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beta
텍스트 조절
arrow
arrow
서울지법 1996. 11. 28. 선고 96가합5709 판결 : 항소(조정)
[손해배상(기) ][하집1996-2, 248]
판시사항

[1] 개정 바르샤바협약 소정의 '항공운송중'의 의미

[2] 항공운송인의 이행보조자인 보세창고업자의 잘못으로 화물이 손상된 경우, 그 보세창고업자가 바르샤바협약 소정의 책임제한 항변을 원용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3] 개정 바르샤바협약의 책임제한규정에서 정한 금프랑(FGF)의 환산 방법

[4] 개정 바르샤바협약이 적용되는 손해배상에 있어, 손해액을 SDR에 의하여 원화로 환산하는 시점

판결요지

[1] 항공운송인이 운송물을 송하인으로부터 인도받아 항공운송한 후 수하인에게 인도하기 전까지, 즉 항공운송인이 운송물을 점유·관리하고 있는 동안은 그 운송물은 개정된 바르샤바협약 소정의 '항공운송중'에 있는 운송물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2] 항공운송인의 이행보조자인 보세창고업자가 업무수행 중 항공운송된 화물이 손상된 경우, 그 보세창고업자는 그로 인한 손해배상을 함에 있어서 개정된 바르샤바협약 제25조의2 제1항 소정의 운송인이 원용할 수 있는 책임한도액을 원용할 수 있다.

[3] 개정 바르샤바협약의 책임제한규정에서 정한 금프랑(FGF)의 환산 방법으로는 현행 프랑스 화폐의 교환율에 의한 환산 방법, 금의 국내 자유시장가격에 의한 환산 방법, 금의 최종 공정가격에 의한 환산 방법, 금의 특별인출권(SDR)에 의한 환산 방법 등이 있는데, SDR에 의한 환산 방법은 국제통화기금이 1968. 5. 31. 협약 제1차 개정(1969. 7. 28.)을 통하여 창설한 SDR을 환산 기준으로 하는 것으로서, 이는 그 창설 당시 고정되어 있던 금가치에 의하여 산출된 수치이기 때문에 적어도 금의 최종 공정가격에 의한 환산 방법과 같이 1978년까지는 FGF로의 환산이 가능하며, 그 안정적 기능을 대신하기에 가장 적합하고 그 수치의 변동이 적으며, 교환율이 국제통화기금에 의하여 각국에 공시되고 있는 점, 또한 헤이그의정서의 개정을 위한 몬트리올추가의정서도 손해배상책임에 관하여 FGF 대신 SDR을 채택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영국·덴마크·핀란드 등의 많은 국가도 SDR을 배상단위로 채용하는 입법을 하고 있으며, 우리 나라의 경우에도 최근 상법 제747조, 제789조의2에서 선박소유자 및 해상운송인의 손해배상책임을 SDR에 의하여 제한하고 있는바, 이와 같이 국제적으로나 국내적으로 SDR을 배상단위로 도입하고 있는 것이 일반화되고 있는 실정에 비추어 이 방법이 가장 합리적인 환산 방법이라 할 것이다.

[4] 개정된 바르샤바협약 제22조 제5항에 의하면 FGF를 금 이외의 각국 통화로 환산함에 있어 소송의 경우에는 판결시의 이러한 통화의 금가치에 따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같은 협약이 적용되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에 있어 그 손해액을 SDR에 의하여 원화로 환산하는 시점은 그 판단의 실체가 형성되는 변론종결 당시를 기준으로 정함이 상당하다.

원고

엘지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충정 담당변호사 황주명외 3인)

피고

피고 주식회사(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한미합동법률사무소 담당변호사 유경희외 2인)

주문

1. 피고는 원고에게 금 17,858,765원 및 이에 대하여 1995. 8. 10.부터 1996. 11. 28.까지 연 5푼,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할 5푼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2.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비용은 이를 5분하여 그 1은 피고의, 나머지는 원고의 각 부담으로 한다.

4.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에게 금 96,201,065원 및 이에 대하여 1995. 8. 10.부터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일까지 연 5푼,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할 5푼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이유

1. 청구원인

가. 인정되는 사실

다음의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호증, 갑 제2호증의 1, 2, 갑 제3 내지 6호증, 을 제1호증의 각 기재와 증인 소외 1의 증언에 변론의 전취지를 더하여 보면 이를 인정할 수 있다.

(1) 원고는 해상보험업 등에 종사하는 회사이고, 피고는 항공화물의 취급 및 보관업, 보세운송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이다.

(2) 소외 주식회사 엘지반도체(이하 소외 엘지반도체라 한다)는 1994. 12.경 일본에 소재하는 소외 히타치 일렉트로닉스 엔지니어링사(Hitachi Elec tronics Engineering Co., Ltd., 이하 소외 히타치라 한다)로부터 기억회로 테스트 시스템 HA 5060H 및 기억회로 핸들러 시스템 EA-1320HS(Memory IC Test System HA 5060H, Memory IC Handler System EA-1320HS) 총 10세트 14상자분(이하 이 사건 화물이라 한다)을 FOB조건으로 일화 367,470,000¥에 수입하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하였다.

(3) 소외 히타치와 항공운송주선계약을 체결한 소외 킨테츄 월드 익스프레스사(Kintetsu World Express Inc.)는 1995. 2. 28.경 소외 2 주식회사와 사이에 이 사건 화물을 일본의 동경공항에서 한국의 김포공항까지 항공운송하기로 하는 내용의 항공운송계약을 체결하였다.

(4) 이 사건 화물은 1995. 3. 1. 소외 2 주식회사 소유의 항공기에 적재, 김포공항으로 운송된 후 하역되어 그 곳 주기장(Ramp)에 장치되었는데, 소외 2 주식회사와 사이에 1987. 9. 7. 항공화물조업계약을 체결하고 항공화물의 보관 및 입·출고절차를 대행하여 온 피고의 피용자인 소외 1은 1995. 3. 2. 위 화물의 실수하인이자 소유자인 소외 엘지반도체로부터 위 화물 인도를 요청받고 위 화물의 출고 및 보세운송을 위하여 지게차로 이 사건 화물 중 화물용 수레(Dolly)의 널판(Pallet)에 실려 있던 기억회로 핸들러 시스템 본체 기계 1대(화물중량 893kg)가 포장되어 있던 2번 상자(이하 2번 화물이라 한다)를 들어 올리는 작업을 하다가 화물의 무게중심을 제대로 잡지 못한 잘못으로 위 2번 화물이 수레의 널판에서 땅바닥으로 떨어지도록 하였고, 이로 인하여 위 2번 화물은 파손되었다.

(5) 한편 소외 엘지반도체는 1994. 12. 28. 원고와 사이에 위 화물의 항공운송상의 위험을 담보하기 위하여 위 화물에 관하여 피보험자를 위 엘지반도체로, 보험금액을 금 16,793,978,960원으로, 운송구간인 일본의 공항에서 김포공항까지의 전위험담보조건으로 하는 내용의 적하보험계약을 체결하였다.

(6) 원고는 1995. 8. 9. 위 적하보험계약에 따라 이 사건 화물의 소유자인 위 엘지반도체가 입은 위 2번 화물의 수리비 및 부품구입비 등의 손해액으로 금 96,201,065원의 보험금을 위 엘지반도체에게 지급하고 위 엘지반도체가 피고에 대하여 가지는 손해배상채권을 대위행사하게 되었다.

나. 판 단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위 소외 1의 사용자인 피고는 위 엘지반도체의 손해배상채권을 대위행사하게 된 원고에게 위 소외 1의 위와 같은 불법행위로 인하여 위 2번 화물에 관하여 발생한 손해배상으로서 일응 위 금 96,201,065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다.

2. 피고의 항변에 관한 판단

가. 피고의 항변내용

피고 소송대리인은, 이 사건 화물에 대한 항공운송계약은 출발지와 도착지가 일본국 및 대한민국으로서 1955년 헤이그에서 개정된 바르샤바협약(이하 개정된 바르샤바협약이라 한다)이 적용되어야 하고, 위 2번 화물의 손상은 개정된 바르샤바협약에서 정한 항공운송중에 발생한 것이어서 항공운송인인 위 소외 2 주식회사의 이행보조자인 피고가 원고에게 배상하여야 할 손해액은 개정된 바르샤바협약에 따라 화물 1kg당 250프랑{순분 1,000분의 900의 금의 65.5mg으로 이루어지는 프랑스 프랑, 포왕카레프랑 또는 금프랑(French Gold Franc)이라고도 하는데, 이하 FGF라 한다}으로 제한되어야 하는데, 위 250FGF는 미화 20$로 환산하여 계산하는 것이 국제적인 관행이므로, 피고가 원고에게 배상하여야 할 손해액은 위 2번 화물의 중량인 893kg에 미화 20$를 곱한 미화 17,860$(893×20)를 위 불법행위 당시의 환율에 의하여 원화로 환산한 금액으로 제한되어야 한다고 항변한다.

나. 개정된 바르샤바협약의 규정 내용

(1) 위 항공운송의 도착지국인 우리 나라는 국무회의의 의결과 국회의 비준 동의를 거쳐 1967. 10. 11.자로 "1929. 10. 12. 바르샤바에서 서명된 국제항공운송에 있어서의 일부 규칙의 통일에 관한 협약을 개정하기 위한 의정서"(이하 헤이그 의정서라 한다)를 조약 제259호로 공포함으로써 헤이그 의정서는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을 가지게 되었고, 한편 일본국은 1953. 5. 20. "1929. 10. 12. 바르샤바에서 서명된 국제항공운송에 있어서의 일부 규칙의 통일에 관한 협약"(이하 바르샤바협약이라 한다)을, 1967. 8. 10. 헤이그 의정서를 모두 조약으로 비준·공포하였다.

(2) 그런데, 개정된 바르샤바협약 제18조에 의하면 "운송인은 탁송 수하물 또는 화물이 파괴, 망실 또는 손괴된 경우에 있어서의 손해에 대하여는 그 손해의 원인이 된 사고가 항공운송중(during the carriage by air)에 발생한 것인 때에는 책임을 진다."(제1항), "전항에 있어서 항공운송중이란 수하물 또는 화물이 비행장 또는 항공기상에서 또는 비행장 외에 착륙한 경우에는 장소의 여하를 불문하고 운송인의 관리하에 있는 기간을 말한다(The carriage by air within the meaning of the preceding paragraph comprises the period during which the luggage or goods are in charge of the carrier, whether in an aerodrome or on board an aircraft, or, in the case of a landing outside an aerodrome, in any place whatsoever)."(제2항)고 규정하고 있다.

(3) 또한 개정된 바르샤바협약 제22조 제2항 (a) 본문은 "탁송 수하물 및 화물의 운송에 있어서는 운송인의 책임은 1kg 당 250프랑을 한도로 한다.", 같은 조 제5항은 "본조에서 프랑으로 표시된 액은 순분 1,000분의 900의 금의 65.5mg으로 이루어지는 프랑스 프랑에 의하는 것으로 한다. 그 액은 각국의 통화의 단수가 없는 액으로 환산할 수 있다. 금 이외의 각국 통화에의 환산은 소송의 경우에는 판결시의 이러한 통화의 금 가치에 따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25조의2는 "소송이 본 협약이 관계되는 손해로부터 발생되어 운송인의 고용인 또는 대리인에 대하여 제기된 경우에는 이러한 고용인 또는 대리인은 직무의 범위 내에서 행동하였음을 그가 증명하는 한 운송인 자신이 제22조를 원용할 권리가 있는 책임한도액을 원용할 권리를 가진다."(제1항), "이러한 경우에 운송인, 그의 고용인과 대리인으로부터 배상받을 수 있는 총액은 전기의 한도액을 초과하여서는 아니된다."(제2항)고 규정하고 있다.

다. 판 단

그러므로 이 사건에 있어서 살피건대, 먼저 헤이그 의정서 제1조 제2항에 의하면, 위 의정서가 적용되는 국제항공운송이라 함은 당사자 간의 협정에 의하여 운송의 중단 또는 환적의 유무를 불문하고 출발지 및 도착지가 2개의 체약국의 영역 내에 있거나 또는 출발지 및 도착지가 단일 체약국의 영역 내에 있더라도 타국(본 협약 체약국의 여부는 불문)의 영역 내에 예정기항지가 있는 경우의 운송을 말한다고 되어 있고, 여기서의 "체약국"이라는 용어는 바르샤바협약과 헤이그 의정서에 모두 가입한 국가는 물론 우리 나라와 같이 바르샤바협약에는 가입하지 않고 있다가 헤이그 의정서에 가입함으로써 위 협약에 가입한 효력이 발생한 국가를 포함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므로(이는 헤이그 의정서가 바르샤바협약 자체를 폐기하고 국제항공운송에 관한 새로운 협약을 체결한 것이 아니라 바르샤바협약을 전제로 하여 이를 일부 개정한 것에 불과함이 위 의정서 제19조와 제23조 제2항의 규정상 명백하며 따라서 헤이그 의정서 제1조 제2항의 "본 협약"은 헤이그 의정서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바르샤바협약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아야 하는 점에 비추어 분명하다), 헤이그 의정서 및 바르샤바협약에 모두 가입한 일본과 헤이그 의정서에 가입한 우리 나라를 그 출발지 및 도착지국으로 하는 이 사건 국제항공운송에 관하여도 개정된 바르샤바협약이 일반법인 민법에 대한 특별법으로 우선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항공운송인이 운송물을 송하인으로부터 인도받아 항공운송한 후 수하인에게 인도하기 전까지, 즉 항공운송인이 운송물을 점유·관리하고 있는 동안은 위 운송물은 개정된 바르샤바협약 소정의 "항공운송중"에 있는 운송물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그런데 위 2번 화물은 항공운송되어 김포공항에 도착한 후 그 곳 주기장에 장치되었다가 위 화물의 소유자인 소외 엘지반도체의 인도 요청에 의해 위 소외 1에 의하여 위 화물의 출고 및 보세운송을 위한 작업을 실시하던 도중에 위와 같은 경위로 파손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은바, 비록 위 사고 당시 위 2번 화물을 소외 2 주식회사와 조업계약을 체결한 피고가 점유·관리하였고, 피고가 소외 2 주식회사와 사이에 피고의 피용자의 조업제공과 관련하여 제3자에게 손해를 끼쳤을 경우에는 피고가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고 위 소외 2 주식회사는 책임을 지지 아니하기로 약정하였어도 이는 피고와 위 소외 2 주식회사 사이에서만 효력이 있을 뿐이고, 이 사건 화물의 실수하인인 소외 엘지반도체 등 제3자에 대한 관계에 있어서는 위 소외 2 주식회사가 위 화물을 수하인에게 인도할 때까지 항공운송인으로서 점유·관리하면서 항공운송계약상의 모든 책임을 지고, 피고는 위 소외 2 주식회사의 채무의 이행보조자로서 그 피용인 또는 대리인으로서 행위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할 것이므로, 위 2번 화물의 손상은 위 소외 2 주식회사의 관리하에 발생한 것이어서 항공운송중에 발생한 손상이라고 할 것이다. 또한 피고의 피용자인 위 소외 1은 위 소외 2 주식회사의 채무의 이행보조자로서 위 2번 화물의 반출·인도업무를 담당한 피고의 업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위 2번 화물의 출고 및 보세운송을 위한 작업을 하다가 위와 같은 사고를 일으켰으니, 피고는 그로 인한 손해배상을 함에 있어서 원고에게 개정된 바르샤바협약 제25조의2 제1항 소정의 운송인이 원용할 수 있는 책임한도액을 원용할 수 있다고 하겠다. 한편 위 2번 화물의 중량이 893kg인 사실은 앞서 인정한 바와 같으므로, 결국 피고는 개정된 바르샤바협약에 따른 책임한도액인 223,250FGF(893×250)를 원화로 환산한 금원을 원고에게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다.

라. 환산 방법

(1) 바르샤바협약은 원래 각국이 FGF를 자국의 화폐로 환산하는 방법을 국내법으로 정할 것을 기대하였고, 이에 따라 실제로 영국, 덴마크, 핀란드, 독일, 이스라엘, 스웨덴, 네덜란드, 뉴질랜드, 노르웨이, 카나다 등의 많은 국가가 환산 방법에 관한 국내법을 제정·시행하고 있으나, 우리 나라는 아직 이러한 국내 실정법은 물론 관습법도 없다. 그런데 250FGF를 미화 20$로 환산하여 계산하는 것이 국제적인 관행이라는 피고의 주장은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이유 없고, 한편 FGF는 과거 세계 여러 나라가 금본위제를 채용하고 있을 당시에는 각국 통화의 통일된 환산기준으로서 그 기능을 수행하여 왔으나 그 후 대부분의 국가가 금본위제도를 폐지하기에 이르렀고, 위 FGF 자체도 이미 폐화되어 버렸으며 그 환산단위에 관한 국제적 합의도 없다. 그러나 위 바르샤바협약은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지고 있으므로 그 적용을 거부할 수는 없고, 다만 위 FGF를 국내통화로 환산하는 계산단위에 관한 입법조항이 결여된 상태이므로 조리에 따라(민법 제1조 참조) 오늘날에 있어서 이를 우리 나라의 화폐로 환산하기 위한 가장 합리적이고도 통일된 방식을 찾아야 할 것인바, 이하 그 환산 방법에 관하여 살펴 본다.

첫째, FGF를 현행 프랑스 화폐의 교환율에 의하여 환산하는 방법이 있으나, 위와 같이 금본위제도를 폐지한 프랑스의 내국화폐의 교환율에 의한 방식은 어느 하나의 체약국의 일방적인 행위에 영향을 받게 되는 일개 국내통화의 사용을 피하고, 계산단위의 국제적인 표준을 정하기 위하여 배상단위를 금가치로 표시한 바르샤바협약의 제정 취지를 완전히 무시하는 것이어서 그 타당성을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둘째, 금의 국내 자유시장가격에 의한 환산 방법이 있지만, 이 방법도 1929년의 바르샤바협약이 체결되고 장기간이 지나면서 금가가 폭등하였으므로 FGF를 자유시장의 금가를 기준으로 하여 국내통화로 환산하면 실로 엄청난 금액이 되어 운송인의 책임을 제한하려는 바르샤바협약을 사문화할 뿐만 아니라, 원래 자유시장의 금가는 금의 수요와 공급에 따라 변동이 매우 심하고, 금가는 각 국간에 차이가 크므로 국제적인 배상액의 통일을 기하려는 위 협약의 기본 취지에도 반하며, 국제민간항공기구(International Civil Aviation Organization, ICAO)는 일찍이 금의 자유시장가격에 의한 배상액 환산을 부인한 바 있고, 헤이그 의정서 이후의 개정조약안인 몬트리올잠정협정, 과테말라의정서, 몬트리올추가의정서 등에서도 금의 자유시장가격을 채택하고 있지 않은 점에 비추어 역시 그 타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셋째, 금의 최종공정가격에 의한 환산 방법이 있고, 이는 종래의 금의 공정가격제가 폐지되기 전의 미국의 1978. 3. 31.자 공정가격을 기준으로 FGF를 환산하자는 방법이나, 우리 나라의 경우 현재까지 금의 공정가격제를 시행하여 온 바가 없어 적용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1978. 4. 1.에 발효된 국제통화기금(IMF) 협정 제2차 개정에서도 종래의 공정가격제를 폐지한 점에 비추어 이를 채택할 이론적 근거가 박약하다고 할 것이어서 위 방법도 그 타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끝으로, 우리 나라가 1955년에 가입한 국제통화기금의 특별인출권(Special Drawing Rights, 이하 SDR이라 한다)에 의하여 FGF를 환산하는 방법을 본다. 이는 국제통화기금이 1968. 5. 31. 협약 제1차 개정(1969. 7. 28. 발효)을 통하여 창설한 SDR(당시 미국 국내법에 의한 금의 공정가격을 기초로 하여 15FGF에 해당하는 순금 0.888671g의 가치를 1SDR로 한 것이다)을 환산기준으로 하는 것으로서, SDR은 그 창설 당시 고정되어 있던 금가치에 의하여 산출된 수치이기 때문에 적어도 금의 최종 공정가격에 의한 환산 방법과 같이 1978년까지는 FGF으로의 환산이 가능하며, 그 안정적 기능을 대신하기에 가장 적합하고 그 수치의 변동이 적으며, 교환율이 국제통화기금에 의하여 각국에 공시되고 있는 점, 또한 헤이그 의정서의 개정을 위한 몬트리올추가의정서도 손해배상책임에 관하여 FGF대신 SDR을 채택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앞서 본 바와 같이 영국, 덴마크, 핀란드 등의 많은 국가도 SDR을 배상단위로 채용하는 입법을 하고 있으며, 우리 나라의 경우에도 최근 상법 제747조, 제789조의2에서 선박소유자 및 해상운송인의 손해배상책임을 SDR에 의하여 제한하고 있는바, 위와 같이 국제적으로나 국내적으로 SDR을 배상단위로 도입하고 있는 것이 일반화되고 있는 실정에 비추어 이 방법이 가장 합리적인 환산 방법이라 할 것이다.

(2) 따라서 250FGF를 SDR로 환산하여 보면, 1SDR은 15FGF이므로 250 FGF는 16.66SDR(250/15)이 된다.

(3) 한편 개정된 바르샤바협약 제22조 제5항에 의하면, FGF를 금 이외의 각국 통화로 환산함에 있어 소송의 경우에는 판결시의 이러한 통화의 금가치에 따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피고가 배상할 손해액을 SDR에 의하여 원화로 환산하는 시점은 그 판단의 실체가 형성되는 이 사건 변론종결 당시를 기준으로 정함이 상당하다 할 것이다.

마. 손해배상액

나아가 피고가 배상할 손해액을 원화로 환산하면, 이 사건 변론종결 당시인 1996. 10. 31.자의 1SDR의 시세는 변론의 전취지에 의하여 미화 1.4440$이고, 미화 1$당 기준환율은 금 831.30원임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피고가 원고에게 배상할 손해액은 금 17,858,765원(893×16.66×1.4440×831.30, 원 미만은 버림)이 되어, 결국 피고의 위 항변은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다.

원고는 피고가 배상할 손해액으로 FGF를 국내 금의 시가로 환산하는 방법에 의하지 아니하고 위와 같이 SDR에 의하여 환산하는 경우에는 그 책임한도액이 미화 17,860$(실제로는 21,482$이다)에 불과하여 이는 실제 손해액인 금 96,201,065원보다 현저히 낮은 금액이 될 뿐만 아니라, 소외 2 주식회사가 이 사건 화물에 대하여 송하인으로부터 지급받은 운임과 비교하여 볼 때에 실질적으로 운송인 및 피고의 배상책임을 면제하는 것과 다름없는 것이 되어 무효라고 재항변한다.

그러므로 살피건대, 갑 제2호증의 2의 기재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이 사건 화물의 총중량은 12,370kg으로서 그 운임은 금 13,265,539원인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이 사건에 있어서 피고가 위 2번 화물에 대하여 배상할 손해액과 위 화물의 실제 손해액 및 위 2번 화물의 중량에 따른 운임비율인 금 957,649원(13,265,539/12,370×893)을 비교하여 볼 때, 이 사건에 있어서 피고가 배상하여야 할 손해액이 실질적으로 운송인 및 피고의 배상책임을 면제하는 것과 다름없는 것이어서 무효라고 볼 수 없고, 더욱이 피고가 배상할 위 손해액은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이 있는 개정된 바르샤바협약을 기초로 하여 정당하게 산출된 금액이므로 그 무효를 다투는 원고의 위 재항변은 어느 모로 보나 이유 없다.

3. 결 론

그렇다면 피고는 원고에게 손해배상으로서 금 17,858,765원 및 이에 대하여 원고가 소외 엘지반도체에게 보험금을 지급한 다음날인 1995. 8. 10.부터 피고가 그 지급의무의 존부와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이 판결 선고일인 1996. 11. 28.까지 민법 소정의 연 5푼,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 소정의 연 2할 5푼의 각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으므로, 원고의 피고에 대한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며, 소송비용의 부담에 관하여는 민사소송법 제89조, 제92조 를, 가집행선고에 관하여는 같은 법 제199조 를 각 적용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태훈(재판장) 이승련 노수환

arr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