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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7. 1. 25. 선고 2016도18432 판결
[사기][미간행]
판시사항

사업의 수행과정에서 이루어진 거래에서 기업경영자가 파산에 의한 채무불이행의 가능성을 인식할 수 있었으나 그러한 사태를 피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믿었고, 계약이행을 위해 노력할 의사가 있었을 경우, 사기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참조조문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법무법인 혜 담당변호사 고혜련 외 3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의정부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의 판단

가.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은 공소외 1 주식회사(이하 ‘공소외 1 회사’라고 한다)와 공소외 2 주식회사(이하 ‘공소외 2 회사’라고 한다)의 운영자로서, 2013. 8. 철강자재를 공급받더라도 그 물품대금을 변제할 의사나 능력이 없이, 피해자 공소외 3 주식회사(이하 ‘피해회사’라고 한다) 영업직원 공소외 4에게 ‘철강자재를 공소외 1 회사와 공소외 2 회사에 외상으로 공급하면, 2013. 9.말까지 대금을 틀림없이 지급하겠다’고 기망하여, 피해회사로부터 2013. 8. 13.부터 같은 달 27.까지 3회에 걸쳐 합계 46,866,593원 상당의 철강자재 14,640.2kg을 공급받아 이를 편취하였다는 것이다.

나.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2. 대법원의 판단

가. 사업의 수행과정에서 이루어진 거래에 있어서 그 채무불이행이 예측된 결과라고 하여 그 기업경영자에 대한 사기죄의 성부가 문제된 경우, 그 거래시점에 그 사업체가 경영부진 상태에 있었기 때문에 사정에 따라 파산에 이를 수 있다고 예견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 사기죄의 고의가 있다고 단정하는 것은 발생한 결과에 따라 범죄의 성부를 결정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설사 기업경영자가 파산에 의한 채무불이행의 가능성을 인식할 수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태를 피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믿었고, 계약이행을 위해 노력할 의사가 있었을 때에는 사기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여서는 안 된다 ( 대법원 2001. 3. 27. 선고 2001도202 판결 , 대법원 2016. 6. 9. 선고 2015도18555 판결 등 참조).

나. 원심판결 이유와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의 사정을 알 수 있다.

1) 공소외 1 회사는 2013. 8. 피해회사로부터 철강자재를 공급받은 후 이를 모두 제품 생산에 투입한 것으로 보이고, 그 무렵 주방기기 제품을 꾸준하게 생산하고 있었으며, 2013. 9.부터 같은 해 12.까지 월 매출액이 160,056,398원 내지 283,899,336원으로 월 평균 223,182,106원, 월 수금액이 187,071,598원 내지 208,095,200원으로 월 평균 195,757,966원에 달하여 피해회사에 대한 물품대금채무액을 상회하고, 같은 기간 월말 미수금채권액도 평균 475,764,345원에 이른다. 공소외 1 회사는 2013. 8. 공소외 5 주식회사와 체결한 여러 건의 주방기기 공급계약을 이행하고 있었고, 그 후에도 공소외 6 주식회사, 공소외 7 주식회사, ○○○○○교육청, △△△△△△△△학교와 주방기기 공급계약을 체결하는 등 지속적으로 기업활동을 하고 있었다.

2) 공소외 2 회사는 2013. 8. 별다른 매출을 얻지 못하였지만, 이는 그 무렵 주방기기 등 제품 생산을 시작하였기 때문으로 보이고, 피고인이 2013. 10. 동생 공소외 8에게 경영권을 양도하였다는 사정만으로 피해회사에 대한 물품대금채무의 변제 가능성이 낮아진다고 볼 수 없다.

3) 피고인과 피해회사의 거래는 피해회사 영업직원 공소외 4가 피고인이 운영하던 공소외 1 회사 공장을 찾아와 철강자재를 공급하겠다고 제안하여 시작되었는데, 당시 공소외 4는 공소외 1 회사의 공장과 기계 규모 등을 근거로 피고인에게 물품대금을 지급할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였고, 피고인이 다른 외상거래와 마찬가지로 공급받은 다음 달 말일에 물품대금을 지급하겠다고 이야기한 것 이외에 달리 공소외 4에게 허위의 사실을 고지하여 적극적으로 기망한 바는 없다.

4) 피고인이 2013. 8. 이후 주방기기 등을 생산하여 발생한 매출금을 고정비용과 즉시 결제가 필요한 1,000만 원 미만의 원자재 매입대금에 먼저 지출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운용하였으나, 이는 유동성 부족을 겪는 기업에서 흔히 있는 일이고, 피고인이 피해회사로부터 공급받은 철강자재로 생산한 물건의 매출금으로 피해회사에 대한 물품대금을 우선하여 지급하기로 약정한 바도 없으므로, 위와 같은 자금운용을 근거로 피해회사에 대한 물품대금을 지급하지 않으려는 의사가 있었던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

5) 피고인은 2013. 8. 피해회사에 대한 물품대금을 변제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였으나, 2013. 9. 거래처인 □□건설의 부도로 물품대금 7,000만 원을 지급받지 못하여 비로소 법률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법인회생신청을 준비하게 되었다고 주장하고 있고, 피고인이 피해회사로부터 철강자재를 공급받을 무렵에 이미 회생절차를 준비하고 있었다고 볼만한 자료가 없는 점, 피고인이 2014. 3. 10. 회생절차가 폐지된 뒤 공소외 1 회사를 사실상 폐업하여 그 운영 당시 자료를 확보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하면, 피고인의 주장을 관련 자료가 제출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쉽게 배척할 수 없으므로, 피고인이 유동성 부족으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외부적인 경제여건이 더욱 악화되어 피해회사에 대한 물품대금채무를 변제하지 못한 채 공소외 1 회사에 대한 회생신청을 하고 공소외 2 회사의 경영권을 동생 공소외 8에게 양도하였다고 못 볼 바 아니다.

다. 앞서 본 법리에 따라 위와 같은 제반 사정들을 살펴보면, 피고인이 2013. 8. 피해회사로부터 철강자재를 공급받을 무렵 공소외 1 회사나 공소외 2 회사의 재정상황이 악화되어 파산에 의한 채무불이행의 가능성을 인식할 수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태를 피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믿었고 피해회사를 비롯한 채권자들에 대한 계약이행을 위해 노력할 의사가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원심이 든 사정이나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피해회사로부터 철강자재를 공급받을 무렵부터 피고인에게 편취할 의사가 있었다는 사실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

라. 그런데도 그 판시와 같은 사정만을 들어 피고인에게 편취의 범의가 인정된다는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기죄에서의 편취 범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기택(재판장) 김용덕 김신(주심) 김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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