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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1994. 1. 21. 선고 93나22236 제2민사부판결 : 확정
[손해배상(기)청구사건][하집1994(1),47]
판시사항

가. 신문기사의 내용이 명예훼손이 되는지 여부의 판단기준

나. 피고가 발행한 신문의 기사에 '기사날조'라고만 제목에 표시함으로써 그 제목만 본다면 원고가 기사를 날조한 것이 사실이라고 오인될 소지가 있기는 하나, 그 기사내용과 함께 그 전체적인 취지를 파악할 때, '기사날조'라는 것은 원고의 혐의내용일 뿐이라는 점은 쉽사리 알아차릴 수 있는 것이므로, 피고가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신문이 그 기사에 의하여 보도하는 내용은 통상의 건전한 상식을 가진 사회적 평균인인 독자의 수준에 따라 이해되어야 할 것이고, 기사가 제목과 본문으로 구성되는 경우에 기사의 내용은 그 전체로 판단되어야 하며, 단순히 제목만으로 그 기사내용을 파악할 것은 아니다.

참조조문
원고, 항소인

원고

피고, 피항소인

주식회사 서울신문사

주문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항소비용은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에게 금 100,000,000원 및 이에 대한 1992.6.3.부터 제1심판결 선고일까지는 연 5푼, 그 다음날부터 완제일까지는 연 2할 5푼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각 지급하라는 판결.

항소취지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청구취지와 같은 판결을 구하다.

이유

원고는 이 사건 청구원인으로서, 원고는 월간지 '인사이더 월드'의 발행인으로서 1992.4.경 위 잡지에 "김영삼은 나의 아버지, 김영삼에게 숨겨 놓은 딸 있었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하였는데, 위 기사의 내용은 미국 LA에서 발행되는 '매일신문'에 실린 기사를 기초로 하여 원고측이 위 내용의 사실 여부를 확인한 후에 위 잡지에 게재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피고는 원고를 비방할 목적으로 피고가 발행하는 1992.6.2.자 '서울신문'에 "민자대표 기사날조"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원고가 위 김영삼의 "사생활을 날조해 기사화하였다"라고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보도함으로써 원고의 명예를 훼손하였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위 불법행위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므로 살피건대, 갑 제2호증(신문기사), 갑 제3호증의 1 내지 13(원고에 대한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사건의 수사기록), 갑 제4호증의 1 내지 7(위 사건에 관한 공판기록)의 각 기재에 변론의 전취지를 모아보면, 원고는 미국 LA 매일신문 발행인으로 있는 소외 연 훈으로부터 송부받은 1992.2.20.과 21.자 LA 매일신문의 기사내용(갑 제3호증의 9, 10)을 토대로 하여 1992.4. 하순경 "김영삼은 나의 아버지, 김영삼에게 숨겨놓은 딸 있었다"라는 제목으로 소외 김영삼 당시 민자당 대표최고위원에게 숨겨놓은 사생아가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작성한 후, 이를 자신이 발행인으로 있던 월간지 '인사이더 월드' 1992년 5월호에 게재하고, 같은 책자 25,000부를 인쇄하여 시중에 배포한 사실, 이에 대하여 위 김영삼이 1992.5.1. 고소를 제기함에 따라 원고가 서울지방검찰청으로부터 조사를 받은 후, 1992.5.7.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의 혐의로 구속되었고, 같은 달 22. 서울형사지방법원에 기소되었으나, 같은 법원이 1992.6.1. 위 김영삼으로부터 같은 날짜에 고소가 취소되었다는 이유로 원고에 대하여 공소기각 판결을 선고함에 따라 원고가 석방된 사실, 이에 피고는 1992.6.2. 발행의 '서울신문'에 1단기사로 '민자대표기사 날조 원고성명 생략피고인 석방'이라는 제하에 '피해자측 소취하'라는 부제를 달고 "서울형사지법 주경진 판사는 1일 민자당 김영삼 대표최고위원의 사생활을 날조해 기사화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월간지 인사이더 월드 발행인 원고성명 생략 피고인(51)에 대해 김대표측이 고소를 취하함에 따라 손씨를 석방했다"는 기사를 게재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반증 없다.

무릇 활자로 작성된 대중매체인 신문이 그 기사에 의하여 보도하는 내용은 통상의 건전한 상식을 가진 사회적 평균인인 독자의 수준에 따라 이해되어야 할 것이고, 기사가 제목과 본문으로 구성되는 경우에 기사의 내용은 그 전체로 판단되어야 하며, 단순히 제목만으로 그 기사내용을 파악할 것은 아니라 할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건대, 피고가 발행한 1992.6.2.자 '서울신문'의 기사에 '기사날조'라고만 제목에 표시함으로써 그 제목만 본다면 원고가 기사를 날조한 것이 사실이라고 오인될 소지가 있기는 하나, 그 기사내용과 함께 그 전체적인 취지를 파악할 때, '기사날조'라는 것은 원고의 혐의내용일 뿐이라는 점은 쉽사리 알아차릴 수 있는 것이므로, 피고가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였다고 볼 수 없다.

즉 위 기사의 본문내용에 의하면, 원고가 위 김영삼의 사생활에 관한 허위의 사실을 적시한 기사를 실은 잡지를 시중에 배포하여 위 김영삼의 명예를 훼손하였다는 혐의를 받았고, 그러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사건의 공판진행 중 위 김영삼의 고소취소에 의하여 법원이 원고를 석방하였다는 내용으로 충분히 이해할 수 있으므로, 위 기사의 제목인 "민자대표기사 날조 원고성명 생략피고인 석방", "피해자측 소취하"는 위 기사의 내용을 압축한 것에 불과한 것이고, 그 전체적인 취지는 당시의 원고에 대한 수사 및 공판진행에 관한 객관적인 사실을 표현한 것이라고 보여진다.

그리고 비록 피고가 발행한 위 신문의 기사의 제목에 '혐의'라는 말을 생략하였으며, 본문에도 '허위사실게재의 혐의'라거나 '명예훼손의 혐의'라고 무색투명하게 표현하지 아니하고 다소 오해를 일으킬 수 있는 '날조'라는 말을 사용하였다고 하더라도, '날조'라는 말의 사전적 의미는 '무실한 일을 사실처럼 꾸밈' 혹은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인양 거짓으로 꾸밈'이라는 것이므로, 위 기사의 본문 중 "날조해 기사화 한 혐의"의 의미는 "허위의 사실을 게재하여 기사화한 혐의"라고 해석되는바, 이러한 것만으로는 피고에게 원고의 명예훼손에 관한 고의나 과실이 있다고 추단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다만 법원의 확정판결이 있기 전까지 피의자나 피고인은 무죄가 추정되므로, 그 이전에 혐의사실을 보도하는 것은 일응 헌법상 보장되어 있는 인격의 존엄과 그로부터 파생되어 나오는 개인의 명예를 침해할 여지가 있어 그 보도에 신중을 기하여야 할 것이지만, 헌법상 다른 권리나 제도, 즉 언론의 자유와 아울러 그와 표리의 관계에 있는 국민의 알 권리나 재판공개의 원칙 등 공공의 이익이 더 우월한 경우도 많다고 할 것이므로, 단지 언론기관이 확정판결 이전에 혐의사실을 보도하는 것만으로는 곧바로 개인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불법행위가 성립한다고 볼 수는 없다 할 것이므로, 이 점에 관한 원고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그렇다면, 피고의 명예훼손으로 인한 불법행위가 성립됨을 전제로 그 정신적 손해에 대한 금전배상을 구하는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어느 모로 보나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할 것인바,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고, 항소비용은 패소자인 원고의 부담으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선석(재판장) 김대휘 임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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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서울민사지방법원 1993.4.6.선고 92가합484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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