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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4.3.26. 선고 2003두14789 판결
국가유공자유족비해당결정처분취소
사건

2003두14789 국가유공자유족비해당결정처분취소

원고, 피상고인

피고, 상고인

제주보훈지청장

원심판결

광주고등법원 2003. 11. 7. 선고 (제주)2003누41 판결

판결선고

2004. 3. 26.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1. 원심의 판단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채용 증거들을 종합하여, 원고의 아들인 소외 망 ■(이하 '망인'이라 한다)은 2000. 4. 10. 육군에 입대한 뒤 20보병사단 62여단 ■전차부대 ■중대에 배치되어 정비병으로서 근무하게 된 사실, 망인은 왜소한 체격에 말수가 적고 내성적인 성격에다 가끔 어리숙한 행동을 보이고 다한증으로 땀을 많이 흘려 힘들어 하는 외에는 별다른 문제점 없이 교육 및 훈련과정을 모두 이수하였는데, 입대 후 3개월 남짓 만인 2000. 7. 12. 실시한 병사용 다면적 인성검사(신MMPI Ver. 5.0) 결과, 만성적 우울증의 가능성이 있고 심리적 불안증상을 보이는 단계인 "E등급" 판정을 받음에 따라 비(B)급 관심사병으로 분류, 관리되어 오던 중, 2000년 11월경 후임병들을 상대로 가혹행위를 한 사실이 드러나 영창 15일의 징계처분을 받기도 하였으나, 지휘관들의 지속적인 면담과 시간이 지남에 따라 군생활에 적응하기 시작하여 2001년 4월경 씨(C)급 관심사병으로 그 관리 필요성이 완화되었고, 2001년 7월경에 이르러서는 아예 관심사병에서 제외되었으며, 인성검가 결과도 2001. 7. 4.에 "C등급", 2002. 1. 28.에 "B등급"으로 판정되는 등 정상적인 상태로 개선된 사실, 망인이 근무하던 ■중대 정비과는 책임자인 정비장교 준위 1명 아래 정비관직을 수행하는 하사관 5명과 병장인 망인을 비롯한 정비병 6명으로 편성되어 있었는데, 2001년 8월경부터 망인이 사망할 때까지 6개월 동안 정비행정 담당 정비관이 5회나 교체되는 등 잦은 보직 변경으로 업무연계성이 없어 간부들이 업무파악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던 상황에서, 망인은 수공구 관리에 관한 정비행정 업무를 사실상 전적으로 책임지고 처리하는 실정이었던 사실, 망인의 사망 당시 소속대 정비과의 수공구 현황은, 그 장부상 사단 군수처의 재산대장과 비교할 때, 그리스 주입기 등 73개 품목 약 1,044,909원 상당이 부족하고 11개 품목은 명칭조차 확인되지 않았으며, 각 중대에서 관리하는 렌치 등 22개 품목 169점이 정비과 재산대장에 등재되어 있었던 까닭에 그 관리 자체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었는데, 망인은 수공구 관리업무를 담당한 이후 이와 같은 재산대장과 수공구 현황 사이의 불일치를 확인하였으나, 달리 그 부분에 관하여 선임자로부터 인수인계를 받은 내용도 없는 상태에서, 업무파악을 하지 못한 담당 간부들은 이를 직접 확인, 정리하여 망인의 업무를 도와주기는커녕 망인에게 일방적으로 재산대장과 수공구 현황을 일치시키라고 지시한 다음, 2001년 8월경부터 수공구 현황파악이 미흡하다는 등의 이유로 18회에 걸쳐 정상적인 지시나 훈육의 한도를 넘는 질책과 욕설 및 가혹행위를 계속적으로 가함으로써 망인으로 하여금 정비과 근무에 부담을 느끼도록 한 사실, 특히 ■은 2001년 11월부터 2002년 1월 사이에 망인에게 도저히 일치시킬 수 없는 수공구 재산대장을 무조건 맞추라고 지시한 뒤, 망인이 장시간에 걸쳐 재물조사를 실시하고 작성한 현황보고서를 그 내용이 미흡하다며 찢어버리거나 구겨버리고, 심지어 2001년 12월 말경부터 2002. 1. 3.까지 사이에 망인에게 3일 동안 2시간 정도의 잠만을 자게 하며 재물조사를 시키는가 하면, ■은 2001. 12. 19.경 망인에게 재물조사시 부족한 수공구 대금이 10,000,000원 가량 될 텐데 이는 개인이 변상해야 한다는 취지로 이야기하여 심리적 압박감을 가중시키는 발언을 하였으며, ■은 2002. 1. 29. 19:00경 수공구 현황이 장부와 맞지 않는다고 보고하는 망인에게 "야, 이 새끼야, 왜 맞지 않느냐"며 욕설을 하였고, 망인의 사망 직전인 2002. 1. 30. 14:00경 정비과에서 수공구를 늘어놓고 현황파악을 하고 있던 망인에게 "하지 말라는 것을 왜 하냐, 이 새끼야 당장 치워라"고 욕설을 하기도 한 사실, 망인은 '2002년 전군재물조사'를 앞두고 그 준비를 위하여 극심한 부담감을 느낀 나머지 2002. 1. 25.경부터 평소와 달리 홀로 담배를 많이 피우면서 내무반 내에서 사소한 일에도 짜증을 내며 어두운 표정에 힘없는 모습으로 지내오다가, 2002. 1. 30. 13:30경 체육복 차림으로 전투체육을 하던 중 정비과로 오라는 연락을 받고 갔다가 ■에게서 위와 같은 질책을 받은 후 그 날 저녁 17:30경부터 19:10경까지 사이에 정비과에 보관중이던 나일론 끈을 이용하여 목을 매어 자살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망인은 소속 부대의 수공구 등 관리업무를 담당하는 사병으로서, 재물조사에 임박하여 그 수량과 현황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파악된 물품조차도 그 수량이 부족함을 발견하고 이를 소속 부대에 보고하였는데, 이러한 수공구의 현황 및 수량의 불일치나 부족 등의 문제에 관하여 주된 책임을 지고 있는 장교와 하사관 등 간부들은 오히려 자신의 임무를 소홀히 한 채, 망인에 대하여 어떻게든 재산대장과 현황을 일치시키라고 실현불가능한 일방적인 지시를 함으로써 망인에게 육체적으로 과중한 야간작업을 강요하고 망인이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욕설과 폭언으로 망인을 질타하여 인격적으로 모독함과 아울러, 망인이 부족한 재물에 대한 변상책임을 부담하게 될 것처럼 말하여 그 심적 압박감을 가중시키고, 수시로 망인을 비롯한 정비병들에게 가혹행위를 가하는 등 열악한 복무환경을 조성하는 바람에, 이를 견디다 못한 망인이 자살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고, 여기에다가 평소 말수가 적고 내성적인 성격으로 인하여 자신의 주장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군 입대 초기에 만성적인 우울증의 가능성까지 엿보였던 망인의 경우 직무수행 중 상급자의 계속되는 부당한 질책과 가혹행위로 인하여 상대적으로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었을 것으로 보이고, 정상적인 절차에 따른 시정조치를 취하는 것도 사실상 어려웠을 것으로 판단되는 점, 일반사회와 달리 엄격한 규율과 집단행동이 중시되는 군대사회에서 그 통제성과 폐쇄성으로 인하여 상급자의 폭언과 가혹행위로 인한 피해의 의미와 정도가 일반적인 경우와 크게 다른 점 등을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제반 사정을 감안할 때, 달리 전역을 불과 수개월 앞둔 망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 할 만한 특별한 사정을 찾아볼 수 없는 이 사건에서, 망인의 자살은 평소 우울증의 소인을 가지고 있던 망인이 공무수행 중 부대 내 간부들의 위와 같은 정상적인 지시와 훈육의 한도를 넘는 계속적인 질책 및 가혹행위와 수공구 관리업무에 따른 육체적, 심리적 압박으로 말미암아 그 증상이 자연적 경과 이상으로 급격히 악화된 데 기인한 것으로서, 망인의 정상적이고 자유로운 의지의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보는 것이 옳고, 이러한 경우 망인의 사망은 정상적인 의사능력과 자유의지를 가진 상태에서 자살의 의미와 결과를 인식하고 한 자해행위로 인한 경우라고 볼 수는 없으므로, 이와 같이 공무수행 중 사고 또는 재해로 사망한 망인에 대하여 국가유공자등예우및지원에관한법률(이하 '법'이라 한다) 제4조 제5홍 제4호 소정의 자해로 인한 사망에 해당한다거나 순직군경의 기준 및 범위에 해당하지 아니함을 이유로 한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2. 대법원의 판단

군인이 직무집행과 관련하여 사망한 경우 이는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단서 소정의 직무집행과 관련한 순직에 해당하고, 이와 같은 경우 그 유족은 법 소정의 연금과 군인연금법 소정의 재해보상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고 할 것이지만, 그 사망이 법 제4조 제5항 제4조 소정의 자해행위로 인한 것이거나 군인연금법시행령 제75조 제2호 소정의 고의에 의한 것일 경우에는 법 소정의 연금이나 군인연금법 소정의 재해보상금을 지급받을 수 없다고 할 것이고, 한편 법은 국가를 위하여 공헌하거나 희생한 국가유공자와 그 유족에 대한 응분의 예우를 행함으로써 이들의 생활안정과 복지향상을 도모하고 국민의 애국정신함양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그 공헌과 희생의 정도에 대응하여 실질적인 보상으로서 국가유공자 및 그 유족에게 연금을 비롯한 각종 보상제도(報償制度)를 두고, 이러한 목적과 기본이념 및 보상제도에 따라 국가유공자를 엄격하게 제한적으로 열거하면서, 자해행위로 인한 사망 등에 대하여는 국가유공자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는바(법 제1조, 제2조, 제4조, 제7조 등), 이러한 규정의 취지를 종합하여 보면, 법 제4조 제5항 제4호 소정의 자해행위로 인한 사망은 자유로운 의지에 따른 사망을 의미한다고 할 것인데, 군인이 상급자 등으로부터 당한 가혹행위가 자살을 결의하게 하는 데 직접적인 동기나 중요한 원인이 되었다는 것만으로는 자유로운 의지에 따른 것이 아니라고 할 수 없고, 자살이 자유로운 의지에 따른 것인지의 여부는 자살자의 나이와 성행, 가혹행위의 내용과 정도, 자살자의 신체적·정신적 심리상황, 자살과 관련된 질병의 유무, 자살자를 에워싸고 있는 주위상황, 가혹행위와 자살행위의 시기 및 장소, 기타 자살의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관계 법령 및 이와 같은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에서 상급자인 정비 하사관 등의 위와 같은 가혹행위는 망인으로 하여금 자살을 결의하게 하는 데 직접적인 동기와 중요한 원인이 되었다고 할 것이므로 정비하사관 등의 위와 같은 가혹행위와 망인의 자살과의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음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망인의 나이와 성행, 가혹행위의 내용과 정도, 망인을 에워싸고 있는 주위상황, 가혹행위와 자살행위의 시기 및 장소의 근접성, 자살할 무렵 망인의 정신상태 및 심리상태 등을 종합하여 보면, 망인의 자살은 나약한 성격에 기인한 것이기는 하나 군생활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그의 자유로운 의지에 따라 행하여진 것이라 할 것이어서 망인의 사망은 법 제4조 제5항 제4호 소정의 자해행위로 인한 사망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망인이 상급자인 정비하사관 등으로부터 당한 가혹행위와 망인의 자살과의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망인의 자살이 망인의 자유로운 의지의 범위를 벗어난 상태에서 이루어진 것으로서 법 제4조 제5항 제4호 소정의 자해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한 원심의 판단은 채증법칙을 위반하여 사실을 오인하였거나 법 제4조 제5항 제4호 소정의 자해행위로 인한 사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 대법관 고현철

대법관 변재승

주심 대법관 윤재식

대법관 강신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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