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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 2019.9.25. 선고 2019누44028 판결
유족급여및장의비부지급처분취소
사건

2019누44028 유족급여 및 장의비부지급처분취소

원고항소인

A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사람

담당변호사 최은영

피고피항소인

근로복지공단

제1심판결

서울행정법원 2016. 6. 16. 선고 2015구합80994 판결

환송전판결

서울고등법원 2016. 10. 20. 선고 2016누53564 판결

변론종결

2019. 8. 28.

판결선고

2019. 9. 25.

주문

1. 제1심 판결을 취소한다.

2. 피고가 2015. 4. 22. 원고에 대하여 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한다.

3. 소송총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및항소취지

주문과 같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의 남편인 망 B(이하 '망인'이라 한다)은 C의 재정팀 직원으로 근무하던 중 2011. 11. 26. 13:00경 등산복 차림으로 외출하였다가 그 다음날 08:30경 의정부시 장암동 수락산 도정봉 등산로에서 나무에 설치되어 있던 등산용 로프를 이용하여 목을 매어 자살한 상태로 발견되었다(이하 '이 사건 재해'라 한다).

나. 원고는 망인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피고에게 유족급여 및 장의비의 지급을 청구하였으나, 피고는 2015. 4. 22. '망인에게 업무상 스트레스는 있었을 것으로 보이나, 이로 인해 자기 판단력 상실에 이를 만한 정신질환 상태에 있었다고 볼 만한 근거가 부족하여 업무로 인한 정신적 이상 상태에서 자살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다. 이에 대하여 원고가 불복하여 공무원연금급여 재심위원회에 심사청구를 하였으나 2015. 8. 27. 공무원연금급여 재심위원회로부터 기각결정을 받았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6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요지

망인은 감사원이 C에 대하여 실시한 'D 설치 관련 부가가치세액 부당 지급'건과 관련하여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우울증이 발생하였고, 이로 인해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된 정신적 이상 상태에 빠져 자살하게 되었다. 망인의 사망과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 망인의 사망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므로 이와 달리 판단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나, 관계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다. 인정사실

1) 망인의 근무경력 및 담당업무 망인은 1991. 10. 2. C에 입사하여 이 사건 재해 발생일까지 약 20년 2개월 동안 근무하였고, 이 사건 재해 발생 당시 재정팀장으로서 세금 및 자금 업무를 담당하고 있었다.

2) 망인의 평소 근무태도 및 성격

망인은 C에서 근무하면서 서울시장과 C 사장으로부터 6회에 걸쳐 표창을 수여받았고 재직기간 중 징계를 받은 적은 없었다.

망인은 평소 밝고 유쾌했고 동료들과도 원만하게 지냈다.

3) 감사원의 C에 대한 감사 및 그 진행경과

가) 감사원은 2010.12,16.부터 2011.2.18.까지 C를 대상으로 'E 공기업 경영 개선실태' 감사를 실시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C가 D 설치공사에 대하여 부가가치세 영(0) 세율을 적용하여야 함에도 이를 적용하지 아니한 채 시공업체인 F에게 부가가치세를 포함하여 공사대금을 지급하였으나 그 후 F의 폐업으로 인해 약 17억 2,400만 원의 부가가치세를 돌려받지 못하는 손실을 입게 된 사실을 발견하였다.

나) 감사원은 위와 같은 'D 설치 관련 부가가치세액 부당 지급'건과 관련하여 망인 등 관련 담당직원들을 대상으로 추가조사를 실시하였는데, 2011. 4.경부터 같은 해 6.경까지 망인에 대하여 2회에 걸쳐 조사를 실시하였다.

다) 그 결과 감사원은 2011. 11. 16. C에게 관련 직원인 망인 외 3인에 대하여 정직의 징계처분을 하라는 취지의 문책요구서를 보냈고, C는 2011. 11. 25. 망인에게 그 문책요구서 사본을 교부하였다.

라) 망인은 감사원의 문책요구결정에 대하여 재심을 청구하고자 하였으나, C 감사실 측에서 '감사원의 문책요구만 있고 구상권 청구는 없으므로 굳이 재심까지 할 필요가 있느냐'는 취지로 만류하자 결국 재심 청구를 포기하였다.

마) 감사원의 문책요구 후 망인을 제외한 3인은 2012. 2. 1. 정직 1월의 징계처분을 받았다가, 이후 자체상벌위원회에서 모두 감봉 3월로 감경되었다

바) C는, 'J 설치사업 준공기한 연장에 따른 지체상금 미징수건에 대하여 서울 시민감사관 직권 감사 처분요구에 따라 관련 직원을 상대로 2012. 1. 6.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한 전례가 있었다.

4) 감사원의 감사와 관련된 망인의 반응 및 건강상태 등

가) 망인은 감사원의 감사가 있기 전까지 불안, 우울 등의 증상으로 정신과적 치료를 받은 적이 없었다.

나) 망인은 2011. 11. 18. 감사원의 감사결과를 알게 된 후 밤에 잠을 잘 이루지 못하고 식사도 제대로 못하였으며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기 시작했다. 망인은 사무실에서도 넋이 나가 있었고 2주 정도는 자리에 별로 있지도 않고 업무도 거의 하지 않았으며 담배를 많이 피고 스스로를 자책하였다. 망인은 동료 직원 K에게 "본부장님이 날 보고 아는 체도 않고 피하네. 회사 사람들 모두 나를 범죄자 취급하며 욕하는 것 같다. 내가 지나가기만 해도 쳐다보면서 수군거리는 게 확실히 느껴지고 다들 손가락질 하는 것 같다."는 말을 계속 반복했다.

다) 망인은 동기들보다 승진이 늦은 상태여서 승진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는데 징계로 인하여 승진에서 누락될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했고, C의 손실액 약 17억 2,400만 원의 구상권 행사 가능성 때문에 불안해했다. 망인은 2011. 11. 21. 동료 직원 L에게 "야! 큰일났다. 난 끝났다. 구상권 행사를 한단다. 갖고 있는 것은 집 하난데 구상권 행사하면 내 인생은 끝이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라) 망인은 2011. 11. 25. C로부터 감사원의 문책요구서 사본을 교부받은 후부터는 더욱 불면에 시달렸고, 배우자에게 "세상에 난 범죄자로 낙인 찍혔다. 너 눈에도 내가 파렴치범으로 보이지?"라는 말을 하였으며 매일 누르던 현관 비밀번호를 잊어버리고 밤새 거실 소파에 앉아 머리카락을 쥐어뜯어 거실 바닥에 망인의 머리카락이 수북이 쌓여 있을 때도 있었고, 담배를 사러 나갔다가 빈손으로 돌아와서 다시 담배를 사러 나가는 등의 모습도 보였다.

마) 망인은 2011. 11. 26. 11:00경 가벼운 차림으로 집을 나갔다가 13:00경 집에 들어와 등산화로 바꿔 신고 산으로 간다고 하면서 집을 다시 나갔고 그 후 밤에 집에 들어오지 않았는데, 그 다음날 08:30경 등산로에서 등산용 로프를 이용하여 목을 매어 자살한 상태로 발견되었다.

5) 의학적 견해

가) M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N 소견(2014. 2. 28.)

망인의 재해(자살 사고)는 재해 발생 경위서와 가족(부인), 지인의 진술 등에 비추어 업무 스

트레스(비전문 분야의 업무, 시간 압박감, 과중 업무 등)와 연관된 우울증에 기인했을 개연성

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나) 신경외과 전문의 0 소견(2015. 7. 7.자)

예상하지 못했던 충징계와 구상권에 대한 심리적 부담이 작용하였다면 급성 스트레스가 발현

하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사료된다. 이런 경우 증상은 불안, 초조 그리고 긴장, 우울증, 정신운

동성 지연, 자살 충동, 수면장애 등의 증상이 충분히 나타날 수 있었던 상태로 사료된다. 본인

이 자살시도를 하여 생을 마감하였던 것은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본인 능력만으로는

한계를 느꼈을 가능성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할 수가 있다. 대개 자살을 시도하는 경우에는 우

울증 증상이 심화되었을 경우 발현되므로 이 사건에서도 우울증이 없던 상태에서 자살로서 자

산의 삶을 마감하였다고 생각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6호증, 갑 제7호증, 갑 제11 내지 17호증, 을 제1호증, 을 제2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

라. 판단

1) 관련 법리

구 산업재해보상보험법(2007. 4. 11. 법률 제8373호로 전문 개정되기 전의 것) 제4조 제1호에서 말하는 '업무상의 재해'라 함은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근로자의 부상질병·신체장애 또는 사망을 뜻하는 것이므로 업무와 재해 발생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그 인과관계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증명하여야 하는바, 그 인과관계 유무는 반드시 의학적, 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규범적 관점에서 상당인과관계의 유무로써 판단되어야 하므로, 근로자가 업무로 인하여 질병이 발생하거나 업무상 과로나 스트레스가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에 겹쳐서 질병이 유발 또는 악화되고, 그러한 질병으로 인하여 심신상실 내지 정신착란의 상태 또는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된 정신장애 상태에 빠져 자살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추단할 수 있는 때에는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지만(대법원 1993. 12. 14. 선고 93누13797 판결, 대법원 1999. 6. 8. 선고 99두3331 판결 등 참조), 자살은 본질적으로 자유로운 의사에 따른 것이므로 근로자가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받은 스트레스로 말미암아 우울증이 발생하였고 그 우울증이 자살의 동기 내지 원인과 무관하지 않다는 사정만으로 곧 업무와 자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함부로 추단해서는 안 되며, 자살자의 나이와 성행 및 직위,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가 자살자에게 가한 긴장도 내지 중압감의 정도와 지속시간, 자살자의 신체적·정신적 상황과 자살자를 둘러싼 주위상황, 우울증의 발병과 자살행위의 시기 기타 자살에 이르게 된 경위, 기존 정신질환의 유무 및 가족력 등에 비추어 그 자살이 사회 평균인의 입장에서 보아 도저히 감수하거나 극복할 수 없을 정도의 업무상 스트레스와 그로 인한 우울증에 기인한 것이 아닌 한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대법원 2008. 3. 13. 선고 2007두2029 판결 참조).

2) 구체적 판단

앞서 인정한 사실 및 앞서 본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사정을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망인은 극심한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으로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된 정신장애 상태에 빠져 자살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므로, 망인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

가) 망인은 감사원이 망인 등을 조사한 후 망인에 대하여 문책을 요구하자, 자신이 억울하게 징계를 받고, 그 결과 승진에서 누락될 가능성이 크며, 아울러 소외 회사로부터 구상권 청구까지 당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나) 이후에 이어진 망인의 발언이나 행동 등에 비추어 보면, 그가 위와 같은 스트레스로 인한 극도의 불안감과 우울감을 계속적으로 느끼고 있었음을 알 수 있고, 자살 직전에는 이상 행동에까지 이르는 등 정신적으로 매우 불안정한 모습을 보여 우울증세가 급격히 악화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 또한 망인은 자살 전 가족이나 지인에게 유서를 남겨놓지 않았고, 등산객의 편의를 위해 설치된 로프를 나무에 걸고 목을 매어 자살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망인의 자살은 우울증으로 인한 정신적 장애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라) 망인은 평소 밝고 유쾌하였고, 동료들과도 원만한 대인관계를 유지하여 왔으며, 감사원의 감사를 받기 전까지는 우울증 등 신경정신병적 증상으로 치료를 받은 전력이 전혀 없었으므로, 업무 외의 다른 요인으로 위와 같은 증상에 이르렀다고 보기도 어렵다.

3.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어 인용하여야 할 것인바, 제1심 판결을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를 받아들여 제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판사박형남

판사정재오

판사이숙연

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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