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인사처분에 관하여 단체협약 등에 사전합의조항을 두고 있음에도, 사용자가 이러한 합의 없이 한 인사처분을 유효하다고 볼 수 있는 경우
[2] 단체협약에서 노동조합 임원의 인사에 대하여는 노동조합의 사전 합의를 얻도록 정하였음에도, 사용자가 노동조합과 사전 합의 없이 노동조합 임원들에 대하여 인사명령을 한 사안에서, 노동조합과의 사전 합의가 이루어지지 못한 주된 이유가 사용자에게 있어서 노동조합이 사전합의권을 포기 또는 남용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사용자가 인사처분을 할 때 노동조합의 사전 동의나 승낙을 얻어야 한다거나 노동조합과 인사처분에 관하여 논의하여 의견의 합치를 보아 인사처분을 하도록 단체협약 등에 규정된 경우에는 그 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인사처분은 원칙적으로 무효로 보아야 한다. 다만 이처럼 사전합의조항을 두고 있다고 하더라도 사용자의 인사권이 어떠한 경우를 불문하고 노동조합의 동의나 합의가 있어야만 행사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노동조합이 사전합의권을 남용하거나 스스로 사전합의권의 행사를 포기하였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사용자가 이러한 합의 없이 한 인사처분도 유효하다고 보아야 한다. 여기서 노동조합이 사전합의권을 남용한 경우란 노동조합 측에 중대한 배신행위가 있고 이로 인하여 사용자 측의 절차의 흠결이 초래되었다거나, 인사처분의 필요성과 합리성이 객관적으로 명백하며, 사용자가 노동조합 측과 사전 합의를 위하여 성실하고 진지한 노력을 다하였음에도 노동조합 측이 합리적 근거나 이유제시도 없이 무작정 인사처분에 반대함으로써 사전 합의에 이르지 못하였다는 등의 사정이 있는 경우에 인정된다.
[2] 단체협약에서 노동조합 임원의 인사에 대하여는 노동조합의 사전 합의를 얻도록 정하였음에도, 사용자가 노동조합과 사전 합의 없이 노동조합 임원들에 대하여 인사명령을 한 사안에서, 사용자가 위 인사명령에는 단체협약상 사전합의조항의 적용이 배제되는 것으로 잘못 판단하여 사전 합의 절차 자체를 거치지 않았으므로 노동조합과의 사전 합의가 이루어지지 못한 주된 이유가 사용자에게 있다고 보아, 노동조합이 단체협약상의 사전합의조항을 들어 인사명령을 거부하였다고 하여 곧바로 사전합의권을 포기 또는 남용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참조판례
[1] 대법원 2003. 6. 10. 선고 2001두3136 판결 (공2003하, 1537) 대법원 2007. 9. 6. 선고 2005두8788 판결 (공2007하, 1560)
원고, 상고인
원고 1외 2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최성호)
피고, 피상고인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
피고보조참가인
주식회사 풀무원춘천공장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광장 담당변호사 박재우외 6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사용자가 인사처분을 함에 있어 노동조합의 사전 동의나 승낙을 얻어야 한다거나 노동조합과 인사처분에 관한 논의를 하여 의견의 합치를 보아 인사처분을 하도록 단체협약 등에 규정된 경우에는 그 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인사처분은 원칙적으로 무효로 보아야 할 것이다. 다만, 이처럼 사전합의조항을 두고 있다고 하더라도 사용자의 인사권이 어떠한 경우를 불문하고 노동조합의 동의나 합의가 있어야만 행사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노동조합이 사전합의권을 남용하거나 스스로 사전합의권의 행사를 포기하였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사용자가 이러한 합의 없이 한 인사처분도 유효하다고 보아야 한다. 여기서 노동조합이 사전합의권을 남용한 경우라 함은 노동조합 측에 중대한 배신행위가 있고 이로 인하여 사용자 측의 절차의 흠결이 초래되었다거나, 인사처분의 필요성과 합리성이 객관적으로 명백하며, 사용자가 노동조합 측과 사전 합의를 위하여 성실하고 진지한 노력을 다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노동조합 측이 합리적 근거나 이유제시도 없이 무작정 인사처분에 반대함으로써 사전 합의에 이르지 못하였다는 등의 사정이 있는 경우에 인정된다 할 것이다 ( 대법원 2007. 9. 6. 선고 2005두8788 판결 등 참조).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의 이유에 의하면, 제1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피고 보조참가인(주식회사 풀무원제일두부공장은 2007. 8. 2. 피고 보조참가인으로 상호를 변경하였고, 주식회사 풀무원제이생면공장은 같은 날 피고 보조참가인에 흡수합병되었다. 이하에서는 이들을 ‘참가인들’이라고 총칭한다)과 풀무원춘천지역노동조합(이하 ‘노동조합’이라고만 한다)이 이 사건 단체협약에서 노동조합 임원의 인사에 대하여는 노동조합의 사전 합의를 얻도록 정하였음에도, 참가인들이 노동조합과의 사전 합의 없이 노동조합 임원인 원고들에 대하여 이 사건 인사명령을 하였으나, 이 사건 인사명령의 업무상 필요성과 합리성이 인정되는 점, 참가인들이 이 사건 인사명령 이전인 2005. 2. 28. 노동조합에 이 사건 인사명령의 내용이 포함된 조직개편안을 전달하면서 의견을 제시하여 줄 것을 요구하였으나 노동조합은 이를 거부하면서도 합당한 이유를 제시하지 아니한 점, 이에 참가인들이 2005. 3. 4. 이 사건 인사명령을 하는 한편 그 이후에 수차례에 걸쳐 노동조합 측을 설득하려 하였으나 노동조합 측은 합리적인 이유의 제시 없이 이 사건 인사명령을 거부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노동조합의 이 사건 인사명령에 대한 합의 거부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것으로서 사전합의권의 포기 내지 남용에 해당하고, 따라서 노동조합의 사전 합의 없이 한 이 사건 인사명령은 유효하며 나아가 이 사건 인사명령에의 불응을 징계사유로 한 이 사건 징계처분도 유효하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원심이 이 사건 단체협약상 사전합의조항이 이 사건 인사명령에 적용되어 노동조합과의 사전 합의가 필요하다고 보았음에도 노동조합이 사전합의권을 포기 내지 남용하였다고 판단한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를 수긍할 수 없다.
원심이 제1심판결을 인용하여 적법하게 인정한 사실관계 및 원심이 배척하지 아니한 증거에 의하면, 참가인들과 노동조합은 이 사건 단체협약과 별도로 이 사건 기타협약을 체결하여 파업 종료 이후의 업무 복귀 및 참가인들 간 전면적인 인력 재배치에 관한 사항을 정하였는데, 이 사건 기타협약에 의하면 “회사는 업무 복귀 이후 효율적인 경영활동과 업무수행을 위하여 공장 간 부서 및 인원의 재배치를 시행한다. 단, 회사는 본인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며 사전에 조합과 협의한다”고 정하여져 있는 사실, 참가인들은 이 사건 기타협약의 체결로써 노동조합 임원에 대한 인사도 ‘사전 협의’만 거치면 되는 것으로 보고, 이 사건 인사명령을 발하기 전인 2005. 2. 28. 노동조합에 그 내용을 통지하고 의견 제시를 요구한 사실, 그런데 노동조합이 이 사건 단체협약상 사전합의조항을 들어 절차상 문제점을 지적하자 참가인들은 의견 제시만 요구한 후 이 사건 인사명령을 한 사실, 이후 참가인들은 수회에 걸쳐 노동조합에 협조를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으나, 이 사건 인사명령에 대해서는 노동조합과의 합의가 필요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여 노동조합 측과 대립한 사실, 한편 노동조합은 원고 3에 대한 인사명령에 대해서는 이를 동의하여 원고 3이 2005. 3. 30. 업무에 복귀한 사실을 알 수 있다.
사실관계가 이와 같다면, 참가인들은 이 사건 인사명령에는 이 사건 단체협약상의 사전합의조항의 적용이 배제되는 것으로 보고 사전 합의 절차 자체를 거치지 않았다고 할 수 있는바, 그렇다면 노동조합과의 사전 합의가 이루어지지 못한 주된 이유는 참가인들에게 있다고 할 것이고, 노동조합이 이 사건 단체협약상의 사전합의조항을 들어 이 사건 인사명령을 거부하였다고 하여 곧바로 노동조합이 사전합의권을 포기 또는 남용하였다고 할 수 없다.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에는 사전합의권의 포기 내지 남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나머지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