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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0. 2. 25. 선고 2008다82490 판결
[공사대금][미간행]
판시사항

법인격부인론의 적용에 있어 ‘법인격 형해화’ 또는 ‘법인격 남용’을 인정하기 위한 요건

원고, 상고인 겸 피상고인

원고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이인 담당변호사 황재선외 1인)

피고, 피상고인 겸 상고인

피고 1외 1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동명 담당변호사 조창기외 2인)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 1의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원고 및 피고 2 주식회사의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 중 원고의 피고 2 주식회사에 대한 상고로 인한 부분은 원고가, 피고 2 주식회사의 상고로 인한 부분은 피고 2 주식회사가 각 부담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원고 및 피고 2 주식회사의 상고에 대한 판단

원심은 그 채용 증거를 종합하여 그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원고와 피고 2 주식회사(이하 ‘피고 회사’라고 한다) 사이의 이 사건 공사계약내용에 공장동 건물 지하의 지하저온창고 부분 건축공사(이하 ‘이 사건 지하저온창고 공사’라고 한다)도 편입되었다고 판단하고, 그 판시 사정을 종합하여 원고가 이 사건 토목공사 및 지하저온창고공사에 대하여 투입한 공사비용을 494,505,440원으로 인정한 후, 이로부터 원고가 피고 회사로부터 지급받은 1억 3,500만 원 및 피고 회사가 이 사건 공사현장의 철근 임금으로 지급한 2,500만 원을 공제하여 피고 회사가 원고에 대하여 지급할 공사대금을 334,505,440원으로 산정하였으며, 또한 피고 회사의 지체상금 주장에 대하여, 토목공사 및 건물공사에 대한 지체상금 발생 여부에 대하여는 그 판시 사정에 의하여 이 사건 토목공사가 원고의 책임에 속하지 아니하는 사유로 중단되었다고 판단하고, 지하저온창고 공사에 대한 지체상금 발생 여부에 대하여는 지하저온창고 공사에 대한 지체상금 약정이 존재한다는 점에 대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하는 등으로 피고 회사의 지체상금 주장을 모두 배척하였는바,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채증법칙 위반 등의 위법이 없다.

2. 피고 1의 상고에 대한 판단

가. 원심판결의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채용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여러 사정, 즉 ① 피고 회사는 이사 3인, 감사 1인으로 구성된 자본금 1억 원의 소규모회사인데, 피고 1이 대표이사로 등기된 외에도 그의 가족으로 보이는 최태진이 이사로, 처인 이영근이 감사로 등기되어 있는 점, ② 피고 회사는 2003. 6.경 설립된 후 회사 운영을 위한 물적 설비를 갖추기 위하여 원고와 사이에 이 사건 각 공사에 관한 도급계약을 체결하게 된 것인데, 공장건물이 설립된 이 사건 토지는 피고 1의 소유이고, 피고 1은 공장건축 자금 등을 마련하기 위하여 2004. 5. 24. 이 사건 토지에 대하여 소외 오포농업협동조합에게 채권최고액을 7억 원으로 정한 근저당권설정등기를 경료하여 주고 금원을 대여받은 점, ③ 피고 회사의 자본금은 1억 원에 불과한데, 피고 회사의 원고에 대한 미지급 공사대금채무도 3억 원을 넘는 것을 비롯하여, 원고가 이 사건 공사를 중단한 후 피고 회사로부터 나머지 공사를 도급받아 완공한 원다건설도 청구금액을 6억 9,000만 원으로 하여 피고 1 소유의 이 사건 토지 및 피고 회사 명의의 이 사건 공장건물을 가압류하는 등 피고 회사의 실제 자산은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이는 점, ④ 이에 피고 1은 공장건축 등을 원만하게 수행하기 위하여 2004. 6. 18.에는 이 사건 공사현장의 노무비를 지급하겠다는 내용의 지불각서에 서명날인하였고, 2004. 7. 30.에는 ‘맛사랑 신축공장에서 기 발생한 공사대금 중 이종인에게 지급하여야 할 기성금을 광일토건에서 직불 동의하였으므로 그 금액은 최종합의되면 전액 지불하겠습니다’라는 내용의 지불이행서를 개인 자격으로 작성하여 준 점 등의 피고 1의 피고 회사 설립경위, 피고 1의 피고 회사에 대한 지배의 형태와 정도, 피고 1과 피고 회사의 업무와 재산에 있어서의 혼용 정도, 피고 회사의 업무실태와 그 자산 및 지급능력에 관한 상황 등의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 회사는 형식상 주식회사의 형태를 갖추고 있으나 이는 회사의 형식을 빌리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아니하고, 그 실질은 배후에 있는 피고 1의 개인기업이라 할 것이어서, 피고 회사가 이 사건 각 건축공사의 계약당사자로 내세워져 원고와 사이에 공사계약을 체결하는 형식을 취하였다 할지라도, 이는 외형에 불과할 뿐 실질적으로 피고 회사의 사업은 피고 1의 개인사업과 마찬가지라고 할 것인데, 피고 1은 별다른 자력이 없는 피고 회사가 자기와는 별개의 독립한 법인격을 가지고 있음을 내세워 이 사건 공사계약과 관련한 모든 책임을 피고 회사에게만 돌리고 상대적으로 자력이 있는 자신의 책임을 부정하고 있으므로, 이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되는 법인격의 남용으로서 정의와 형평에 반하여 허용될 수 없으므로, 원고는 피고 회사뿐만 아니라 피고 회사의 실질적 지배자로서 그 배후에 있는 피고 1에 대하여도 공사대금을 청구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나. 회사가 외형상으로는 법인의 형식을 갖추고 있으나 법인의 형태를 빌리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아니하고 실질적으로는 완전히 그 법인격의 배후에 있는 타인의 개인기업에 불과하거나, 그것이 배후자에 대한 법률적용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함부로 이용되는 경우에는, 비록 외견상으로는 회사의 행위라 할지라도 회사와 그 배후자가 별개의 인격체임을 내세워 회사에게만 그로 인한 법적 효과가 귀속됨을 주장하면서 배후자의 책임을 부정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되는 법인격의 남용으로서 심히 정의와 형평에 반하여 허용될 수 없고, 따라서 회사는 물론 그 배후자인 타인에 대하여도 회사의 행위에 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여기서 회사가 그 법인격의 배후에 있는 타인의 개인기업에 불과하다고 보려면, 원칙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법률행위나 사실행위를 한 시점을 기준으로 하여, 회사와 배후자 사이에 재산과 업무가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혼용되었는지 여부, 주주총회나 이사회를 개최하지 않는 등 법률이나 정관에 규정된 의사결정절차를 밟지 않았는지 여부, 회사 자본의 부실 정도, 영업의 규모 및 직원의 수 등에 비추어 볼 때, 회사가 이름뿐이고 실질적으로는 개인 영업에 지나지 않는 상태로 될 정도로 형해화되어야 한다. 또한, 위와 같이 법인격이 형해화될 정도에 이르지 않더라도 회사의 배후에 있는 자가 회사의 법인격을 남용한 경우 회사는 물론 그 배후자인 타인에 대하여도 회사의 행위에 관한 책임을 물을 수 있으나, 이 경우 채무면탈 등의 남용행위를 한 시점을 기준으로 하여, 회사의 배후에 있는 자가 회사를 자기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는 지배적 지위에 있고 그와 같은 지위를 이용하여 법인제도를 남용하는 행위를 할 것이 요구되며, 위와 같이 배후자가 법인제도를 남용하였는지 여부는 앞서 본 법인격 형해화의 정도 및 거래 상대방의 인식이나 신뢰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 대법원 2008. 9. 11. 선고 2007다90982 판결 등 참조).

다. 법인격 형해화에 관한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에서 원심 설시의 위 ①항과 같이 피고 1 및 그 가족이 피고 회사의 임원으로 등기되어 피고 회사의 경영에 관한 전권을 행사하여 지배하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위 ② 내지 ④항과 같은 사정만으로는 법인이 형해화되어 그 법인격을 부인할 정도로 피고 회사와 피고 1 사이에 심각한 재산의 혼용이 이루어졌다고 할 수 없으므로, 결국 원심이 들고 있는 사정들을 모두 참작하여도 이 사건 공사대금채무의 발생 당시 피고 1이 피고 회사라는 법인의 형태를 빌려 개인사업을 하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아니하여 피고 회사가 완전히 그 법인격의 배후에 있는 피고 개인의 개인기업에 불과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또한, 앞서 본 법리와 같이 법인격 남용을 이유로 피고 회사의 법인격을 부정하려면 원심이 들고 있는 위 사정들만으로는 부족하고 피고 1이 자신에 대한 법률적용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피고 회사의 법인 형식을 이용함으로써 그에 대한 법적 효과의 귀속을 부당하게 벗어나려고 하는 법인격 남용행위가 인정되어야 할 것인바, 주식회사의 물적·유한 책임성에 비추어 채권자를 해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주식회사를 설립하여 그 회사 명의로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하는 것 자체를 위법하다고는 할 수 없으므로 원심이 이 사건에서 법인격이 남용되었다는 근거로 들고 있는 위 사정들이 법인격을 부정할 만한 남용행위에 관한 사정이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앞서 본 바와 같은 피고 1의 피고 회사에 대한 지배의 정도 등을 참작한다고 하더라도 피고가 그에 대한 법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법인제도를 남용하였다고 보기 부족하다.

따라서 이와 달리 원고가 피고 회사의 배후자인 피고 1에 대하여도 피고 회사의 공사도급계약으로 인한 공사대금채무에 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법인격 남용에 관하여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고, 이러한 위법은 판결에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하다. 이를 지적하는 취지의 피고 1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 1의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원고 및 피고 2 주식회사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 중 원고의 피고 2 주식회사에 대한 상고로 인한 부분은 원고가, 피고 2 주식회사의 상고로 인한 부분은 피고 2 주식회사가 각 부담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차한성(재판장) 박시환(주심) 안대희 신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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