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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서부지방법원 2017.6.15. 선고 2017노15 판결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위반
사건
피고인

A

항소인

쌍방

검사

박정선(기소), 최우혁(공판)

변호인

법무법인(유한) B

담당변호사 S, T

판결선고

2017. 6. 15.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무죄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

1) 사실오인과 법리오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운영과 관련하여 존재하는 준예산 제도는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의 운영에도 적용되어야 한다. E재정비촉진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이 사건 조합이라 한다)의 2010년도 예산에 정기총회와 임시총회 비용, 예비비 항목이 있는데, 이 사건 각 용역계약의 비용은 2010년도 총회 개최 비용의 범위 내이기도 하고, 총회 개최 비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예비비 범위 내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 사건 각 용역계약은 2010년도 예산에 준하여 체결된 계약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이 사건 조합의 2010년도 결산이 잘못되었는바, 이 사건 각 용역계약의 비용은 2010년도 예산 중 집행되지 않고 남은 실제 예비비의 범위 내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 사건 각 용역계약은 '예산으로 정한 사항 외에 조합원의 부담이 될 계약'으로 볼 수 없다.

준예산 제도가 적용되지 아니하여 이 사건 각 용역계약이 '예산으로 정한 사항 외에 조합원의 부담이 될 계약'에 해당하더라도 이 사건 각 용역계약은 총회 개최를 위해 통상적으로 체결된 것으로서 총회 개최를 위해 필요한 계약이었으므로 정당행위에 해당한다.

따라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2) 양형부당

원심이 선고한 형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나. 검사

원심이 선고한 형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2. 공소사실의 요지 및 원심의 판단

가.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의하여 설립된 조합인 이 사건 조합의 조합장이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의하여 설립된 조합의 임원은 조합 총회의 의결을 거치지 아니하고 예산으로 정한 사항 외에 조합원의 부담이 될 계약 등의 사업을 임의로 추진하여서는 아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조합 총회의 의결을 거치지 아니하고 2011. 3. 14.경 서울 은평구 F, 2층에 있는 이 사건 조합의 사무실에서 이 사건 조합을 대표하여 주식회사 인애와 제7차 조합 총회 OS 용역계약(용역비 1,845만 원)을 체결하고, 2011. 3. 20.경 같은 장소에서 주식회사 세진리더스와 제7차 조합 총회 경호 용역계약(용역비 300만 원)을 체결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조합 총회의 의결을 거치지 아니하고 총 2회에 걸쳐 예산으로 정한 사항 외에 조합원의 부담이 될 계약을 임의로 체결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채택 증거를 종합하여 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고 피고인에게 벌금 80만 원을 선고하였다.

3. 당심의 판단(사실오인 또는 법리오해 주장에 대하여)

가. 예산으로 정한 사항에 해당한다는 주장에 대하여

회계연도 개시 전에 예산이 성립되지 못한 경우를 대비한 제도에는 준예산 제도 외에도 잠정 예산 제도 등 다른 제도들이 있는 점,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와 특정 정비사업을 목적으로 일시적으로 존재하는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은 그 목적이나 구조, 운영 원리가 다른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명문의 규정이 없었던 상태에서도 우리나라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운용에 있는 준예산 제도가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의 운영에 당연히 적용될 수 있다고 할 수 없다. 그리고 2010년 회계연도 예산은 2010년도 지출을 예정한 것이므로 2010년도 예산 중 예비비가 남아 있다고 하여 그 예비비를 2011년도 예비비로 전용할 수는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조합에도 준예산 제도가 적용됨을 전제로 하거나 2010년도 잔액 예비비를 2011년도에 집행할 수 있음을 전제로 한 피고인의 주장은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나. 정당행위 해당 여부

예산은 회계연도 개시 전에 권한 있는 기관의 의결을 거쳐 확정하는 것이 정상적임에도 피고인 등이 이 사건 조합의 2010. 12. 28. 제6차 총회에 2011년도 예산안을 제출하지 아니한 잘못으로 이 사건 조합은 2011년도 예산을 편성하지 않은 채 2011년 회계연도 개시를 맞이하였다.

그런데 이 사건 조합의 목적 실현을 위한 지속적인 활동을 위해서는 예산 확정이 필요하고 예산안 확정은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따라서 예산이 확정되지 아니한 상태에서는 이 사건 조합의 조합장인 피고인은 예산안 확정을 위한 총회를 소집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고, 그 총회 개최에 관한 비용 지출이나 이를 위한 계약의 체결은 불가피하다고 할 것이므로, 그 계약이 통상적인 범위 내에서 이뤄졌다면 위 계약이 예산으로 정한 사항 외에 조합원의 부담이 될 계약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그 계약 체결행위는 업무로 인한 행위 기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로서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 사건 이후 2014. 6. 19. 제정 고시된 서울특별시 정비사업 조합 등 예산·회계규정 제18조 제2항에서도 예산편성을 위한 총회 비용은 준예산 적용기간이 지났더라도 집행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는데 이는 위와 같은 필요성 때문이라 할 것이다.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과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한 이 사건 각 용역계약 체결은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 피고인은 이 사건 조합의 조합장으로서 2011년도 예산 심의 등을 안건으로 한 2011. 3. 26.자 제7차 정기총회(이하 이 사건 총회라 한다)를 진행하기 위하여 주식회사 인애와 총회 개최 안내 및 서면결의서 징구 업무를 위하여 18,450,000원에 OS 용역계약을, 주식회사 세진리더스와 총회 당일 회의장 내 질서유지 업무를 위하여 경호 용역계약을 각 체결하였다.

○ 한편 이 사건 조합은 2010. 9. 18.자 제5차 총회를 위하여 구두로 계약한 상호 불상 업체에게 OS 용역계약비로 3,000만 원을 지급하고, ㈜금강에스엔지와 3,000,000원에 경호용역계약을 체결하였으며, 2010. 12. 28.자 제6차 총회를 위하여 ㈜인애와 18,450,000원에 OS 용역계약을, ㈜금강에스엔지와 3,000,000원에 경호용역계약을 각 체결하였다. 그리고 2011. 9. 24.자 제8차 임시총회를 위하여 ㈜인애와 11,330,000원에 OS 용역계약을, ㈜한프로패셔널보디가드와 2,250,000원에 경호용역계약을 각 체결하였다.

○ 이 사건 조합의 제6차 총회에서 제5차 총회 비용을 40,490,000원, 제6차 총회 비용을 35,000,000원으로 의결되었다. 2011년도 예산 확정을 위한 이 사건 총회에서는 2011년도 총회 비용(정기총회 1회, 임시총회 2회 예정)을 60,000,000원으로 한 예산안이 가결되었다.

○ 이 사건 총회에서 이 사건 각 용역계약의 용역비가 2011년도 예산에 반영되어, 이 사건 조합은 위 용역비를 이 사건 총회 후인 2011. 4. 8. 계약 상대방에게 각 지급하였다.

○ 이 사건 각 용역계약은 예산안 확정 등을 위한 총회의 개최를 위한 비용이고, 이 사건 총회 개최를 위한 이 사건 각 용역계약 비용이 적절한지는 별론으로 하 고1) 이 사건 각 용역계약의 비용은 이 사건 총회 전후의 다른 총회를 위하여 체결된 각 용역계약과 비교해 과다해 보이지는 않는다.

○ 이 사건 총회 이전에 개최된 총회를 위해 체결된 계약이나 비용을 고려하면, 이 사건 조합의 조합원들이 이 사건 각 용역계약의 목적이나 내용, 이 사건 각 용역계약으로 부담하게 될 부담의 정도를 개략적으로 알 수 있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피고인의 행위는 정당행위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없어서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가 되지 아니하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여야 하다. 그런데도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으므로 원심판결에는 정당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4.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피고인과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하여 살필 필요 없이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하는 판결】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위 제2의 가항 기재와 같다.

이는 위 제3항에서 본 바와 같이 범죄로 되지 아니하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에 따라 무죄판결의 요지를 공시하기로 한다.

판사

재판장 판사 지영난

판사 양상익

판사 홍예연

주석

1) 부가가치세를 포함하면 23,595,000원이고, 용역비 외에도 총회 진행을 위하여 총회 책자 비용, 회의장 대관료 등으로 1,000여만 원을 지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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