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물품운송계약에서 운송인이 누구인지 확정하는 기준 및 운송주선업자가 운송의뢰인으로부터 운송을 의뢰받은 것인지 운송주선만을 의뢰받은 것인지 판단하는 방법
[2] 해상운송계약상 화물의 적부(적부)에 관한 운송인의 주의의무
참조조문
[1] 상법 제114조 , 제125조 , 제791조 [2] 상법 제795조 제1항
참조판례
[1] 대법원 2007. 4. 27. 선고 2007다4943 판결 (공2007상, 783) [2] 대법원 2003. 1. 10. 선고 2000다70064 판결 (공2003상, 588)
원고, 상고인
흥국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조성극 외 2인)
피고, 피상고인
주식회사 영코트란스 외 1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권성원 외 2인)
피고1.의 보조참가인
경평물류 주식회사 외 1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상고이유 제1점 중 해상운송인의 책임에 대한 법리오해 주장에 관하여
가. 물품운송계약은 당사자의 일방이 물품을 한 장소로부터 다른 장소로 이동하기로 하고 상대방이 이에 대하여 일정한 보수를 지급할 것을 약속함으로써 성립하는 계약으로서, 운송계약에 따른 권리·의무를 부담하는 운송인이 누구인지는 운송의뢰인에 대한 관계에서 운송을 인수한 자가 누구인지에 따라 확정된다. 운송주선업자가 운송의뢰인으로부터 운송 관련 업무를 의뢰받았다 하더라도 운송을 의뢰받은 것인지, 운송주선만 의뢰받은 것인지 명확하지 않은 경우에는 당사자의 의사를 탐구하여 운송인의 지위를 취득하였는지 여부를 확정하여야 할 것이지만, 그 의사가 명확하지 않은 때에는 하우스 선하증권의 발행자 명의, 운임의 지급 형태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논리와 경험칙에 따라 운송주선업자가 운송의뢰인으로부터 운송을 인수하였다고 볼 수 있는지를 확정하여야 한다 ( 대법원 2007. 4. 27. 선고 2007다4943 판결 등 참조).
운송계약이 성립한 때 운송인은 일정한 장소에서 운송물을 수령하여 목적지로 운송한 다음 약정한 시기에 운송물을 수하인에게 인도할 의무를 지는데, 운송인은 그 운송을 위한 화물의 적부(적부)에 관하여 선장·선원 내지 하역업자로 하여금 화물이 서로 부딪치거나 혼합되지 않고 그리고 선박의 동요 등으로 손해를 입지 않도록 적절한 조치를 하면서 화물을 적당하게 선창이나 컨테이너 내에 배치하여야 하고, 설령 적부가 독립된 하역업자나 송하인의 지시에 의하여 이루어졌더라도 운송인은 그러한 적부가 운송에 적합한지 여부를 살펴보고, 운송을 위하여 인도받은 화물의 성질을 파악하여 그 화물의 성격이 요구하는 바에 따라 적부를 하는 등의 방법으로 손해를 방지하기 위한 적절한 예방조치를 강구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 ( 대법원 2003. 1. 10. 선고 2000다70064 판결 등 참조).
나.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 사정을 알 수 있다.
(1) 주식회사 선경스틸(이하 회사 이름 중 ‘주식회사’는 모두 생략한다)은 중국의 수조우 롱펭 메탈 인더스트리(Suzhou Longfeng Metal Industry Co. Ltd. 이하 ‘수조우메탈’이라고 한다)에 갈바륨 강판코일 42개 302,882kg(이하 ‘이 사건 화물’이라고 한다)을 관세미지급인도조건(Delivered Duty Unpaid)으로 미화 319,627.9달러에 수출하기로 하고, 수출입 화물 운송주선업 등을 목적사업으로 하는 피고 영코트란스에 이 사건 화물의 운송 관련 업무를 의뢰하였다. 그런데 선경스틸이 피고 영코트란스에 이 사건 화물의 운송을 의뢰하는 것인지 운송주선을 의뢰하는 것인지에 관하여 구체적인 내용이 기재된 계약서 등은 작성하지 않았다.
(2) 피고보조참가인 장금상선(이하 ‘장금상선’이라고 한다)은 2012. 11. 6. 그 자회사인 피고보조참가인 경평물류(이하 ‘경평물류’라고 한다)가 운영하는 평택항 내 CFS(Container freight station. 컨테이너 화물 집하소)에서 경평물류를 통하여 선경스틸로부터 이 사건 화물을 수령한 다음 이를 컨테이너에 실었다. 피고 베스트마린은 같은 날 와이어를 이용하여 이 사건 화물을 컨테이너 내부에 고정하는 고박(고박) 작업을 진행하였다.
(3) 이 사건 화물이 고박된 컨테이너는 2012. 11. 8. 장금상선의 선박인 시노코 요코하마(SINOKOR YOKOHAMA)호에 선적되었고, 피고 영코트란스는 같은 날 선경스틸에 이 사건 화물에 관하여 하우스 선하증권 3장(선하증권 번호 1 내지 3 생략)을 발행하였다. 그 하우스 선하증권에 의하면 ① 송하인은 수출업체인 ‘선경스틸’이고, ② 수하인은 수입업체인 ‘수조우메탈’이지만 운송인 명의 아래에 “상품의 인도를 신청할 상대방: 상하이 세진 로지스틱스(For delivery of goods please apply to: SHANGHAI SEJIN LOGISTICS CO., LTD.)”라는 문구가 기재되어 있으며, ③ 통지수령인은 ‘수조우메탈’이고, ④ 선하증권 말미의 운송인 서명란 위에 ‘ACTING AS A CARRIER Young-Ko TRANS CO., LTD’라 기재되어 피고 영코트란스가 운송인 본인으로서 선하증권에 서명하는 것임을 표시하고 있다.
이 사건 화물은 장금상선의 위 시노코 요코하마호에 의하여 2012. 11. 8. 평택항에서 중국(하우스 선하증권 상 양륙항 및 인도 장소가 ‘중국 상하이’로 되어 있다)으로 운송되었다.
(4) 장금상선은 2012. 11. 9. 피고 영코트란스에 이 사건 화물에 관한 마스터 선하증권 3장(선하증권 번호 4 내지 6 생략)을 발행하였는데, ① 송하인 란에 “선경스틸을 대리한 피고 영코트란스(YOUNGKO TRANS CO., LTD O/B OF SUN KYUNG STEEL Co., Ltd)”라 기재되어 있고, ② 수하인 및 통지수령인은 ‘상하이 세진 로지스틱스’이다.
(5) 이 사건 화물은 2012. 11. 12.경 중국 상하이항에 도착하여 같은 달 중순 무렵 수조우메탈의 공장으로 인도되었는데, 컨테이너를 개봉한 결과 이 사건 화물이 컨테이너 내부에서 움직이면서 그 일부가 손상된 것이 발견되었다(이하 ‘이 사건 사고’라고 한다).
다. 이러한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1) 피고 영코트란스가 선경스틸로부터 이 사건 화물의 운송을 의뢰받은 것인지 운송주선을 의뢰받은 것인지 당사자의 의사가 명확하지 않지만, 위 피고가 운송인 본인으로서 선경스틸을 송하인으로 한 하우스 선하증권을 발행한 사정 등을 고려할 때 위 피고는 선경스틸로부터 이 사건 화물의 운송을 인수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피고 영코트란스는 운송인으로서 이 사건 화물의 운송업무 중 평택항에서의 컨테이너 적입을 포함하여 평택항에서 상하이항까지의 해상운송은 장금상선에 의뢰하였고(장금상선은 평택항에서의 컨테이너 적입을 자신의 자회사인 경평물류에 맡긴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화물의 고박은 피고 베스트마린에 의뢰한 것으로 보인다.
(2) 선경스틸과 피고 영코트란스 사이에 운송계약이 성립하였다고 볼 수 있으므로, 운송인인 피고 영코트란스로서는 운송을 위한 이 사건 화물의 적부에 있어 하역업자로 하여금 화물이 서로 부딪치거나 선박의 동요 등으로 손해를 입지 않도록 적절한 조치를 하면서 화물을 적당하게 컨테이너 내에 배치하여야 하고, 설령 적부가 독립된 하역업자(이 사건에서 피고 베스트마린)나 송하인(이 사건에서 선경스틸)의 지시에 의하여 이루어졌더라도 이 사건 화물의 적부나 고박 상태가 운송에 적합한지 살피고 이 사건 화물의 성질을 파악하여 그 요구에 따라 적절히 고박하는 등으로 이 사건 화물에 대한 손해 방지를 위하여 적절한 예방조치를 강구할 주의의무가 있다. 피고 베스트마린은 운송인인 피고 영코트란스의 이행보조자에 해당하므로, 피고 베스트마린이 이 사건 화물의 고박에 관하여 주의를 게을리하지 아니하였음을 피고 영코트란스가 증명하지 아니하면 피고 영코트란스는 선경스틸에 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여야 한다( 상법 제795조 제1항 참조).
라. 그럼에도 원심은 선경스틸과 피고 영코트란스 사이에 이 사건 화물에 관한 고박계약이 체결되었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을 뿐 아니라, 피고 영코트란스가 선하증권을 작성하여 이 사건 화물의 운송인으로 의제된다 하더라도 실제 운송인의 운송구간에 포함되지 않는 업무에 관하여는 운송인으로서 책임을 부담하지 아니하므로 원고의 주장과 같이 이 사건 사고가 이 사건 화물에 관한 고박 작업의 하자로 인하여 발생하였더라도 그 손해에 관하여 피고 영코트란스가 운송인으로서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운송주선업자가 운송의뢰인으로부터 운송을 인수하였는지 여부에 관한 판단 기준 및 해상운송계약상 화물의 적부에 있어 운송인의 주의의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2. 상고이유 제4점에 관하여
가. 원심은, 그 채택 증거에 의하여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한 후 이 사건 사고가 일어난 것은 선경스틸이 피고 베스트마린의 지지목에 관한 문제점 개선 요구에도 불구하고 이를 개선하지 아니한 채 계속 동일한 지지목을 받침대로 사용하여 이 사건 화물을 인도하였기 때문이라고 판단하였다.
(1) 이 사건 화물과 같은 강판코일은 가운데 빈 원기둥이 있는 형태로서 그 하단을 지지목으로 받쳐주어야 구르는 것을 방지할 수 있는데, 선경스틸은 이를 지지목으로 받쳐 일체로 인도하였고, 피고 베스트마린은 이를 그대로 컨테이너 내부에 와이어로 고박하여 왔다.
(2) 선경스틸이 인도한 강판코일에는 그 지지목의 크기가 코일의 크기와 맞지 않거나 지지목이 밀리는 것을 방지하는 웨지가 설치되지 않는 등의 문제가 있어, 피고 베스트마린은 2012. 9. 15. 선경스틸의 담당 직원에게 이러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등 여러 차례에 걸쳐 선경스틸에 이를 시정해 달라고 요청하였으나, 선경스틸은 이 사건 화물을 인도할 때까지 이를 보완하지 않았다.
(3) 피고 베스트마린은 계속하여 선경스틸의 요구에 따라 선경스틸이 제공하는 지지목이 부착된 강판코일을 컨테이너 내에 고박하였고, 이 사건 화물도 와이어를 이용하여 컨테이너 당 강판코일의 중량을 초과하는 강도로 단단하게 고정하였다.
나. 그러나 이러한 원심의 사실인정과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1) 기록을 살펴보아도 피고 베스트마린이 2012. 9. 15. 선경스틸 측에 지지목 등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그 시정을 요구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 증거가 없다. 원심은 피고 베스트마린이 선경스틸에 대하여 지지목의 규격 변경을 요청하는 내용이 담긴 공문(을가 제4호증으로 을나 제3호증도 같다. 기록 119, 311면)에 의하여 위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보이나, 위 공문은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이후인 2012. 11. 15.에야 작성된 것이다.
(2) 또한 피고 베스트마린이 여러 차례 선경스틸에 지지목 등의 문제점을 시정해 달라고 요청하였으나 선경스틸이 이 사건 화물을 인도할 때까지 이를 보완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인정할 만한 증거도 없다. 피고 베스트마린이 작성한 사고 관련 의견서(을나 제1호증. 기록 298면)는 이 사건 사고에 관한 위 피고의 입장을 대변하는 문서로서 위 피고가 2013. 6. 17. 작성하여 원고 소송대리인에게 송부한 것이므로 위와 같은 사실이 있었다면 그 내용이 위 문서에 포함되는 것이 자연스러워 보이나, 위와 같은 사실은 위 문서에 적시되지 않았다. 위 문서에도 이 사건 사고 무렵인 2012. 11.부터 현재까지의 일반적인 화물 입고작업 과정을 소개하면서 ‘경평물류 수출담당자가 컨테이너 앞에 정리된 코일 상태 및 포장 상태를 점검하고 문제점이 발생된 화물은 사진을 촬영하여 보관하며, 이때 베스트마린은 선경스틸 담당자에게 문제점을 유선으로 통보함. 통보 결과 선경스틸은 문제 부위에 대하여 보강하겠다고 하였으나 아무런 변화가 없음’이라는 내용만 기재되어 있을 뿐이다(기록 299면).
(3) 이러한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 베스트마린이 2012. 9. 15. 선경스틸 측에 지지목 등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여러 차례 그 시정을 요구하였고, 선경스틸은 이 사건 화물을 인도할 때까지 이를 보완하지 않았다’는 원심의 사실인정은 납득하기 어렵고, 이러한 사실인정을 기초로 ‘이 사건 사고가 일어난 것은 선경스틸이 피고 베스트마린의 지지목에 관한 문제점 개선 요구에도 불구하고 이를 개선하지 아니한 채 계속 동일한 지지목을 받침대로 사용하여 이 사건 화물을 인도하였기 때문’이라고 본 원심의 판단 역시 수긍하기 어렵다.
(4) 나아가 이 사건 화물의 지지대에 문제가 있었다면 피고 베스트마린으로서는 마땅히 지지목을 교체·보완하거나 버팀목 등으로 화물과 컨테이너 사이의 공간을 채우는 등의 안전조치를 취하여야 하였음에도 문제가 있는 지지목을 그대로 사용하면서 별다른 안전조치를 강구하지 아니한 채 만연히 와이어만을 사용하여 이 사건 화물을 컨테이너에 고박하였으므로, 피고 베스트마린이 고박에 관하여 주의의무를 다하였다고 보기도 어렵다.
다. 그럼에도 원심은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사고가 선경스틸이 제공한 지지목 때문에 발생하였다고 단정하였으니, 이러한 원심의 조치에는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해상운송계약상 화물의 적부에 있어 주의의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는 등으로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이 부분 상고이유 주장도 이유 있다.
3. 결론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