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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북부지방법원 2018. 8. 16. 선고 2018노391 판결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향정)][미간행]
피 고 인

피고인

항 소 인

검사

검사

황수연(기소), 정혜승(공판)

변 호 인

변호사 이상철

주문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심리미진, 법리오해)

가. 검사 작성의 공소외 1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와 진술조서의 진정성립을 인정하기 위하여 원심에 증인으로 출석한 공소외 1은 제5회 공판기일(2017. 11. 24.)과 제7회 공판기일(2018. 1. 17.)에서 모두 증언거부권을 행사하였다. 그러나 위 제7회 공판기일 당시 공소외 1 본인에 대한 형사사건에서 이미 공소장변경이 이루어져 ‘2017. 3. 27. ◇◇◇◇로부터 필로폰을 매수하였다’는 공소사실은 이미 제외된 상태였으므로, 제7회 공판기일에서의 증언거부는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검사 작성의 공소외 1에 대한 각 조서의 경우 형사소송법 제314조 에 의하여 전문법칙의 예외가 인정되어 증거능력이 부여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공소외 1의 증언거부사유에 대하여 제대로 심리하지 아니한 채(공소외 1에 대한 증인신문이 필요하다) 만연히 그 증거능력을 배척한 위법이 있다.

나. 경찰은 2017. 3. 27. 공소외 1을 긴급체포하면서 공소외 1로부터 휴대전화를 압수하였는데, 긴급체포현장에서 압수한 것일지라도 그 제출과정에 ‘임의성’이 있다면 영장 없이 압수할 수 있고, 공소외 1도 수사기관에서 위 ‘임의성’을 인정하는 취지의 진술을 하기도 하였다. 따라서 경찰이 공소외 1의 휴대전화를 압수한 것은 형사소송법 제218조 소정의 임의제출물 압수로서 절차상 아무런 위법이 없다.

경찰의 휴대전화 압수에 위법이 있더라도 검사가 2017. 4. 14. 법원으로부터 사전 압수수색검증영장을 발부받고, 2017. 4. 18. 이에 기하여 공소외 1의 휴대전화를 압수하였다. 이는 경찰 단계에서의 압수수색과 완전히 별개의 새로운 압수절차이기 때문에 기존의 위법행위와 검사의 압수행위 사이의 인과관계는 완전히 단절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검사의 압수수색을 통하여 확보된 통화내용 녹음파일은 증거능력이 인정되어야 한다.

2.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

가. 검사 작성의 공소외 1에 대한 조서 관련 주장 부분

1) 관련법리

검사가 피고인이 아닌 자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는 적법한 절차와 방식에 따라 작성된 것으로서 그 조서가 검사 앞에서 진술한 내용과 동일하게 기재되어 있음이 원진술자의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의 진술이나 영상녹화물 또는 그 밖의 객관적인 방법에 의하여 증명되고,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 그 기재 내용에 관하여 원진술자를 신문할 수 있었던 때에는 증거로 할 수 있다. 다만, 그 조서에 기재된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 하에서 행하여졌음이 증명된 때에 한한다(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4항 ). 그리고 공범에 대한 검사 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가 증거로 제출된 경우 피고인이 위 공범 등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를 증거로 함에 동의하지 않는 이상, 원진술자인 공범이 각기 자신에 대한 공판절차나 다른 공범에 대한 형사공판의 증인신문절차에서 위 수사서류의 진정성립을 인정해 놓은 것만으로는 증거능력을 부여할 수 없고, 반드시 공범이 현재의 사건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그 서류의 성립의 진정을 인정하여야 증거능력이 인정된다( 대법원 1999. 10. 8. 선고 99도3063 판결 참조).

그런데 형사소송법 제314조 는 “ 제312조 또는 제313조 의 경우에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 진술을 요하는 자가 사망·질병·외국거주·소재불명,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사유로 인하여 진술할 수 없는 때에는 그 조서 및 그 밖의 서류를 증거로 할 수 있다. 다만, 그 진술 또는 작성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 하에서 행하여졌음이 증명된 때에 한한다.”라고 정함으로써, 원진술자 등의 진술에 의하여 진정성립이 증명되지 아니하는 전문증거에 대하여 예외적으로 증거능력이 인정될 수 있는 사유로 ‘사망·질병·외국거주·소재불명,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사유로 인하여 진술할 수 없는 때’를 들고 있다. 위 증거능력에 대한 예외사유로 1995. 12. 29. 법률 제5054호로 개정되기 전의 구 형사소송법 제314조 가 ‘사망, 질병 기타 사유로 인하여 진술할 수 없는 때’, 2007. 6. 1. 법률 제8496호로 개정되기 전의 구 형사소송법 제314조 가 ‘사망, 질병, 외국거주 기타 사유로 인하여 진술할 수 없는 때’라고 각 규정한 것에 비하여 현행 형사소송법은 그 예외사유의 범위를 더욱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는데, 이는 직접심리주의와 공판중심주의의 요소를 강화하려는 취지가 반영된 것이다. 한편 형사소송법은 누구든지 자기 또는 친족 등이 형사소추 또는 공소제기를 당하거나 유죄판결을 받을 사실이 발로될 염려가 있는 증언을 거부할 수 있도록 규정하여( 제148조 ), 증인에게 일정한 사유가 있는 경우 증언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위와 같은 현행 형사소송법 제314조 의 문언과 개정 취지, 증언거부권 관련 규정의 내용 등에 비추어 보면, 법정에 출석한 증인이 형사소송법 제148조 에서 정한 바에 따라 정당하게 증언거부권을 행사하여 증언을 거부한 경우는 형사소송법 제314조 의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사유로 인하여 진술할 수 없는 때’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대법원 2012. 5. 17. 선고 2009도6788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공소외 1이 2017. 11. 24. 제5회 공판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증언을 거부하는 사유로 본인의 재판이 항소심에 계속 중임을 진술하였고(2018. 1. 17. 제7회 공판기일에서는 구체적으로 증언을 거부하는 이유를 진술하지 않았으나 제5회 공판기일에서 증언을 거부한 이후 사정이 변경된 것이 없고 계속 증언을 거부하겠다는 공소외 1의 태도에 비추어 제5회 공판기일에서 주장한 사유를 유지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위와 같은 거부 사유는 이 사건 공소사실에 비추어 형사소송법 제148조 에서 정하고 있는 증언거부 사유라고 인정되므로, 공소외 1의 증언거부에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보아 검사의 증거능력에 관한 주장을 배척하였다.

3) 당심의 판단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을 본다.

가) 다음 각 사실은 이 사건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거나, 이 법원에 현저하다.

⑴ 경찰은 2017. 4. 주1) 4. 공소외 1 등에 대한 사건(서울북부지방검찰청 2017년 형제18117호)을 검사에게 송치하였고, 검사는 공소외 1에 대한 조사를 아래와 같이 실시하였다.

본문내 포함된 표
2017. 4. 5. 제1회 피의자신문조서(증거목록 순번 29번)
2017. 4. 11. 제2회 피의자신문조서(증거목록 순번 31번)
2017. 4. 12. 제3회 피의자신문조서(증거목록 순번 32번)
2017. 4. 21. 제5회 피의자신문조서(증거목록 순번 34번)
2017. 6. 13. 진술조서(증거목록 순번 26번)

⑵ 공소외 1은 2017. 4. 24.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향정) 혐의로 기소되었고, 제1심 법원( 서울북부지방법원 2017고단1444, 2810 )은 2017. 10. 13. 공소외 1을 징역 4년에 처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당시 공소외 1에 대한 범죄사실 중 이 사건 공소사실과 관련되어 있는 부분은 “공소외 1이 2017. 3. 27. 19:10경 고양시 ○○○구 △△로 소재 □□역 앞 노상에서 ‘◇◇◇◇’에게 640만 원을 지급하기로 하고 필로폰 약 41.5g을 교부받아 이를 매입한 후 판매를 위하여 소지하였다(매매 및 소지).”는 것이었다.

⑶ 이에 대하여 공소외 1이 사실오인·법리오해·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하였고, 항소심 법원( 서울북부지방법원 2017노2093 )은 2018. 1. 31. 검사의 공소장변경을 이유로 위 제1심 판결을 파기하고, 공소외 1을 징역 4년에 처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위 항소심 법원이 인정한 공소외 1에 대한 범죄사실 중 이 사건 공소사실과 관련되어 있는 부분은 “공소외 1이 2017. 3. 27. 19:10경 고양시 ○○○구 △△로 소재 □□역 앞 노상에서 공소외 2에게 매매할 필로폰 약 41.5g을 소지한 채 공소외 2를 기다리던 중 경찰관에게 체포되어 미수에 그쳤다(매매미수).”는 것이었다(공소장변경에 의하여 제1심 판결과 달라짐). 위 판결은 공소외 1의 상고가 2018. 5. 15. 기각되면서(대법원 2018도3502) 그대로 확정되었다.

⑷ 한편 검사는 원심법원에서 위 ⑴항 기재 검사 작성의 공소외 1에 대한 각 조서의 진정성립 인정을 위하여 공소외 1을 증인으로 신청하였는데, 공소외 1은 제5회 공판기일(2017. 11. 24.) 및 제7회 공판기일(2018. 1. 17.) 각 증인으로 출석하여 증언을 거부하였다.

⑸ 이에 검사는 당심에 이르러 공소외 1을 다시 증인으로 신청하였고, 이 법원이 이를 채택하여 공소외 1에 대한 증인신문이 제2회 공판기일(2018. 6. 19.)에 진행되었다. 그러나 공소외 1은 당심 증인신문기일에서도 선서 및 증언을 거부하였으며, 그 이유에 대하여 “선서를 거부하기로 판단하였기 때문에 선서를 거부한다.”고 진술하였다.

나) 검사 작성의 공소외 1에 대한 각 피의자신문조서 및 진술조서는 공소외 1이 이 사건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그 서류의 성립의 진정을 인정하여야 증거능력이 인정될 수 있다. 그런데 공소외 1은 원심 및 당심에서 모두 증언을 거부하였고, 그 결과 위 각 조서의 진정성립이 인정되지 아니하였다. 공소외 1의 원심에서의 증언거부의 경우 원심이 판시한 바와 같이 형사소송법 제148조 에 따른 정당한 증언거부권 행사로 보이고, 이러한 경우 형사소송법 제314조 의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사유로 인하여 진술할 수 없는 때’에 해당하지 아니함은 앞서 본 법리상 분명하다.

문제는 공소외 1의 당심에서의 증언거부이다. 증언을 거부하는 자는 거부사유를 소명하여야 하는데( 형사소송법 제150조 ), 당심 증인신문기일 당시 공소외 1에 대한 형사사건이 이미 확정된 이후이므로, 공소외 1에게 형사소송법 제148조 에 기한 증언거부권은 인정되지 않는다고 봄이 상당하고, “선서를 거부하기로 판단하였다.”는 것 역시 형사소송법이 정한 증언거부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따라서 공소외 1의 당심에서의 증언거부는 정당한 증언거부권을 행사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 사건에서 쟁점이 되는 것은 이와 같이 정당한 사유가 존재하지 않음에도 증언거부권을 행사한 경우를 형사소송법 제314조 의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사유로 인하여 진술할 수 없는 때’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이다. 검사의 이 부분 항소이유는 이 경우에도 제314조 의 적용을 긍정하여 검사 작성의 공소외 1에 대한 각 조서에 증거능력이 부여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 살피건대, 아래와 같은 사정을 고려하면, 검사 작성의 공소외 1에 대한 각 조서는 증거능력이 부정된다고 봄이 상당하고, 따라서 검사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형사소송법헌법이 요구하는 적법 절차를 구현하기 위하여 사건의 실체에 대한 심증 형성은 법관의 면전에서 본래증거에 대한 반대신문이 보장된 증거조사를 통하여 이루어져야 한다는 실질적 직접심리주의와 전문법칙을 채택하고 있다. 따라서 법원은 이러한 실질적 직접심리주의와 전문법칙이 형사소송절차 진행 및 심리 과정에서 원칙적이고 실질적인 지배원리로서 충실히 기능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하고, 그 예외는 직접주의와 공판중심주의에 의한 공정한 공개재판을 받을 권리와 무죄추정을 받을 권리를 본질적으로 침해하거나 형해화하는 결과가 초래되지 않도록 형사소송법이 정한 필요한 최소한도에 그쳐야 한다( 대법원 2011. 11. 10. 선고 2007도8552 판결 참조).

⑵ 증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선서 내지 증언을 거부하는 경우에 대하여는 별도의 제재규정( 형사소송법 제161조 제1항 참조)이 마련되어 있다. 또한 앞서 본 바와 같이 전문법칙의 예외규정은 가능한 한 제한적으로 해석함이 타당하므로, 진술불능의 사유는 사망·질병 등과 같이 물리적으로 증언이 불가능한 경우에 국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러한 해석이 현행 형사소송법 제314조 가 과거보다 전문법칙 예외사유의 범위를 더욱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는 것과도 더 부합한다.

또한 이 사건에서 문제되는 검사 작성의 공소외 1에 대한 각 조서와 같이 수사단계에서 작성된 서류에 대하여는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4항 이 적용되어 기본적으로 피고인 측 반대신문권이 보장되어야 비로소 증거능력이 부여될 수 있다고 할 것인데, 증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증언을 거부하였다는 이유로 우회적으로 형사소송법 제314조 를 적용하여 증거능력을 부여하게 된다면 이는 피고인 측 반대신문권을 실질적으로 내지 부당하게 침해하는 결과가 되어 피고인의 지위를 위태롭게 할 우려가 주2) 있다.

따라서 정당하지 않은 증언거부권 행사의 경우 형사소송법 제314조 의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사유로 인하여 진술할 수 없는 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봄이 상당하다.

⑶ 설령 이와 달리 보더라도 공소외 1에 대한 검사 작성의 각 조서의 증거능력은 여전히 인정되기 어렵다.

정당하지 않은 증언거부권 행사의 경우가 형사소송법 제314조 본문의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사유로 인하여 진술할 수 없는 때’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바로 증거능력이 부여되는 것은 아니다. 위 조항 단서에 따라 ‘그 진술 또는 작성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 하에서 행하여졌음이 증명’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법원은 먼저 검사로 하여금 그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 하에서 행하여진 사정을 구체적으로 주장·증명하도록 하여야 하고, 이를 엄격히 심사하여 그 요건을 충족한 것으로 인정될 때에 비로소 증거조사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 이때 요구되는 증명의 정도는, 그 진술이 이루어진 구체적인 경위와 상황에 비추어 보아 단순히 그 진술이나 조서의 작성과정에 뚜렷한 절차적 위법이 보이지 않는다거나 진술의 임의성을 의심할 만한 구체적 사정이 없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이를 넘어 법정에서의 반대신문 등을 통한 검증을 굳이 거치지 않더라도 진술의 신빙성과 임의성을 충분히 담보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외부적인 정황이 있어 그에 기초하여 법원이 유죄의 심증을 형성하더라도 증거재판주의의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평가할 수 있는 정도에 이르러야 할 것이다( 위 2007도8552 판결 , 대법원 2014. 8. 26. 선고 2011도6035 판결 참조).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검사 작성의 공소외 1에 대한 각 조서를 보건대, 이 사건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검사는 공소외 1이 이 사건 직후 필로폰을 소지한 상태로 체포되었고, 피고인의 가담을 인정하게 된 경위 및 공소외 1 진술과 통화내용 녹음파일이 부합한다는 사정을 들고 있으나, 그러한 사정만으로 실질적 직접심리주의와 전문법칙에 대한 예외를 인정할 수 있는지 의문인 점, ② 오히려 공소외 1은 수사 당시 동종 누범기간 중이었으며(증거기록 제395면 참조), 처벌이 임박한 상황에서 선처를 받기 위하여 자신이 소지하고 있던 필로폰의 입수 경위에 대하여 허위진술을 하였을 가능성이 적지 않은 점(조서 작성 과정에서 변호인이 참여하지도 않은 것으로 보인다), ③ 실제로 공소외 1은 2017. 4. 5. 제1회 피의자신문에서는 “내가 소지하고 있던 필로폰 41.5g은 내가 작업을 할 수 있도록 공소외 3으로부터 무상으로 받은 것이다.”라고 진술하였다가(증거기록 제425면 참조) 2017. 4. 12. 제3회 피의자신문에서는 “필로폰 41.5g의 출처는 지난 번 징역을 살 때 가지고 있던 것이다.”라고 진술하였고(증거기록 제458면 참조), 그 이후 수사과정에서야 비로소 “피고인으로부터 필로폰을 입수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보이는 등 진술이 일관적이지 못하여 섣불리 허위진술의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주3) 점, ④ 수사과정에서 피고인과 공소외 1 사이의 대질 등을 통하여 피고인에게 반대신문의 기회가 제공되었다는 사정도 보이지 않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공소외 1이 검사단계에서 한 진술은 여전히 법정에서의 반대신문을 통하여 그 신빙성과 임의성을 검증하여야 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나. 공소외 1의 휴대전화 관련 주장 부분

검사의 이 부분 주장은 기본적으로 공소외 1의 휴대전화에 대한 수사기관의 압수가 적법하였음을 전제로 하고 있다. 따라서 이하에서는 수사기관 각 단계별로 공소외 1의 휴대전화에 대한 압수가 적법하였는지를 검토한다.

1) 먼저 경찰 단계에서의 휴대전화 압수를 본다.

가) 검사, 사법경찰관은 피의자 기타인의 유류한 물건이나 소유자, 소지자 또는 보관자가 임의로 제출한 물건을 영장 없이 압수할 수 있다( 형사소송법 제218조 ). 이에 근거한 압수의 경우 점유취득의 방법이 강제적이 아니라 하더라도 일단 압수된 이상 강제력이 있으므로, 강제처분의 일종으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이 경우 임의제출의 방식을 취함으로써 영장주의와 적법절차의 원칙을 잠탈하는 결과가 발생하지 아니하도록 제출자의 의사에 임의성이 인정되는지 여부 및 그 범위에 대해서 엄격하게 심사할 필요성이 있다.

나)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을 보건대, 이 사건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임의제출에 의한 압수의 경우에도 압수조서와 압수목록이 작성되어야 하는데( 검사의 사법경찰관리에 대한 수사지휘 및 사법경찰관리의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 제44조 제1항 참조), 이 사건의 경우 경찰이 공소외 1로부터 휴대전화를 임의로 제출받아 압수하였다고 볼 만한 아무런 압수조서와 압수목록이 작성되지 않은 점, ② 일반적으로 임의제출 과정에서 작성되는 임의제출동의서가 작성된 정황 역시 전혀 드러나지 않아 경찰이 임의제출의 의미와 그로 인한 불이익 등에 관하여 공소외 1에게 설명하였다는 내용이나 공소외 1이 이를 이해하고 있는지 등에 관한 내용이 확인되지 않는 점, ③ 공소외 1은 당시 긴급체포된 상황에서 심리적으로 상당히 위축된 상태였을 것으로 보이고, 변호인의 조력을 받고 있는 상황도 아니어서 과연 공소외 1이 휴대전화 임의제출의 의미와 효과에 관하여 진지하게 검토하고 이의를 제기할 만한 상황이었는지 의문인 점, ④ 마약사범을 긴급체포한 수사기관이 증거가치가 높은 피의자의 휴대전화를 확보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곧바로 반환할 가능성이 낮을 것이고(공소외 1은 2017. 3. 27. 체포된 이래 계속 구금 중이어서 공소외 1에게 휴대전화를 반환할 실익 내지 이유도 찾기 어렵다), 피고인 휴대전화에서 추출한 녹음파일에 대한 녹취록 및 CD가 첨부된 내사보고(공판기록 제68면 참조)가 공소외 1이 검사에게 송치된 2017. 4. 4.경에야 주4) 작성되었음 을 고려하면, 경찰이 계속하여 공소외 1의 휴대전화를 보유하고 있었다고 봄이 상당한 점, ⑤ 검사의 주장에 의하더라도 공소외 1이 휴대전화를 임의로 제출하였음을 인정한 진술은 2017. 6. 13.(공판기록 제55면 참조)에야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는데(공소외 1에 대한 2017. 6. 13.자 진술조서의 경우 위 가.항에서 본 바와 같이 증거능력이 인정되지도 않는다), 긴급체포일로부터 10주 이상 경과한 시점에서 구속기소된 상태의 사람이 한 진술만으로 임의성을 인정하기는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경찰이 공소외 1의 휴대전화를 압수한 것을 두고 적법한 임의제출물의 압수라고 볼 수는 없다. 그 결과 경찰이 공소외 1의 휴대전화에서 확보한 녹음파일 및 이에 대한 녹취록(증거기록 제114면 이하에 위치한 것으로 보인다, 증거목록 순번 12번) 역시 증거능력이 인정될 수 없다(경찰의 압수가 형사소송법 제216 , 217조 에 의한 것이라 하더라도 사후에 압수영장을 발부받지 못하였음은 기록상 분명하므로, 결론은 동일하다).

다) 따라서 검사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2) 다음으로 검사 단계에서의 휴대전화 압수를 본다.

가) 법원이 2차적 증거의 증거능력 인정 여부를 최종적으로 판단할 때에는 먼저 절차에 따르지 아니한 1차적 증거 수집과 관련된 모든 사정들, 즉 절차 조항의 취지와 그 위반의 내용 및 정도, 구체적인 위반 경위와 회피가능성, 절차 조항이 보호하고자 하는 권리 또는 법익의 성질과 침해 정도 및 피고인과의 관련성, 절차 위반행위와 증거수집 사이의 인과관계 등 관련성의 정도, 수사기관의 인식과 의도 등을 살펴야 한다. 그리고 1차적 증거를 기초로 하여 다시 2차적 증거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추가로 발생한 모든 사정들까지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주로 인과관계 희석 또는 단절 여부를 중심으로 전체적·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대법원 2018. 4. 26. 선고 2018도2624 판결 참조). 한편 수사기관이 적법하게 압수하지 못한 증거를 피압수자 등에게 환부하고 후에 이를 임의제출 받아 다시 압수하였다면 그 증거를 압수한 최초의 절차 위반행위와 최종적인 증거수집 사이의 인과관계가 단절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는 사정이 될 수 있으나, 환부 후 다시 제출하는 과정에서 수사기관의 우월적 지위에 의하여 임의제출의 명목으로 실질적으로 강제적인 압수가 행하여질 수 있으므로, 그 제출에 임의성이 있다는 점에 관하여는 검사가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수 있을 정도로 증명하여야 하고, 임의로 제출된 것이라고 볼 수 없는 경우에는 그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 대법원 2016. 3. 10. 선고 2013도11233 판결 취지 참조).

나)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을 보건대, 이 사건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공소외 1이 ‘검사에게 송치되면서 수사협조를 위해 나의 휴대전화를 검찰수사관에게 맡겨두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바 있으나, 공소외 1은 2017. 4. 4. 검사에게 송치되었고, 공소외 1에 대하여 2017. 4. 5. 및 2017. 4. 11. 각 제1, 2회 피의자신문이 진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필로폰의 출처를 알 수 있는 중요한 증거인 휴대전화에 관한 위와 같은 진술이 2017. 4. 12. 제3회 피의자신문에서야 비로소 이루어진 것(증거기록 제455면 참조)이 부자연스러운 점, ② 앞서 본 바와 같이 경찰은 공소외 1의 휴대전화를 위법하게 압수하여 검사에게 송치할 때까지 이를 보유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결국 경찰이 적법하게 압수하지 못한 휴대전화를 그대로 검사에게 송치하였고, 이를 뒤늦게 발견한 검사가 압수절차 관련 하자를 시정하기 위하여 공소외 1에 대한 2017. 4. 12.자 피의자신문 과정에서 관련 내용을 물어본 것으로 보이는 점(만약에 공소외 1이 2017. 4. 4. 검사에게 송치된 날 자신의 휴대전화를 제출하였다면, 그 일자로 임의제출동의서 및 압수조서 등을 작성하는 것이 훨씬 주5) 자연스럽다), ③ 앞서 든 정황들에 비추어 보면, 공소외 1이 과연 휴대전화를 수사기관으로부터 돌려받았다가 다시 제출한 것인지 의심스러울 뿐만 아니라, 공소외 1이 휴대전화를 다시 제출한 것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 공소외 1은 계속 구금된 상태였고, ㉡ 공소외 1이 피의자신문과정에서 변호인으로부터 조력을 받은 정황도 보이지 않으며, ㉢ 검사가 주장하는 제출일(2017. 4. 4.)로부터 8일이 경과하고서야 임의로 휴대전화를 제출하였다는 진술이 이루어졌는바, 사정이 이와 같다면 공소외 1의 휴대전화 제출에 임의성이 있다는 사실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수 있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 ④ 법원이 2017. 4. 14. 공소외 1의 휴대전화에 대한 압수영장(증거목록 순번 41번)을 발부하여 2017. 4. 18. 그 영장이 집행되었다 하더라도 ㉠ 앞서 본 바와 같이 공소외 1의 휴대전화가 경찰 단계에서부터 위법하게 압수된 이래 그 상태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압수영장이 발부된 것에 불과해 보이고(이를 검사 주장과 같이 사전영장이라고 보기 어렵다), ㉡ 압수영장이 집행된 이후인 2017. 6. 28. 이루어진 피고인에 대한 피의자신문과정에서도 과거 경찰이 위법하게 수집한 녹취록을 보여주면서 수사가 진행되었으며(증거기록 제529면 참조, “기록 제114쪽 녹취록을 읽어보도록 한 후”라고 기재되어 있다), ㉢ 이러한 수사기법이 허용될 경우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물이라 하더라도 사후에 압수영장만 발부된다면 유죄의 증거로 쓸 수 있는 결과가 되어 오히려 헌법상 원칙인 영장주의가 침해될 가능성이 높은바, 검사가 2017. 4. 18. 공소외 1의 휴대전화를 압수영장에 의하여 압수하였다 하더라도 이 역시 기존의 하자를 형식적으로 시정하려고 한 시도에 불과하고, 실질적으로 인과관계가 단절되었다고 평가하기는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검사가 공소외 1의 휴대전화를 압수한 것 역시 적법하다고 볼 수 없다.

다) 따라서 검사의 이 부분 주장 역시 이유 없다.

다. 소결론

결국 원심의 증거능력 판단에 법리오해 내지 심리미진의 위법이 있다는 검사의 주장은 모두 이유 없다 할 것이고,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공소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는 원심의 판단 역시 정당하다.

3. 결론

그렇다면, 검사의 이 사건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 에 의하여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박우종(재판장) 김이경 이원식

주1) 증거기록 제392, 538면 등 참조

주2) 원진술자의 사망·질병 등의 경우 의도적으로 피고인 측 반대신문권을 침해하는 경우로 보기 어려워 정당한 사유 없이 증언을 거부한 경우와 같이 평가하기 어렵다.

주3) 실제로 앞서 본 바와 같이 검사는 공소외 1에 대한 항소심 재판 과정에서 이 사건 공소사실과 관련되어 있는 부분의 공소사실을 변경하기도 하였다.

주4) 위 내사보고에 기재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본 건 기히 구속된 공소외 1의 휴대전화를 확인한바, 일명 ◇◇◇◇(피고인)로부터 현금 약 600만 원을 건네주고 필로폰 약 40g 이상을 2017. 3. 27. 19:00경 경기 일산시 □□역 앞 노상에서 거래를 하자는 대화녹음이 저장되어 있어 녹취록 및 CD로 제작하여 기록에 첨부함.

주5) 마약범죄의 특수성 등을 고려할 때 마약사범의 휴대전화는 통상 확보되는 즉시 압수되는 것이 일반적이고, 공소외 1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던 중(2017. 4. 12.는 공소외 1에 대한 검사의 1차 구속기간이 거의 만기에 다다른 시점이다) 뒤늦게 압수할 필요성이 있어서 압수영장을 발부받았다는 검사의 주장(공판기록 제56면 참조)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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