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법인격부인론의 적용에 있어 ‘법인격 형해화’ 또는 ‘법인격 남용’을 인정하기 위한 요건
판결요지
회사가 외형상으로는 법인의 형식을 갖추고 있으나 법인의 형태를 빌리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아니하고 실질적으로는 완전히 그 법인격의 배후에 있는 사람의 개인기업에 불과하거나, 그것이 배후자에 대한 법률적용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함부로 이용되는 경우에는, 비록 외견상으로는 회사의 행위라 할지라도 회사와 그 배후자가 별개의 인격체임을 내세워 회사에게만 그로 인한 법적 효과가 귀속됨을 주장하면서 배후자의 책임을 부정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되는 법인격의 남용으로서 심히 정의와 형평에 반하여 허용될 수 없고, 따라서 회사는 물론 그 배후자인 타인에 대하여도 회사의 행위에 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여기서 회사가 그 법인격의 배후에 있는 사람의 개인기업에 불과하다고 보려면, 원칙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법률행위나 사실행위를 한 시점을 기준으로 하여, 회사와 배후자 사이에 재산과 업무가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혼용되었는지 여부, 주주총회나 이사회를 개최하지 않는 등 법률이나 정관에 규정된 의사결정절차를 밟지 않았는지 여부, 회사 자본의 부실 정도, 영업의 규모 및 직원의 수 등에 비추어 볼 때, 회사가 이름뿐이고 실질적으로는 개인 영업에 지나지 않는 상태로 될 정도로 형해화되어야 한다. 또한, 위와 같이 법인격이 형해화될 정도에 이르지 않더라도 회사의 배후에 있는 자가 회사의 법인격을 남용한 경우, 회사는 물론 그 배후자에 대하여도 회사의 행위에 관한 책임을 물을 수 있으나, 이 경우 채무면탈 등의 남용행위를 한 시점을 기준으로 하여, 회사의 배후에 있는 사람이 회사를 자기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는 지배적 지위에 있고, 그와 같은 지위를 이용하여 법인 제도를 남용하는 행위를 할 것이 요구되며, 위와 같이 배후자가 법인 제도를 남용하였는지 여부는 앞서 본 법인격 형해화의 정도 및 거래상대방의 인식이나 신뢰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참조조문
참조판례
대법원 2001. 1. 19. 선고 97다21604 판결 (공2001상, 485)
원고, 피상고인
원고 주식회사(소송대리인 변호사 이명규외 1인)
피고, 상고인
피고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고등법원으로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경과한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원심판결의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① 피고가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던 소외 1 주식회사가 폐업됨과 거의 동시에 소외 2 주식회사가 설립된 점, ② 소외 2 주식회사의 사업장 및 본점 소재지, 사업의 종류가 소외 1 주식회사와 동일하고, 소외 1 주식회사의 경리직원이었던 소외 3이 그대로 소외 2 주식회사에서 근무한 점( 소외 3은 두 회사 모두에 10% 지분의 주주로 등록되어 있기도 하다), ③ 소외 1 주식회사의 원단대금채무 44,874,749원을 소외 2 주식회사가 전부 인수하였고, 그 이후에도 소외 2 주식회사가 소외 1 주식회사의 거래처이던 원고와 계속하여 연평균 3억 원 상당의 거래관계를 동일하게 유지해 온 점, ④ 피고가 2001. 12. 11. 소외 4의 주식을 모두 양수하고 단독이사로 취임하기 이전에도 소외 2 주식회사의 원단반품대금을 피고 개인의 계좌로 송금받았고, 소외 2 주식회사의 계좌와 피고 개인의 계좌 사이에 자금이동이 빈번하게 이루어진 점, ⑤ 피고가 소외 2 주식회사 설립 직후인 1999. 1. 20.부터 소외 2 주식회사의 직원으로 건강보험공단에 등록되어 있는 점 등을 종합하여, 피고는 소외 1 주식회사가 부도날 위기에 처하자 소외 1 주식회사를 폐업하는 대신 소외 1 주식회사의 거래처, 직원 등을 그대로 인수한 소외 2 주식회사를 설립하고 이를 실질적으로 운영하여 온 사실을 인정한 다음, (1)이와 같은 소외 2 주식회사의 설립경위에 관한 사정과 아울러 (2) 주주명부상으로는 피고가 소외 2 주식회사 주식의 40%를 갖고 있으나, 피고 이외의 나머지 주주들도 대부분 피고의 인척 내지 직원으로 실질적으로는 피고가 소외 2 주식회사 주식의 거의 전부를 소유하고 있는 점, (3) 최초 선임된 소외 2 주식회사 임원의 대부분이 피고의 처 내지 인척들이고, 그 임원들마저 2001. 12. 11. 모두 퇴임하고 피고가 단독이사로 선임되어 소외 2 주식회사를 전적으로 피고 개인의 결정에 따라 운영한 점, (4) 소외 2 주식회사의 원단반품대금이 피고 개인의 계좌에 입금되는 등 소외 2 주식회사의 계좌와 피고 개인의 계좌가 혼용되어 사용되어 온 점, (5) 피고가 소외 2 주식회사를 폐업할 무렵 소외 5 명의로 다시 소외 6 주식회사를 설립하여 운영하고 있는 점, (6) 피고가 소외 1 주식회사와 소외 2 주식회사를 폐업하면서 거래처의 물품대금을 20 내지 30%만 지급하고 나머지를 면제받으면서도 계속하여 다른 법인을 설립하여 사업을 계속 운영하여 온 점 등의 제반 사정을 종합하면, 소외 2 주식회사는 형식상으로는 주식회사의 형태를 갖추고 있으나 이는 회사의 형식을 빌리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아니하고 그 실질은 배후에 있는 피고의 개인기업이라 할 것이므로, 피고가 소외 2 주식회사와 별개의 인격체임을 내세워 원고에 대한 원단대금채무의 지급책임을 부정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되는 법인격의 남용으로서 심히 정의와 형평에 반하여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2. 회사가 외형상으로는 법인의 형식을 갖추고 있으나 법인의 형태를 빌리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아니하고 실질적으로는 완전히 그 법인격의 배후에 있는 타인의 개인기업에 불과하거나, 그것이 배후자에 대한 법률적용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함부로 이용되는 경우에는, 비록 외견상으로는 회사의 행위라 할지라도 회사와 그 배후자가 별개의 인격체임을 내세워 회사에게만 그로 인한 법적 효과가 귀속됨을 주장하면서 배후자의 책임을 부정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되는 법인격의 남용으로서 심히 정의와 형평에 반하여 허용될 수 없고, 따라서 회사는 물론 그 배후자인 타인에 대하여도 회사의 행위에 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 대법원 2001. 1. 19. 선고 97다21604 판결 참조).
여기서 회사가 그 법인격의 배후에 있는 타인의 개인기업에 불과하다고 보려면, 원칙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법률행위나 사실행위를 한 시점을 기준으로 하여, 회사와 배후자 사이에 재산과 업무가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혼용되었는지 여부, 주주총회나 이사회를 개최하지 않는 등 법률이나 정관에 규정된 의사결정절차를 밟지 않았는지 여부, 회사 자본의 부실 정도, 영업의 규모 및 직원의 수 등에 비추어 볼 때, 회사가 이름뿐이고 실질적으로는 개인 영업에 지나지 않는 상태로 될 정도로 형해화되어야 한다.
또한, 위와 같이 법인격이 형해화될 정도에 이르지 않더라도 회사의 배후에 있는 자가 회사의 법인격을 남용한 경우, 회사는 물론 그 배후자인 타인에 대하여도 회사의 행위에 관한 책임을 물을 수 있으나, 이 경우 채무면탈 등의 남용행위를 한 시점을 기준으로 하여, 회사의 배후에 있는 자가 회사를 자기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는 지배적 지위에 있고, 그와 같은 지위를 이용하여 법인 제도를 남용하는 행위를 할 것이 요구되며, 위와 같이 배후자가 법인 제도를 남용하였는지 여부는 앞서 본 법인격 형해화의 정도 및 거래상대방의 인식이나 신뢰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3. 그런데 법인격 형해화에 관한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에서 위 1항의 (2), (3)과 같이 피고가 소외 2 주식회사의 지배주주로서 2001. 12. 11.부터 단독이사로 선임되어 회사의 경영에 관한 전권을 행사하여 지배하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소외 2 주식회사의 계좌와 피고 개인의 계좌가 혼용된 정도가 위 1항의 ④ 및 (4)와 같이 일부 혼용된 정도에 불과하다면 그러한 사정만으로는 법인이 형해화되어 그 법인격을 부인할 정도로 소외 2 주식회사와 피고 사이에 심각한 재산의 혼용이 이루어졌다고 할 수 없고, 그 밖에 소외 1 주식회사와 관련하여 원심이 들고 있는 사정들은 소외 2 주식회사의 형해화에 관한 사유로 삼기에 적절하거나 충분한 사유가 되지 못하므로, 결국 원심이 들고 있는 사정들을 모두 참작하여도 물품대금 채무의 발생 당시 피고 개인이 소외 2 주식회사라는 법인의 형태를 빌려 개인사업을 하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아니하여 소외 2 주식회사가 완전히 그 법인격의 배후에 있는 피고 개인의 개인기업에 불과하다고 보기 어렵다.
4. 또한, 원심이 들고 있는 위 1항의 (1)에 해당하는 사항 중 ① 내지 ③ 및 ⑤ 부분은 모두 피고가 소외 1 주식회사를 폐업하고 그 거래처 및 직원 등을 실질적으로 인수하여 소외 2 주식회사를 설립하였다는 것으로서 소외 1 주식회사와 소외 2 주식회사 사이의 동일성을 문제삼을 수 있는 사정에 불과하고, 그 밖에 (2) 내지 (3) 및 (5)에 있는 사항은 피고가 소외 1 주식회사나 소외 2 주식회사 및 소외 6 주식회사를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다는 사정에 관한 것이다.
그러나 앞서 본 법리와 같이 법인격 남용을 이유로 소외 2 주식회사의 법인격을 부정하려면 그와 같은 사정들만으로는 부족하고 피고가 자신에 대한 법률적용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소외 2 주식회사의 법인 형식을 이용함으로써 그에 대한 법적 효과의 귀속을 부당하게 벗어나려고 하는 법인격 남용행위가 인정되어야 할 것인바, 주식회사의 물적·유한 책임성에 비추어 채권자를 해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영업이 부진한 주식회사를 폐업하고 채권·채무를 청산한 다음 신규자본을 투입하여 새로운 회사를 설립하고 운영하는 것 자체를 위법하다고는 할 수 없으므로 위 1항의 (6)과 같이 피고가 소외 1 주식회사나 소외 2 주식회사를 폐업하면서 거래처의 물품대금을 20 내지 30%만 지급하고 나머지를 면제받아 소외 2 주식회사나 소외 6 주식회사를 설립하여 운영하였다는 것 자체가 법인격을 부정할 만한 남용행위에 관한 사정이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앞서 본 바와 같은 피고의 소외 2 주식회사에 대한 지배의 정도 등을 참작한다고 하더라도 소외 2 주식회사와 피고 사이의 재산혼용 정도에 비추어 볼 때, 피고가 그에 대한 법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법인제도를 남용하였다고 보기 부족하다.
따라서 이와 달리 원고가 소외 2 주식회사의 배후자인 피고에 대하여도 소외 2 주식회사의 거래행위로 인한 원단대금채무에 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법인격 형해화와 법인격 남용에 관하여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고, 이러한 위법은 판결에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하다.
5.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하여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으로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