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beta
텍스트 조절
arrow
arrow
무죄
서울형사지법 1992. 4. 14. 선고 92노125 제2부판결 : 상고기각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등][하집1992(1),415]
판시사항

서울 시내 일원에서의 집회 및 가두시위를 주최한 단체의 상황실장에게 집회참석자들이 시위 현장에서 저지른 경찰관에 대한 상해 및 경찰차량에 대한 손해행위에 대하여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 제3조 제1항 위반죄의 공모공동정범으로서의 책임이 없다고 본 사례

피 고 인

피고인

항 소 인

피고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징역 1년 6월에 처한다.

원심판결선고 전의 구금일수 중 170일을 위 형에 산입한다.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각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의 점은 각 무죄

이유

1. 피고인 및 변호인의 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은 원심 판시의 소위 '고 강경대 열사 폭력살인 규탄과 공안통치 종식을 위한 범국민대책회의(이하 대책회의라고만 한다)'의 산하기구인 상황실의 실장으로서 대책회의 집행위원회를 보좌하여 그 산하 총무국, 투쟁기획국, 선전국, 문화국 조직상황국의 업무를 총괄 관장하면서 대표자회의 및 집행위원회의 결정사항을 구체적으로 실천에 옮기는 한편 집회 시위의 전개상황을 파악, 이를 보고, 전파하는 업무를 담당한 자로서 대책회의의 결정 및 그 주도하에 이루어진 원심 판시의 각 집회 및 시위에 대하여 그 공동주최자로서의 책임을 부당함은 변론으로 하고 그 판시와 같이 집회 및 시위과정에서 그 참석자들에 의하여 발생한 다수의 전투경찰대원 등이 입은 상해 및 차량 등의 손괴사실에 대하여는, 피고인이 동 폭행 및 손괴행위에 가담한 사실이 없을 뿐 아니라 그 판시와 같이 공소외 1, 2 등 대책회의의 구성원 및 공소외 3 등과 폭력을 행사하기로 공모한 사실조차 없음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피고인이 위 공소외인 등과 공모하여 각 그 판시의 다중의 위력에 의한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죄를 저질렀다고 사실을 그릇 인정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범하였거나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죄의 해석 및 그 적용을 그르친 잘못이 있다.

나. 원심이 피고인에 대하여 선고한 형량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

먼저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의 점에 대한 피고인의 항소이유를 살펴보기로 한다.

가. 원심이 유죄로 인정한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각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의 점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피고인은 대책회의의 상황실장으로서 공소외 1, 4, 2, 5, 6, 7, 8, 9, 10, 11 등을 비롯한 대책회의 구성원 및 공소외 3, 12 등과 공모공동하여,

(1) 1991.5.4. 서울 시내 일원에서 주, 야간에 걸쳐 행하여진 집회 및 가두 시위 과정에서 다수의 집회 참석자들이 시위를 저지하는 경찰관 등에게 다량의 화염병을 던지는 등하여 다중의 위력으로써 원심 판시 별표 제1 피해자 일람표와 같이 피해자 1 등 7명에게 요치 약10일 내지 6주 등의 각 상해를 가하고, 제2 기동대 본대 소속 서울 5노3577호 개스 발사 6호차를 완전 전소케 하는 등 경찰진압 및 구급 차량 5대를 소훼 내지 파손하고,

(2) 같은 해 5.9. 서울 시내 일원에서 야간에 행하여진 집회 및 가두 시위 과정에서 위와 같은 방법으로 다중의 위력으로써 원심 판시 별표 제2 피해자 일람표와 같은 피해자 2 등 92명에게 요치 약 1주 내지 7주의 각 상해를 가하고, 동부경찰서 소속 서울 5고3968호 개스 발사 6호차 등 경찰차량 3대를 손괴하고,

(3) 같은 해 5.14. 서울 시내 일원에서 주, 야간에 걸쳐 행하여진 집회 및 가두 시위 과정에서 위와 같은 방법으로 다중의 위력으로써 원심 판시 별표 제3 피해자 일람표와 같이 피해자 3 등 24명에게 요치 약 1주 내지 4주의 각 상해를 가하고, 제2 기동대 20중대 소속 서울 8머1336호 개스 발사 1호차 등 경찰 개스차 4대를 소훼하고, 1대를 부분적으로 손괴하고,

(4) 같은 해 5.18. 서울 시내 일원에서 주, 야간에 걸쳐 행하여진 집회 및 가두 시위 과정에서 위와 같은 방법으로 다중의 위력으로써 원심 판시 별표 제4 피해자 일람표와 같이 피해자 4 등 54명에게 요치 약 1주 내지 3주의 각 상해를 가하고, 강원 기동대 2중대 소속 강원 7나1390호 기아 타이탄 트럭 및 마포 경찰서 대흥 파출소의 마포 나1110호 오토바이 1대를 완전 소훼하고 진압장비차량 6대를 손괴하고,

(5) 같은 해 5.25. 서울 시내 일원에서 주간에 행하여진 집회 및 가두시위 과정에서 위와 같은 방법으로 다중의 위력으로써 원심 판시 별표 제5 피해자 일람표와 같이 피해자 5 등 9명에게 요치 약 10일 내지 6주의 각 상해를 가한 것이다.

나. 이에 과연 피고인이 위 공소사실 적시의 각 상해 및 손괴 행위에 대한 직접적인 실행행위자로서, 또는 공모공동정범으로서의 책임이 있는지의 여부에 대하여 본다.

(1) 위 공소사실 기재의 각 행위에 있어서 피고인이 그 실행행위의 전부 또는 일부를 분담하였는지 여부에 관하여 보면, 검사가 제출한 모든 증거에 의하여도 피고인은 위 각 집회 및 시위, 특히 가두 시위과정에 있어서 줄곧 연세대학교 구내 또는 명동 성당 구내에 설치된 대책회의 상황실에 있었을 뿐 위 각 시위에 참석하였다고는 볼 수 없고, 다만 검사 작성의 피고인에 대한 피의자 신문조서의 기재에 의하여 피고인이 1991.5.14.과 5.18.의 집회 및 시위 과정의 초반부에 참석하여 학생들이 화염병을 투척하는 것을 목격한 사실이 인정되는바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피고인이 이러한 폭력행위에 대하여 사전에 공모한 사실이 인정되지 아니하고, 피고인에게 위 현장에서 그 폭력행위자들과 서로 호응하고 협력하여 폭행을 가하려고 하는 의사의 발현을 인정할 수 있을 만한 개별적, 구체적 행동이 있었음을 인정할 자료가 없는 이상 피고인이 위 두 차례의 집회를 비롯한 각 집회에서 발생한 위 각 상해 등의 폭력행위에 대하여 그 실행행위를 분담하였다거나 다중의 위력으로써 폭력행위를 자행하였다고는 볼 수 없다.

(2) 다음으로 피고인이 위 공소사실에 적시된 공소외 1 등 대책회의 구성원들 또는 현장에서 직접 폭력행위를 실행한 자들과의 사이에 동 폭력행위에 대하여 '사전모의'를 한 사실이 있는지의 점에 관하여 보면 검사 제출의 모든 증거에 의하여도 피고인과 위 사람들과의 사이에 직접적이거나 간접적, 순차적으로라도 사전에 또는 폭력행위가 일어난 현장에서 폭력행위를 하기로 '모의'를 한 사실을 인정하기는 어렵다.

(3) 다음으로 보건대, 일반적으로 공모공동정범에 있어서는 범인 전원이 동일 일시, 동일 장소에서 모의하지 아니하고 순차적 또는 암묵적으로 의사연락이 이루어짐으로써 그 범의 내에서 포괄적 또는 개별적 의사와 연락이나 인식이 있으면 직접 실행행위에 가담하지 않은 자도 다른 공범자의 행위에 대하여 전체적으로 공동정범의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인바, 돌이켜 이 사건에 있어서 피고인이 위 대책회의 구성원들이나 현장에서의 직접적인 폭력행사자들과의 사이에 동 폭력행위에 대한 의사의 전달이 있었는지의 점에 관하여 보건대, 원심에 제출된 모든 증거에 의하여도 피고인과 위 대책회의 구성원들과의 사이에 공식, 비공식 모임 등을 통하여 시위 과정에서 폭력을 행사하기로 하는 내용의 의사의 전달이 명시적은 물론 암묵적 또는 순차적으로라도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또한 시위 현장에서의 폭력행사자들과의 사이에도 그러한 의사의 전달이 있었다고는 보기 어렵다 할 것이나, 다만 원심이 적법하게 조사, 채택한 증거들을 종합하여 보면, 당시 당국에서는 원심 판시의 각 집회들이 강행될 경우 예상되는 교통혼잡 등의 혼란과 대책회의 참가 단체들의 과거 시위의 전력 등을 이유로 동 집회들의 불허방침을 대책회의측에 전달하였고 위와 같은 사정과 당시의 시국상황 및 과거 유사한 집회 및 시위에 있어서의 진행 경과 등을 감안하여 볼 때 위 집회들을 강행할 경우 집회 및 시위 참석자들과 이를 저지하는 경찰과의 사이에 물리적 충돌이 발생할 개연성은 있었다고 할 것이고 당시 피고인도 위와 같은 점은 인식하고 있었다고 볼 것이 마땅하다.

그러나 나아가 피고인의 위와 같은 물리적 충돌 발생의 개연성에 대한 인식 정도가 공모공동정범에 있어서의 타공범자라 할 수 있는 시위 참석자들의 폭력행사의 점에 대한 고의(미필적 고의를 포함한다)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는지(이는 피고인과 폭력행위자들과의 암묵적 의사 투합이 있었는지의 점과도 관련된다)의 여부에 관하여 보건대, 공모공동정범에 있어서 실행에 가담하지 않은 자를 처벌하는 것은 공모자가 직접 실행행위에 가담하지 않았더라도 다른 사람의 행위를 자기 의사의 수단으로 하여 범죄를 하였다는 점에서 자기가 직접 실행행위를 분담한 경우와 형사책임의 성립에 차이를 둘 이유가 없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고 따라서 단순 공모자를 처벌하기 위하여는 그에게 범죄에로 향한 공동가공의 의사나 공동실행의 의사, 즉 의사의 연락이 있었음이 인정되어야 할 것인데 이러한 경우의 의사의 연락이라 함은 단순한 타인의 범행의 인식 이상의 것이어야 한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고 여겨지는 점에 비추어 이 사건에 있어서 피고인에게 대책회의 구성원들이나 시위 현장에서의 직접적인 폭력행사자들과 더불어 폭력행위로 인한 결과 발생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었음을 인정 또는 추단할 만한 정도의 폭력행사와 관련된 외부적 의사 표명 내지는 구체적 행위가 엿보이지 아니하는 이상 피고인이 위와 같이 시위 참석자들과 이를 저지하려는 경찰들과의 물리적 충돌의 개연성에 대한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만으로는 폭력행사의 점에 대한 암묵적인 의사의 연락이 있었다거나 그에 대한 확정적 또는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 할 것이고, 또한 당시의 전후 사정을 종합하여 보아도 피고인이 달리 시위 참석자들의 집단적인 위력을 이용하여 불법적인 폭력행사를 하기로 의욕하였다고 볼 자료도 부족하다.

다.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각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의 점에 대하여는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어서 그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함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사실을 오인하여 이를 유죄로 인정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범하였다 할 것인바, 원심은 이와 함께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는 것으로 공소 제기된 각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위반의 점 모두에 대하여 이를 유죄로 인정하고 피고인에 대하여 하나의 형을 선고한 이상 피고인의 나머지 항소이유에 관하여 더 나아가 판단할 필요 없이 원심 판결 전체를 파기할 수밖에 없다 할 것이다.

3. 당원의 판결

이에 당원은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의하여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당원이 인정하는 범죄사실 및 그에 대한 증거의 요지는 원심 판결에 적시된 각 범죄사실 중 앞서 제2항의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에서 설시한 각 '다중의 위력으로써'라고 기재된 부분 이하의 기재 부분 및 각 별지 피해자 일람표를 삭제하는 외에는 모두 원심 판시와 같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9조에 의하여 이를 그대로 인용하기로 한다.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 제19조 제2항, 제5조 제1항 제2호, 제6조 제1항, 형법 제30조(원심 판시 제4의 죄에 대하여는 위 법률 제6조 제1항은 적용하지 아니하고 동 죄에 대하여 징역형 선택)

2. 상상적 경합

형법 제40조, 제50조(원심 판시 제4의 죄를 제외한 나머지 각 죄에 대하여 각 죄질이 더 무거운 각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 제5조 제1항 제2호를 위반한 죄에 정한 형으로 처벌하고 각 징역형 선택)

3. 경합범 가중

형법 제37조 전단, 제38조 제1항 제2호, 제50조(범정이 가장 무거운 원심 판시 제3의 죄에 정한 형에 가중)

4. 미결구금일수 산입

무죄부분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각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의 점의 요지는 앞서 기재한 바와 같은데 이에 대하여는 위에서 본 파기이유에서와 같이 그 범죄의 증명이 없으므로 형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각 무죄를 선고한다.

이상의 이유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신정치(재판장) 오관석 오석준

arr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