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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고등법원 제주재판부 2003.11.7. 선고 2003누41 판결
국가유공자유족비해당결정처분취소
사건

(제주)2003누41 국가유공자유족비해당결정처분취소

원고,피항소인

*

제주시

소송대리인 변호사 박종철

피고, 항소인

제주보훈지청장

소송수행자

변론종결

2003.9.26.

판결선고

2003.11.7.

주문

1. 피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1. 청구취지

피고가 2002. 7. 5. 원고에 대하여 한 국가유공자유족 비해당결정처분을 취소한다.

2. 항소취지

제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등

[채택 증거] 갑1, 3 내지 5호증, 갑2호증의 1, 2, 갑3호증의 1 내지 46, 48 내지 75, 갑4호증의 1 내지 3, 5, 22, 37 내지 39, 43, 44, 54, 58, 61, 갑5호증의 1 내지 3, 7, 11, 22 내지 27, 29, 30, 33, 34, 37, 을1, 2호증, 을3호증의 1 내지 5, 을4호증의 1 내지 3의 각 기재, 변론의 전취지

가. 원고의 국가유공자 등록신청과 이 사건 처분

(1) 원고의 아들인 소외 망 *(다음부터 '망인' 이라 한다)은 2000. 4. 10. 육군 *에 입대한 뒤 20보병사단 62여단 31전차부대 본부중대에 배치되어 정비병으로서 근무하던 중, 전역을 불과 수개월 앞둔 2002. 1. 30. 17:30경부터 19:10경까지 사이에 부대 영내에서 나일론 끈으로 약 2.5m 높이의 참나무 가지에 목을 매어 자살하였고, 그 후 원고는 2002. 4. 1. 피고에 대하여 망인이 군복무 중 사망하였다는 이유로 국가유공자 또는 지원대상자유족 등록신청을 하였다.

(2) 그러나 피고는 2002. 7. 5. 원고에게, 망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므로, *망인의 사망은 국가유공자등예우및지원에관한법률(다음부터 '법'이라고만 한다) 제4조 제5항 제4호 소정의 국가유공자 제외 사유인 '자해행위로 인한 경우'일뿐만 아니라, 법 제4조 제1항 제5호 소정의 순직군경의 인정기준 및 범위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원고가 법 제6조 제1항 소정의 국가유공자 유족이나 법 제73조의2 소정의 보상대상자인 국가유공자에 준하는 군경 등의 유족에 해당하지 아니함을 결정·통보하는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

나. 망인의 군 입대 후 생활 및 근무관계

(1) 망인은 원고와 소외 * 사이의 2남 1녀 중 막내로서 제주관광전문대학교 국제정보통신과 1학년 1학기를 마친 상태에서 군에 입대하였는데, 왜소한 체격에 말수가 적고 내성적인 성격에다 가끔 어리숙한 행동을 보이고 다한증으로 땀을 많이 홀려 힘들어 하는 외에는 별다른 문제점 없이 교육 및 훈련과정을 모두 이수하였고, 가족관계도 화목하여 특이한 사항이 발견되지 아니하였다.

(2) 그런데, 망인은 입대 후 3개월 남짓 만인 2000. 7. 12. 실시한 병사용 다면적 인성검사(신MMPI Ver. 5.0) 결과, 만성적 우울증의 가능성이 있고 심리적 불안증상을 보이는 단계인 "E등급" 판정을 받음에 따라 비(B)급 관심사병으로 분류, 관리되어 오던 중, 2000. 11.경 후임병들을 상대로 가혹행위를 한 사실이 드러나 영창 15일 의 징계처분을 받기도 하였으나, 지휘관들의 지속적인 면담과 시간이 지남에 따라 군 생활에 적응하기 시작하여 2001. 4.경 씨(C)급 관심사병으로 그 관리 필요성이 완화되었고, 2001. 7.경에 이르러서는 아예 관심사병에서 제외되었으며, 인성검사 결과도 2001. 7. 4. 에 “C등급”, 2002. 1. 28.에 “B등급”으로 판정되는 등 정상적인 상태로 개선되었다.

(3) 망인이 근무하던 본부중대 정비과는 책임자인 정비장교 준위 1명 아래 정비 관직을 수행하는 하사관 5명과 병장인 망인을 비롯한 정비병 6명으로 편성되어 있었는데, 2001. 8.경부터 망인이 사망할 때까지 6개월 동안 정비 행정 담당 정비관이 5회나 교체되는 등 잦은 보직 변경으로 업무연계성이 없어 간부들이 업무파악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던 상황에서, 망인은 수공구 관리에 관한 정비행정 업무를 사실상 전적으로 책임지고 처리하는 실정이었다.

다. 망인이 자살에 이르게 된 경위 및 관련자의 문책 등

(1) 망인의 사망 당시 소속대 정비과의 수공구 현황은, 그 장부상 사단 군수처의 재산대장과 비교할 때, 그리스 주입기 등 73개 품목 약 1,044,909원 상당이 부족하고 11개 품목은 명칭조차 확인되지 않았으며, 각 중대에서 관리하는 렌치 등 22개 품목 169점이 정비과 재산대장에 등재되어 있었던 까닭에 그 관리 자체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었는데, 망인은 수공구 관리업무를 담당한 이후 이와 같은 재산대장과 수공구 현황 사이의 불일치를 확인하였으나, 달리 그 부분에 관하여 선임자로부터 인수인계를 받은 내용도 없는 상태에서, 업무파악을 하지 못한 담당 간부들은 이를 직접 확인, 정리하여 망인의 업무를 도와주기는커녕 망인에게 일방적으로 재산대장과 수공구 현황을 일치시키라고 지시한 다음, 2001. 8.경부터 수공구 현황파악이 미흡하다는 등의 이유로 18회에 걸쳐 정상적인 지시나 훈육의 한도를 넘는 질책과 욕설 및 가혹행위를 계속적으로 가함으로써 망인으로 하여금 정비과 근무에 부담을 느끼도록 하였다.

(2) 특히 정비관 중사 *은 2001. 11.부터 2002. 1. 사이에 망인에게 도저히 일치시킬 수 없는 수공구 재산대장을 무조건 맞추라고 지시한 뒤, 망인이 장시간에 걸쳐 재물조사를 실시하고 작성한 현황보고서를 그 내용이 미흡하다며 찢어버리거나 구겨버리고, 심지어 2001. 12. 말경부터 2002. 1. 3.까지 사이에 망인에게 3일동안 2시간 정도의 잠만을 자게 하며 재물조사를 시키는가 하면, 정비관 하사 * 은 2001. 12. 19.경 망인에게 재물조사시 부족한 수공구 대금이 10,000,000원 가량 될텐데 이는 개인이 변상해야 한다는 취지로 이야기하여 심리적 압박감을 가중시키는 발언을 하였으며, 정비장교 준위 *은 2002. 1, 29. 19:00경 수공구 현황이 장부와 맞지 않는다고 보고하는 망인에게 “야, 이 새끼야, 왜 맞지 않느냐”며 욕설을 하였고, 망인의 사망 직전인 2002. 1. 30. 14:00경 정비과에서 수공구를 늘어놓고 현황파악을 하고 있던 망인에게 “하지 말라는 것을 왜 하냐, 이 새끼야 당장 치워라”고 욕설을 하기도 하였다.

(3) 망인은 '2002년 전군재물조사'를 앞두고 그 준비를 위하여 극심한 부담감을 느낀 나머지 2002. 1. 25.경부터 평소와 달리 홀로 담배를 많이 피우면서 내무반 내에서 사소한 일에도 짜증을 내며 어두운 표정에 힘없는 모습으로 지내오다가, 2002. 1. 30. 13:30경 체육복 차림으로 전투체육을 하던 중 정비과로 오라는 연락을 받고 갔다가 전항과 같이 준위 *에게서 질책을 받은 후 앞서 본 바와 같이 그 날 저녁 17:30경부터 19:10경까지 사이에 정비과에 보관 중이던 나일론 끈을 이용하여 목을 매어 자살하였다.

(4) 한편, 망인의 자살 후 군 수사기관의 조사결과, 소속 정비과 간부들에게서 감독소홀과 망인을 비롯한 정비병 및 하사관에 대한 모욕, 폭행, 가혹행위 등의 비위 또는 위법사실이 확인됨에 따라, 정비장교인 위 * 은 감봉 1개월의 징계처분과 아울러 가혹행위 부분에 대하여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고, 정비관인 중사 * 및 * 은 2002. 2. 7. 가혹행위 혐의로 구속되었다가 2002. 3. 15. 기소유예 처분을 받고 석방되었다.

2. 처분의 적법 여부

가. 당사자의 주장 요지

(1) 원 고

망인은 그 자살 당시 소속 부대의 수공구 관리 등의 임무를 맡고 있었는데 '2002년 전군재물조사'에 대비하여 품목별 재산대장과 실셈확인을 하던 중 전차 수공구 등의 물자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나 이에 대한 과도한 부담감을 가졌던 데다가, 소속 상급자 등으로부터 폭언, 폭행, 가혹행위와 심리적 압박 등을 받게 되자 그 정신적 고통을 견디다 못하여 자살한 것이므로, 망인의 사망은 직무수행 중의 정신적 고통과 상당인과관계가 있고, 망인의 정상적이고 자유로운 의지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어서 자해행위로 인한 경우에 해당되지 않는다. 하겠으므로, 원고가 국가유공자유족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내용의 이 사건 처분은 사실오인에 기인한 것이어서 위법하다.

(2) 피 고

법 제4조 제5항 제4호가 '자해행위로 인한 경우'를 법의 적용에서 제외하도록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는 것은 그와 같은 행위가 국가를 위하여 공헌하거나 희생한 국가유공자 및 그 유족에 대한 응분의 예우와 지원을 한다는 법의 제정목적과 기본이 념에 반하는 것이기 때문이므로 군인 본연의 임무를 포기한 채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택한 망인에 대하여는 가혹행위 등으로 인한 국가배상법의 배상은 별론으로 하고 국가보훈제도의 보상을 할 수는 없고, '자살'은 사전적 의미에 비추어 보아도 순직의 개념에는 포함될 수 없을 뿐더러, 자살자를 예우하는 것은 국민의 법감정에 배치되는 점을 고려하면 망인을 국가유공자로 인정할 수 없으며, 망인의 사망은, 그와 함께 근무하던 다른 정비병들과 달리 유독 망인만이 자살하였고 입대 전에 이미 공무수행과 무관한 다른 차원에서의 심리적 불안증세가 있던 망인이 인적이 드문 장소를 선택, 이동하여 평소 업무관계로 취급하던 나일론 끈으로 자살한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본인의 나약한 성격으로 인한 것이나 자유로운 의지에 따른 것에 불과하므로, 결국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다.

나. 판 단

(1) 이 사건 처분의 관계법령은 별지 기재와 같은바, 법 제4조 제5항 제4호가 자해행위로 인한 사망을 순직군경의 범위에서 제외하고 있는 취지는, 자살자가 정상적인 의사능력과 자유의지를 가진 상태에서 자살의 의미와 결과를 인식하고 하는 자해행위는 그 사망이라는 결과가 직무수행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직무 수행을 회피하고자 하는 의식 하에서 이루어진 것이어서 법이 국가유공자를 인정하고 예우하는 취지와 배치되기 때문이라고 할 것이고, 따라서 자살자가 자해행위 당시 자살이라는 결과 내지 의미를 인식할 수 없을 정도로 정상적인 의사능력이나 자유의지가 결여된 경우에는 법 제4조 제5항 제4호 소정의 자해로 인한 사망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2) 그런데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망인은 소속 부대의 수공구 등 관리업무를 담당하는 사병으로서, 재물조사에 임박하여 그 수량과 현황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파악된 물품조차도 그 수량이 부족함을 발견하고 이를 소속 부대에 보고하였는데, 이러한 수공구의 현황 및 수량의 불일치나 부족 등의 문제에 관하여 주된 책임을 지고 있는 장교와 하사관 등 간부들은 오히려 자신의 임무를 소홀히 한 채, 망인에 대하여 어떻게든 재산대장과 현황을 일치시키라고 실현불가능한 일방적인 지시를 함으로써 망인에게 육체적으로 과중한 야간작업을 강요하고 망인이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욕설과 폭언으로 망인을 질타하여 인격적으로 모독함과 아울러, 망인이 부족한 재물에 대한 변상책임을 부담하게 될 것처럼 말하여 그 심적 압박감을 가중시키고, 수시로 망인을 비롯한 정비병들에게 가혹행위를 가하는 등 열악한 복무환경을 조성하는 바람에, 이를 견디다 못한 망인이 자살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고, 여기에다가 평소 말수가 적고 내성적인 성격으로 인하여 자신의 주장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군 입대 초기에 만성적인 우울증의 가능성까지 엿보였던 망인의 경우 직무수행 중 상급자의 계속되는 부당한 질책과 가혹행위로 인하여 상대적으로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었을 것으로 보이고, 정상적인 절차에 따른 시정조치를 취하는 것도 사실상 어려웠을 것으로 판단되는 점, 일반사회와 달리 엄격한 규율과 집단행동이 중시되는 군대사회에서 그 통제성과 폐쇄성으로 인하여 상급자의 폭언과 가혹행위로 인한 피해의 의미와 정도가 일반적인 경우와 크게 다른 점 등을 이 사 건 변론에 나타난 제반사정을 감안할 때, 달리 전역을 불과 수개월 앞둔 망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 할 만한 특별한 사정을 찾아 볼 수 없는 이 사건에서, 망인의 자살은 평소 우울증의 소인을 가지고 있던 망인이 공무수행 중 부대 내 간부들의 위와 같은 정상적인 지시와 훈육의 한도를 넘는 계속적인 질책 및 가혹행위와 수공구 관리업무에 따른 육체적, 심리적 압박으로 말미암아 그 증상이 자연적 경과 이상으로 급격히 악화된 데 기인한 것으로서, 망인의 정상적이고 자유로운 의지의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보는 것이 옳고, 이러한 경우 망인의 사망은 정상적인 의사능력과 자유의지를 가진 상태에서 자살의 의미와 결과를 인식하고 한 자해행위로 인한 경우라고 볼 수는 없으므로, 이와 같이 공무수행 중 사고 또는 재해로 사망한 망인에 대하여 법 제4조 제5항 제4호 소정의 자해로 인한 사망에 해당한다거나 순직군경의 기준 및 범위에 해당하지 아니함을 이유로 한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사실오인에 기한 것이어서 위법하다.

3.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여야 할 것인바,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고, 피고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 판사 이흥복

판사 이정석

판사 심우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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