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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6. 6. 9. 선고 2015도18555 판결
[사기][미간행]
판시사항

[1] 피해자가 피고인의 신용상태를 인식하고 있어 장래의 변제지체 또는 변제불능에 대한 위험을 예상하고 있거나 예상할 수 있었던 경우, 피고인이 그 후 제대로 변제하지 못하였다는 사실만으로 변제능력에 관하여 피해자를 기망하였다거나 사기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있는지 여부(원칙적 소극)

[2] 기업경영자가 파산에 의한 채무불이행 가능성을 인식할 수 있었으나 그러한 사태를 피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믿었고, 계약이행을 위해 노력할 의사가 있었을 경우, 사기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법무법인 지유 담당변호사 조준연 외 2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의 판단

가.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피고인은 삼계건설산업 주식회사(이하 ‘피고인 회사’라고 한다)의 대표이사로, 사실 위 회사는 운영자금이 부족하여 철강재를 납품받더라도 그 대금을 정상적으로 지급하여 줄 의사나 능력이 없음에도, 2011. 11. 27.경 직원 공소외 1을 통하여, 공소외 2가 운영하던 피해자 공소외 3 주식회사에 “○○교회 옥외 주차장 신축공사에 필요한 철강재를 납품하면 공사완료 후 자재대금을 지급하겠다.”라고 거짓말하여, 이에 속은 피해자로부터 그 무렵부터 2012. 2. 27.경까지 철강재를 납품받고 그 대금 중 100,733,979원을 지급하지 못하여 같은 금액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였다.

나. 원심은, 공소외 2가 이 사건 무렵의 피고인 회사의 재정상태에 대하여 잘 알지는 못하였고, 피고인 회사가 ○○교회 측으로부터 받은 공사대금으로 피해자 회사에 자재대금을 지급할 것을 기대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으며, 통상적으로 자재대금을 받지 못할 것을 예상하면서도 자재를 납품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2. 대법원의 판단

가. 피해자가 피고인의 신용상태를 인식하고 있어 장래의 변제지체 또는 변제불능에 대한 위험을 예상하고 있거나 예상할 수 있었다면, 피고인이 구체적인 변제의사, 변제능력, 거래조건 등 거래 여부를 결정지을 수 있는 중요한 사항을 허위로 말하였다는 등의 사정이 없는 한, 피고인이 그 후 제대로 변제하지 못하였다는 사실만 가지고 변제능력에 관하여 피해자를 기망하였다거나 사기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 ( 대법원 2016. 4. 28. 선고 2012도14516 판결 참조). 또한 사업의 수행과정에서 이루어진 거래에 있어서 그 채무불이행이 예측된 결과라고 하여 그 기업경영자에 대한 사기죄의 성부가 문제된 경우, 그 거래시점에서 그 사업체가 경영부진 상태에 있었기 때문에 사정에 따라 파산에 이를 수 있다고 예견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 사기죄의 고의가 있다고 단정하는 것은 발생한 결과에 따라 범죄의 성부를 결정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설사 기업경영자가 파산에 의한 채무불이행의 가능성을 인식할 수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태를 피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믿었고, 계약이행을 위해 노력할 의사가 있었을 때에는 사기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여서는 안 된다 ( 대법원 2001. 3. 27. 선고 2001도202 판결 참조).

나. 이 사건 당시 피고인 회사가 진행하던 공사에 대하여 공사대금을 지급받지 못하여 자금 운영이 원활하지 않았고, 이 사건 후 2012. 5. 31. 피고인 회사 발행의 액면금 1억 원의 당좌수표에 관하여 예금부족을 이유로 지급정지처분을 받았으며, 2012. 7. 13.경에는 파산신청을 하여 결국 파산선고를 받은 사실은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사후적으로 보아 당시 부도가능성을 예견할 수 있었다고 평가되더라도,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은 피고인과 피해자의 거래관계, 당시 피고인 회사의 사업수행 상황, 계약의 체결과 이행과정, 피해자의 직업과 경험, 범행의 내용 등을 종합해 보면, 피고인이 이 사건 거래 당시 자재대금을 변제할 의사와 능력에 관하여 피해자를 기망하였다거나 사기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1) 피해자는 이 사건 전 피고인 회사에 약 2억 원 상당의 자재를 납품하고, 피고인 회사가 발행 또는 배서한 합계 6,000만 원의 당좌수표와 어음을 할인해주고 정상적으로 변제받았을 뿐만 아니라, 공소외 1을 통하여 피고인 회사에 공사착수금을 대여하기도 하였다.

2) 피고인 회사는 1994년경 설립된 자본금 22억 원의 건설회사로, 2011년에도 8건의 공사계약을 체결하였고, 이 사건 당시 10여 건의 공사를 진행하여 2011년 기성액도 수십억 원에 이르렀으며, 2011년 매출 세금계산서 합계액은 약 9억 8,000만 원이었다.

3) 피고인 회사는 2012. 2. 27.경까지 피해자로부터 철강재 약 1억 5,000만 원 상당을 납품받은 후 2012. 3. 14.경 피해자에게 그 대금 중 5,000만 원을 현금으로 지급하였다.

4) 피고인이나 공소외 1이 피해자에게 피고인 회사의 구체적인 지급능력, 거래조건 등 거래 여부를 결정지을 수 있는 사항을 허위로 말한 사정은 보이지 않는다.

다. 그럼에도 피고인이 피해자를 기망하였고 피고인에게 사기죄의 고의가 있었다는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기죄에서의 기망행위와 고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병대(재판장) 박보영 김신(주심) 권순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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