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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 2010. 9. 28. 선고 2010누3536 판결
[여행증명서발급거부처분취소][미간행]
원고, 피항소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정정훈 외 1인)

피고, 항소인

오사카총영사관총영사 (소송대리인 정부법무공단 담당변호사 박준범)

변론종결

2010. 8. 24.

주문

1. 제1심 판결을 취소한다.

2.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총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1. 청구취지

피고가 2009. 5. 25. 원고에 대하여 한 여행증명서 발급거부처분을 취소한다.

2. 항소취지

주문과 같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행정처분성에 관한 피고의 본안 전 항변에 대한 판단

이 법원이 이 부분에 관하여 설시할 이유는 제1심 판결의 이유 중 각 해당 부분 기재와 같으므로, 행정소송법 제8조 제2항 ,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기하여 이를 인용한다.

2. 소의 이익에 관한 피고의 본안 전 항변에 대한 판단

가. 피고는, 원고가 이 사건 여행증명서 발급을 신청한 것은 2009. 6. 5. 민족문제연구소 주최로 개최되는 한일공동심포지엄에 참석하기 위하여 2009. 6. 3.부터 같은 달 7.까지를 체류기간으로 한 것이었는데, 위 심포지엄 개최일시 및 원고의 체류예정기간은 이 사건 소제기 이전에 이미 종료되어, 피고가 이 사건 여행증명서 발급을 거부한 처분(이하 ‘이 사건 거부처분’이라 한다)이 취소된다고 하더라도 원고가 원하는 목적을 달성할 수 없으므로, 소의 이익이 없다고 본안 전 항변을 한다.

나. 살피건대, 행정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는 그 처분에 의하여 발생한 위법상태를 배제하여 원상으로 회복시키고 그 처분으로 침해되거나 방해받은 권리와 이익을 보호·구제하고자 하는 소송이므로, 비록 처분을 취소한다 하더라도 원상회복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그 처분의 취소를 구할 이익이 없는 것이 원칙이지만( 대법원 1997. 1. 24. 선고 95누17403 판결 , 대법원 2007. 1. 11. 선고 2004두8538 판결 등 참조), 원상회복이 불가능하다고 보이는 경우라 하더라도, 동일한 소송 당사자 사이에서 그 행정처분과 동일한 사유로 위법한 처분이 반복될 위험성이 있어 행정처분의 위법성 확인 내지 불분명한 법률문제에 대한 해명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등에는 행정의 적법성 확보와 그에 대한 사법통제, 국민의 권리구제의 확대 등의 측면에서 여전히 그 처분의 취소를 구할 이익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대법원 2007. 7. 19. 선고 2006두19297 전원합의체 판결 , 2008. 2. 14. 선고 2007두13203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이 사건에서, 여권법 제14조 에서 여행증명서의 유효기간은 1년으로 하고, 그 여행증명서의 발급 목적을 이루면 그 효력을 잃는다고 규정한 점에 비추어, 여행증명서는 그 유효기간의 범위 내에 발급목적의 달성이 가능한 경우에 한하여 발급할 수 있다고 할 것인데, 원고가 신청한 체류예정기간이 이미 지났고, 여행목적인 심포지엄참석이 불가능해진 이상, 이 사건 거부처분이 취소된다고 하더라도 원고가 같은 사유로 여행증명서를 발급받을 수는 없어 원상회복이 불가능하게 되었다고 할 것이지만, 이 사건 변론전체의 취지에 나타나는 바와 같이, 원고는 외국국적을 보유하지 아니한 외국거주 대한민국 동포로서 주로 민족문제와 관련된 학술활동을 하는 사람이고, 기존에도 두 차례 대한민국에서 열리는 심포지엄 등에 참석한 적이 있으며, 향후에도 학술활동이나 토론회 참석 등을 위하여 남한을 왕래하기 위한 여행증명서의 발급신청을 다시 할 수 있다는 의사표명을 하고 있는 만큼, 원고와 피고 사이에서 이 사건 거부처분과 동일 또는 유사한 사유로 처분이 반복될 가능성이 있어 이 사건 거부처분에 관한 위법여부 확인 내지 불분명한 법률문제에 대한 해명이 필요하다고 할 것이므로, 원고에게는 여전히 이 사건 거부처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피고의 위 본안 전 항변은 이유 없다.

3. 이 사건 거부처분의 적법 여부에 대한 판단

가. 원고의 주장

이 사건 거부처분의 표면적인 이유는 경찰청에서 신원증명이 되지 않았다는 것이나 그 실질적인 이유는 원고가 무국적자로서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하기를 거부하였기 때문이다. 피고가 위와 같은 이유로 한 이 사건 거부처분은 여권법과 무국적자의 지위에 관한 협약을 위반하였고 나아가 불합리한 차별을 금지하는 헌법 제11조 등에 위반한 행위로서 위법할 뿐만 아니라 재량권을 일탈, 남용한 처분이다.

나. 관련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다. 판 단

(1) 무국적의 외국 거주 동포에 대한 여행증명서 발급에 적용되는 법리에 관하여 본다.

(가)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이하 ‘남북교류법’이라 한다) 제10조 에서는 “외국 국적을 보유하지 아니하고 대한민국의 여권을 소지하지 아니한 외국 거주 동포(이하 ‘무국적의 외국 거주 동포’라 한다)가 남한을 왕래하려면 여권법 제14조 제1항 에 따른 여행증명서(이하 ‘외국 거주 동포용 여행증명서’라 한다)를 소지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 규정은 군사분계선 이남지역과 그 이북지역 간의 상호 교류와 협력을 촉진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에 이바지하려는 남북교류법의 목적( 제1조 )에 의하여,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통일부장관으로부터 방문승인과 증명서(이하 ‘방문증명서’라 한다)를 받은 후 출입장소에서 심사를 받은 경우에는 남한의 주민이 북한을 방문하거나 북한의 주민이 남한을 방문하는 것을 허용함에 따라( 제9조 제1항 , 제11조 ), 대한민국의 여권을 소지하지 아니한 무국적의 외국 거주 동포에 대하여도 남한에 출입할 수 있는 근거 서류에 관하여 정한 것이지만, 북한의 주민의 경우에는 위와 같이 방문승인, 방문증명서 발급 및 출입장소에서의 심사에 관하여 구체적인 규정을 두고 있는 것과는 달리, 외국 거주 동포용 여행증명서 발급이나 입국심사 등의 절차에 관하여 구체적인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나) 그런데, 여권법은 외국을 여행하는 국민이 소지하여야 하는 대한민국 여권의 발급 등에 관하여 규정한 법률로서( 제1 , 2조 ), 대한민국 여권의 발급대상은 대한민국의 국적을 취득한 자로 제한됨이 원칙이고, 무국적의 외국 거주 동포는 여권법의 적용 대상이 아니다. 이에 따라, 일반적으로 여권은 한 국가의 국민임을 확인하고, 사실상 외국의 당국에게 당해 여권의 소지자가 입국하고 자유로이 그리고 안전하게 통과하도록 허용해달라고 요청하며, 여권의 소지자에게 여권발급국의 외교관 및 영사관직원들의 보호와 주선에 대한 권리를 승인하는 문서로서, 그 성격과 목적상 외국의 정부에 대하여 제출되는 문서이며, 외국에 대하여 그 명의인의 국적을 증명하는 신분증명서로서의 역할과 함께 국내적으로는 그 명의인에 대한 출국허가의 성격도 갖고 있다고 설명된다.

한편, 여권법 제14조 제1항 제3항 에 의하면, 외교통상부장관은 국외 체류 중에 여권을 잃어버린 사람으로서 여권의 발급을 기다릴 시간적 여유가 없는 사람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람에게 여행목적지가 기재된 여권을 갈음하는 증명서(이하 ‘여권법상 여행증명서’라 한다)를 발급할 수 있고, 여권법상 여행증명서의 발급과 효력에 관하여 여권에 관한 규정 중 상당부분( 제12조 의 여권의 발급 등의 거부·제한 등도 포함된다)이 준용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구 여권법 시행령(2009. 7. 7. 대통령령 제2161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16조 에서는 여권법상 여행증명서의 발급대상자를 ① 출국하는 무국적자( 제1호 ), ② 국외에 체류하거나 거주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여권을 잃어버리거나 유효기간이 만료되는 등의 경우에 여권 발급을 기다릴 시간적 여유가 없이 긴급히 귀국하거나 제3국에 여행할 필요가 있는 사람( 제2호 ), ③ 국외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일시 귀국한 후 여권을 잃어버리거나 유효기간이 만료되는 등의 경우에 여권 발급을 기다릴 시간적 여유가 없이 긴급히 거주지국가로 출국하여야 할 필요가 있는 사람( 제3호 ), ④ 해외 입양자( 제4호 ), ⑤ 그 밖에 외교통상부장관이 특히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람( 제5호 )으로 정하고 있는바, 위 제16조 제1호 제5호 에 의하여 여권법상 여행증명서의 발급대상자의 범위는 여권 발급대상자인 대한민국 국민보다 확대된다고 할 수 있지만, 여권법상 여행증명서의 실질적인 발급 목적은 모두 외국으로의 출국이나 외국에서의 여행으로서 여권법상 여행증명서는 여권에 갈음하여 신분증명서 및 출국허가의 역할을 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출입국관리법 제6조 제2항 에 의하면, 국민이 유효한 여권을 잃어버리거나 기타의 사유로 이를 가지지 아니하고 입국하고자 할 때에는 여권법상 여행증명서를 발급받을 필요 없이 확인절차를 거쳐 입국할 수 있으므로, 여권법상 여행증명서는 입국을 위한 서류라 할 수 없다).

(다) 이와 같이 남북교류법은 무국적의 외국 거주 동포가 남한에 왕래하기 위해서 소지하여야 하는 외국 거주 동포용 여행증명서를 여권법 제14조 제1항 에 따른 여행증명서라고 규정함으로써, 위 여권법 규정 및 구 여권법 시행령 제16조 에서 정하고 있는 여행증명서 발급대상자 외에 무국적의 외국 거주 동포에 대하여도 위 여행증명서가 발급될 수 있도록 발급대상자의 범위를 확장한 것이지만, 외국 거주 동포용 여행증명서는 무국적의 외국 거주 동포가 남한에 입국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증명, 즉 입국허가의 의미로 발급되는 것이므로, 외국으로 출국하는 사람에 대한 출국허가의 의미로서 발행되는 다른 여권법상 여행증명서와는 그 실질적인 기능이 다르다고 할 것이다. 즉, 국민에게는 거주이전의 자유가 인정되는 이상 여권법 제12조 의 발급 거부·제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한 여권을 발급해야 하는 것이고, 국민에 대하여 여권에 갈음하는 여행증명서를 발행하는 경우에도 역시 같은 거부·제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한 발급하여야 한다. 그렇지만, 무국적의 외국 거주 동포에게 발급하는 외국 거주 동포용 여행증명서는 대한민국의 영토 내로의 입국을 허가하는 의미를 갖는 것으로서, 출국의 경우와는 달리 입국의 경우에는 입국자의 국내 활동으로 인한 직접적인 위험 내지는 위해 발생 등의 부담을 안게 되므로 출국의 경우보다 그 허가 여부의 심사에 관하여 더 신중을 기하여야 할 뿐 아니라, 원칙적으로 대한민국 국적을 가지지 아니한 사람의 대한민국에의 입국 허부는 주권국가의 영토고권에 관한 주권행사행위라는 점에 비추어 보면, 외국 거주 동포용 여행증명서의 발급은 여권의 발급과는 본질적으로 그 성격이 다르며 여권 발급의 경우보다 훨씬 더 광범위한 재량권을 행사하여 그 입국에 대한 허가 여부를 심사할 필요가 있다.

또한, 남북교류법에서 허용하고 있는 무국적의 외국 거주 동포에 대한 출입보장은 같은 법에서 정한 상호 교류와 협력을 촉진하기 위한 목적 범위 내에서 정당성을 가지고, 이를 위하여 그들의 대한민국 왕래에 관한 근거 절차를 정식으로 법제화 하였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의가 있다고 할 것이지만, 그들에게 내국인과 같은 정도의 출입의 자유를 보장하는 취지까지 포함되어 있다고 보기에는 부족하다. 위에서 본 것처럼, 북한 주민의 경우에는 남북교류법에서 정한 바에 따라 통일부장관으로부터 방문 승인과 방문증명서를 받은 후 출입장소에서 심사를 받아야 하며, 재외 동포라고 하더라도 외국 국적을 취득한 경우에는 출입국관리법에 의하여 외국인으로 취급되어 대한민국에 입국할 때에는 유효한 외국의 여권과 법무부장관이 발급한 사증(visa)을 가지고 있어야 하며, 출입국항에서 입국심사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외국 거주 동포용 여행증명서는 그 형식상 여권법상의 여행증명서와 마찬가지로 여권법 시행령에 따라 발부되는 것으로 되어 있고 실질적으로 입국허가에 해당하여, 남북교류법의 취지에 비추어 보면 이를 소지한 외국 거주 동포의 경우에는 별도의 사증 발급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출입국항에서 입국심사를 받으면 대한민국에 입국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이는바, 결국 외국 거주 동포용 여행증명서는 북한 주민의 방문승인·방문증명서 또는 외국 국적을 가진 재외 동포에 관한 사증과 같은 기능을 한다고 할 것이므로, 그 발급에 관하여는 북한 주민에 대한 방문 승인 및 방문증명서의 발급 또는 출입국관리법에 의한 사증에 관한 심사 정도에 해당하는 심사가 필요하다고 봄이 상당하다.

한편, 구 여권법 시행령 제16조 에서 정하고 있는 여행증명서 발급 대상자 중 출국하는 무국적자, 국외에서 여권을 잃어버리거나 유효기간이 만료된 사람, 일시 귀국한 후 여권을 잃어버리거나 유효기간이 만료된 국외에 거주하는 사람, 해외입양자의 경우( 제1호 내지 제4호 )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출국 내지 해외 여행이 보장되어야 하는 사람들임이 명백하여 여권과 달리 여행증명서의 발급을 제한하여야 할 이유가 없는 반면, ‘그 밖에 외교통상부장관이 특히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람’의 경우( 제5호 )에는 다른 여행증명서의 발급과는 다른 그 특별한 필요성이 인정되어야 발급 요건을 충족한다.

따라서, 위와 같은 여러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무국적의 외국 거주 동포의 대한민국 입국을 위하여 발행되는 외국 거주 동포용 여행증명서에 대하여는, 여권법에서의 여권이나 여행증명서에 관한 발급 내지는 그 발급 거부·제한 등에 관한 규정( 제12조 , 제14조 제3항 )을 그대로 적용하거나 준용하여 그 발급 거부·제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여 외국 거주 동포용 여행증명서를 발급하여야 한다고 해석할 수 없고, 여권법 시행령 제16조 제5호 의 ‘외교통상부장관이 특히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람’에 대한 여행증명서 발급에 관한 규정을 유추적용하여 그 발급의 필요성을 별도로 심사할 수 있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 할 것이다( 2009. 12. 30. 대통령령 제21914호로 개정된 현행 여권법 시행령 제16조 제5호 에서는 ‘ 남북교류법 제10조 에 따라 여행증명서를 소지하여야 하는 사람으로서 여행증명서를 발급할 필요가 있다고 외교통상부장관이 인정하는 사람’을 따로 규정하고 있는바, 이는 위의 해석과 같은 취지라고 할 것이다). 그리고, 이 경우에 그 필요성에 관한 심사의 정도는 본질적으로 주권국가가 외국인 또는 무국적자에 대하여 출입국을 허가하는 사증 발급절차에 관하여 광범위한 재량권을 가지는 것에 준하는 상당한 재량을 가진다고 할 것이고, 다만 일반적인 외국인 또는 무국적자에 대한 경우와는 달리 남북교류법에서 군사분계선 이남지역과 그 이북지역 간의 상호 교류와 협력을 촉진하기 위한 목적에서 무국적의 외국 거주 동포에게 대한민국에의 출입을 보장하고 있는 취지를 충분히 고려해야 하는 재량권의 한계는 있다고 할 것이다.

(2) 이러한 법리에 따라 원고의 주장들에 관하여 본다.

(가) 원고의 주장대로 이 사건 여행증명서발급 심사 과정에서 피고의 담당 공무원이 국적변경 여부에 관하여 묻고, 이에 원고가 “현시점에서 국적을 변경할 의사가 없고 특별한 이유도 없다”는 취지로 대답한 것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원고가 국적을 변경할 의사가 없다고 대답한 것이 이 사건 여행증명서 발급의 발급이 거부된 실질적인 이유가 되었다는 점에 관하여는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이를 전제로 이 사건 거부처분이 위법하다는 원고의 주장은 더 나아가 판단할 필요 없이 이유 없다.

(나) 또한, 원고는 피고가 무국적자의 지위에 관한 협약을 위반하였다고 주장하나, 원고가 들고 있는 같은 협약 제28조 소정의 여행증명서는 그 영토 내에 합법적으로 체재하는 무국적자가 영토 외로 여행하려고 할 때 체재국에서 발급하는 것일 뿐, 그 영토 외에 거주하는 무국적자에 대하여 여행목적국에서 발급하는 것이 아님이 문언상 분명하므로, 원고의 이 부분 주장 역시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다) 을 제11호증의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피고는 원고에 대하여 신원증명이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 사건 거부처분을 하였는바, ① 원고가 동경총영사관에서 2차례 여행증명서를 발급받아 2005. 11. 13.부터 11. 23.까지 및 2006. 10. 23.부터 11. 1.까지 두 번에 걸쳐 방한하였는데, 두 번째 방한의 경우에 방한 사유를 단지 ‘재외동포활동가대회에 참가, 보고하기 위한 목적’으로 기재하여 허가를 받았으나, 위 대회에 참석하여 대법원 판결에서 반국가단체로 판시된 재일한국민주통일연합(이하 ‘한통련’이라 한다) 부의장 소외인과 회합한 사실이 있고, 이번 행사의 주최측인 민족문제연구소는 그 때 재외동포활동가대회를 주관한 20여개 민간단체 중 하나인 점, ② 원고가 과거에 조총련 산하 재일본조선청년동맹(약칭 ‘조청(조청)’, 이하 ‘조청’이라 한다) 대표단의 일원으로 대학재학 중 방북하여 친북활동을 한 점을 실질적인 판단 근거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

앞서 본 법리와 같이 외교통상부장관은 이 사건 여행증명서의 발급과 관련하여 실질적으로 그 입국을 허가할 것인지 여부에 대하여 판단할 재량권을 가지며, 그 재량권을 행사함에 있어서는 마땅히 그 사람의 신분, 경력과 직업, 남북 분단상황에서 대한민국과 북한에 대한 태도, 평소 생활이나 활동 내용 및 과거에 방한한 적이 있다면 그 당시의 활동내역과 함께 방한의 목적과 기간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다소 상충될 수도 있는 외국인 및 무국적자에 대한 출입국을 심사하는 주권적 행위로서의 측면과 남북교류법에서 무국적의 외국 거주 동포에 대하여 외국 거주 동포용 여행증명서를 발급하여 왕래를 허용하고자 하는 측면을 균형 있게 판단하여야 할 것으로 보이는바, 피고가 위와 같은 원고의 기존 경력이나 활동 내역과 함께 이번의 방한 목적 등을 종합적으로 심사·판단하여 여행증명서의 발급 여부를 결정한 것이 그 자체로 위법하다고 볼 수 없고, 외교 당국인 피고의 이러한 판단은 상당 부분 존중되어야 할 것으로 보이며, 그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였다는 점에 관하여는 이를 주장하는 원고가 증명할 책임을 진다.

그런데, 갑 제8호증, 을 제8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원고가 2006. 10. 23.부터 11. 1.까지 방한하여 참여한 제3회 재외동포 민간단체(NGO) 대회에 한통련 부의장인 소외인이 한통련의 대표단으로 참여하여 재일동포문제에 관하여 발제자로서 발표 및 토론을 하고 위 대회에 참여한 민간단체(NGO)들의 연대관계 강화를 논의한 사실이 인정되고, 나아가 원고가 대학 시절인 1999. 8. 11.부터 8. 20.까지 사이에 조청의 대표단으로 북한을 방문하여 제10차 범민족대회 및 제4차 범청학련 총회에 참석한 사실을 부인하지 않고 있는바, 한통련이 반국가단체에 해당함은 대법원 판결(1990. 9.11. 선고 90도1333 판결) 에서 판시되었고, 또한 범민족대회에 참여한 행위가 북한의 활동에 동조하였다는 등의 이유로 처벌된 바 있고( 대법원 1993. 1. 29. 선고 90도450 판결 , 대법원 2003. 9. 23. 선고 2001도4328 판결 등 참조), 범청학련 총회 등은 북한이 우리의 국론분열 및 내부 교란을 유도하고, 통일전선전술 등의 적화통일전략으로 이용하기 위하여 개최한 것으로 인정되어 이에 참여한 행위가 탈출죄로 처벌된 바도 있다( 대법원 1999. 12. 28. 선고 99도4027 판결 등 참조). 이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이 사건 여행증명서 발급 여부를 심사하면서 원고가 기존에 친북활동을 하였고 2차 방한 당시 반국가단체 구성원과 만났음을 판단의 근거로 삼은 것이 잘못이라고 보기 어렵고, 또한 위와 같은 원고의 기존 경력이나 활동 내역과 함께 이번의 방한 목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이 사건 여행증명서의 발급을 거절한 것이 불합리한 차별을 금지하는 헌법 제11조 등에 위반하였다거나 피고가 행사할 수 있는 재량권의 한계를 일탈·남용한 것이라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며, 이는 외국 거주 동포의 방한에 관하여 규정한 남북교류법의 취지를 충분히 참작한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라고 할 것이다.

(라) 따라서, 피고의 이 사건 거부처분은 남북교류법 및 관련 여권법령에 근거하여 이루어진 것으로서 평등의 원칙에 위배되거나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이 있다 할 수 없으며, 그 위법을 주장하는 원고의 주장들은 모두 이유 없다.

4. 결 론

이 사건 거부처분의 적법성을 다투는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다고 할 것인바, 이와 결론을 달리한 제1심 판결은 부당하므로 이를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지 관련 법령 생략]

판사 김용덕(재판장) 문혜정 유영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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