으로 이 사건 공동행위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위반행위를 한 사업자들과 원고를 다르게 취급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따라서 피고가 정한 과징금 부과기준율 10%가, 처분의 기초가 되는 사실관계를 오인하거나 행정의 자기구속 원칙에 위배되는 등으로 그 재량권을 일탈하거나 권한을 남용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 그러므로 이 부분 원고 주장도 이유 없다.
라. 비례원칙의 위반 여부
1) 원고의 주장
원고가 공동수급체의 보조사로서 낙찰받은 원고 수주 주배관 공사에서 원고의 지분율이 35%이다. 그런데도 입찰금액 전부를 관련매출액으로 과징금을 산정하면서 최종 부과과징금 결정 단계에서 20%만 감경하는 바람에, 원고는 전체 계약금액의 80%에 해당하는 책임을 지게 되었다. 이는 과징금의 부당이득환수 목적보다는 위법행위에 대한 제재 목적을 지나치게 고려한 것으로서 비례원칙에 위반된다.
2) 관련 법리
구 공정거래법(2013. 4. 5. 법률 제1175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6조, 제17조, 제22조, 제24조의2, 제28조, 제31조의2, 제34조의2 등 각 규정을 종합하면, 피고는 공정거래법 위반행위에 대하여 과징금을 부과할 것인지 여부와 과징금을 부과할 경우 공정거래법이 정하고 있는 일정한 범위 안에서 과징금의 액수를 구체적으로 얼마로 정할 것인지에 관하여 재량을 가지고 있으므로 피고의 공정거래법 위반행위자에 대한 과징금 부과처분은 재량행위이고, 다만 이런 재량을 행사함에 있어 과징금 부과의 기초가 되는 사실을 오인했거나, 비례·평등의 원칙을 위반하는 등의 사유가 있다면 이는 재량권의 일탈·남용으로서 위법하다(대법원 2008. 4. 10. 선고 2007두22054 판결 등 참조).
3) 이 법원의 판단
피고가 관련 법령에 어긋나거나 자의적인 기준을 들어 관련매출액과 부과기준율을 산정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은 이미 앞에서 지적한 바와 같다. 또한 피고는 과징금 산정에 원고가 얻은 이익을 반영하기 위해 2차 조정 산정기준을 들러리 참여의 경우 30% 감경, 주계약자 관리방식을 채용한 입찰에 대하여 5% 감경, 컨소시엄 대표사로 낙찰받은 부분에 대하여는 10%를, 보조사의 경우 지분율이 30% 이상인 경우에는 20%를, 30% 미만인 경우에는 30%를 각 감경하는 등 여러 사유로 일정 비율씩을 순차로 감경했다. 그 결과 원고에게 부과된 과징금은 당초 관련매출액의 약 4.55%(소수점 셋째 자리 반올림)에 불과하다.
이런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에서 제출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가 재량권을 행사할 때 과징금 부과의 기초가 되는 사실을 오인했다거나 비례원칙을 위반하는 사유가 있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따라서 이 부분 원고 주장은 이유 없다.
마. 소결
피고가 과징금을 산정하여 부과하는 데 재량권 일탈·남용의 위법은 없다. 이를 다투는 원고의 주장은 모두 이유 없다.
3.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한다.
판사
재판장 판사 박형남
판사 정재오
판사 이숙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