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고 인
피고인 1 외 3인
항 소 인
피고인들
검사
이윤구(기소), 조현일(공판)
변 호 인
변호사 최성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피고인들은 각 무죄.피고인들에 대한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1.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전제사실] 피고인들은 민주노총 전국건설노조 충북건설기계지부 ○○지회(이하 ‘○○지회’라 한다) 소속의 노조원들로, 피고인 3은 지회장, 피고인 2는 법규차장, 피고인 1은 정책차장, 피고인 4는 사무차장으로 일하는 사람들이다.
피해자 공소외 1은 (주소 1 생략)에 있는 △△천 일원에서 공소외 4 합자회사(이하 ‘공소외 4 회사’라고만 한다)가 시행하는 「△△천 □□제 수해상습지 개선사업」 공사의 현장소장이고, 피해자 공소외 2는 2012년에 ○○지회에 가입하였다가 2014. 2.경 탈퇴를 한 사람이다. 피해자들은 구두 합의에 따라 피해자 공소외 2의 장비를 위 피해자 공소외 1의 공사현장(이하 ‘이 사건 공사현장’이라 한다)에 투입하여 공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범죄사실] 피고인들은 2014. 3. 초순경 같은 노조원인 공소외 3으로부터 ‘타지역 장비를 운영하고 있고 자신들의 노조에도 가입하였다가 탈퇴한 피해자 공소외 2가 ○○에서 진행되고 있는 이 사건 공사현장에 장비를 투입하여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해 듣고는, 피해자들에게 압력을 넣어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위 공소외 2의 장비를 철수하게 하고, 대신 ○○지회 소속 노조원의 장비를 투입하게 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에 피고인들은 2014. 3. 5. 10:00경 피해자 공소외 1이 현장소장으로 있는 위 공소외 4 회사 현장 사무실에 찾아가 위 피해자에게 “민주노총이 어떤 곳인지 아느냐. 공소외 2의 장비는 민주노총 소속 장비가 아니다. 당장 장비를 빼라. 어디 계속 사용할테면 해봐라. 계속 사용을 하면 공사를 못하게 하겠다. 발주처(충청북도)에 진정을 넣겠다”라고 함께 말하고, 피해자 공소외 2에게 “민주노총이 어떤 곳인지 아느냐. 현장에서 장비를 빼라”고 함께 말하고, 피고인 1은 “토요일(2014. 3. 8.)까지 장비를 빼라”고 말하여 피해자들에게 겁을 주었다.
또한 피고인 2는 2014. 3. 하순경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부실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내용의 위 노조 ○○지회장 피고인 3 명의의 진정서를 작성하고,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촬영한 사진을 첨부하여 위 공사 발주처인 충청북도에 제출하여 진정을 제기하였다. 이에 피해자들은 위와 같은 피고인들의 협박을 견디지 못하여, 피해자 공소외 1은 2014. 4. 7.경 피해자 공소외 2에게 현장에서 장비를 철수해 줄 것을 요청하고, 피해자 공소외 2는 결국 2014. 4. 11.경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장비를 철수하였으며, 피해자 공소외 1은 2014. 4. 12.경 위 현장 사무실에서 약속한 내용을 문서로 남기지 않으면 충청북도에 제기한 위 진정을 철회하지 않겠다는 피고인 4의 요구에 따라 그가 미리 작성하여 온 “공사현장에서 사용하는 모든 건설장비는 ○○지회와 합의하여 결정한다”라는 내용의 협약서(이하 ‘이 사건 협약서’라 한다)에 서명을 하여 이를 작성하였다.
이로써 피고인들은 공동하여 피해자들을 협박함으로써 피해자 공소외 1로 하여금 자신이 관리하는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사용되던 장비를 철수하게 하고, 피고인들이 요구하는 대로 이 사건 협약서를 작성하고, 피해자 공소외 2로 하여금 자신의 장비를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철수하게 하여 피해자들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였다.
2.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피고인들이 2014. 3. 5.경 피해자들에게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피해자 공소외 2의 장비를 철수할 것을 요청하는 과정에서 다소 언성을 높여 이야기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당시 피고인들이 이 사건 공소사실과 같이 피해자들에게 “민주노총이 어떤 곳인지 아느냐. 계속 공소외 2의 장비를 사용하면 공사를 못하게 하겠다”라는 등으로 민주노총이라는 집단의 위력(위세)을 이용하려는 취지의 말을 한 사실은 없다.
또한 피고인들은 2014. 4. 12. 피해자 공소외 1과 이 사건 협약서를 작성하기는 하였으나, 이는 피고인들이 2014. 4. 10. 피해자 공소외 1과 이 사건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상호 원만하게 협상(합의)한 내용을 명확히 하기 위해 작성한 것일 뿐이다. 이 사건 공소사실과 같이 피해자 공소외 1이 아무런 사전 합의가 없는 상태에서 “2014. 4. 12.경 이 사건 협약서를 작성하지 않으면 진정을 철회하지 않겠다는 피고인 4의 요구에 따라 일방적으로 서명하였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그럼에도 이 사건 공소사실을 모두 사실로 인정하여 이를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의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나. 법리오해
피고인들의 행위는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공동강요)죄 내지 형법상 강요죄의 수단인 ‘협박’에 해당하지 않는다. 즉, 피고인들이 피해자들에게 피해자 공소외 2의 장비철수를 요청하는 과정에서 피해자들로 하여금 공포심을 느낄 수 있는 상당한 정도의 해악의 고지는 없었고, 피고인들이 이 사건 공사현장에 대한 진정(진정)행위 또한 위와 같은 장비철수 및 그 중재과정에서 일종의 협상카드로서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발생한 문제점을 정당하게 지적한 것일 뿐이어서, 이를 두고 사회상규에 반하는 권리의 남용이라고 볼 수도 없다.
그럼에도 피고인들의 행위가 강요죄의 수단인 ‘협박’에 해당한다고 보아 이 사건 공소사실을 그대로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의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다. 양형부당
원심이 선고한 형(각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은 각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3.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가. 원심의 판단
피고인들은 원심에서도 위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항소이유와 같은 취지의 주장을 한 바, 원심은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피해자들은 피해자 공소외 2의 공사장비를 철수하지 아니하면 발주처에 대한 진정 등의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외포심에 공사장비를 철수하고 협약서를 쓴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다”라고 판단한 다음 이러한 피고인들의 행위가 강요죄의 수단인 ‘협박’에 해당한다고 보아 이 사건 공소사실을 그대로 유죄로 인정하였다.
① 피고인들은 2014. 3. 5. 피해자들에게 3일 내로 피해자 공소외 2의 장비를 뺄 것을 요구하면서, 그렇지 않을 경우 발주처에 민원을 넣는 방법 등으로 일을 못하게 하겠다고 말하였다. 피고인 2도 이 법정에서의 피고인신문 시에 ‘감독님한테 얘기해서 계속 시정조치 시키겠다’고 말한 사실이 있다고 진술하고 있으며, 검찰조사 시에도 피고인 2는 ‘공사현장에서 발생하는 부실시공에 대해서는 발주처에 연락하겠다’는 말을 한 사실이 있다고 진술하였다(수사기록 99쪽 참조).
② 그 이후로도 피고인들은 발주처(충북도청)나 피해자 공소외 1의 회사 사장에게 전화하여 피해자 공소외 2의 장비를 뺄 것을 요구하였으며, 그리하여 피해자 공소외 1의 회사 사장이 피해자 공소외 1에게 수차례 피해자 공소외 2의 장비를 뺄 것을 요구하였다.
③ 실제로 피고인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피고인 2는 2014. 3. 말경 피해자들의 공사현장에서 직접 촬영한 사진을 첨부하여, 위 공사가 부실시공이니 철저하게 조사하여 처벌해 달라는 취지로 발주처(충청북도)에 진정을 제기하였다.
④ 결국 이러한 조치에 심한 압박을 느낀 피해자 공소외 1의 협상 요구로 2014. 4. 초경(2014. 4. 3.인지 2014. 4. 10.인지는 불명확하다) 식당에서 피해자 공소외 1과 피고인들 등이 만나서 협의를 하였는데, 비록 최종적으로는 합의가 이루어지기는 하였으나 그 합의과정을 보면, 피해자 공소외 1은 피해자 공소외 2의 장비를 뺄 수는 없으며 계속해서 피고인들이 그것을 요구할 경우에는 자신이 회사를 그만둘 수밖에 없다는 취지로 이야기했으며, 피고인들은 처음부터 계속하여 일단 피해자 공소외 2의 장비를 빼는 것만큼은 양보를 할 수 없으니 피해자 공소외 2의 장비는 반드시 빼줄 것을 요구하면서, 그것이 성사되지 않을 경우에는 피해자 공소외 1의 회사 사장을 만날 수밖에 없으며, 감사원 감사를 받게 할 수도 있다는 취지의 얘기를 하는 등, 피해자 공소외 1은 자의로 피고인들과 합의에 이르렀다고 보이지 않는다.
⑤ 피해자 공소외 1이 공사현장에 사용하는 모든 건설장비를 피고인들측(민주노총)에서 배차하는 장비만을 사용하겠다는 취지의 협약서에 서명을 하자, 피고인들이 곧바로 위 진정을 취하하였다.
나. 당심의 판단
⑴ 이 사건의 쟁점
피고인들의 위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항소이유 주장은 궁극적으로, 피고인들이 피해자들로 하여금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피해자 공소외 2의 장비를 철수하도록 한 행위가, 피고인들 및 피해자들이 이 사건 공사현장의 관계인으로서 상호 충돌하는 이해관계를 조정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하면서 피고인들의 요구사항을 관철시키기 위해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범위 내에서 여러 수단을 동원한 것에 그치는 것인지, 위 허용범위를 넘어 형법상 금지되는 강요죄의 수단인 ‘협박’에 해당하는 정도에 이르렀는지 여부에 대한 문제로 귀결된다.
⑵ 기본법리
㈎ 강요죄의 수단인 협박은 사람의 의사결정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의사실행의 자유를 방해할 정도로 겁을 먹게 할 만한 해악을 고지하는 것을 말하는데, 해악의 고지는 반드시 명시적인 방법이 아니더라도 말이나 행동을 통해서 상대방으로 하여금 어떠한 해악에 이르게 할 것이라는 인식을 갖게 하는 것이면 족하고, 그러한 해악의 고지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고지된 해악의 구체적 내용, 행위자와 상대방의 성향, 고지 당시의 주변 상황, 행위자와 상대방 사이의 관계·지위, 그 친숙의 정도, 강요된 권리와 의무와 관련된 상호관계 등 행위 전후의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되어야 한다( 대법원 2010. 4. 29. 선고 2007도7064 판결 , 2013. 4. 11. 선고 2010도13774 판결 , 2013. 9. 27. 선고 2011도8838 판결 등 참조).
㈏ 한편, 민법 제110조 제1항 은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는 취소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고, 여기에서의 ‘강박(강박)에 의한 의사표시’에 해당하려면 어떠한 해악을 고지하는 강박행위가 위법하여야 하는데, 해악의 고지로써 추구하는 이익이 정당하지 아니하거나, 강박의 수단으로 상대방에게 고지하는 해악의 내용이 법질서에 위배되거나, 어떤 해악의 고지가 거래관념상 그 해악의 고지로써 추구하는 이익의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부적당한 경우 등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따라 강박행위의 위법성을 판단하게 된다( 대법원 2000. 3. 23. 선고 99다64069 판결 등 참조). 그에 따라 부정행위에 대한 고소·고발은 정당한 권리행사로서 위법하다고 할 수 없으나, 부정한 이익을 취할 목적으로 이루어지거나, 목적이 정당하더라도 행위나 수단 등이 부당한 때에는 위법한 강박행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대법원 1997. 3. 25. 선고 96다47951 판결 , 1992. 12. 24. 선고 92다25120 판결 등 참조).
물론 위 법리는 민법상 ‘강박(강박)에 의한 의사표시’에 대한 판단기준으로서, 이를 형법상 강요죄의 수단인 ‘협박(협박)’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곧바로 원용할 것은 아니다. 특히 어떠한 행위를 통하여 상대방으로 하여금 예컨대 옷을 벗게 하거나 오리걸음을 걷게 하는 등과 같은 사실행위(사실행위)를 하도록 한 경우에는, 권리의무의 주체로서 의사결정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민법 제110조 제1항 에 대한 위 법리를 원용하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 그러나 이 사건은 피고인들이 피해자들로 하여금 피해자들 사이에 체결되었던 피해자 공소외 2의 장비에 대한 도급계약을 해지하고 향후 ○○지회 소속 장비를 사용한다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하게 한 것으로서, 단순한 사실행위를 하도록 강제한 사안과는 다르다. 이는 궁극적으로 어떠한 행위를 통하여 상대방의 의사결정과정에 일정한 영향을 미쳐 그로 하여금 특정한 내용의 의사표시(의사표시)를 하거나 특정한 내용의 계약을 체결하도록 한 것이다. 따라서 그 행위가 상대방의 의사결정의 자유를 부당하게 제한하는 것으로서 해당 행위자에게 강요죄의 형사책임을 지울 정도에 이르는지 여부와 상대방에게 해당 의사표시를 취소할 권리를 인정하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기준은 상호 근접할 수 밖에 없다. 오히려 상대방이 민사상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로서 이를 취소할 수 없는 정도의 사실관계라면, 그 행위자에게 형사상 ‘협박’을 수단으로 한 강요죄의 성립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형사법의 보충적(보충적) 역할에 비추어 타당하다고 할 것이다.
⑶ 이 사건 피고인들의 행위에 대한 판단(평가)
위와 같은 법리에다가 원심 및 당심에서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보태어 이 사건 기록을 면밀히 검토하여 보면, 피고인들이 피해자들로 하여금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피해자 공소외 2의 장비를 철수하도록 한 행위가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범위를 넘어 형법상 강요죄의 수단인 ‘협박’에 해당하는 정도에 이르렀다고는 볼 수 없고, 이를 지적하는 피고인들의 주장은 이유 있다.
우선 피고인들이 피해자들로 하여금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피해자 공소외 2의 장비를 철수하도록 한 행위의 목적이 명백히 위법하다거나 이를 통해 추구하고자 하는 이익이 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
즉, 전국적인 건설기계 장비의 공급과다 상태를 해결하고 적정한 건설기계 사용가격을 형성하기 위해 각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지역 건설장비 우선 사용 정책’을 펼치고 있고, 건설장비근로자들은 민주노총 소속의 ‘지역지회’(이 사건의 ○○지회가 이에 해당한다) 또는 ‘건설기계연합회’에 가입되어 있는 상태에서 해당 지역의 공사현장에서만 작업을 진행하되, 다른 지역의 공사 현장에 투입될 경우에는 ‘지역지회’ 및 ‘지역연합회’ 상호간 사전에 그 투입사실을 통지하고 그에 대한 양해를 구하도록 함으로써 건설장비근로자들 사이의 마찰을 미연에 방지하여 온 것으로 보인다(이러한 관행의 존재사실에 대해서는 피해자들 또한 인정하고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피해자 공소외 2는 민주노총 전국건설노조 충북건설기계지부 ◇◇지회(이하 ‘◇◇지회’라 한다)의 조합원이었는데, 2012년 및 2013년경 ◇◇지회와 ○○지회 상호간에 위와 같은 통지 및 양해가 이루어짐에 따라 ◇◇지역이 아닌 ○○지역 공사현장에서 작업을 진행하여 왔다. 그러던 중 피해자 공소외 2는 2014. 2. 하순경 ○○지회의 조합원인 공소외 3으로부터 “피해자 공소외 2가 다른 지역지회의 조합원임에도 2년 동안 ○○지역 공사현장에서 작업을 진행하였으니, 2014년부터는 ○○지회 소속 건설장비근로자에게 그 작업을 양보해달라”라는 취지의 말을 듣자, 민주노총 소속의 ◇◇지회를 탈퇴하고 건설기계연합회에 가입하여 지역연합회 사이의 통지·양해를 통해 ○○지역 공사현장에서의 작업을 계속하였다. ○○지회의 간부인 피고인들은 위 공소외 3의 요청에 따라 위 사실관계를 파악한 후, 피해자 공소외 2의 행위는 앞서 본 바와 같은 관행을 편법적으로 이용함으로써 되려 건설장비근로자들 사이의 갈등을 유발하는 것이라 판단하여, 피해자들로 하여금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피해자 공소외 2의 장비를 철수하도록 한 것이다.
물론 이 사건을 두고 피고인들이 민주노총의 지역지회를 ‘배신’하고 건설기계연합회에 ‘빌붙은’ 피해자 공소외 2에 대한 일종의 응징행위이거나, 건설장비근로자들이 소속된 단체들인 민주노총 내지 건설기계연합회 사이의 패권(이권)다툼으로 볼 여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피고인들은, 피해자 공소외 2가 ◇◇지회의 조합원으로서 ○○지회의 양해에 따라 2년 동안 ○○지역의 공사현장에서 작업을 진행하면서 나름의 경제적 이익을 얻어왔음에도 ○○지회의 조합원으로부터 양보를 요청받자 곧바로 건설기계 연합회의 비호 아래 계속하여 경제적 이익을 꾀하려 한 행위가 앞서 본 바와 같은 관행의 취지를 무색하게 하여 건설장비근로자들 사이 내지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각 단체들 사이의 갈등을 유발한다고 판단하여, 이를 막기 위해 여러 수단을 동원한 것으로 보이는 바, 이러한 행위를 두고 그 목적이 형사상 처벌대상으로 삼을 정도로 위법하다거나 부당한 경제적 이익을 얻으려 한 것이라 단정할 수는 없다.
피고인들이 2014. 3. 5.경 피해자들을 만나 피해자 공소외 2의 장비철수를 요구함에 있어 사회통념상 허용되지 않을 정도의 행위 내지 수단을 동원하였다고 보기도 어렵다.
ⅰ) 우선, 피고인들은 2014. 3. 5.경 애초에 피해자들로 하여금 피해자 공소외 2의 장비철수를 요구할 목적으로 아무런 사전 연락 없이 기습적으로 피해자들을 찾아간 것은 아니다.
피고인들은 2014. 3. 4.경 위 공소외 3으로부터 피해자 공소외 2가 통지·양해의 관행을 어기고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은 후, 같은날 이 사건 공사현장의 현장소장인 피해자 공소외 1에게 사실관계 파악을 위한 면담을 전화로 요청하였다(증 제1호증 참조). 이에 피해자 공소외 1은 다음날인 2014. 3. 5. 10:00경 이 사건 공사현장의 사무실에서의 면담을 수락하였다.
피고인들이 피해자 공소외 1과의 면담을 시작하면서 “피해자 공소외 2가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작업을 진행하는 점에 대해 ○○지회에 아무런 통지가 없었으니 확인해 달라”라고 요청하자 피해자 공소외 1은 “피해자 공소외 2가 ○○지역에 미리 연락하였다고 알고 있다”라고 대답하였다. 그 확인을 위해 위 사무실에 도착한 피해자 공소외 2가 “◇◇지회를 탈퇴하였고, 연합회에 가입하여 그 사이의 통지·양해를 거쳤다”라고 피고인들 및 피해자 공소외 1에게 그 사실을 밝히자, 피고인들은 그제서야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피해자 공소외 2에게 장비의 철수를 요청하기 시작한 것이다(피해자 공소외 2는 피고인들이 위 공소외 3과 상의하여 처음부터 자신의 장비를 철수시킬 목적으로 위 사무실에 찾아왔다고 주장하나, 피해자 공소외 2의 진술만으로는 이를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공판기록 제43~44쪽 참조).
ⅱ) 나아가 피고인들이 피해자 공소외 2에게 장비의 철수를 요청하는 과정에서도 그 발언의 형식 내지 내용 등에 비추어 사회통념상 허용되지 않을 정도의 행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먼저 피고인들은 피해자 공소외 1과 특별히 심각한 수준으로 언성을 높이지 않은 채 존댓말을 사용하면서 피해자 공소외 2의 장비 사용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을 요구하였고, 피고인들은 피해자 공소외 2가 위 사무실에 도착하여 ◇◇지회 탈퇴 등을 알리자 다소 언성이 높아지기는 하였으나, 그 당시에도 욕설을 하거나 반말을 사용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공소외 1의 증언, 공판기록 제62~63쪽 참조).
또한 이 사건에 제출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들이 피해자들에게 “피해자 공소외 2의 장비를 철수하지 않으면 발주처에 민원을 넣는 등으로 일을 못하게 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한 사실 외에 피고인들이 “민주노총이 어떤 곳인지 아느냐”라는 등으로 민주노총이라는 집단의 위력(위세)을 이용하려는 취지의 말을 한 사실을 인정하기는 어렵다. 위 사실에 부합하는 증거로는 오로지 피해자 공소외 2의 진술이 있으나, 피해자 공소외 2는 자신의 피해내용에 대해 일부 과장된 진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공판기록 제48쪽 및 제50쪽 참조), 피해자 공소외 1은 수사기관 및 원심 법정에서 위 사실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피고인들이 2014. 3. 5.경부터 2014. 3. 하순경까지 발주처인 충청북도청에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부실시공이 벌어지고 있으니 철저하게 조사해 달라”는 취지로 전화를 하거나 진정을 제기한 사실을 두고, 피고인들이 사회통념상 허용되지 않는 수단을 동원하였다고 보기도 어렵다.
즉, 일부 문제의 소지가 있는 행위에 대한 고소·고발·진정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정당한 권리의 행사로서 위법하다고 할 수 없음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런데 피고인들의 전화통화 내지 진정에 대하여 충청북도의 담당자가 “피고인들이 지적한 부분이 사실이기는 하나 부실공사라 할 정도에는 이르지 못하였고 향후 공사를 진행하면서 해결될 수 있다”라는 취지로 답변한 점(증거순번 20번 및 26번)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들은 사실에 기초하여 이 사건 공사현장에 대한 문제점을 정당하게 지적한 것으로 보일 뿐, 이를 넘어 허위의 사실을 날조하여 진정함으로써 피해자들을 부당하게 압박한 것에는 해당하지 아니한다.
물론 피고인들의 위와 같은 진정 등은 “피해자 공소외 2의 장비를 철수하지 않으면 민원제기를 통해 이 사건 공사를 진행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라는 위 2014. 3. 5.자 면담의 연장선상에 있기는 하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진정 등의 실질적인 목적인 ‘피해자 공소외 2의 장비 철수’가 명백히 위법하다고 보기는 어려운 이 사건에서, 나름의 사실에 기초하여 이루어진 피고인들의 위 진정 등 행위가 위와 같은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회통념상 받아들일 수 없을 정도로 부적당하여 전체적으로 위법하다고는 보기 어렵다.
4.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들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은 이유 있으므로 피고인들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 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위 제1항과 같은 바, 위 제3의 나.항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모두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피고인들에 대하여 각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 에 따라 그 판결의 요지를 공시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