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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사고
대법원 2016.3.24.선고 2014다10113 판결
손해배상(의)
사건

2014다10113 손해배상(의)

원고피상고인

A

피고상고인

B

원심판결

전주지방법원 2013. 12. 19. 선고 2013나7960 판결

판결선고

2016. 3. 24.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전주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시술상 과실에 관한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원심은, 원고가 2008. 6. 12. 피고로부터 마취 주사를 이용한 부분 마취 후 좌측 상·하악 제3대구치를 발치하는 시술(이하 '이 사건 시술이라 한다)을 받은 후 혀의 좌측 전방 2/3의 지각 둔마, 이상 감각 및 통증의 장애(이하 '이 사건 장애'라 한다)를 보이고 있는 이 사건에서, 아래 사정을 종합하면, 이 사건 장애는 피고가 이 사건 시술 과정에서 설신경을 손상시킨 의료상 과실에 의하여 초래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개연성이 충분하므로, 피고에게 이 사건 시술상의 과실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1) 원고는 이 사건 시술을 받고 나서 11일 후인 2008. 6. 23. 피고 병원에 내원하여 좌측 혀 부위의 저린 느낌과 미각 소실을 호소하였고, 이후 피고 병원에 5회에 걸쳐 내원하여 치료를 받았으나 위와 같은 증상이 호전되지 않아 원광대학교 치과대학 병원에 내원하여 위 증상에 대한 치료를 받았다.

(2) 원고는 이 사건 시술을 받기 전에 저린 느낌 등 혀 부위의 감각이상 증세가 전혀 없었는데, 이 사건 시술 이후 위와 같은 증상이 발생하여 현재 이 사건 장애를 보이고 있다.

(3) 원고의 신체감정을 담당한 D병원 구강악안면외과 F 교수는 '발치 시 설신경의 손상은 마취 시 주사침에 의한 손상과 설신경의 해부학적 위치가 하악구치의 설측 골판에 부착되어 지나가는 경우 발치시 얇은 설측 골판이 파절되어 신경이 손상되는 경우의 두 가지 원인에 의하여 발생할 수 있다'라고 회신하였는데, 원고의 경우에는 이 사건 시술 이후의 파노라마 사진만으로는 설측 골판의 파절 여부를 알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설신경의 해부학적 위치가 하악구치와 가깝게 붙어 있는 환자는 아니었다.

(4) 하악 제3대구치를 발치하기 위하여는 하치조신경 부위에 주사침을 찌르고 마취액을 넣는 방법으로 국소마취를 하는데 하치조신경과 설신경이 위치상 근접해 있으므로 마취 시 주사침을 설신경 쪽으로 찌르게 되는 경우에는 설신경이 손상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5) 국소마취 시 주사침을 찔러 생기는 합병증에는 이상감각증이 있는데, 감각신경의 손상으로 인한 지각마비증상으로 주사침에 의한 신경섬유의 손상과 소독액의 오염에 의한 화학적 손상 등의 원인으로 나타날 수 있고, 대부분의 이상감각증은 치료 없이도 점차 정상적으로 회복되며 단지 신경손상이 심각하다면 이상감각증은 영구적으로 남아있을 수도 있으나, 대부분의 이상감각증은 매우 경미하고 관련 신경 부분의 대부분 감각기능은 유지되고 있어 약간의 자해손상 가능성만 있다. 이 사건 장애는 혀의 좌측 전방 2/3의 지각 둔마, 이상 감각 및 통증의 장애(축삭절단)로서 이 사건 시술 후 3년 6개월 이상이 지난 이후에도 유지되고 있어 영구장해로 판정되었으므로 이 사건 장애가 발치 시술 후 일반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의 범위 내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

(6) 원고의 이 사건 장애는 이 사건 시술 직후에 나타난 것으로서 위 시술 외에는 다른 원인이 개재하였을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보이고, 그 발생 부위가 이 사건 시술을 하면서 행한 국소마취 부위와 밀접하며 원고가 이 사건 장애를 초래하기 쉬운 내적 요인을 가진 신체 상태에 있었다고 볼 만한 자료도 없다.

나. 그러나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1) 의료행위는 고도의 전문적 지식을 필요로 하는 분야로서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으로서는 의사의 의료행위의 과정에 주의의무 위반이 있는지 여부나 그 주의의무 위반과 손해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지 여부를 밝혀내기 극히 어려운 특수성이 있으므로, 수술 도중이나 수술 후 환자에게 중한 결과의 원인이 된 증상이 발생한 경우 그 증상발생에 관하여 의료상의 과실 이외의 다른 원인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간접사실들을 증명함으로써 그와 같은 증상이 의료상의 과실에 의한 것이라고 추정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하겠으나, 그 경우에도 의사의 과실로 인한 결과발생을 추정할 수 있을 정도의 개연성이 담보되지 않는 사정들을 가지고 막연하게 중한 결과에서 의사의 과실과 인과관계를 추정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의사에게 무과실의 증명책임을 지우는 것까지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15. 10, 29. 선고 2015다13843 판결 참조).

(2)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① 발치시 설신경의 손상은 마취 시 주사침에 의한 손상 또는 발치시 얇은 설측 골판이 파절되면서 신경이 손상되는 두 가지 원인에 의하여 발생될 수 있는 점, ② 설측 골판이 파절되어 설신경이 손상되는 경우는 진료상의 부주의에 의해서도 발생이 가능하지만, 해부학적으로 설측 골판이 매우 얇거나 부족한 경우 및 설신경이 골판에 밀착하여 지나가는 경우에는 단순 발치로도 설신경이 손상받을 수 있어 이러한 손상은 치료과정에서의 불가항력인 손상으로 평가되는 점, ③ 원고의 경우 발치 과정에서 설측 골판이 파절되었는지 여부나 설측 골판의 형태를 확인할 수 없는 점, ④ 원심은 원고의 설신경의 해부학적 위치가 하악구치와 가깝게 붙어 있지 않다고 보았으나, 신체감정서나 진료기록, 감정서 등 원고의 설신경의 해부학적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객관적 자료가 없는 점을 알 수 있다.

위와 같은 사정들에 의하면, 이 사건 장애는 발치를 위한 마취 과정에서 피고가 국소마취를 위해 주사침을 하치조신경 부위가 아닌 설신경 방향 쪽으로 잘못 찌르는 등 주사침에 의하여 설신경이 손상되어 발생하였을 가능성도 있겠으나, 원고의 설신경이 설측 골판에 밀착하여 지나가는 경우 등 그 해부학적 원인 때문에 발치 과정에서 설측 골판이 파절되면서 일어난 불가피한 손상일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고 보인다. 원심이 판단 근거로 들고 있는 사정들은 이 사건 시술과 이 사건 장애 사이의 인과관계를 추정할 수 있는 사유에 불과하고 위와 같은 해부학적 원인에 의한 불가항력적인 손상의 발생 가능성을 배제할 만한 충분한 근거가 되지 못하므로 피고의 시술 상의 과실을 추정할 정도로 개연성 있는 사정들이라고 보기 어렵다.

(3) 그럼에도 원심은 개연성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사정들을 가지고 막연하게 피고의 과실을 추정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였으므로,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의료과실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2. 설명의무 위반에 관한 상고이유에 대하여 관련 법리와 기록에 의하면,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가 이 사건 시술 당시 설명의무를 위반하여 원고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였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다. 거기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의 위법이 없다.

다만, 이 사건에서 원심은 피고의 시술상 과실과 설명의무 위반의 점을 모두 포괄하여 손해배상책임의 범위를 정하였고, 앞서 본 것처럼 피고의 시술상 과실에 관한 원심판단에 위법이 있어 그로 인한 손해 부분을 파기하는 이상, 피고의 설명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 부분도 그대로 유지될 수 없으므로, 결국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 전부를 파기하여야 한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 · 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대법관이상훈

대법관김창석

주심대법관조희대

대법관박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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