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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방법원 2008.10.1.선고 2008노2471 판결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차량)
사건

2008노2471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차량)

피고인

박OO. 택시운전사

항소인

쌍방

검사

이성식

원심판결

대구지방법원 2008. 7. 24. 선고 2008고단686 판결

판결선고

2008. 10. 1.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에 대한 형의 선고를 유예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검사(양형부당)

피고인의 문전상 과실이 중하고 범행을 부인하는 등 태도가 불량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심이 피고인에 대하여 선고한 벌금 300만원의 형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나. 피고인 (사실오인 또는 법리오해)

피고인은 피해자를 충격한 사실이 없고 피해자가 자신의 차량을 보고 놀라 스스로 넘어진 것이며, 당시 피해자가 괜찮다고 하면서 그냥 가라고 하여 현장을 떠나게 되었을 뿐이므로 도주의 범의가 없었으며, 또 피해자의 상해 정도 등에 비추어 실제 구호의 필요성도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또는 법리오해로 인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2. 판단

가. 사실오인 또는 법리오해의 점목격자 최①0. 피해자 김00의 각 진술 등을 비롯하여 원심이 적법하게 조사하여 채택한 증거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이 사건 사고발생을 인식하고도 아무런 구호조치 없이 현장을 이탈하고 피해자가 이 사건 사고로 3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족관절 염좌를 입은 이상 그 실제 구호의 필요성 또한 충분히 인정할 수 있으므로, 이 점을 다투는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 없다.

나. 양형부당의 점

당심에서 피고인이 양형부당 주장을 하고 있지는 아니하나.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과 아울러 직권으로 살펴보면, 가해차량이 택시공제조합에 가입되어 있고 피해자와 원만히 합의한 점, 피해 정도가 그다지 중하지 아니한 점, 피고인이 택시운전을 하면서 처와 세 자녀를 부양하고 있어 이 사건으로 문전면허가 취소될 경우 가족 모두의 생계가 막막하여 질 것으로 보이는 점, 그밖에 이 사건 기록과 변론에 나타난 양형의 조건이 되는 모든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원심이 피고인에 대하여 선고한 형은 검사의 주장처럼 너무 가볍다고 인정되지 않고 오히려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판단된다.

3. 결론

따라서, 원심판결에는 양형부당의 점에 관한 직권 파기 사유가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 제6항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범죄사실 및 증거의 요지

원심판결의 각 해당란에 기재되어 있는 바와 같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9조에 따라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1. 작량감경

형법 제53조, 제55조 제1항 제6호 (앞에서 본 정상을 참작)

1. 선고유예

형법 제59조 제 1항 (벌금 300만원에 처하고, 형법 제70조, 제69조 제2항에 의하여 벌금을 납입하지 않을 경우 5만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할 것이 나, 앞서 파기 사유에서 본 정상 및 아래에서 살피는 여러 사정 등을 참작하여)

양형이유 및 선고유예의 요건에 관하여

1. 먼저. 형법 제59조 제1항이 정한 선고유예의 요건 중 '개전의 정상이 현저한 때'라고 함은, 반성의 정도를 포함하여 널리 형법 제51조가 규정하는 양형의 조건을 종합적으로 참작하여 볼 때 형을 선고하지 않더라도 피고인이 다시 범행을 저지르지 않으리라는 사정이 현저하게 기대되는 경우를 가리킨다고 해석할 것이고, 이와 달리 여기서의 '개전의 정상이 현저한 때'가 반드시 피고인이 죄를 깊이 뉘우치는 경우만을 뜻하는 것으로 제한하여 해석하거나, 피고인이 범죄 사실을 자백하지 않고 부인할 경우에는 언제나 선고유예를 할 수 없다고 해석할 것은 아니며, 또한 형법 제51조의 사항과 개전의 정상이 현저한지 여부에 관한 사항은 널리 형의 양정에 관한 법원의 재량사항에 속한다 할 것이다(대법원 2003. 2. 20. 선고 2001도6138 전원합의체 판결).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보면, 피고인이 비록 범의 등의 구성요건 해당사실을 부인하는 태도를 당심 결심공판기일까지 견지하고 있기는 하나, 피해자가 입은 상해 정도, 이 사건 사고 당시의 정황, 아래에서 보는 피해자 및 목격자의 진술, 그밖에 피고인의 직업과 가정환경 및 그 태양과 빚어지는 결과가 다양하여 양형의 폭이 클 수밖에 없는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차량)죄의 특수성을 아울러 감안하면, 피고인과 변호인의 위와 같은 법정 태도를 이 사건과 관련한 사실관계에 관하여는 모두 인정하되 법리상 무죄임을 주장하는 취지로 선해하지 못할 바 아니므로, 피고인이 범죄 사실을 자백하지 않고 있다고 하여 선고유예를 할 수 없다고 볼 것은 아니라 하겠다.

2. 또한, 이 사건 교통사고로 인하여 비롯된 피해자의 상해의 부위와 정도는 약 3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족관절염좌로 그다지 중하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처이며, 피고인은 사고 직후 정차하였고 피해자가 자신의 택시의 문행 등과 관련하여 놀라 스스로 넘어진 것으로 만연히 생각하고 '미안하다'고 사과한 뒤 자리를 떠났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피해자도 자신이 넘어진 자리에서 제 힘으로 곧바로 일어나 인도에 자전거를 세워두고 피고인의 택시로 다가갔고, 피고인이 자신에게 '괜찮습니까. 미안합니다'라는 취지로 말하고는 손을 흔들면서 자리를 떠났다고 진술하고 있으며, 사고발생 당시를 직접 목격하지는 못하였고 피해자가 일어서서 택시 앞에 서 있던 시점부터 그 이후의 상황을 복격한 최00은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반복적으로 '미안하다'고 말하며 손을 들어보이고 자리를 떠났는데, 당시 피해자가 자신이 다쳤다거나 어디가 아프다고 말한 사실은 없으며 다리를 절룩이는 등의 특이한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자전거를 가지고 자리를 떠났다고 진술하고 있는 점, 피해자는 피고인이 자리를 떠난 직후 주위에 있던 최00 등에게 피고인이 도주하였다고 말하거나 경찰에 신고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자전거를 가지고 귀가하였다가 사고발생 후 7시간 가량이 지나 병원에 찾았고 사고발생 11시간 가량 후에 비로소 사고신고를 한 점 등 피고인의 현장이탈 경위나 사고 이후의 정황, 피해자의 상해 정도, 구호조치의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하면, 피고인의 행위가 법리상 도주에 해당한다고 평가될 수밖에 없다 하더라도 그 경위나 정도에 비추어 그 가벌성이 크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밖에도, 앞에서 살폈듯이 가해차량이 택시공제조합에 가입되어 있어 그로써 피해보상이 충분할 뿐 아니라, 피고인은 이와 별도로 피해자와 원만히 합의 하였고, 이미 환갑을 훨씬 넘긴 나이인 피고인은 약 32년 전인 청년시절에 폭력범죄로 집행유예형을 선고받은 이외에 (그밖에 1980년 및 1998년 도로교통법 위반죄로 소액의 벌금형을 선고 받은 것이 전부이 다 지금껏 별다른 범죄전력 없이 평생의 생업으로 택시운전을 해왔으며 모범운전자로 오랜기간 교통경찰 보조업무에도 종사하는 등 처와 자식을 부양하며 비교적 성실한 삶을 꾸려온 가장으로서, 피고인뿐 아니라 그 가족들의 생계유지를 위하여 피고인의 문전면허 보유가 필수적이라고 파악된다.

3. 나아가 형법상 선고유예의 요건에 관하여 살펴보면, 형법 제59조 제1항 본문은 선고유예의 요건에 관하여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자격정지 또는 벌금의 형을 선고 할 경우에 제51조의 사항을 참작하여 개전의 정상이 현저한 때에는 그 선고를 유예할 수 있다'고 규정한 다음 그 결격사유에 관하여 '단. 자격정지 이상의 형을 받은 전과가 있는 자에 대하여는 예외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피고인이 1976. 11. 12. 대구지방법원에서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 위반죄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은 사실은 인정되나, 위 판결이 확정되어 그 집행유예의 선고가 실효 또는 취소됨이 없이 유예기간을 그대로 경과하였으며, 형법 제65조는 '집행유예의 선고를 받은 후 그 선고의 실효 또는 취소됨이 없이 유예기간을 경과한 때에는 형의 선고는 효력을 잃는다'고 규정하고 있어 결국 피고인에 대한 위 형의 선고는 그 효력을 잃어 위 법에서 정한 선고유예의 결격사유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하겠다.

특히, 이 사건의 경우와 같이 무려 32년 이 경과한 전과(前科)사실로 인하여 피고인이 자신과 그 가족의 생계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유죄의 선고를 받는 것은 저질러진 범행과 그에 대한 실질적인 처벌이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는 법리상 지나치게 가혹하다고 생각되므로, 이 점에서도 위 선고유예의 요건과 관련한 전과의 의미를 위와 같은 취지로 선해 (善聲)함이 상당하다고 여겨진다.

4. 아울러, 도로교통법 제82조 제2항은 운전부주의로 교통사고를 야기하여 사람에게 상해를 입히고 도주하여 벌금 이상의 형의 선고를 받은 사람의 경우 운전면허가 취소된 날로부터 4년이 지나지 아니하면 문전면허를 받을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는바, 택시문전기사로서 문전면허의 보유가 필수적인 피고인의 입장에서 이처럼 4년간 문전면허 시험에 응시조차 못하도록 규제하는 것은 피고인이 저지른 이 사건 범행의 내용. 경위·범행 후의 정황 등에 비추어 지나치게 가혹하다고 판단된다문전면허의 처리와 관련한 경찰청의 운용실태는, 도주차량죄가 유죄로 인정될 경우에는 운전면허가 취소되고 그에 대한 판결 확정일로부터 4년 간(음주나 무면허운전이 함께 유죄로 인정될 경우에는 5년간 운전면허 시험의 응시가 제한되 나. 선고유예형을 받을 경우에는 취소된 운전면허가 다시 되살아나지는 않지만 응시제한이 해소되어 곧바로 운전면허시험에 응시하여 면허를 재취득할 수 있다는 것이다.

5. 따라서, 앞에서 살핀 여러 사정을 참작하여 이 사건의 경우에는 피고인에 대하여 작량감경한 벌금형을 선택하되, 형의 선고를 유예하여 곧바로 면허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도록 조치함이 상당하다고 판단되므로, 이번에 한하여 피고인에 대한 위 벌금형의 선고를 유예하기로 한다.

이상의 이유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판사오세율

판사김상현

판사신윤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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