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헤이그규칙 제4조 제5항에서 해상운송인의 포장당 책임제한액으로 정하고 있는 ‘100파운드(100 pounds sterling)’의 의미(=금화 100파운드의 가치)
판결요지
1924. 8. 25. 브뤼셀에서 성립된 선하증권에 대한 규정의 통일에 관한 국제협약에 포함된 헤이그규칙(The Hague Rules contained in the International Convention for the Unification of Certain Rules relating to Bills of Landing, dated Brussels 25 August 1924, 이하 ‘헤이그규칙’이라 한다) 제4조 제5항 및 제9조의 규정, 두 차례에 걸친 헤이그규칙의 수정경위 및 수정내용, 그리고 헤이그규칙상 책임제한조항의 해석에 관한 영국을 비롯한 외국 판례의 태도 등을 종합하면, 헤이그규칙 제4조 제5항에서 해상운송인의 포장당 책임제한액으로 정하고 있는 ‘100파운드(100 pounds sterling)’는 금화 100파운드의 가치를 의미하는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참조조문
원고, 상고인
피티. 아수란시 인드라푸라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홍경 외 3인)
피고, 피상고인
주식회사 지엘머천트마린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선율 담당변호사 문광명 외 4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판결 이유 및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소외 주식회사 에스앤티(이하 ‘에스앤티’라고만 한다)는 소외 피티. 구나누사 우타마 파브리카토스(PT. GUNANUSA UTAMA FABRICATORS, 이하 ‘소외 회사’라고 한다)에게 공랭식 열교환기 등(이하 ‘이 사건 화물’이라 한다)을 수출하기 위해 2009. 12.경 피고와 이 사건 화물운송계약(이하 ‘이 사건 운송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나. 피고는 2010. 1. 9. 이 사건 화물을 선적하고, 송하인 에스앤티, 수하인 소외 회사, 선적항 대한민국 부산항, 양하항 인도네시아국 자카르타로 기재된 선하증권(이하 ‘이 사건 선하증권’이라 한다)을 발행한 후 부산항에서 자카르타까지 위 화물을 운송하였다.
다. 이 사건 화물은 운송과정에서 운송인인 피고의 과실로 4포장단위에 포함된 59,150달러 상당의 화물이 손상되었고, 이로 인하여 인도네시아의 손해보험사인 원고는 2011. 1. 28. 피보험자인 소외 회사에게 보험금 미화 62,747.47달러를 지급한 후 피고에게 구상금을 청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라. 이 사건 선하증권 이면약관 제2조에 따르면, 선적지국가나 도착지국가에서 「1924. 8. 25. 브뤼셀에서 성립된 선하증권에 대한 규정의 통일에 관한 국제협약에 포함된 헤이그규칙(The Hague Rules contained in the International Convention for the Unification of Certain Rules relating to Bills of Landing, dated Brussels 25 August 1924, 이하 ‘헤이그규칙’이라 한다)」을 입법화하지 않은 경우 강행규정에 반하지 않는 한 이 사건 운송계약에 관하여 헤이그규칙을 적용하도록 하고 있는데, 대한민국과 인도네시아국은 모두 헤이그규칙을 입법화하지 않았다.
2. 원심은, 운송인인 피고의 책임제한은 이 사건 선하증권 이면약관 제2조에 따라 헤이그규칙이 정한 바에 의하고, 헤이그규칙 제4조 제5항은 운송인의 포장당 책임을 영국화 100파운드 내지 이와 동등한 가치의 다른 통화로 제한하고 있는데,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헤이그규칙의 시행 이후 항해기술의 발달과 인플레이션의 영향으로 책임한도액이 저가라는 지적을 보완하기 위해「1968년에 브뤼셀에서 수정된 헤이그규칙(The Hague Rules as Amended by the Brussels Protocol 1968, 이하 ‘헤이그-비스비 규칙’이라 한다)」을 새로이 제정하게 되었다는 점, ② 영국의 금약관협정에서 책임제한액을 영국화 200파운드로 하였다가, 다시 영국화 400파운드로 인상한 점, ③ 헤이그규칙 제9조에서 ‘이 협약에서의 통화단위는 금화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더라도 이는 헤이그규칙 체결 당시의 금본위제도하에서 통화단위가 금화라는 당연한 사항을 규정한 것에 불과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헤이그규칙 제4조 제5항 소정의 ‘영국화 100파운드’의 의미는 금화가 아닌 영국화 100파운드를 의미한다고 해석되고, 따라서 이는 상법이 정하고 있는 운송인의 책임제한액보다 운송인의 책임을 감경하는 것으로서 상법 제799조 제1항 에 따라 효력이 없으나 책임제한약정 자체로는 효력이 있는 것이므로, 결국 운송인인 피고의 책임은 상법 제797조 제1항 , 제2항 , 제795조 제1항 에 따라 포장당 666.67계산단위의 범위로 제한된다고 하여 원고의 이 사건 청구액 72,393,339원 중 상법상 해상운송인의 책임제한액인 4,808,690원[4포장×666.67계산단위×1,803.25원(2011. 10. 19. 기준 환율)]만을 인용하였다.
3.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가. 헤이그규칙 제4조 제5항, 제9조 제1문은 해상운송인의 책임제한액을 규정함에 있어 당시 영국 통화인 ‘파운드(pound sterling)’를 사용하면서 이것을 금가치(gold value)에 연결시키고 있는데, 이는 헤이그규칙 제정 당시 금본위를 채택하고 있던 영국의 통화를 금가치표시의 기준으로 이용하는 것으로서 여기서의 파운드(pound sterling)는 금화 파운드(gold value pound)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그 후 1931년 영국에서 파운드의 금태환(김태환)이 정지됨으로써 그때까지의 ‘pound sterling’이라는 화폐단위는 존재하지 않게 되었고, 그 이후부터 헤이그규칙 제4조 제5항의 ‘pound sterling’의 계산은 영국 주화법(Coinage Act 1870)에서 금화에 요구하는 금의 함량과 순도를 기준으로 그 가치가 정하여졌다. 이처럼 헤이그규칙상의 ‘100 pounds sterling’을 금화 100파운드에 들어있는 금의 가치라고 보는 이상 이를 현재 영국의 명목상 화폐단위인 100파운드의 가치와 동일시할 수는 없다.
나. 화폐단위로서 영화(영화) 파운드를 사용하지 아니하는 헤이그규칙의 체약국들은 헤이그규칙 제9조 제2문에 따라 영화 파운드로 표시된 해상운송인의 책임제한액을 자국의 화폐단위로 환산하는 권리를 유보하고 있었는데, 실제 각국의 물가상승으로 자국통화로 환산한 책임제한액들의 가치가 하락하여 더 이상 실제의 손해를 배상하여 주는 금액으로서의 의미를 갖지 못하게 됨으로써 책임제한액을 인상하여야 할 필요가 발생하였다. 따라서 이러한 책임한도액을 인상할 필요에 따라 헤이그-비스비 규칙이 도입되었다는 사정을 근거로 헤이그규칙 제4조 제5항의 ‘100 pounds sterling’이 영국화 100파운드를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는 없다.
다. 헤이그-비스비 규칙은 헤이그규칙상 해상운송인의 책임제한액이 1포장당 100파운드 가치의 금화라는 것을 전제로, 해상운송인의 책임제한기준을 푸앵카레 프랑(fran poincare)으로 변경한 것이고, 1푸앵카레 프랑은 순도 0.900의 금 65.5mg을 의미하므로 푸앵카레 프랑 역시 금화가치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 그 후 금의 국제적인 통화가치로서의 역할이 쇠퇴하자 국제통화기금(International Monetary Fund)이 금조항에서 벗어나 고정된 가치를 가진 계산단위로서 특별인출권(Special Drawing Right, 이하 ‘SDR’이라 한다)을 창설하였고, 이에 따라 헤이그-비스비 규칙을 개정하여 SDR을 해상운송인의 책임제한기준으로 삼게 되었다. 이처럼 SDR이라는 계산방식이 금화기준에서 비롯되는 문제점을 해결하려는 노력에서 도입되었다는 점은 종래 헤이그규칙과 헤이그-비스비 규칙에서 금화가 책임제한액의 기준으로 쓰였다는 사실을 나타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라. 1988년 영국 법원이 ‘The Rosa S’ 사건에서 헤이그규칙 제4조 제5항에서의 ‘100 pounds sterling’은 금화 100파운드의 가치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하여야 한다고 판시한 이래 각국의 법원에서 동일한 취지의 판시를 하였는데, 이러한 다른 나라 법원들의 해석론은 우리나라에서도 참작될 수 있다고 보인다.
마. 위와 같은 헤이그규칙 제4조 제5항 및 제9조의 규정, 두 차례에 걸친 헤이그규칙의 수정경위 및 그 수정내용, 그리고 헤이그규칙상 책임제한조항의 해석에 관한 영국을 비롯한 외국 판례의 태도 등을 종합하면, 헤이그규칙 제4조 제5항에서 해상운송인의 포장당 책임제한액으로 정하고 있는 ‘100파운드(100 pounds sterling)’는 금화 100파운드의 가치를 의미하는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바. 그럼에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헤이그규칙 제4조 제5항의 책임제한액이 영국화 100파운드를 의미한다고 보아 이 사건 화물 중 손상된 4포장에 대하여 상법상 책임제한액인 4,614,053원만을 인용하였으니,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이 사건 운송계약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