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도주차량 운전자라고 볼 수 없는 예
판결요지
자동차운전자가 교통사고 당시 눈이 내려 노면이 미끄러웠으므로 운행속력 때문에 즉시 정차할 수 없었고, 또한 도로공사 중이어서 사고현장에서 정차할 마땅한 장소가 없어 사고지점에서 150미터 내지 200미터쯤 전진하여 정차한 뒤 사고현장 쪽으로 50미터 정도 되돌아 오다가 뒤쫓아 온 공소외인과 마주쳐서 동인과 같이 사고현장에 이르러 피해자를 차에 싣고 병원으로 가 응급조치를 취했다면 도주하였다고 볼 수 없다.
피고인, 상고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사선) 정영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판결은, 제1심 판결이 인정한, 피고인은 서울 1가5280호 포니승용차 운전업무에 종사하는 자인바 1980.12.2. 23:40경 위 승용차를 운전하고 부천시 역곡동 215에 있는 역곡역 앞길을 인천쪽에서 서울쪽을 향하여 시속 약 70키로미터로 운행함에 있어 당시는 눈이 내려 노면이 미끄러웠고 야간으로 반대방향에서 오는 차량 등의 전조등 빛 등으로 인하여 전방 주시가 어려웠으므로 이러한 경우 운전업무에 종사하는 피고인으로서는 속도를 줄이고 전방 좌우를 잘 살펴 운전하여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게을리한 채 그대로 운행하다가 피해자 최낙경이 진로 전방 좌측에서 우측으로 길을 건너는 것을 약 7,8미터 전방에서야 뒤늦게 발견하고 피행코자 하였으나 미치지 못하여 위 승용차 앞범퍼 우측부분으로 위 피해자의 몸을 들이받아 길에 넘어뜨려서 그때쯤 그곳에서 위 피해자를 뇌손상 등으로 사망케 하였음에도 즉시 정차하여 위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도주하였다는 범죄사실을 인용하는 한편, 양형의 참작사유의 하나로 피고인은 사고 직후 사고장소에서 약 150 내지 200미터 도주하였다가 바로 사고현장으로 되돌아와 피해자를 병원으로 후송조치하였다는 점을 설시하여 피고인을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5조의3 제1항 제1호 , 형법 제268조 , 제53조 를 적용 처단하였다.
2. 기록에 의하여 살피건대, 피고인이 본건 교통사고가 있은 후에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도주하였다는 점에 관한 증거로서는 증인 윤요평의 법정에서의 증언 및 수사기관에서의 진술들이 있는바, 그들을 자세히 검토하면 이는 그의 추측 내지는 의견에 불과하여 그것으로써는 위 판시와 같은 도주사실을 인정하기는 부족하다고 할 것이다. 위 판시에서 보는 바와 같이 사고현장에서 약 150 내지 200미터 정도 전진하여 정차한 후 사고현장으로 되돌아온 점 및 당시 눈이 내려 노면이 미끄러웠는데도 시속 70키로미터로 질주하였다는 점에 피고인의 변소대로 당시 도로공사 중이어서 사고현장 근방에 정차할 마땅한 장소가 없었다면 약 150 내지 200미터 전진한 그 자체를 도주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할 것이며, 더우기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이 정차한 곳에서 사고현장쪽으로 약 50미터 정도 되돌아오다가 뒤쫓아온 위 윤요평과 마주쳐서 동인과 같이 사고현장에 이르러 그곳에 당도한 방범대원과 3인이 피해자를 차에 싣고 병원에 갔으나 이미 피해자는 사망하여 피고인은 방범대원과 동도하여 가까운 경찰지서에 간 점은 의문의 여지가 없는 바이니, 피고인이 위 윤요평과 만났을 때 사고차량의 운전원은 도망갔으니 나는 차주로서 뒷처리를 하겠다고 거짓말을 한 점이 있다 하여 필요한 조치 없이 도주하였다고도 볼 수 없다. 그렇다면 원심이 도주사실을 단정하려면 그 당시의 도로사정, 다시 말하여 눈때문에 노면이 어느 정도 미끄러웠는가, 공사관계로 사고현장 근처에 정차할 장소의 유무 및 사고차량의 속도로써 급정차하면 타력으로 어느 정도 전진하는가 등등 제반의 사정을 살펴 보아야 할 것임 에도 불구하고 이에 이르지 아니하고 위 윤요평의 증언 내지 진술을 채택하여 위와 같이 단정하였음은 심리미진 및 채증법칙 위반의 위법한 처사라고 아니할 수 없으니 이 점에서 논지 이유있다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기로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