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수급인의 하자담보책임으로서의 손해배상의 범위를 정함에 있어서 도급인의 과실을 참작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2] 하자담보책임으로 인한 손해배상 사건에 있어서 배상 권리자의 과실이 인정되면 법원은 직권으로 이를 심리·판단하여야 하는지 여부(적극)
[2] 하자담보책임으로 인한 손해배상 사건에 있어서는 배상 권리자에게 그 하자를 발견하지 못한 잘못으로 손해를 확대시킨 과실이 인정된다면 법원은 손해배상의 범위를 정함에 있어서 이를 참작하여야 하며, 이 경우 손해배상책임을 다투는 배상 의무자가 배상 권리자의 과실에 따른 상계항변을 하지 아니하더라도 소송에 나타난 자료에 의하여 그 과실이 인정되면 법원은 직권으로 이를 심리·판단하여야 한다.
원고,피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안상돈)
피고,상고인
피고 1 외 1인 (피고들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태화종합법률사무소 담당변호사 유상순 외 1인)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 1의 패소 부분 가운데 임의적 설계 변경에 따른 변경 시공 분에 관련된 손해 부분(금 10,239,000원) 및 피고 주식회사 광호건설에 대한 부분을 각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에 환송한다. 피고 1의 나머지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제1점에 대하여
관계 증거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원고와 피고 1 간의 도급계약 체결 등에 관한 판시와 같은 일련의 사실들을 인정한 다음 그에 터잡아 이 사건 공사와 관련된 위 피고의 지위를 원고로부터 이 사건 공사 전체를 일괄 수급하여 자신의 책임과 계산 아래 시공하는 공사 수급인이라고 판단한 조치는 수긍이 가고, 거기에 채증법칙을 위배하고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사실을 오인하였거나 계약당사자 사이의 의사표시의 해석을 그르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그 밖에 피고 1이 사우나 장비 및 기자재 제조·설치업자에 불과하지 건축업자는 아니라거나 이 사건 공사를 골조, 설비 등 부문별로 나누어 시공한 피고 주식회사 광호건설(이하 광호건설이라고 줄여 쓴다) 등 여러 업체들과의 도급계약이 건축주인 원고 명의로 체결되었다는 등 상고이유에서 지적하고 있는 사정들이 원심의 위 인정과 판단에 어떤 결정적 장해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이 점에 관한 피고 1의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없다.
2. 제2점에 대하여
가. 기초 구조체의 가치손실 분 손해에 관하여
원심은, 피고 1이 이 사건 공사 전체를 일괄 수급한 원(원) 수급인이고, 피고 광호건설은 피고 1로부터 위 공사 중 골조공사 부문을 다시 하수급한 하수급인인 사실, 피고 광호건설이 위와 같이 하수급한 공사의 일환으로 이 사건 건물 부지에 기초 파일을 박는 공사를 시공한 사실 및 현재 이 사건 건물 부지에 형성되어 있는 기초 구조체는 판시와 같이 그 구조체를 이루는 콘크리트 파일(기초 파일)이 원래의 설계에 훨씬 못 미치는 개수만 시공되어 그만큼 가치손실을 가져왔는데 이로 인하여 원고가 위 가치손실 분을 금전으로 환산 평가한 금 156,498,000원 상당의 손해를 입은 사실 등을 인정한 다음, 이 사건 기초공사를 담당한 원(원) 수급인 및 하수급인 피고들은 각자 위 손해를 원고에게 배상하여 줄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우선, 피고 1에 관한 원심의 위 사실인정과 판단은 관계 증거와 기록에 비추어 모두 수긍이 가고, 거기에 채증법칙을 위배하고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사실을 오인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으며, 건축주인 원고가 상고이유의 주장이 지적하는 바와 같이 주변 여건 등을 감안하고 감리자의 의견을 참작하여 이 사건 기초공사의 공법을 파일시공이 따르지 아니한 매트기초 형식으로 변경하는 데에 동의하였다 하여도 이는 잠정 중단되었던 공사의 속행을 위한 부득이한 조치로 보일 뿐 그로써 원래의 설계대로 파일을 시공하지 아니함으로 인하여 발생할 기초 구조체의 가치손실 분에 상응하는 손해를 수인하기로 하였다거나 혹은 그 손해의 배상청구권까지 미리 포기하였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이 점에 관한 피고 1의 상고이유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그러나, 나아가 피고 광호건설에 관한 원심의 위 사실인정과 판단은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선뜻 수긍이 가지 않는다.
즉, 원심이 배척하지 아니한 을 제24호증(민간 건설공사 표준 도급계약서), 을 제5호증의 5(건설공사 하도급계약서) 등에 의하면 피고 광호건설과 원고 간의 공사도급 계약서에 '토공사 및 흙막이 공사(파일공사 포함)'를 도급대상에서 제외한다는 취지의 특약사항이 기재되어 있는 사실, 그 계약서에 첨부된 공사(견적) 내역서에도 파일공사 등 기초공사 항목에 관한 비용이 빠져 있는 사실 및 이 사건 공사 중 문제의 파일공사를 포함하는 것으로 보이는 토공사 부문에 관하여는 원고가 피고 광호건설이 아닌 소외 동평토건 주식회사와 별도의 도급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되어 있는 사실 등을 알 수 있는바, 이로 미루어, 피고 광호건설은 원심의 위 인정과 달리 이 사건 공사 중 이 부분에서 문제가 되는 기초공사, 특히 파일공사에 직접 관여하지 아니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고, 이러한 의문은 비록 원심이 배척하기는 하였지만, 피고 광호건설측이 피고 1 등의 요청에 의하여 일시 중단되었던 이 사건 공사를 재개하면서 기왕에 시공된 기초 파일 자체의 문제점뿐만 아니라 파일시공 과정에서 빚어진 민원 등에 대한 책임소재를 분명히 하기 위하여 원고 등으로부터 받아둔 것으로 보이는 을 제23호증의 1(민원보상 책임각서), 2(각서) 안에 피고 광호건설이 기왕의 기초공사에 전혀 관여한 바 없고 아울러 파일 항타 과정 등에서 빚어진 주변 건물의 피해에 대하여도 아무 책임이 없다는 취지의 기재가 들어 있는 점 및 이 사건 공사에 있어 건축주인 원고의 대리인이라 칭하며 공사 전반에 관여한 바 있는 원심 증인 소외인 등도 문제의 파일공사를 피고 광호건설이 아닌 위 소외 회사가 담당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는 점 등을 덧붙여 보면 더욱 설득력을 갖는다.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이러한 의문점에 관하여 좀 더 심리하여 이를 분명하게 밝혀 보았어야 마땅함에도 불구하고 그에 이르지 아니한 채 그 판시의 관계 증거들만으로 피고 광호건설이 하수급한 공사의 일환으로 이 사건 건물 부지에 기초 파일을 박는 공사를 시공하였다고 가볍게 단정한 나머지 위 피고로 하여금 원고가 입었다는 기초 구조체의 가치손실 분 상당의 손해를 배상하도록 명하고 말았으니, 결국 이 부분 원심판결에는 채증법칙을 위배하고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파일공사의 시공주체에 관한 사실을 오인한 위법이 있다 하겠고, 이는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하다.
이 점을 지적하는 피고 광호건설의 상고이유의 주장은 그 이유 있다.
나. 변경시공 분 손해에 관하여
원심은 먼저, 이 사건 건물(목욕탕 설비 등을 포함한다, 이하 같다)에는 피고 1이 원래의 설계를 임의 변경하여 그 변경된 설계대로 시공한 판시와 같은 부분들이 존재하는데, 그 부분 시공비용이 이를 원래 설계대로 시공하였을 경우의 시공비용에 비해 금 10,239,000원 가량 덜 드는 사실을 인정한 다음, 위 피고는 위 금원 상당의 손해를 원고에게 배상하여 줄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공사 전체를 일괄 수급한 피고 1측은 기초공사가 진행되던 도중 파일의 과소 시공 등에 대한 종전 감리자의 엄격한 감리활동과 항타공법에 의한 파일 시공으로 인하여 피해를 입은 현장 주변 주민들의 집단민원 등에서 시발이 되어 끝내 공사중단과 감리교체 소동으로까지 번졌던 일련의 사태를 수습하고, 일시 중단된 공사를 재개하기 위하여 원고에게 당초 설계에 따라 계속 파일 시공이 따르는 매트기초 공법을 고집할 경우 그에 소요되는 비용의 과다와 민원해결의 어려움 등을 호소하는 한편, 이러한 당면 문제들을 일거에 해소하는 방안으로 당초 약정된 공사대금의 증감 없이 설계변경을 통하여 지하층과 1층의 면적을 줄이는 대신 지상층을 1층 늘려 종전의 지상 3층에서 지상 4층 건물로 건축하여 주겠다고 제의하여 원고의 승낙을 얻은 사실, 이후 위 피고는 원고와의 위 합의에 기하여 지하층과 1층의 면적이 준 대신 지상층에 4층이 추가되는 등의 내용으로 설계변경을 하고(그로써 전체 건물의 연면적은 종전보다 138.52㎡ 가량 늘어났다) 이어 이를 토대로 원고 이름의 건축 설계변경 허가신청을 하여 당국의 변경허가까지 받은 사실을 알 수 있는바, 이처럼 원고가 경위야 어찌되었든 원래의 설계를 변경하는 데에 동의하고 그 변경된 설계에 기한 건축 설계변경 허가절차까지 마친 이상, 나중에 그 동의를 적법하게 철회 또는 취소하였다거나 혹은 위 동의를 함에 있어 오로지 지하층 규모 축소와 4층 증축의 점에 범위를 한정하여 동의하였다는 등의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동의의 효력은 변경된 설계 전체에 미칠 터이고, 그 결과 적어도 설계변경 이후의 이 사건 공사에 있어 유효한 설계는 원래의 설계가 아니라 나중의 변경된 설계라 하겠으며, 따라서 위 피고측이 원심의 위 인정처럼 그 변경된 설계에 맞게 시공을 하였다면 원고로서는 그 시공 부분을 원래의 설계와 다르다는 이유만을 들어 하자라고 주장하거나 혹은 그 부분 시공비용과 원래의 설계에 따른 시공비용의 차액을 손해라 하여 위 피고에 대하여 그 배상을 구할 수는 없다 하겠다.
결국 이 부분 원심판결에는 채증법칙을 위배하고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설계변경의 동의 여부에 관한 사실을 오인하였거나 그 동의의 효력 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 등이 있고, 이는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하다.
이 점을 지적하는 취지의 피고 1의 상고이유의 주장은 그 이유 있다.
원심은 또한, 이 사건 건물에는 설계변경의 절차를 거침이 없이 원래의 설계와 달리 시공되어 있는 판시와 같은 부분들이 존재하는데, 그 부분 시공비용이 이를 원래 설계대로 시공하였을 경우의 시공비용에 비해 금 23,903,000원 가량 덜 드는 사실을 인정한 다음, 피고 1은 위 금원 상당의 손해를 원고에게 배상하여 줄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는바, 원심의 위 사실인정과 판단은 관계 증거와 기록에 비추어 모두 수긍이 가고, 거기에 채증법칙을 위배하고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사실을 오인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이 점에 관한 피고 1의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없다.
다. 그 밖의 하자보수 비용 및 미시공 분 손해에 관하여
원심이, 이 사건 건물에 판시와 같은 하자들과 설계에 따른 시공이 전혀 이루어지지 아니한 부분들이 존재하는데 그 하자의 보수비용으로 금 40,498,000원, 위 미시공 부분의 시공비용으로 금 118,142,000원이 각 소요되는 사실을 인정한 다음, 피고 1로 하여금 원고에게 위 각 금원 상당의 손해를 배상하여 주도록 명한 조치는, 관계 증거와 기록에 비추어 수긍이 가고, 거기에 채증법칙을 위배하고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사실을 오인한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다.
이 부분 상고이유의 주장은, 요컨대 피고 1이 이 사건 공사 전체 중 오로지 목욕탕 기자재의 납품 및 설치부문의 공사에만 관여하였음을 전제로 위 보수비용 등 중 자신의 책임영역에 속하는 목욕탕 기자재에 관련된 부분에 한하여 배상책임을 질 뿐이라는 취지이나, 위 피고는 단순히 목욕탕 기자재의 납품 및 설치 등 일부 부문만을 맡은 공사업자가 아니라 원고로부터 이 사건 공사 전체를 일괄 수급한 공사 수급인임은 앞서 본 바이므로, 결국 받아들일 수 없다.
라. 과실상계에 관하여
수급인의 하자담보책임에 관한 민법 제667조는 법이 특별히 인정한 무과실책임으로서 여기에 민법 제396조의 과실상계 규정이 준용될 수는 없다 하더라도 담보책임이 민법의 지도이념인 공평의 원칙에 입각한 것인 이상 하자 발생 및 그 확대에 가공한 도급인의 잘못을 참작하여 손해배상의 범위를 정함이 상당하고 (대법원 1990. 3. 9. 선고 88다카31866 판결 등 참조), 한편 이 사건과 같이 하자담보책임으로 인한 손해배상 사건에 있어서는 배상 권리자에게 그 하자를 발견하지 못한 잘못으로 손해를 확대시킨 과실이 인정된다면 법원은 손해배상의 범위를 정함에 있어서 이를 참작하여야 하며, 이 경우 손해배상책임을 다투는 배상 의무자가 배상 권리자의 과실에 따른 상계항변을 하지 아니하더라도 소송에 나타난 자료에 의하여 그 과실이 인정되면 법원은 직권으로 이를 심리·판단하여야 하는 것 이므로(대법원 1995. 6. 30. 선고 94다23920 판결 참조), 이 점을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의 주장은 분명 그 한도 안에서 옳다.
그러나, 나아가 기록에 나타난 이 사건 공사 전체의 규모나 건축 문외한으로 보이는 원고가 공사를 직영한 것이 아니라 십 수억 대의 공사대금을 주고 목욕탕 건설 및 설비 전문가라고 자처하는 피고 1에게 공사 전체를 도급주어 시공하게 한 사정 및 일반적으로 건축공사 도급계약에 있어 수급인은 당연히 계약 내용에 쫓아 아무런 하자 없는 건물을 완성하여 도급인에게 인도하여 줄 의무가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원고가 미국에 거주한다는 핑계로 공사비를 제때에 지급하지 아니하였고, 공사의 진행도 피고 1이나 공사업자들에게 일임한 채 건축주 본인으로서 최소한의 현장 확인, 감독조치를 게을리 하였다는 등 상고이유의 주장이 내세우는 사유가 이 사건 하자의 발생이나 확대에 영향을 미친 원고측의 과실이라고 말하기 어렵고, 그 밖에 달리 기록상 원고측에게 위 하자 발생 등의 원인이 된 다른 잘못이 있음을 인정할 아무런 자료도 없으므로, 결국 원심이 직권으로 이 사건 하자의 발생이나 확대에 기여한 원고측의 과실이 있는지에 관하여 심리·판단하지 아니하였다 하여, 거기에 무슨 과실상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였다거나 판단을 유탈한 위법 등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이 점에 관한 피고들의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없다.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 1의 패소 부분 가운데 임의적 설계변경에 따른 변경시공 분에 관련된 손해 부분과 피고 광호건설에 대한 부분을 각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피고 1의 나머지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