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17고단705 폭행
피고인
A
검사
원민영(기소), 이선화(공판)
변호인
변호사 B(국선)
판결선고
2017. 7. 13.
주문
피고인은 무죄
피고인에 대한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1. 이 사건 공소사실 요지
피고인은 2016. 9. 13. 12:10경 울산 북구 C에 있는, D 제3공장 폐재반 1층 남자화장실에서 화장실 바닥에 물을 뿌리다가 그곳 청소를 담당하는 피해자 E로부터 바닥이 미끄럽다고 제지를 받자 이에 화가 나, 피해자에게 욕설을 하면서 손으로 피해자의 멱살을 잡고 뒤로 밀쳐 폭행하였다.
2. 판단
이 사건의 쟁점은 '피고인이 E의 멱살을 잡았는지 여부'이고, 멱살을 잡혔다는 E 외에는 피고인이 멱살을 잡는 장면을 본 사람은 없는 사안인바, 아래 사정들에 나타난 E진술의 비신빙성이나 나머지 증거들의 증명력 등에 비추어 이 사건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
가. 이 사건의 경과 요약
(1) 이 사건 공소사실과 관련하여 처음 수사기관에 진정을 한 사람은 E가 아닌 피고인으로, 피고인은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 일시에 판시 남자화장실 입구에서 E로부터 '가슴을 주먹으로 두 번 맞아 전치 2주의 상해를 입었다'며 경찰에 진정서를 제출하였고, 이에 2016. 9. 20. 진정인 자격으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2) 이에 E는 같은 날인 2016. 9. 20. 경찰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으면서, '피고인의 털끝 하나 건드린 적이 없고, 오히려 판시 남자화장실 앞에서 피고인으로부터 멱살을 잡혔다'고 진술하였다.
(3) 2016. 9. 21. 피고인과 E 사이에 대질 조사가 이루어졌는데, 두 사람은 앞서 각 진술과 동일한 입장을 유지하였다.
(4) 2016. 11. 2. E에 대하여 제3회 피의자 신문이 이루어졌는데, E는 그 며칠 전에 이루어진 거짓말탐지기 검사 결과 거짓 반응이 나온 상태에서, 그때까지의 진술을 변경하여 '피고인으로부터 멱살을 잡히자 순간 화가 나서 피고인의 가슴을 손으로 툭툭 쳤다'고 진술하였다.
(5) E은 같은 날 스스로 수사기관에 요청하여 남편이 동석한 상태에서 제4회 피의자 신문을 받았는데, 이때 다시 직전에 이루어진 진술 내용을 번복하여 "피고인으로부터 멱살을 잡히자 '죽여봐라 죽여봐라'고 소리치면서 머리로 피고인의 가슴을 두어번 밀었다"고 진술하였다.
(6) 수사기관은 위와 같은 E의 진술 등을 토대로 2016. 11. 21. E를 상해죄로 약식 기소하였고, 이에 법원이 2017. 1. 18. 벌금 1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발령하자, E은 이에 대하여 정식재판을 청구하여 현재 울산지방법원 2017고정123호로 계속 중이다. (7) 한편 E은 위와 같은 수사기관의 약식 기소 직후 피고인을 이 사건 공소사실과 같은 이유로 고소(이하 '이 사건 고소'라 한다)하였다.
나. E 진술의 신빙성에 대한 판단
(1) '의심스러울 때에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법언에 비추어, 앞서 기재한 바와 같이 피고인이 멱살을 잡았는지 여부에 관하여 사실상 유일한 직접증거라 할 수 있는 E 진술만으로 유죄를 인정하기 위하여는 그 진술의 신빙성이 보다 엄격하게 요구되어야 하는바, 위 '이 사건의 경과'에서 알 수 있듯이 E의 이 사건 고소 전까지의 진술은 '거짓말 탐지기 결과 거짓 반응'이 나온 전(前)과 후(後)를 비교할 때 서로 상당히 다름을 알 수 있어, 결국 'E는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라는 인상과 함께 그녀가 한 모든 진술 전체의 신빙성을 의심하게 만든다.
(2) 또한 이 사건 고소 후 이루어진 E의 수사기관 진술 및 E를 포함한 관련자들의 법정 증언에서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알 수 있다.
(가) 2016. 11. 23.과 2017. 1. 26. 2차례에 걸친 E에 대한 경찰 조사에서, E는 "판시 남자화장실에 화장실 청소를 하려고 들어갔는데(증거기록 18쪽 하단), 피고인이 판시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욕설을 하면서 화장실 안에서 달려와서는(증거기록 71쪽 하단) 오른손으로 멱살을 잡고 뒤로 밀쳤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그러한 진술에 근거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에도 '뒤로 밀쳤다'는 기재가 있는 것으로 보이나, E는 법정에서, 이루어진 증인 신문 때에는 '피고인이 뒤로 밀친 적은 없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나) E는 법정에서 이 사건 고소장을 누가 작성했느냐는 질문에 '경찰관이 작성하였다'고 하였으나, 당일 직후 증인으로 신문한 F2)의 진술에 의할 때 이 사건 고소장은 F이 E의 진술을 토대로 협력하여 작성한 것으로 확인된다.
(다) 이 사건 당시 두 사람이 서 있던 위치에 관하여, E의 위와 같은 경찰 진술에 따르면 '남자 화장실 입구 또는 입구 부근 안쪽'으로 볼 수밖에 없고, 이는 E에 대한 최종 증인신문3) 때에도 확인한 바 있으나4), 당시 '피고인이 서 있다가 욕설을 하면서 오른손을 앞으로 뻗은 채 E 쪽으로 한 발짝 내딛으면서 나아가는 장면을 목격하였 다'는 취지의 G5)의 법정 증언에 의하면, 당시 피고인은 판시 남자 화장실 입구에 서있었고, E은 그와 약 4-5걸음6) 정도 떨어져 있는 여자 목욕탕 입구에 서 있었다는 것으로, E의 진술과 다르다).
(라) 나아가 G의 증언에 따르면, "(1) 소리가 나서 사무실 밖으로 나와보니, 위와 같은 장면을 목격하였다. (2) 그 상황에서 다시 사무실로 들어갔기에 피고인이 멱살을 잡는 모습 자체를 목격하지는 못하였다. (3) 사무실로 다시 들어가기 전까지 더 이상의 소리는 듣지 못하였다"는 것이고, 그 진술태도 등에 비추어 믿음이 가는바, ① 만일 진실로 피고인이 E의 멱살을 잡았다면, G이 마지막으로 목격한 시각으로부터 1-3초 내에는 피고인이 E의 멱살을 잡았다고 보는 것이 상식과 경험칙에 부합하는 점, ② 그럼에도 G이 사무실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멱살 장면을 보지 못하였을 뿐만 아니라, 정리한 바와 같이 사무실 안에서 소란 소리를 듣고 밖에 나왔던 G이 사무실에 다시 돌아가기 전까지 더 이상의 소란 소리도 듣지 못하였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는 오히려 피고인이 E의 멱살을 잡았다는 공소사실에 대한 정황증거가 되기보다는 멱살을 잡지 않았다는 피고인의 변소에 보다 부합하는 정황증거가 된다.다. 나머지 증거들에 대한 판단
(1) E가 피고인으로부터 멱살을 잡힌 후 생긴 상처에 관한 증거라면서 검찰이 제한 폭행 부위 사진(순번 4, 32 내지 34), 그 사진의 원본 CD(순번 31), 진단서(순번 3) 등에 따르면, E의 왼쪽 목 앞쪽 쇄골 부위에 손톱 자국으로 추정되는 흔적이 발견되는 것은 사실이나, 위와 같은 E 진술의 비일관성, 관련 탄핵증거들의 존재 및 위 사진이나 CD에 나타난 흔적의 정도 · 부위 등에 비추어 피고인과 무관하게 발생하였을 가능성 - E의 자해(自害) 등 - 을 배제할 수 없다.
(2) "E로부터 전화 연락을 받고 현장에 가보니 E로부터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취지로 폭행을 당하였다는 말을 듣고 위와 같은 상처를 확인하여 함께 병원에 갔고, 같이 간 여직원이 상처 사진 - 순번 4, 31 내지 34와 동일한 사진 - 을 찍었다"는 취지의 F의 수사기관 진술 및 법정 증언 또한 전문(傳聞)진술에 불과하거나, 당시 확인한 상처가 앞서 지적한 것처럼 피고인과 무관하게 발생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증거가치가 부족하다8).
(3) 2017. 2. 7.자 부산지방노동위원회 판정서(순번 26)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에게 폭언으로 인한 징계사유는 존재하나 피고인이 E의 멱살을 잡아 폭행하였는지에 관해서는 '정확히 알 수 없다'는 입장(증거기록 189쪽)이어서, 이 또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인정할 증거로 삼기에는 부족하다.
3.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죄가 되지 아니하거나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로서 형사소송법 제325조에 따라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에 따라 그 요지를 공시한다.
판사
판사신우정
주석
1) 변호인의 '증인을 뒤로 밀친 것이 맞나요'라는 질문에 대한 E의 답변으로, 이에 변호인이 '공
소사실에는 뒤로 밀쳤다고 되어 있는데 어떤까요'라는 취지로 다시 묻자 '당시 밀쳤는지 제
멱살을 잡길래...'라고 답변하였다.
2) E가 그 주장의 폭행을 당한 후 최초로 연락한 사람으로, E가 소속된 D 울산공장 협력업체인
H 소속 팀장이다.
3) 제4회 공판기일 때 최초 증언을 하였고, G에 대한 증인신문이 이루어진 제6회 공판기일 때
에도 G의 증언 직후 재정증인 형태로 직권으로 채택되어 증언을 하였으며, 마지막 공판기일
인 제7회 공판기일 때에도 재정증인 형태로 직권으로 채택되어 증언을 하였다.
4) 공소사실도 이를 전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5) 당시 남자 화장실과 약 7-8m 떨어져 있는 I 사무실에 있었던 사람이다.
6) 그와 같은 검사의 질문에 "예"라고 대답하였다. 한편 '3m'라는 표현을 스스로 썼고, '2-3m'라
는 재판장의 질문에 '맞다'라고도 대답하였다.
7) E는 앞서 각주 3)에 기재한 바와 같이 위와 같은 G의 법정 진술 직후 증언을 하였는데, G의
증언에 대하여 'G이 말하고 있는 장소는 결국 남자화장실 안이나 마찬가지이다'라는 취지로
도 진술하였다. 이에 마지막 공판기일에도 나온 E에게 다시 그 취지가 무엇인지 확인한바,
'가까운 거리라는 취지이고, 남자화장실 입구 부근이나 그 안쪽에서 멱살을 잡힌 것이 맞다'
는 내용을 최종적으로 확인하였다.
8) 한편 F은 '피고인이 폭언을 행사해온 것은 사실이나, 아직까지 직원들을 상대로 폭력을 행사
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는 취지로 수사기관이나 법정에서 일관하여 진술하였고, 이는 G도
마찬가지이다.
9) 피고인은 2016. 10. 31. 이 사건과 관련 D 주식회사로부터 정직 2개월의 처분을 받고 재심
신청하였고 그 결과 2016. 11. 29. 보훈대상자라는 등의 이유로 1개월이 감경된 정직 1개월의
처분을 받았으나, 이에 불복하여 다시 부산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였는데, 이에 대한
판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