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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고법 2008. 5. 28. 선고 2008노123,2008감노18 판결
[살인·감호청구] 확정[각공2008하,1130]
판시사항

[1]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에 따른 배심원의 평결이 실질적 효력을 갖도록 하기 위한 법원의 책무

[2] 국민참여재판 절차로 진행한 제1심의 판결에 대한 항소심에서 피고인의 심신미약 주장을 받아들이면서, 그에 대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채 이를 배척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되 배심원들의 양형의견이 적정하다고 보아 이를 존중하여 제1심판결의 형량을 유지한 사례

판결요지

[1]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에 따라 권고적 효력에 그치고 있는 배심원의 평결이 종국에 가서 위 법률의 취지에 따라 실질적 효력을 갖도록 하기 위해서는 배심원 평결과 의견의 합리성, 정확성, 적정성 보장이 긴요하다. 법원은 그 심급을 불문하고 배심원들의 건전한 상식과 합리적인 판단에 기초한 의견을 존중하여야 한다. 무엇보다도 제1심법원은 재판 결과가 상급심에서 무산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와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상급심으로서도 배심원 판단 존중의 기조를 유지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되, 국민참여재판의 적정한 운영을 조력하기 위하여 혹여 생길 수 있는 오류가 반복되지 않도록 지도적 엄정심사를 다할 책무를 부담한다.

[2] 국민참여재판 절차로 진행한 제1심의 판결에 대한 항소심에서 피고인의 심신미약 주장을 받아들이면서, 그에 대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채 이를 배척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되 배심원들의 양형의견이 적정하다고 보아 이를 존중하여 제1심판결의 형량을 유지한 사례.

피고인 겸 피치료감호청구인

피고인

항 소 인

피고인 및 검사

검사

서홍기

변 호 인

사법연수생 서수정

주문

1. 제1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징역 6년에 처한다.

제1심판결 선고 전의 구금일수 66일을 위 형에 산입한다.

2. 피치료감호청구인을 치료감호에 처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 : 심신미약, 양형과중

나. 검사 : 양형과경

2. 심신미약 주장에 대한 판단

당심 감정의 유미경의 피고인 겸 피치료감호청구인(이하 ‘피고인’이라고만 한다)에 대한 정신감정결과에 의하면, 피고인은 지능저하, 충동조절능력저하, 현실판단력의 장애, 병식 저하 등의 정신증세들을 보이는 경도 정신지체 환자로, 이 사건 범행 당시 경도 정신지체와 알코올 섭취로 인한 복합적인 영향으로 인하여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였음을 인정할 수 있다. 제1심판결에는 이를 간과한 잘못이 있다.

3. 결 론

그러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 에 따라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하되, 검사가 당심에서 피고인에 대한 치료감호청구를 하였으므로, 치료감호청구에 대한 판단을 함께 하기로 한다.

범죄사실 및 감호원인사실

피고인은 경도 정신지체로 인한 정신지체 3급의 장애인으로 별다른 직업도 없고 또래 친구도 없이 지내오던 중 약 4~5년 전 이웃마을 주민인 피해자 공소외 1(83세)을 알게 되었는데, 성질이 고약하고 술에 취하면 옷에 변을 보아 악취를 풍겨 이웃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해오던 피해자였지만 유일하게 피고인의 말동무가 되어 주었기 때문에 피해자와 서로 술친구가 되어 잦은 술자리를 하여 왔다.

그런데 피해자가 술에 취하면 2002년 태풍 ‘루사’때 수해로 죽은 예전리 주민에 대한 이야기를 끊임없이 반복하였고, 이에 피고인은 피해자의 반복되는 위 이야기에 싫증을 느껴 피해자에게 ‘똑같은 이야기를 그만하라.’고 매번 요구하였지만 피해자가 이를 듣지 않아 피해자와 수시로 언성을 높이며 싸우는 등 수년간에 걸쳐 같은 이야기를 듣게 되자 피해자에 대하여 심한 불만을 품게 되었다.

피고인은 2007. 12. 13. 17:00경 충북 영동군 용산면 산저리 280-1에 있는 피해자의 집 안방에서, 피해자와 함께 술을 마시던 중 피해자로부터 위 죽은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또다시 듣게 되어 그에게 수차례에 걸쳐 “그만하라.”고 하였으나, 피해자가 이를 듣지 않아 짜증이 난 나머지 잠시 밖으로 나갔다가 들어왔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가 위 이야기를 재차 반복하여 말하자 이에 격분하여, 경도의 정신지체 및 알코올 섭취로 인한 복합적인 영향으로 인하여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서, 피해자를 살해할 것을 마음먹고 방바닥에 앉아 있는 피해자를 오른손으로 밀어 넘어뜨린 후 그 위에 올라타 무릎으로 가슴을 짓누르며 왼손으로 피해자의 목을 조르다가 양손을 사용하여 목을 조르고, 이에 피해자가 실신하자 위 집 주방 싱크대 안에 있는 과도 1개를 가져온 뒤 피해자의 상의를 걷어 올린 다음 다시 왼손으로 위 과도를 잡고 피해자의 상복부를 1회 찔러 피해자로 하여금 현장에서 복대동맥자창에 의한 실혈로 사망하게 하여 피해자를 살해한 것으로 치료가 필요하고 재범의 위험성이 있다.

증거의 요지

1. 피고인의 법정진술

1. 제1심 공판조서 중 증인 공소외 2의 진술기재

1. 피고인에 대한 각 검찰 피의자신문조서

1. 공소외 3에 대한 검찰 진술조서

1. 공소외 4, 공소외 5, 공소외 6, 공소외 7에 대한 각 경찰 진술조서

1. 검증조서

1. 사체검안서

1. 부검감정서, 감정의뢰 회보서

1. 압수된 증 제1, 7~10호의 각 현존

1. 수사보고(루미놀 시약반응 검사, 피의자 생활기록부, 학창시절 상태보고, 지체 판정의사 확인 등, 피의자의 사건 당일 행적, 범행도구 특정)

1. 사실조회 회답서, 진료기록부 사본 등, 장애검진서 사본

1. 사건현장 등 사진

1. 당심에서의 피고인에 대한 정신감정촉탁결과

치료의 필요성 및 재범의 위험성

앞서 거시한 증거들을 종합하면, 피고인은 경도의 정신지체로 인하여 지능저하, 충동조절능력저하, 현실판단력의 장애 등이 있고, 이 사건 범행도 피고인의 정신지체 등으로 인한 심신미약상태에서 저지른 것이며, 이와 같은 정신지체로 인하여 피고인은 재범의 위험성이 높은 점, 이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피고인에 대하여 부정기간 정신과 치료가 필요한 점, 피고인 스스로 적절한 정신과적 치료를 받을 의사나 경제적 능력이 없는 점 등을 인정할 수 있다. 이러한 점들을 종합하면 피고인에 대하여 치료의 필요성 및 재범의 위험성이 모두 인정된다.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형법 제250조 제1항 (유기징역형 선택)

1. 심신미약 감경

1. 미결구금일수의 산입

형법 제57조 (항소 제기 이후 이 판결 선고 전의 당심 구금일수는 형사소송법 제482조 에 의하여 법정통산됨)

1. 치료감호

양형의 이유

이 사건 제1심은 국민참여재판 절차에 따라 진행되었다. 이 사건의 주된 재판상 쟁점은 배심원들의 권고적 의견에 따른 제1심 양형판단의 당부이다.

이 법원은 그 항소심으로서 국민참여재판에 의한 제1심의 배심원 권고의견과 관련하여 견해를 표하고자 한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헌법 제1조 제2항 ).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하는 것이나( 헌법 제101조 제1항 ), 그것이 삼권분립에 기초한 민주공화국의 한 국가권력인 이상에는, 그 기반은 여전히 국민으로부터 연유한 것이다. 따라서 국민을 능동적 사법권력 행사에 조금 더 가깝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은 우리 헌법의 근본이념에 부합하는 것이다. 민주주의 이상의 실현에 근접하는 수단이 된다. 또한, 전 세계 주요 선진국이 마찬가지로 취하고 있는 글로벌 스탠더드에도 합치하는 것이다.

현대 문명국가의 사법제도가 이 땅에 정착하게 된 이 시점에 이르러 우리 제도 및 그 제도에 관계하는 전문가들의 역량은 시민의 사법참여를 능히 수용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하였다. 민주주의의 신장, 드높은 교육열, 다양한 가치관의 수용에 관한 관용심의 증대, 사회적 동질성의 확보, 국제교류의 확대, 변화에 대한 발빠른 적응능력과 역동성, 정보통신기술의 급속한 발전, 공익참여에 대한 열망의 고양 등에 힘입어 우리 시민 개개인의 역량 또한, 이제 사회 공동체의 문제를 재판의 장에서 감당하기에 충분할 정도로 성숙하였다. 그래서 국민의 사법참여는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 되었다. 그 결과 ‘국민의 형사재판참여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어 2008. 1. 1.부터 시행되기에 이르렀다.

국민참여재판 제도는 사법권에 대한 직접민주주의적 이상을 실현하고, 국민의 상식과 경험을 재판절차와 그 결과에 반영하여 사법서비스의 질적 수준을 높여 사법신뢰를 증진시키는 기능을 수행하게 될 것이다. 이제 이웃의 법률문제를 주인 된 입장에서 스스로 해결할 수 있게 된 대한민국 국민은 명실상부한 주권자의 지위를 회복하게 되었다.

권고적 효력에 그치고 있는 배심원의 평결이 종국에 가서 실질적 효력을 갖도록 하기 위해서는 배심원 평결과 의견의 합리성, 정확성, 적정성 보장이 긴요하다. 이 재판에 관여하는 전문가들의 헌신적 노력이 필요하다. 법원은 그 심급을 불문하고 배심원들의 건전한 상식과 합리적인 판단에 기초한 의견을 존중하여야 한다. 무엇보다도 제1심법원은 재판 결과가 상급심에서 무산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와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상급심으로서도 배심원 판단 존중의 기조를 유지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되, 국민참여재판의 적정한 운영을 조력하기 위하여 혹여 생길 수 있는 오류가 반복되지 않도록 지도적 엄정심사를 다할 책무를 부담한다.

이 사건은 피고인이 수사기관에서부터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함에 따라 형의 양정이 가장 주된 쟁점이 되었고, 제1심에서 피고인의 변호인은 필요적 형감경사유인 심신미약을 주장하였다. 그러나 제1심법원은 정신감정 등 피고인의 심신미약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증거조사결과를 제시하지 않았다. 이로 인하여 피고인의 심신미약 여부에 대한 배심원들의 판단도 적극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했다. 하지만 배심원들은 이 사건 살인죄에 대하여 징역 5년부터 징역 7년 6월의 양형의견을 제시하였고 그 중 징역 6년의 의견이 다수를 차지하였다. 이러한 양형의견은 이 사건 범행과 유사한 유형에 의한 살인죄에 대한 통상의 양형사례에 비추어 보면 다소 가벼운 것으로 일견 보일 수도 있다. 이는 법정에서 피고인의 동태를 직접 목격하고 그 상태를 파악한 배심원들이 사실상 피고인의 심신미약을 인정하고 이를 작량감경 사유로 적극 반영한 결과일 것이다. 제1심법원은 이와 같은 배심원들의 양형의견을 존중하여 이 사건 살인죄의 법정형 중 유기징역형을 선택한 후 작량감경을 거쳐 피고인에게 징역 6년을 선고하였다.

이처럼 제1심판결에는 피고인에 대하여 심신미약 심사를 다하지 못하고 그 형을 정한 잘못이 있다. 그것이 결과적으로 배심원들의 양형판단에 있어서 법논리적 차질을 빚게 하였다. 피고인에 대하여 유기징역형을 선택하고 심신미약 감경을 하는 경우 그 처단형의 범위는 징역 2년 6월에서 7년 6월까지이다. 즉, 최대 7년 6개월까지 징역형의 실형 선고가 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배심원들은 제1심의 미흡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이 항소심에서 시정된 처단형의 범위 내에서 양형의견을 제시하였다. 범행의 동기, 방법 및 수단, 피고인의 성행, 환경, 범행 후의 정황 등 객관적 및 주관적 양형요소를 종합하여 보더라도 제1심판결의 형량은 결과적으로 심신미약 감경을 한 처단형의 범위 내에서 적정한 양형범주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된다(위와 같은 양형요소를 고려할 때 피고인에 대하여 유기징역형을 선택하고 심신미약 감경을 하는 외에 거듭 작량감경을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또한, 제1심법원이 징역 6년의 형을 선고한 것은 배심원들의 건전한 상식과 경험에 기초한 의견을 존중한 데 따른 것으로서 국민참여재판 제도의 취지에 부합하는 바람직한 조치라고 할 것이고, 결과적으로 볼 때 이 사건 제1심의 배심원들은 심신미약을 인정하지 아니한 제1심법원의 오류를 그 상식에 기초하여 적정하게 시정하였다고 평가할 것이다.

따라서 이 법원도 제1심법원에서 이루어진 배심원들의 양형의견을 존중한 제1심 형량과 같이 피고인에 대하여 징역 6년을 선고한다.

이상의 이유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상준(재판장) 이미선 손삼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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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청주지방법원 2008.2.18.선고 2008고합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