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18고합245 준강간미수
피고인
A
검사
김보미(기소), 황호석(공판)
변호인
법무법인 태일 담당변호사 우종환
판결선고
2018. 10. 12.
주문
피고인을 징역 1년 6개월에 처한다.
다만, 이 판결 확정일부터 3년간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피고인에 대하여 80시간의 사회봉사 및 40시간의 성폭력 치료강의 수강을 명한다.
이유
범 죄 사 실1)
피고인과 피해자 B(여, 25세)은 약 7년 동안 친구로 지낸 대학교 동기 사이이다.
피고인은 2018. 1. 6. 04:00경 서울 강서구 C호텔 D호에서, 방 안에 있는 2개의 침대에 피해자와 마주 앉은 상태에서 함께 술을 마시던 중 피해자가 술에 취해 눈을 감고 침대에서 잠이 들자 피해자가 입고 있던 팬티스타킹과 팬티를 한 번에 벗긴 후, 자신의 하의를 벗은 채 피해자의 등 뒤에 몸을 밀착하여 손으로 피해자의 음부를 만지고, 피고인의 성기를 피해자의 음부에 삽입하려고 하였으나 잠에서 깬 피해자가 저항하여 그 뜻을 이루지 못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피해자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인 상태를 이용하여 피해자를 간음하려다가 미수에 그쳤다.
증거의 요지
1. 피고인의 일부 법정진술
1. 증인 B의 법정진술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1. 작량감경
형법 제53조, 제55조 제1항 제3호(아래 양형 이유 중 유리한 정상 참작)
1. 집행유예
형법 제62조 제1항(아래 양형 이유 중 유리한 정상 거듭 참작)
1. 사회봉사 및 수강명령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6조 제2항 본문, 제4항
피고인 및 변호인 주장에 관한 판단
1. 주장의 요지
피해자는 당시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지 않았고, 피고인은 피해자가 성관계에 동의한 것으로 생각하여 피해자의 팬티스타킹과 팬티를 벗기기만 하였을 뿐이므로 준강간의 고의가 없었다.
2. 관련 법리
가. 법원은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피해자 등의 진술의 신빙성 유무를 판단함에 있어서, 진술 내용 자체의 합리성·논리성·모순 또는 경험칙 부합 여부나 물증 또는 제3자의 진술과의 부합 여부 등은 물론, 법관의 면전에서 선서한 후 공개된 법정에서 진술에 임하고 있는 증인의 모습이나 태도, 진술의 뉘앙스 등 증인신문조서에는 기록하기 어려운 여러 사정을 직접 관찰함으로써 얻게 된 심증까지 모두 고려하여 신빙성 유무를 평가하게 되고, 피해자의 진술이 대체로 일관되고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경우 객관적으로 보아 도저히 신빙성이 없다고 볼 만한 별도의 신빙성 있는 자료가 없는 한 이를 함부로 배척하여서는 안 된다(대법원 2012. 6. 28. 선고 2012도2631 판결 등 참조).
나. 한편, 형법 제299조에서 말하는 준강간죄에 해당하기 위하여는 객관적 구성요건요소로 피해자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가 필요한 것은 물론이고, 나아가 주관적 구성요건요소로서 피고인에게 위와 같은 피해자의 상태에 대한 인식 및 이를 이용하여 간음한다는 고의도 인정되어야 한다. 피고인이 범의를 부인하는 경우, 이러한 주관적 요소로 되는 사실은 사물의 성질상 범의와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에 의하여 이를 증명할 수밖에 없고, 무엇이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에 해당할 것인가는 정상적인 경험칙에 바탕을 두고 치밀하게 관찰·분석하여 사실의 연결 상태를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방법에 의하여야 한다(대법원 2003. 1. 24. 선고 2002도6103 판결, 대법원 2006. 2. 23. 선고 2005도8645 판결 등 참조).
3. 판단
가.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는지 여부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이나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해자는 이 사건 범행 당시 반항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하여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던 것으로 봄이 타당하고, 설령 피고인 및 변호인 주장과 같이 피해자가 피고인과의 성관계에 동의하는 듯한 언행을 보인 적이 있다 하더라도, 이는 술에 만취하여 잠결에 무의식적으로 반응한 본능적 행동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1)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피해자는 수사기관에서부터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피해자는 피고인의 생일을 축하해주기 위해 2018. 1. 5. 21:00경 홍대 E에서 피고인을 만나 근처에 있는 F 술집에서 함께 술을 마신 후 같은 날 23:00~24:00경 술값을 결제하고 나온 것까지는 기억이 나는데, 왜 호텔로 가게 되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어느 순간부터 호텔에서 피고인과 술을 마시고 있었다. 호텔 방 안에 침대 2개가 있어서 서로 마주 앉은 상태에서 술을 마셨던 것이 부분적으로 기억이 나고, 어떻게 잠이 들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침대에서 잠을 자다가 어지러워서 잠깐 눈을 떴을 때, 피해자는 오른쪽으로 태아처럼 몸을 웅크리고 누워 있었는데 피고인이 피해자의 몸 뒤에 밀착해 있었으며, 피해자는 입고 있었던 팬티스타킹, 팬티가 모두 벗겨진 채 음부가 노출되어 있는 상태였다. 피고인은 손으로 피해자의 음부를 만지고 있었고 피고인의 하복부가 피해자의 엉덩이에 밀착된 채 피고인의 성기가 피해자의 질 입구 쪽에 닿아 있었으며, 피해자는 어지러움을 느껴일어나서 앉았다. 그 후 정신을 차리고 보니 옷이 벗겨져 있는 것을 알고 피고인에게 "내 팬티를 내놔라"라고 말하여 팬티와 팬티스타킹을 입었으며, 피고인도 옆에서 자신의 속옷과 바지를 입었다(제2회 공판조서에 첨부된 증인 B에 대한 증인신문 녹취서 제1~4쪽, 수사기록 제9~11쪽 각 참조).'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피해자의 위와 같은 진술은 직접 경험하지 않고서는 꾸며내기 힘들 정도로 매우 구체적이고 일관되어 있으며, 특별히 비합리적이라고 볼 만한 사정을 찾아볼 수 없고, 피고인의 생일을 축하해주기 위해 만나게 되었던 피해자가 약 7년 정도 친구로 지낸 피고인을 허위로 무고하였다고 보이지도 않는다. 비록 피해자가 어떤 자세로 잠이 들었는지, 잠에서 깨었을 때 스스로 팬티를 찾아서 입었는지 여부 등에 관하여 다소 일관되지 않거나 모순되는 듯한 취지의 진술을 한 적은 있으나, 이는 자연적인 기억의 감퇴로 인한 것이거나 인식의 차이 등에서 비롯된 것으로 부차적인 부분에 불과하다.
2)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뒷받침하는 정황
가) 피해자의 평소 주량은 '자몽에이슬' 2~3병이 못 되는 정도로 보이는데(제3회 공판조서에 첨부된 피고인에 대한 피고인신문 녹취서 제2쪽, 수사기록 제12쪽 각 참조), 피고인과 피해자는 이 사건 당일 F 술집에서 이미 자몽에이슬 4병을 나누어 마셨고(위 증인신문 녹취서 제4쪽, 위 피고인신문 녹취서 제1쪽 각 참조), C호텔에서도 자몽에이슬 1병 정도를 나누어 마셔 피해자는 당시 자신의 주량을 초과하여 술을 마신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이 사건 범행이 발생한 시각은 새벽 4시경으로 피고인과 밤새 장소를 옮겨가면서 술을 마셨던 피해자로서는 상당히 취한 상태에서 피곤까지 겹쳐 잠이 들었던 것으로 보인다.
나) 피고인이 운전하여 C호텔로 이동하는 승용차 안의 블랙박스 영상[공판기록에 편철된 피고인의 변호인 제출 블랙박스 영상(증 제3호증) 참조]을 보면, 피해자는 피고인에게 "나 처음 가봐, 빨리 가봐, 궁금해"라고 말하기도 하다가 "어떻게 할거야, 같이 있을 거야 말거야"라는 피고인의 물음에 "내가 어떻게 너랑 같이 있어!"라고 소리를 지르기도 하는 등(00초~20초) 이미 C호텔로 가기 전부터 상당히 과음을 하여 매우 취한 상태였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피해자는 2018. 1. 8. 서울강서경찰서에 피고인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할 때 이 사건 범행 장소를 'G호텔'이라고 기재한 것에 비추어 보더라도(수사기록 제3~6쪽 참조), 피해자가 이 사건 당일 C호텔로 이동하는 것에 대해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술에 취해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다) 피해자는 이 사건 발생 이후인 2018. 1. 6. 04:54경 여성긴급전화1366 서울센터로 전화하여 '자신이 만취한 상황에서 동의 없이 성관계가 이루어지던 중 잠에서 깨어났다.'는 취지로 도움을 요청하였고(수사기록 제66쪽 참조), 그 직후인 같은 날 04:57경 휴대폰으로 동영상을 촬영하면서 피고인에게 "내가 그걸 알고 온 거니? 내가 그렇게 할려고 온 거니? 그게 아닌 거잖아, 똑바로 사과하라고, 니가 나 옷만 벗겼냐?"라고 항의하기도 하였다[수사기록 제57쪽에 편철된 피해자 제출 동영상 CD(01:16초~01:24초,01:40초~01:41초) 참조]. 비록 피해자가 위 동영상 속에서 비교적 명확하게 의사를 표현하고 있다고 보임에도 당시 동영상을 촬영했다는 것을 기억하지 못하다가 집에서 휴대폰을 보고 알게 되었다고 진술한 것(위 증인신문 녹취서 제6~8쪽 참조)은 다소 이례적일 수는 있으나, 이는 피해자가 술에 취해 잠이 들었다가 깬 후 당시의 상황을 인식하고 의식적으로 행동하였지만 단지 행위 당시의 상황을 사후에 기억하지 못하는 상태, 즉 주취에 따른 일시적 기억상실증인 이른바 '블랙아웃'(black out, 알코올이 임시기억 저장소인 해마세포의 활동을 저하시켜 정보의 입력과 해석에 악영향을 주지만, 뇌의 다른 부분은 정상적 활동을 하는 현상) 상태에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따라서 피해자가 잠에서 깨었을 때 피해를 입은 사실에 관하여만 기억을 하고 있고 그 이후에 있었던 부차적인 부분에 불과한 동영상을 촬영한 부분에 관하여는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하였다는 사정만으로 피해자의 구체적인 진술을 믿지 못하겠다고 배척하기는 어렵다.
라) 피해자는 이 사건 당일 직접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피고인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관에게도 피해 사실을 제대로 진술하지 않은 채 오히려 피고인과 대화를 하겠다고 하면서 나가달라고 요청하기도 하였는데(제3회 공판조서에 첨부된 증인 H에 대한 증인신문 녹취서 제2, 3쪽 참조), 이는 피해자의 직장에 피해 사실이 알려지게 될 것을 우려하였기 때문으로 보인다(위 증인신문 녹취서 제9, 10쪽, 수사기록 제11쪽 각 참조).
나. 피해자의 상태에 관한 피고인의 인식 및 준강간의 고의가 있는지 여부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이나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 당시 피해자가 술에 취해 잠이 들어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음을 인식하였고, 준강간의 고의로 피해자를 간음하려다가 미수에 그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피고인과 변호인의 주장은 이유 없다.
1) 피고인은 '피해자가 침대 머리 부분에 기대고 1~2분 정도 지난 후에 피해자의 팬티스타킹과 팬티를 벗겼는데, 당시 피해자가 눈을 게슴츠레 뜨고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위 피고인신문 녹취서 제7쪽, 수사기록 제133, 134쪽 각 참조)하였는데, 피고인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피해자가 당시 피고인과의 성관계에 동의한 상황이 아니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잠결에 눈이 풀려 있는 상태였다는 것을 충분히 알면서도 피해자의 팬티스타킹과 팬티를 벗긴 것으로 보인다.
2) 더구나 피고인은 피해자가 잠에서 깨어 일어나자 화들짝 놀라면서 같이 일어나서 자신의 속옷과 바지를 입었는데(위 증인신문 녹취서 제15쪽 참조), 피고인의 주장과 같이 피해자가 피고인과의 성관계에 동의하였다면 성관계 도중 피해자가 일어났다고 하더라도 성관계를 그만두는 이유에 관하여 피해자에게 묻지도 않은 채 자신의 옷을 입는다는 것이 쉽게 납득하기 어렵고, 오히려 잠이 들었다고 생각한 피해자가 예상치 못하게 잠에서 깨 일어나자 피고인이 놀라서 자신의 옷을 입었다고 보일 뿐이다.
3) 피고인은 피해자와 약 7년 동안 친구로 지내면서 교제한 사실이 없었는데, 이 사건 범행 이전에 피해자가 거주하던 집에서 함께 잠을 잔 적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는 이 사건 범행 당시 피해자가 피고인과의 성관계에 동의한 것으로 오인할 수 있었다고 보이지도 않는다.
양형 이유
1. 법률상 처단형의 범위: 징역 1년 6개월~15년
2. 미수범으로 양형기준이 적용되지 않음
3. 선고형의 결정: 징역 1년 6개월, 집행유예 3년
이 사건 범행은 피고인이 약 7년 동안 알고 지낸 친구인 피해자가 술에 취해 잠이 들어 항거불능인 상태에 있는 것을 이용하여 피해자를 간음하려다가 피해자가 잠에서 깨는 바람에 미수에 그친 것으로 죄질이 불량한 점, 피해자는 이 사건으로 인하여 상당한 정신적 고통과 충격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 점, 그럼에도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을 부인하고 있고, 피해자로부터 현재까지 용서를 받지 못한 채 피해 회복을 위해서도 전혀 노력하지 않은 점 등에 비추어 피고인에게는 그 책임에 상응하는 처벌이 필요하다.
다만, 피고인이 이전에 아무런 범죄전력이 없는 초범인 점, 피해자가 잠에서 깨자 즉시 범행을 멈춤으로써 다행히 이 사건 범행이 미수에 그친 점, 피고인의 아버지가 피고인에 대한 선도를 다짐하고 있는 점 등을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하고, 그 밖에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가족관계, 범행 방법, 경위, 범행 후의 정황 등 기록과 변론에 나타난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신상정보 등록 및 제출의무
피고인에게 판시 범죄사실에 대하여 유죄판결이 확정되는 경우, 피고인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42조 제1항에 의하여 신상정보 등록대상자에 해당하므로, 같은 법 제43조에 따라 관할 기관에 신상정보를 제출하여야 한다.
공개명령, 고지명령 및 취업제한명령의 면제
피고인에게 동종의 범죄전력이 없어 성폭력의 습벽이나 재범의 위험성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 피고인에 대한 신상정보 등록 및 사회봉사, 성폭력 치료강의 수강만으로도 재범 방지 효과를 어느 정도 기대할 수 있다고 보이는 점, 공개명령, 고지명령 및 취업제한명령으로 인하여 피고인이 입을 불이익과 예상되는 부작용에 비하여 그로써 달성할 수 있는 성폭력범죄의 예방 효과 등은 상대적으로 적다고 보이는 점, 그 밖에 피고인의 나이, 직업, 피해자와의 관계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볼 때 피고인에게는 신상정보의 공개·고지 및 취업제한명령을 부과하여서는 아니 될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판단되므로, 공개·고지 및 취업제한명령을 부과하지 아니한다.
판사
재판장 판사 심형섭
판사 김재호
판사 나재영
주석
1) 공소사실을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 적절히 수정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