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11노3422 일반물건방화(예비적 죄명 : 자기 소유일반물건방화)
피고인
A
항소인
피고인
검사
정현승(기소), 이철희(공판)
변호인
변호사 D(국선)
원심판결
서울남부지방법원 2011. 11. 24. 선고 2011고합415 판결
판결선고
2012. 5. 31.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이 사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 법리오해
이 사건 화재로 인해 국회의사당 외곽출입 통제용 쇠 울타리와 장미 8m 가량이 소훼되지도 않았고 공공의 위험이 구체적으로 발생하지도 않았으며, 당시 피고인에게 불을 놓아 국회의사당 외곽출입 통제용 쇠 울타리와 장미 8m 가량을 소훼하여 공공의 위험을 발생하게 한다는 사실에 대한 고의도 없었음에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나, 양형부당
피고인에 대한 여러 가지 정상을 참작할 때 원심이 선고한 형량(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은 지나치게 무거워서 부당하다.
2. 직권판단
피고인의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에 앞서 직권으로 살피건대, 검사가 당심에서 당초의 공소사실을 유지한 채 예비적으로 죄명에 "자기소유일반물건방화"를, 적용법조에 "형법 제167조 제2항, 제48조 제1항"을, 공소사실에 아래의 예비적 공소사실의 요지를 각 추가하는 공소장변경 신청을 하였고, 이 법원이 이를 허가함으로써 그 심판대상이 변경되었으므로(검사가 당심에서 예비적 공소사실을 추가하였으므로, 당초의 공소사실은 주위적 공소사실이 되었다), 원심판결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게 되었다.
다만, 이러한 직권파기 사유가 있음에도 피고인의 주위적 공소사실(일반물건방화)에 대한 사실오인 · 법리오해 주장은 여전히 이 법원의 판단대상이 되고, 예비적 공소사실 (자기소유일반물건방화)과 주위적 공소사실은 소훼의 객체만이 다를 뿐이므로, 아래에서 주위적 및 예비적 공소사실에 대하여 함께 살피기로 한다.
3. 주위적 및 예비적 공소사실에 대한 판단
가.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1) 주위적 공소사실(일반물건방화)의 요지
피고인은 2011. 6. 20. 18:40경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1 국회의사당 정문 옆 인도에서 미리 준비해온 알코올램프, 삼발이, 석고판을 설치한 후 그 위에 타이머 장치와 질산칼륨, 아질산칼륨 혼합물을 넣은 지름 20cm, 높이 10cm의 철제 깡통을 놓았다. 그 후 피고인은 알코올램프에 일회용 라이터로 불을 붙여 그 열로 깡통 안에 든 질산 칼륨, 아질산칼륨 혼합물이 연기를 내면서 깡통과 이를 덮어둔 종이상자에 불이 붙게 하고, 시가 50만 원 상당의 수리비를 요하는 국회 소유의 외곽출입 통제용 쇠 울타리와 줄장미 8m 가량이 불과 연기에 그을려 소훼되게 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불을 놓아 물건을 소훼하여 공공의 위험을 발생하게 하였다.
(2) 예비적 공소사실(자기소유일반물건방화)의 요지
피고인은 2011. 6. 20, 18:40경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1 국회의사당 정문 옆 인도에서 미리 준비해온 알코올램프, 삼발이, 석고판을 설치한 후 그 위에 타이머 장치와 질산칼륨, 아질산칼륨 혼합물을 넣은 지름 20cm, 높이 10cm의 철제 깡통을 놓았다. 그 후 피고인은 알코올램프에 일회용 라이터로 불을 붙여 그 열로 깡통 안에 든 질산 칼륨, 아질산칼륨 혼합물이 연기를 내면서 깡통과 이를 덮어둔 종이상자에 불이 붙게하여 그 옆에 약 50cm 떨어진 시가 50만 원 상당의 수리비를 요하는 국회 소유의 외 곽출입 통제용 쇠 울타리와 줄장미 8m 가량이 불과 연기에 그을리게 하고 그 곳을 걸어가는 불특정 또는 다수의 사람들에 대한 신체의 위험을 발생하게 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자기의 소유에 속한 물건을 소훼하여 공공의 위험을 발생하게 하였다.
나. 주위적 및 예비적 공소사실에 대한 판단 : 방화죄의 고의 유무
(1) 이 사건 당시 피고인에게 일반물건방화죄(주위적 공소사실) 내지 자기소유일반 물건방화죄(예비적 공소사실)의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에 대하여 본다.
(2) 범죄구성요건의 주관적 요소로서 미필적 고의라 함은 범죄사실의 발생 가능성을 불확실한 것으로 표상하면서 이를 용인하고 있는 경우를 말하고,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하려면 범죄사실의 발생 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있음은 물론 나아가 범죄사실이 발생할 위험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어야 하며, 그 행위자가 범죄사실이 발생할 가능성을 용인하고 있었는지의 여부는 행위자의 진술에 의존하지 아니하고 외부에 나타난 행위의 형태와 행위의 상황 등 구체적인 사정을 기초로 하여 일반인이라면 당해 범죄사실이 발생할 가능성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를 고려하면서 행위자의 입장에서, 그 심리상태를 추인하여야 하고, 이와 같은 경우에도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의 주관적 요소인 미필적 고의의 존재에 대한 입증책임은 검사에게 있는 것이며, 한편,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1)
(3) 원심 및 당심에서 적법하게 증거조사를 거친 증거들을 종합하면, ① 피고인은 평소 E 외 6인을 상해죄 등으로 고소한 사건의 처리결과에 불만을 품고 있던 중 사회적 이목을 끌기 위하여 2011. 6, 20. 18:40경 국회의사당 정문 옆 인도에 일명 '스모그 폭탄'을 제조 · 설치한 사실, ② 위 스모그 폭탄은 알코올램프(지름 10cm, 높이 10cm), 삼발이(높이 12cm), 직사각형 모양의 석면망 및 질산칼륨(KNO3)과 아질산칼륨(KNO2)의 혼합물이 담긴 원기둥 모양의 캔(지름 20cm, 높이 10cm)을 순차로 쌓아올리는 방식으로 제조되었고, 위 알코올램프에 불을 붙여 위 원기둥 모양의 캔을 지속적으로 가열하면 위 질산칼륨과 아질산칼륨의 혼합물이 연소하면서 "쉬~이!" 하는 소리와 함께 연기가 치솟도록 설계된 사실, ③ 피고인은 위 스모그 폭탄을 터트리기 위하여 위 알 코올램프에 일회용 라이터로 불을 붙인 다음 경찰관 등이 이를 폭발 전에 제거하지 못하도록 종이상자로 잘 덮어둔 사실, ④ 피고인이 위 알코올램프에 불을 붙인 때로부터 10분 정도 지난 후에 '퍽!' 하는 소리와 함께 위 종이상자에서 연기가 피어나면서 불길 이 솟아올랐는데, 초기에는 불길의 높이가 1m에 달하기도 했으나 오래지 않아 불길이 잦아는 사실, ⑤ 위 화재 당시 위 질산칼륨과 아질산칼륨의 혼합물은 위 알코올램프에 의한 지속적인 가열에도 불구하고 용융되어 그 표면에 일시적인 점화가 있었을 뿐 활발하게 연소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이며, 위 종이상자의 불은 위 질산칼륨과 아질산칼 륨의 혼합물이 아닌 알코올에서 옮겨 붙은 것으로 추정되나 그 정확한 진행경과는 알 수 없고, 위 알코올램프가 파손된 시점도 위 종이상자에 불이 옮겨 붙기 전인지 후인지 정확히 알 수 없는 사실,2) ⑥ 위 화제로 인하여 위 종이상자는 전소하였으나, 대한민국 소유의 국회의사당 외곽출입 통제용 쇠 울타리와 장미 8m 가량은 약 50만 원 상당의 수리비가 들도록 불과 연기에 그을렸을 뿐인 사실 등을 인정할 수 있다.
(4) 이러한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당시 피고인에게 사회적 관심과 시선을 끌기 위하여 위 스모그 폭탄을 제작·설치하여 이를 터트린다는 인식과 의사가 있었을 뿐이지, 알코올램프에 불을 붙여 그 위에 설치된 위 원기둥 모양의 캔 속에 담긴 위 질산칼륨과 아질산칼륨의 혼합물을 가열하는 행위로 인하여 목적물(일반물건방화의 주위적 공소사실의 경우에는 위 국회의사당 외곽출입 통제용 쇠울타리와 장미 8m가량, 자기소유일반물건방화의 예비적 공소사실의 경우에는 위 종이상자)의 소훼라는 결과가 발생할 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있었다거나 나아가 그러한 결과가 발생할 위험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까지 있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한편, 피고인의 이 사건 행위가 실화죄 또는 중실화죄에 해당한다 하더라도, 검사의 공소장 변경이 없는 이 사건에서 피고인을 실화죄 또는 중실화죄로 처벌할 수는 없다3)).
(5) 따라서 이 사건 당시 피고인에게 미필적으로나마 일반물건방화의 고의가 있었음을 전제로 주위적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방화죄의 주관적 요소인 미필적 고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으므로, 이에 관한 피고인의 항소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다. 주위적 공소사실에 대한 판단 : 일반물건방화죄의 기수 여부
(1) 설령 원심 판시와 같이 이 사건 당시 피고인에게 일반물건방화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 하더라도, 일반물건방화죄가 기수에 이르려면 피고인이 불을 놓아 대한민국 소유의 국회의사당 외곽출입 통제용 쇠 울타리와 장미 8m 가량을 소훼함으로써 공공의 위험을 발생케 하여야 하므로, 먼저 피고인이 불을 놓아 위 국회의사당 외곽출입 통제용 쇠 울타리와 장미 8m 가량을 소훼하였는지 여부에 대하여 본다.
(2) 방화죄는 화력이 매개물을 떠나 스스로 연소할 수 있는 상태에 이르렀을 때에 기수가 되고, 반드시 목적물의 중요부분이 소실하여 그 본래의 효용을 상실한 때라야만 기수가 되는 것이 아닌바,4) 앞서 본 사실관계를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이 놓은 불이 방화의 매개물인 위 종이상자(또는 위 알코올램프)를 떠나서 목적물인 위 국회의사당 외곽출입 통제용 쇠 울타리와 장미 8m 가량에 옮겨 붙어 스스로 연소를 계속할 수 있는 상태에 이르렀다고 볼 수 없으므로, 피고인의 일반물건 방화행위는 미수에 그쳤다고 봄이 상당한데, 현행 형법은 일반물건방화미수죄에 대하여 따로 처벌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3) 따라서 화력에 의하여 위 국회의사당 외곽출입 통제용 쇠 울타리와 장미 8m 가량이 손괴되었음을 전제로 주위적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일반물건방화죄에 있어서의 소훼의 개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으므로, 이에 관한 피고인의 항소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한편, 피고인이 불을 놓아 위 국회의사당 외곽출입 통제용 쇠 울타리와 장미 8m 가량을 소훼하지 못한 이상 그로 인해 공공의 위험이 구체적으로 발생하였는지 여부에 관하여는 더 나아가 살필 필요가 없다).
4. 결 론
그렇다면 원심판결에는 앞서 본 바와 같은 직권파기사유가 있고, 피고인의 사실오. 인·법리오해 주장도 이유 있으므로,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 제6항에 따라 이를 파기하고 다시 변론을 거쳐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이 사건 주위적 및 예비적 공소사실의 요지는 위 제3의 가. 항 기재와 같고, 위 제3의 나. 및 다. 항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주위적 및 예비적 공소사실은 모두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아울러 형법 제58조 제2항에 따라 이 사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판사최재형
판사심경
판사김태균
주석
1) 대법원 2004. 5. 14. 선고 2004도74 판결 등 참조
2) 증인 F[국립과학수사연구원 공업연구관으로서 수사기관에 '1. 화공약품의 종류 및 폭발물 의심 물체의 파괴력, 2. 폭발물 의심
물체의 제조기법 및 잔해물 성분 분석'에 관한 감정서를 작성·제출하였고, 이 법원에 '질산칼륨, 아질산칼륨 및 설탕 혼합물
의 연소성 검토에 관한 감정서를 작성 · 제출하였다]의 당심 법정진술 참조
3) 대법원 2004. 1. 27. 선고 2003도5068 판결 참조
4) 대법원 1970, 3. 24. 선고 70도330 판결 등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