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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2003. 7. 24. 선고 2001헌가25 결정문 [구 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 제24조의2 위헌제청]
[결정문]
청구인

【당 사 자】

제청법원 서울고등법원

당해사건

서울고등법원 98누13159 시정명령등취소

주문

구 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 제24조의2(1999. 12. 28. 법률 제604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중 동법 제23조 제1항 제7호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유

1.사건의 개요 및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당해사건의 원고들인 ○○주식회사(이하 “○○”라고만 한다, 나머지 회사들의 경우도 같다) 등 12개의 회사는 대규모기업집단으로 지정된 ○○의 계열회사들로서, 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이하 “공정거래법”이라 한다) 제2조 제1호 소정의 사업자에 해당된다.

(2)공정거래위원회는①○○, ○○씨, ○○투자신탁운용, ○○캐피탈, ○○텔레콤, ○○가스, ○○건설, ○○유통 등이 1997. 12. 2.부터 1998. 3. 31.까지 사이에 ○○증권에 개설한 거래계좌에 증권예탁금 명목으로 총 4,076억원을 예치만 하고 주식거래를 하지 아니한 것과 ○○가스, ○○ 옥시케미칼, ○○상사, ○○씨, ○○케미칼, ○○에너지판매 등이 1998. 2. 28.부터 같은 해 3. 30.까지 사이에 ○○증권이 1998. 2. 28.자, 같은해 3. 30.자로 각 발행한 총 3,500억원의 후순위사채를 12.57%~14.66%의 수익률로 매입한 것, 그리고 ○○씨, ○○건설, ○○에너지판매, ○○가스, ○○ 옥시케미칼, ○○유통 등이 1998. 3. 20. ○○증권의 유상증자시에 ○○증권 주식을 주당 3,200원에 93,631,250주 총 2,996억원 상당을 매입한 것과 ○○, ○○텔레콤이 1997. 4. 28.부터 같은 해 11. 20까지 사이에 □□증권과 △△증권을 주간사로 하고 ○○증권을 청약단(하인수사)으로 하여 총 2,800억원의 무보증회사채를 발행하면서 ○○증권에 하인수 수수료를 최고 0.79%(회사채 발행액 기준)에서 최저 0.48%까지 지급한 것 및 ○○투자신탁운용이 1997. 12.부터 1998. 1.까지 사이에 4회에 걸쳐 ○○증권에게 연리 16%로 68억원의 콜자금을 대여한 것이 각 ○○증권을 부당하게 지원한 것에 해당하고, ② ○○건설이 1997. 7. 24.부터 1998. 3. 31.까지 사이에 중원에게 총 94억 6000만원을 연 12% 내지 연 20%의 이율로 대여한 것이 중원을 부당하게 지원한 것에 각 해당한다고 보아, 1998. 8. 5. 공정거래법 제23조 제1항 제7호, 제24조에 따라 시정명령, 법위반사실 공표명령을 함과 아울러 공정거래법 제24조의2에 따라 위 회사들에게 별지의 과징금부과내역 기재와 같은 과징금(이하 “이 사건 과징금”이라 한다)을 부과하였다.

(3)이에 위 회사들은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전항의 시정명령, 공표명령 및 이 사건 과징금부과처분이 위법하다고 주장하면서 서울고등법원에 그 취소를 구하는 소송(98누13159호)을 제기하였으며, 위 법원은 이 사건 과징금 부과의 근거규정인 구 공정거래법 제24조의2는 위헌이라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하여 직권으로 2001. 9. 11. 위헌여부의 심판을 제청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구 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 제24조의2(1999. 12. 28. 법률 제604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중 동법 제23조 제1항 제7호에 관한 부분(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의 위헌여부이고, 그 규정과 관련규정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24조의2(과징금) 공정거래위원회는 제23조(불공정거래행위의 금지) 제1항 각호의 1의 규정에 위반하는 불공정거래행위가 있는 경우에는 당해 사업자에 대하여 대통령령이 정하는 매출액에 100분의 2를 곱한 금액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다만, 매출액이 없는 경우등에는 5억원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제23조(불공정거래행위의 금지) ① 사업자는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행위로서 공정한 거래를 저해할 우려가 있는 행위(이하 “불공정거래행위”라 한다)를 하거나, 계열회사 또는 다른 사업자로 하여금 이를 행하도록 하여서는 아니된다.

(1. 내지 6. 생략)

7.부당하게 특수관계인 또는 다른 회사에 대하여 가지급금·대여금·인력·부동산·유가증권·무체재산권 등을 제공하거나 현저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여 특수관계인 또는 다른 회사를 지원하는 행위

제67조(벌칙)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2.제23조(불공정거래행위의 금지) 제1항의 규정에 위반하여 불공정거래행위를 한 자

제70조(양벌규정) 법인(법인격없는 단체를 포함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의 대표자나 법인 또는 개인의 대리인·사용인 기타 종업원이 그 법인 또는 개인의 업무에 관하여 제66조(벌칙) 내지 제68조(벌칙)의 위반행위를 한 때에는 행위자를 벌하는 외에 그 법인 또는 개인에 대하여도 각 본조의 벌금형을 과한다.

2. 제청법원의 제청이유와 관계기관의 의견

가. 제청법원의 제청이유

(1)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규정한 과징금은 부당한 경제적 이익의 박탈이라는 성격이 없고 오로지 제재로서의 성격만 있으므로 같은 행위에 대한 행정형벌규정과 합쳐 보면 하나의 위반행위에 대하여 위반자를 거듭 처벌하는 것이어서 이중처벌금지원칙, 과잉금지원칙에 반한다는 의심이 든다.

(2)오로지 제재적 성격만이 있는 이 사건 과징금에 대하여 행정소송 등에 따른 적법타당성이 확정되기 전에도 공정력과 집행력을 인정하는 것은 무죄추정원칙에 반한다는 의심이 들고, 금전적 제재로서 형벌의 일종인 벌금과 실질적인 차이가 없는 과징금을 행정청이 행정처분으로 이를 부과하여 제재하는 것은 사법권을 법원에 둔 권력분립의 원칙에 위반된다는 의심이 든다.

(3)공정거래법 제23조 제1항 제7호의 입법목적에 비추어 그 목적을 달성함에는 지원객체에

대하여 과징금을 부과함으로써 부당지원행위로 얻은 이익을 환수하는 것이 효과적임에도 불구하고 지원주체에 대하여 과징금을 부과하고 있으며, 과징금액의 산정에 있어서도 실제로 지원한 금액이나 부당지원행위로 인하여 지원객체가 확보한 부당한 경쟁력의 정도 등을 기준으로 함이 상당함에도 불구하고 지원주체의 매출액을 기준으로 삼은 것은 방법의 적절성을 요구하는 비례의 원칙에 반한다는 의심이 든다.

나. 공정거래위원회의 의견

(1)과징금은 사업자인 법인을 상대로 행정법규상의 의무이행 확보를 목적으로 행해지는 행정상의 제재임에 반하여, 행정형벌은 원칙적으로 자연인을 상대로 반사회적 행위에 대한 응보적 제재로서 형사소송절차에 따라 사법부에 의하여 부과된다는 점에서 그 목적, 부과주체, 부과객체, 절차의 면에서 서로 다른 별개의 것이므로 공정거래법상의 의무위반에 대하여 처벌을 함과 동시에 과징금을 부과한다고 하여 이중처벌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2)과징금의 액수를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정한다고 하더라도 법원은 과징금 부과처분의 위법 여부 및 액수의 현저한 부당 여부를 판단할 수 있으므로 사법권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며 권력분립의 원칙에 반하지 아니한다.

(3)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행정형벌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벌금 1억 5,000만원 이하에 불과하여 위반억지의 측면에서 미흡한 상태에서 재벌의 선단식 경영으로 인한 공정경쟁 저해행위의 속발을 막기 위해서는 경제적 약자인 지원객체를 상대로 제재하기보다는 경제적 강자인 지원주체를 대상으로 제재함이 효율적이고 적절한 방법이며, 과징금의 상한선을 지원주체 매출액의 2퍼센트로 한 것은 자본력이 강한 대기업에 대하여 충분한 제재효과와 억지효과를 거두기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의 정도일 뿐만 아니라 프랑스, 유럽연합(EU), 일본 등 외국의 입법례에 비추어 보더라도 과도한 것이 아니어서 과잉금지의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

3. 판 단

가. 부당내부거래의 의의 및 규제의 필요성

이 사건 법률조항이 규제하고 있는 부당지원행위에는 개인사업자의 부당지원행위도 포함될 수 있지만, 주로 규제의 대상이 되는 행위는 대기업집단 내의 계열회사간의 부당지원행위인 이른바 부당내부거래일 것이다. 부당내부거래라 함은 부당하게 특수관계인이나 다른 회사에 대하여 상품, 용역, 자금, 자산, 인력 등을 무상으로 제공하거나 현저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함으로써 특수관계인 또는 다른 회사를 지원하는 행위를 말한다(공정거래법 제23조 제1항 제7호).

부당내부거래가 초래하는 폐해를 보면 첫째, 퇴출되어야 할 효율성이 낮은 부실기업이나 한계기업을 계열회사의 형태로 존속케 함으로써 당해 시장에서 경쟁자인 독립기업을 부당하게 배제하거나 잠재적 경쟁자의 신규 시장진입을 억제함으로써 시장의 기능을 저해한다. 둘째, 계열회사간에 이루어지는 지속적인 부당내부거래는 독과점적 이윤을 상호간에 창출시키게 되고, 그 결과 대기업집단 소속 계열회사들의 독점력을 강화함으로써 경제력 집중의 폐해를 야기한다. 셋째, 부당내부거래는 우량 계열기업의 핵심역량이 부실 계열기업으로 분산·유출되어 우량기업의 경쟁력이 저하됨에 따라 기업집단 전체가 동반 부실화할 위험을 초래한다. 넷째, 부당내부거래는 또한 기업의 투명성을 저해하고 주주, 특히 소액주주와 채권자 등의 이익을 침해하게

된다.

이러한 폐해를 효과적으로 규제하기 위하여 1996. 12. 30. 법률 제5235호로 공정거래법을 개정, 부당내부거래를 불공정거래행위의 한 유형으로 규정하여 이를 금지하고, 그 위반행위에 대하여 시정조치, 과징금, 형사처벌을 규정하고 있다.

나. 이중처벌금지원칙 및 무죄추정원칙 위반 여부

(1)헌법재판소는 이중처벌금지원칙의 의미에 관하여, 헌법 제13조 제1항에서 금지하는 이중처벌은 거듭된 국가의 형벌권 행사를 금지하는 것일 뿐, 형벌권 행사에 덧붙여 일체의 제재나 불이익처분을 부가할 수 없는 것이 아님을 거듭 밝힌 바 있고(헌재 1994. 6. 30. 92헌바38 , 판례집 6-1, 619, 627; 헌재 2001. 5. 31. 99헌가18 등, 판례집, 13-1, 1017, 1100), 이에 따라 형벌과 보호감호를 병과한다고 하여 이 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하였으며(헌재 1991. 4. 1. 89헌마17 등, 판례집 3, 124, 130; 헌재 2001. 3. 21. 99헌바7 , 판례집 13-1, 525, 542), 특히 부당 또는 불법의 이득을 환수 내지 박탈한다는 측면과 위반행위자에 대한 제재로서의 측면을 함께 가지고 있다고 본 부동산실권리자명의등기에관한법률상의 과징금을 형사처벌과 동시에 병과하는 것이 이중처벌에 해당하는지가 문제된 사건에서, 이는 이중처벌금지원칙의 문제라기보다 과잉금지원칙의 문제로 그 위헌여부를 판단하여야 함을 분명히 밝힌바 있다(헌재 2001. 5. 31. 99헌가18 등, 판례집, 13-1, 1017, 1100-1101).

한편, 대법원 또한 행정법상의 질서벌인 과태료와 형사처벌은 그 성질이나 목적을 달리하는 별개의 것이므로 행정법상의 질서벌인 과태료를 납부한 후에 형사처벌을 한다고 하여 이를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보고 있다(대법원 1996. 4. 12. 선고 96도158 판결).

(2)어떤 행정처분에 제재(制裁)와 억지(抑止)의 성격·기능만이 있다 하여 이를 ‘국가형벌권의 행사’로서의 ‘처벌’이라고 볼 수 없다.

행정법은 의무를 명하거나 금지를 설정함으로써 일정한 행정목적을 달성하려고 하는데, 그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하여는 의무의 위반이 있을 때에 행정형벌, 과태료, 영업허가의 취소·정지, 과징금 등과 같은 불이익을 가함으로써 의무위반 당사자나 다른 의무자로 하여금 더 이상 위반을 하지 않도록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와 같이 ‘제재를 통한 억지’는 행정규제의 본원적 기능이라 볼 수 있는 것이고, 따라서 어떤 행정제재의 기능이 오로지 제재(및 이에 결부된 억지)에 있다고 하여 이를 헌법 제13조 제1항에서 말하는 ‘처벌’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부당이득 환수와 같은 부가적 기능 없이 오로지 제재적 기능만 있는 행정제재는 실질적으로 형사처벌과 다를 바 없다고 본다면 헌법 제13조 제1항에 규정된 이중처벌금지원칙의 적용범위가 너무 넓어지고, 그 결과 행정목적 실현을 위한 제재의 체계에 경직성을 초래하게 된다.

오히려 행정권에는 행정목적 실현을 위하여 행정법 위반자에 대한 제재의 권한도 포함되어 있다고 보아야 하고, 복잡다기한 행정현상에 대응하여 행정목적의 최적 실현을 위하여는 그 지향점과 효과에 차이가 있는 다양한 의무이행수단을 동원하는 것이 필요할 때도 있을 것이다. 즉,

제재의 총합을 고려하는 가운데 제재의 구체적 기능과 효과를 적합한 복수의 제재수단에 분배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하나의 법위반행위에 대하여 ‘벌금 5천만원’ 또는 ‘영업정지 6월’의 단편적 제재를 하기보다는 ‘벌금 1천만원’에 ‘영업정지 3월’의 처분을 병행하는 것(형사처벌과 행정제재의 병과)이 보다 효과적인 경우도 있을 것이고, ‘영업허가의 취소’ 보다는 ‘영업정지 3월’에 ‘과징금 3천만원’을 병과하는 것’(행정제재의 병과)이 보다 효율적인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제재적 성격이 있는 국가작용을 모두 형사처벌로 본다면 위와 같이 제재를 병과하는 것은 어느 것이나 이중처벌금지원칙에 위반된다고 보지 않으면 아니된다.

그러나 행정벌, 행정강제, 영업허가의 취소·정지와 같은 종래의 수단만으로는 행정기능의 확대와 질적 고도화에 따른 행정현상의 변화에 상응하는 실효성을 확보할 수 없어, 이를 보완하는 여러 가지 새로운 의무이행확보수단이 등장하게 되었는데, 제재적 성격의 유무를 기준으로 하여 이중처벌금지원칙을 폭넓게 적용하게 되면 오늘날의 행정현실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없게 될 우려가 있다.

(3)이중처벌금지의 원칙을 적용하지 않는다 하여 어떤 하나의 법 위반행위에 대하여 국가가 아무런 제한 없이 제재를 거듭하는 것이 헌법상 용인된다는 것은 아니다. 국민에게 부담을 가하는 공권력작용은 궁극적으로 비례성원칙의 제약을 벗어날 수 없으므로, 형벌적 제재와 비형벌적 제재의 병과 또는 비형벌적 제재간의 병과를 인정하더라도 그 제재의 총합이 법 위반행위에 비하여 지나치게 과잉된 것이어서는 아니된다는 헌법적 견제원리는 여전히 유효하다. 이와 관련하여 입법자는 필요한 경우 여러 제재수단간의 선택가능성을 열어놓되 그 병과를 금지함으로써 부당한 과잉제재로부터 국민을 보호할 수 있는 법적 장치를 마련할 수도 있다.1)

(4)이 사건 과징금은 위에서 본바와 같은 폐해를 초래하는 대규모 기업집단 내 계열회사들간의 부당내부거래를 규제함으로써 공정한 경쟁을 촉진하고 궁극적으로 국민경제의 균형있는 발전을 도모하기 위하여 도입된 것이다. 시장에서 퇴출되어야 할 부실기업 또는 한계기업에 대하여 대규모 기업집단의 차원에서 의도적으로 거액의 지원행위를 은밀히 감행하여 시장의 경쟁질서를 교란하고 경제현상을 왜곡하는 등 갖가지 폐해를 낳는데도 이에 대한 형사처벌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불과하여 이것만으로 규제의 효과를 거둘 것을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이에, 자본력이 강한 대기업에 대하여 충분한 제재 및 억지 효과를 거둘 수 있을 정도의 금전적 제재를 행정제재로서 부과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며, 이 경우 부당지원을 한 기업을 제재 및 억지의 대상으로 삼는 것이 시장의 경쟁질서를 보다 효과적으로 회복·유지할 수 있다는 정책적 판단하에 부당지원을 한 기업을 상대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이 사건 법률조항을 신설하였던 것이다.

이러한 취지에서 비롯된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한 과징금의 기능은 본질적으로 ‘부당이득액의 정확한 환수’에 있다기 보다 ‘제재를 통한 위반행위의 억지’에 있다고 할 것이지만, 그렇다고 하여 부당이득환수적 성격이 전혀 없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공정거래법은 과징금을 부과함에 있어 위반행위의 내용 및 정도, 위반행위의 기간 및 횟수, 위반행위로 인해 취득한 이익의 규모

를 고려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제55조의3 제1항). 또한 부당내부거래로 인하여 발생하는 부당한 이득의 발생구조를 파악함에 있어서는 각 기업을 고립시켜서 고찰하기보다는 지원을 주고받는 대규모 기업집단 소속 계열회사 상호간의 관점에서 파악하는 것이 보다 적절할 것이다.

즉, 다수의 계열회사들이 기업집단 전체의 이익을 위해 계속적으로 서로 지원을 주고받으면서 계열의 유지·확장을 위한 수단으로 부당내부거래를 이용하는 것이므로, 중·장기적으로 볼 때 부당내부거래는 경제력 집중을 통하여 결국 부당지원을 한 기업에게도 상당한 부당이득을 발생시키게 됨을 부인하기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이 부당지원의 객체가 아니라 주체에게 과징금을 부과토록 하였다는 점만으로 과징금에 부당이득 환수의 요소가 전혀 없다고 단언하기 어려운 것이다.

(5)결론적으로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한 과징금은 그 취지와 기능, 부과의 주체와 절차(형사소송절차에 따라 검사의 기소와 법원의 판결에 의하여 부과되는 형사처벌과 달리 과징금은 공정거래위원회라는 행정기관에 의하여 부과되고 이에 대한 불복은 행정쟁송절차에 따라 진행된다) 등을 종합할 때 부당내부거래 억지라는 행정목적을 실현하기 위하여 그 위반행위에 대하여 제재를 가하는 행정상의 제재금으로서의 기본적 성격에 부당이득환수적 요소도 부가되어 있는 것이라 할 것이고, 이를 두고 헌법 제13조 제1항에서 금지하는 국가형벌권 행사로서의 ‘처벌’에 해당한다고는 할 수 없으므로, 공정거래법에서 형사처벌과 아울러 과징금의 병과를 예정하고 있더라도 이중처벌금지원칙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

이러한 결론은 이중처벌금지원칙에 관한 미국,2)프랑스,3)유럽연합(EU),4)독일5)등의 주요 외

국의 입법례 및 판례와 그 궤를 같이 한다.

(6)무죄추정원칙에 관한 법원의 제청이유는, 오로지 제재적 성격만이 있는 이 사건 과징금에 대하여 행정소송 등에 따른 적법타당성이 확정되기 전에도 공정력과 집행력을 인정하는 것은 무죄추정원칙에 반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위에서 본바와 같이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한 과징금은 형사처벌이 아닌 행정상의 제재이고, 행정소송에 관한 판결이 확정되기 전에 행정청의 처분에 대하여 공정력과 집행력을 인정하는 것은 이 사건 과징금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 행정법체계에서 일반적으로 채택되고 있는 것이므로, 과징금 부과처분에 대하여 공정력과 집행력을 인정한다고 하여 이를 확정판결 전의 형벌집행과 같은 것으로 보아 무죄추정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

다. 비례성원칙 위반 여부

(1) 부당지원행위에 대하여 형사처벌과 아울러 과징금의 병과를 예정하는 것이 이중처벌금지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러한 제재들의 총합이 법 위반의 억지에 필요한 정도를 넘어 지나치게 가혹한 것이 되어서는 아니된다는 비례성의 원칙은 준수되어야 한다.

다만, 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헌법 제119조에 규정된 경제질서 조항의 의미를 충분히 고려하여야 할 것이다. 헌법제119조 제1항에서 대한민국의 경제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고 규정함으로써 경쟁을 바탕으로 하는 시장경제질서를 원칙으로 함과 아울러 같은 조 제2항에서는 국가로 하여금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기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우리 헌법은 자유와 경쟁에 기초한 경제질서를 보장하기 위하여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규제와 조정의 권한을 적극적으로 국가에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입법자는 경제현실의 역사와 미래에 대한 전망, 목적달성에 소요되는 경제적·사회적 비용, 당해 경제문제에 관한 국민 내지 이해관계인의 인식 등 제반 사정을 두루 감안하여 독과점 규제와 공정거래의 보장을 위하여 가능한 여러 정책 중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제정책을 선택할 수 있고, 입법자의 그러한 정책판단과 선택은 그것이 현저히 합리성을 결여한 것이라고 볼 수 없는 한 경제에 관한 국가적 규제·조정권한의 행사로서 존중되어야 할 것이다.

(2)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한 과징금은 위에서 본바와 같이 정확한 부당이득환수를 직접적인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부당지원행위의 억지에 그 주된 초점을 두고 있는 것이므로 반드시 부당지원을 받은 사업자에 대하여만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만이 입법목적 달성을 위한 적절한 수단이 된다고 할 수 없다.

과징금의 취지가 제재를 통한 부당지원행위의 억지에 있는 이상 입법자는 누구에게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이 위반행위를 보다 효율적으로 차단하고 시장의 경쟁질서를 효과적으로 회복·유지하게 될 것인가라는 정책적 관점에서 과징금 부과의 객체를 정할 수 있다 할 것인데 입법자는 이 점에서 지원을 한 기업에 대하여 제재를 가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이라 본 것이고, 또한 비록 그것이 지원을 받는 기업으로부터 부당이득을 직접 환수하는 방법은 아니라 할지라도 서로 긴밀히 연결된 기업집단 내 계열기업들 간의 관계에 비추어 볼 때 지원을 한 기업에 대한 제재와 억지는 결국 지원을 받는 기업이 속한 시장의 경쟁질서를 회복하는 효과를 낳는다고 본 것인 바, 입법자가 선택한 이러한 수단이 공정한 경쟁질서 보호에 부적절한 것이라 할 수 없다.

(3)입법자는, 부당지원행위에 관하여 형사처벌의 가능성과 병행하여 과징금 규정을 두고 있으며, 과징금액의 산정에 관하여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매출액(당해 사업자의 직전 3개 사업연도의 평균 매출액)을 기준으로 100분의 2를 상한으로 하는 범위 내에서, 매출액이 없는 경우에는 5억원의 범위 내에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사업자가 법 위반행위를 하는 것은 종국적으로 경제적 이익을 얻고자 하는 데에 그 목적이 있을진대, 사업자의 매출액을 그러한 경제적 이익 증가의 지표로 보고서 매출액을 기준으로 삼아 과징금액의 상한을 책정토록 한 것은 나름대로 수긍할 만한 합리성이 있다 할 것이고, 기업집단 내의 부당내부거래에 있어 적극적·주도적 역할을 하는 자본력이 강한 대기업에 대하여도 충분한 제재 및 억지의 효과를 발휘하도록 하기 위한 정책적 고려에서 그 매출액에 대한 일정 비율(2%)을 책정하여 그 한도 내에서 과징금을 부과토록 한 것은, 여기에 형사처벌의 정도(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5천만원 이하의 벌금)를 보태어 보더라도 이 입법목적 달성을 위한 적정한 수단이 아니라거나 지나치게 가혹한 제재라고 하기 어렵다.6)

뿐만 아니라 현행 공정거래법의 전체 체계에 의하면 부당지원행위가 있다고 하여 일률적으로 매출액의 100분의 2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공정거래법 제55조의3 제1항은 과징금을 부과함에 있어 위반행위의 내용 및 정도, 위반행위의 기간 및 횟수, 위반행위로 인해 취득한 이익의 규모등을 참작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공정거래위원회는 개별 부당지원행위의 불법의 정도에 비례하는 상당한 금액의 범위 내에서만 과징금을 부과할 의무를 지고 있다. 공정거래법 제55조의3 제3항은 이러한 취지를 구체화하도록 대통령령에 위임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공정거래법시행령 제61조 별표 2는 부당지원행위의 과징금부과기준을, 지원금액이 산출가능한 경우에는 당해 지원금액 이내로, 지원금액이 산출되기 어렵거나 불가능한 경우에는 당해 지원성 거래규모의 100분의 10 이내로 정하고 있다. 그러므로 한편으로는 부당지원금액이 대단히 거액이어서 매출액의 100분의 2를 상회하더라도 지원금액 만큼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매출액 기준 이내에서만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고, 다른 한편으로 부당지원금액이 매출액의 100분의 2에 훨씬 미치지 못하더라도 매출액 기준으로 부과할 수는 없고 그 지원금액을 한도로만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이중적 제한장치의 결과 실제 부과되는 과징금액은 매출액의 100분의 2를 훨씬 하회하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7)

그렇다면 부당지원행위의 실효성 있는 규제를 위하여 형사처벌의 가능성과 병존하여 과징금 규정을 둔 것 자체나, 지원기업의 매출액을 과징금의 상한기준으로 삼은 것을 두고 비례성원칙에 반하여 과잉제재를 하는 것이라 할 수 없다.

(4)공정거래법은 이 사건에서 문제되는 불공정거래행위를 포함하여 주요 법위반행위에 대하여 공정거래위원회의 고발을 공소제기의 요건으로 하는 이른바 ‘전속고발’제도를 택함으로써(공정거래법 제71조) 법위반행위에 대한 형벌권의 행사가 신중하게 이루어지도록 하고 있다. 이 제도는, 공정거래법위반행위에 대한 형벌은 가능한 한 위법성이 명백하고 국민경제와 소비자일반에게 미치는 영향이 특히 크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제한적으로 활용되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여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공정거래위원회로 하여금 상세한 시장분석을 통하여 위반행위의 경중을 판단하고 그때 그때의 시장경제상황의 실상에 따라 시정조치나 과징금 등의 행정조치만으로 이를 규제함이 상당할 것인지 아니면 더 나아가 형벌까지 적용하여야 할 것인지의 여부를 결정하도록 함으로써 공정거래법의 목적을 달성하고자 하는 데 그 취지가 있는 것으로서(헌재 1995. 7. 21. 94헌마136 , 판례집 7-2, 169, 178), 이 제도를 통하여 단순한 경제법 위반행위의 형사범죄화, 남소로 인한 기업활동의 위축을 방지할 수 있는 것이다.8)

라. 적법절차원칙 및 권력분립원칙 위반 여부

(1)헌법 제12조 제1항은 “……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보안처분 또는 강제노역을 받지 아니한다” 라고 하여 적법절차원칙을 규정하고 있는데, 헌법재판소는 이 원칙이 형사소송절차에 국한되지 않고 모든 국가작용 전반에 대하여 적용된다고 밝힌 바 있으므로(헌재 1992. 12. 24. 92헌가8 , 판례집 4, 853, 876-877; 헌재 1998. 5. 28. 96헌바4 , 판례집 10-1, 610, 618), 국민에게 부담을 주는 행정작용인 과징금 부과의 절차에 있어서도 적법절차원칙이 준수되어야 할 것이다.

적법절차원칙에서 도출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절차적 요청 중의 하나로, 당사자에게 적절한 고지(告知)를 행할 것, 당사자에게 의견 및 자료 제출의 기회를 부여할 것을 들 수 있겠으나(헌재 1994. 7. 29. 93헌가3 등, 판례집 6-2, 1, 11; 헌재 1996. 1. 15. 95헌가5 , 판례집 8-1, 1, 16-17; 헌재 2002. 6. 27. 99헌마480 , 판례집 14-1, 616, 634 참조), 이 원칙이 구체적으로 어떠한 절차를 어느 정도로 요구하는지는 일률적으로 말하기 어렵고, 규율되는 사항의 성질, 관련 당사자의 사익(私益), 절차의 이행으로 제고될 가치, 국가작용의 효율성, 절차에 소요되는 비용, 불복의 기회 등 다양한 요소들을 형량하여 개별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2) 과징금의 부과가 어떤 기관에 의하여, 어떤 절차를 통하여 이루어지는지 본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사무를 독립적으로 수행케 하기 위하여 국무총리 소속하에 공정거래위원회(이하 “위원회”라 한다)가 설치되어 있는데(공정거래법 제35조), 위원회는 위원장 1인, 부위원장 1인을 포함한 9인의 위원으로 구성하며, 위원장과 부위원장은 국무총리의 제청으로, 나머지 위원은 위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제37조). 위원의 자격은 공정거래에 관하여 경험이 있는 2급 이상의 공무원의 직에 있던 자, 판사·검사 또는 변호사의 직에 15년 이상 있던 자, 대학에서 법률학·경제학·경영학 부교수이상의 직에 15년 이상 있던 자, 기업경영 및 소비자보호활동에 15년 이상 종사한 경력이 있는 자 등으로 되어 있다(제37조 제2항). 위원은 신분보장을 받으며, 정치활동이 금지되어 있다(제40조, 제41조).

위원회의 심리와 의결은 공개하며(제43조 제1항), 위원에 대한 제척·기피·회피제도가 있다(제44조). 위원회는 조사결과를 서면으로 당해 사건의 당사자에게 통지하여야 하며(제49조 제3항), 시정조치 또는 과징금 납부명령을 하기 전에 반드시 당사자 또는 이해관계인에게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주어야 하고(제52조 제1항), 당사자 또는 이해관계인은 위원회의 회의에 출석하여 의견을 진술하거나 자료를 제출할 권리를 부여받고 있다(동조 제2항). 나아가 당사자 또는 이해관계인은 관련된 자료의 열람·복사를 요구할 수 있다(제52조의2). 위원회의 시정조치명령에 대하여는 당사자에게 집행정지 신청권이 있다(제53조의2). 위원회의 처분에 대하여 불복이 있는 자는 처분의 고지를 받은 날로부터 30일내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으며, 이에 대한 심의, 재결은 위원회의 전원회의에서 이루어진다(제37조의3 제1항 제2호, 제53조). 이의신청을 거치지 않고도 위원회의 처분에 대하여 서울고등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제54조, 제55조).

(3) 물론 위원회는 그 구성의 독립성, 사건처리 절차의 사법적 요소 등의 측면에서 가장 대표적인 독립규제위원회라 일컬어지는 미국의 연방거래위원회(Federal Trade Commission)와 비교할 때 미흡한 점이 있다고도 평가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대통령이 연방상원의 동의를 얻어 5인의 위원을 임명하며, 사건의 조사과정에서는 이른바 행정법판사(administrative law judge)와 같은 법전문가에 의한 독립적 직무수행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미국과 우리나라는 법률체계, 사법과 행정의 관계, 경제현실 등 여러 가지 점에서 차이가 있을 뿐만 아니라, 행정목적 실현을 위하여 취해지는 규제수단에 대하여 사법적 체계나 요소를 어느 정도로 적용할 것인지는 기본적으로 제도 형성의 문제로서 입법자의 선택에 달려 있다 할 것이다.

법관에게 결정권한을 부여한다든지, 절차에 있어 사법적 요소들을 강화한다든지 하면 법치주의적 자유보장이라는 점에서 장점이 있겠으나, 다른 한편으로 경제, 환경, 도시계획, 보건과 같은 복잡하고 전문적인 규제분야에서 정책입안자나 현장의 정책집행자의 일관되고 전문적인 목적지향적 관리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행정기관 스스로 행정목적 달성에 효율적인 제재수단과 제재수위를 1차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행정의 경험과 전문성, 책임성을 보다 살리는 길이 된다고 볼 수도 있다.

(4)그렇다면, 우리나라 공정거래법에서 행정기관인 위원회로 하여금 과징금을 부과하여 제재할 수 있도록 한 것은 부당내부거래를 비롯한 다양한 불공정 경제행위가 시장에 미치는 부정적 효과 등에 관한 사실수집과 평가는 이에 대한 전문적 지식과 경험을 갖춘 기관이 담당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하다는 정책적 결단에 입각한 것이라 할 것이고, 과징금의 부과 여부 및 그 액수의 결정권자인 위원회는 합의제 행정기관으로서 그 구성에 있어 일정한 정도의 독립성이 보장되어 있고, 과징금 부과절차에서는 통지, 의견진술의 기회 부여 등을 통하여 당사자의 절차적 참여권을 인정하고 있으며, 행정소송을 통한 사법적 사후심사가 보장되어 있으므로, 이러한 점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과징금 부과 절차에 있어 적법절차원칙에 위반되었다거나 사법권을 법원에 둔 권력분립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

4.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재판관 한대현, 재판관 권 성, 재판관 주선회, 재판관 김영일의 아래 5., 6.과 같은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나머지 관여재판관들의 일치된 의견에 의한 것이다.

5.재판관 한대현, 재판관 권 성, 재판관 주선회의 반대의견

기업에게 부과될 수 있는 형벌은 벌금뿐인데 이 사건 법률조항은 형벌인 벌금 이상으로 불이익할 수 있는 과징금을 기업에게 부과하면서 헌법상 요구되는 자기책임의 원리와 적법절차를 준수하지 않고 있어 헌법에 위반된다고 생각한다.

가. 자기책임원리의 위반

(1) 이 사건 과징금의 특성

(가) 각종 법률이 규정하는 과징금 제도의 유형을 보면 첫째, 행정상 의무이행의 확보를 위하여 그 의무위반행위로 얻은 불법적인 이익을 박탈하고 나아가 그 행위를 제재하기 위하여 부과하는 과징금이 있고 둘째, 다수 국민이 이용하는 사업이나 국가 및 사회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업을 시행하는 자가 행정법규에 위반하였을 경우 그 위반자에 대하여 허가취소나 영업정지처분을 하면 오히려 국민에게 생활의 불편과 어려움을 줄 수 있으므로 이러한 처분과 선택적으로 또는 이에 갈음하여 부과하는 과징금이 있으며 셋째, 배출부과금 등과 같이 법령에서 과징금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지는 않더라도 그 제도의 취지·성격 등에 비추어 과징금과 유사한 제도라고 볼 수 있는 것 등이 있다(헌재 2001. 5. 31. 99헌가18 등, 판례집 13-1, 1017, 1096-1098 참조).

(나)공정거래법은 이 사건 법률조항 이외에도 여러 조항에서 과징금부과규정을 두고 있다.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그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한 경우(법 제6조), 일정 규모 이상에 해당되어 상호출자가 금지된 회사가 이를 위반하거나 출자한도 제한을 위반한 경우(법 제17조), 다른 사업자와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공동행위를 한 경우(법 제22조), 사업자단체가 부당한 경쟁제한 행위를 한 경우(법 제28조), 재판매가격유지행위를 한 경우(법 제31조의2), 부당한 경쟁제한을 초래하는 국제계약을 체결한 경우(법 제34조의2) 부과되는 과징금들이 그것이다. 공정거래법상의 이러한 과징금들은 독과점의 규제와 불공정거래의 방지를 위한 경제법상의 의무위반행위로 얻은 불법적인 이익을 박탈하고 나아가 그 위반행위자를 제재하기 위하여 부과되는 것이므로 대부분 위에서 본 첫째 유형의 과징금에 해당한다.

(다)그런데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부과되는 과징금은 부당하게 특수관계인 또는 다른 회사에 대하여 가지급금·대여금·인력·부동산·유가증권·무체재산권 등을 제공하거나 현저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여 특수관계인 또는 다른 회사를 지원하는 행위가 있는 경우 당해 지원행위의 주체인 기업에 대하여 부과되는 것이다. 만약 부당지원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이익을 이 과징금의 부과에 의하여 박탈하고자 한다면, 실제로 이익을 본 피지원자에게 과징금을 부과하여야 마땅할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 법률조항은 지원을 함으로써 현실적으로는 일단 손실을 본 사업자를 상대로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이 과징금은 지원행위로 발생한 이익을 박탈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

이 점에 대하여는, 동일한 기업집단의 경우 지원하는 기업과 지원받는 기업이 이와 같은 지원행위를 통하여 결국은 함께 이익을 보려고 하는 것이므로 그 어느 쪽에 부과하든 이익을 박탈

하는 의미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이 과징금의 부과는 동일한 기업집단 내의 거래행위일 것을 그 요건으로 하고 있지 아니하며, 또 동일한 기업집단 내의 행위에 의하여 기업집단에게 발생한 이익을 박탈하는 것이라면 이 과징금이 기업집단의 지배자에게 부과되어야 할 터인데도 그와 달리 개별적인 지원기업에게 부과되고 있으므로 위와 같은 논리는 정확한 것이 못된다. 이것은 단지, 부당지원행위를 억제하기 위하여 그러한 행위를 한 사업자를 응징하고 이러한 응징을 통하여 장래의 법위반을 일반적으로 예방하려는 의미만을 가지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과징금은 그 목적이나 효과로 보아 실질적인 처벌의 성질을 갖는 것이고 이는 헌법 제12조 제1항 후문이, 특히 명문으로 적법절차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처벌’에 바로 해당하는 것이다.

(2) 자기책임의 원리

어떠한 행위를 법률로 금지하고 그 위반을 어떻게 제재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원칙적으로 보호법익의 침해 정도, 위반행위의 성질, 위반이 초래하는 사회적 경제적 해악의 정도, 제재로 인한 예방효과, 기타 사회적 경제적 현실과 그 행위에 대한 국민의 일반적 인식이나 법감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의회가 결정하여야 할 국가의 입법정책문제이므로 광범위한 입법재량이 인정되어야 할 분야이다. 그렇기는 하지만 만일 처벌 등의 법적 제재가 위법행위의 내용과 상관이 없는 요소에 의하여 그 범위가 재단되도록 법률이 규정하고 있다면 이는 자기책임의 범위를 벗어나는 제재가 될 위험이 있어 헌법위반의 문제를 일으킨다.

원래 위법행위와 그에 대한 처벌 내지 제재 사이에는 정당한 상관관계가 있어야만 한다. 이것은 실질적 법치주의의 당연한 내용이고 헌법의 배후에 전제되어 있는 기본적인 헌법원리인 것이다. 이것을 이름하여 자기책임의 원리라 부르는 것이고 헌법 제13조 제3항은 그 한 표현에 해당하며 자기책임의 원리에 반하는 처벌이나 제재는 그 자체로서 헌법위반을 구성한다.

(3) 이 사건 과징금의 경우

(가)이 사건 과징금은 부당하게 다른 회사를 지원한 기업에게 그 매출액의 100분의 2의 범위 내에서 공정거래위원회가 재량으로 부과할 수 있는 제재금인데, 이는 부당지원자에게 부과되는 것이지 피지원자에게 부과되는 것이 아니므로 비록 형벌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부당지원행위에 대한 응징 내지 처벌로서의 의미를 가지고 있음은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명백하다.

(나)자본주의가 성장하면서 기업이 다른 기업을 부당지원하여 시장에서의 공정한 경쟁을 해칠 위험이 발생하고 이러한 위험은 특히 재벌기업의 경우에 더욱 현저하다. 따라서 이 조항의 과징금을 통하여 부당지원을 응징하고 억제하는 것이 필요한 상황이 조성되었다. 그러나 비록 기업의 부당지원행위를 응징하고 처벌한다 하더라도 헌법상의 자기책임의 원리는 지켜져야 하는 것이며 이러한 이치는 규제의 대상이 재벌인 경우에도 동일하며, 특히 정부가 이러한 헌법원칙을 무시하면서 기업을 임의로 통제하기 위한 법적 도구로 이 사건 법률조항을 이용하도록 방임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이 사건 법률조항이 규정한 부당지원행위에 대한 과징금은 지원을 한 기업의 매출액의 100분의 2를 한도로 하고 있다. 그런데 단일 대기업의 매출규모가 수천억원에 이르는 경우가 많고 나아가 수조(兆) 원에 이르는 경우도 있는데 이들 기업이 부당지원행위를 한 경우에는 비록 그 지

원규모가 소액이고 사소한 것이라고 할지라도 그에 대한 과징금은 매출액을 기준으로 상한이 결정되는 결과, 공정거래위원회는 그 기업에 대하여 수백억원 나아가 수천억원에 이르기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된다. 이러한 다액의 과징금은 경우에 따라서는 기업의 생존을 위협할 위험이 있고 경제성장과 더불어 기업의 매출액 규모가 확대되는 것에 비례하여 이러한 위험은 더욱 증대될 것이다. 결국 과잉제재의 문제가 발생한다.

반대로 부당지원의 규모가 비록 대규모일지라도 그 기업의 매출액이 근소한 경우에는 과징금은 아주 미미하게 된다. 결국 부당한 과소제재의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다른 한편 동일한 규모의 부당지원을 한 복수(複數)의 기업이 그들의 매출액 차이에 따라 상이한 과징금을 부담하는 형평상의 문제가 발생하는데 매출액 차이의 크기에 비례하여 과징금의 불균형 정도가 더욱 심각하여진다.

이러한 불합리한 문제들은 과징금의 범위를 매출액을 기준으로 하여 결정하는 데서 모두 유래한다.

원래 매출액의 규모와 부당지원과의 사이에는 원칙적으로는 상관관계를 인정하기가 곤란하다.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다른 기업에 대한 부당지원이 자기 기업의 매출액 신장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을 것이지만 이것은 다른 요소와의 결합에 의하여서만 우연적으로 가능한 일이기 때문에 매출액 규모와 부당지원 사이의 독자적인 상관관계는 원칙으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는 것이다. 물론 예외가 있을 수 있지만 그러한 예외는 입증을 요하는 특별한 사정에 지나지 않는다고 봄이 경험칙상 합당하다. 요컨대 부당지원행위라는 행위의 성격과 규모에 관계 없이 매출액의 규모를 기준으로 과징금의 범위를 정하는 것이 자기책임의 원리에 부합한다고 할 수 있기 위하여는, 부당지원과 지원행위자의 매출액 규모(매출액의 신장, 유지, 감소의 완화 등을 포함한다)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음이 인정되어야만 할 것인데 이러한 상관관계는 특별한 경우가 아닌 한 일반적으로 인정될 수 없는 일이다. 결국 부당지원행위에 대하여 매출액을 기준으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부당지원이라는 자기의 행위와 상관관계가 없는 매출액이라는 다른 요소에 의하여 책임의 범위를 정하는 것이 되어 자기의 위법행위와 그에 대한 처벌 사이에 정당한 상관관계가 있어야 한다는 자기책임의 원리에 부합하지 않는 것이다.

공정거래법 제55조의3 제3항은 과징금의 부과기준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입법위임을 하였는데 이에 근거한 시행령 제61조 제1항의 별표 2 제8은 “부당지원행위에 대한 과징금 부과기준을 지원금액의 산출이 가능한 경우는 당해 지원금액의 이내로 하고 지원금액이 산출되기 어렵거나 불가능한 경우에는 당해 지원성 거래규모의 100분의 10 이내로 한다”는 취지로 규정하였다. 이 시행령규정은 매출액이 아니라 지원금액 내지 지원규모를 과징금의 부과기준으로 설정하였음이 명백하다.

그러나 매출액이라는 것과 지원금액이라는 것은 결코 동일한 것이 아니고 완전히 별도의 범주에 속하는 것이므로 이것은 법률의 내용을 시행령으로 바꾼 것에 해당한다. 이 사건 법률조항이 매출액을 과징금의 부과기준으로 삼은 것은 위헌이고 오히려 지원금액을 기준으로 삼아야 헌법에 부합할 수 있다는 점을 앞에서 밝힌 바 있지만, 시행령에서 위헌적인 내용의 법률과는 달리 합헌적인 내용을 채택한다고 하여 위헌적인 내용을 가진 법률의 위헌성이 제거되거나 치

유되는 것은 아니므로 위와 같은 시행령의 존재는 이 사건 법률조항을 위헌으로 판단하는 데

장애가 되지 않는다.

더구나 이 시행령의 내용에 의하면 지원금액이 매출액의 100분의 2를 초과하는 경우에 오히려 지원금액이 과징금의 상한이 되어 법률이 정한 것보다 위반행위자를 더 불리하게 만드는 것이 되어 문제가 될 것이지만 더 이상 상론할 것은 없다.

(다)한편 이 사건 법률조항 이외에 공정거래법상으로 매출액을 기준으로 하여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들이 없지는 않다.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남용행위에 대하여 매출액의 100분의 3 이하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한 것(법 제6조), 다른 사업자와 공동으로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에 대하여 매출액의 100분의 5 이하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한 것(법 제22조), 사업자단체의 부당한 경쟁제한행위에 참가한 사업자에게 매출액의 100분의 5 이하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한 것(법 제28조 제2항), 재판매가격유지행위에 대하여 매출액의 100분의 2 이하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한 것(법 제31조의2) 등이 그러하다.

그러나 이들 경우는 가격형성을 왜곡하고 상품공급을 조절하는 등의 방법으로 시장질서에 직접 개입하여 이를 교란하고 독과점체제를 형성하여 자유경쟁을 정면으로 저해하는 행위인 점에서, 단지 두 기업간의 개별적이고 일시적인 지원행위를 대상으로 하고 있는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한 과징금의 경우와는, 독과점금지와 자유시장질서의 유지에 대하여 미치는 파괴적 효과와 위법성의 정도가 현저히 다른 것이다. 이들의 경우에는 매출액의 규모가 그 행위의 내용과 효과 및 위법성의 정도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요소임에 반하여 부당지원의 경우에는 매출액의 규모라는 것이, 독과점금지 및 자유시장질서유지에 대한 부당지원행위의 부정적 영향에 별다른 가감적 작용을 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매출액의 규모는 부당지원행위의 책임범위를 정하는 요소가 될 수 없으며, 환언하면 자기책임의 기준이 될 수 없으며, 오히려 그 지원행위 자체의 개별적 내용과 규모에 의하여, 예컨대 부당지원금액의 몇 배라고 하는 방법으로, 그 책임범위가 결정되어야만 할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이 사건 과징금은 공정거래법상의 다른 불공정행위에 대한 과징금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것이며 이 사건 과징금을 다른 형태의 과징금과 같이 매출액의 100분의 2를 한도로 부과할 수 있도록 한 것은 부당지원행위의 개별적인 내용과 성격에 상응하여 의당 부담하여야 할 책임의 정도를 현저히 초과하게 될 위험 또는 현저히 미달하게 될 불합리가 명백히 존재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은 부당지원행위자를 처벌함에 있어서 마땅히 준수되어야 할 자기책임의 원리에 위배된다고 할 것이다.

나. 적법절차원칙의 위반

(1) 헌법상 적법절차의 원칙

헌법 제12조 제1항 후문은"모든 국민은 …… 법률과 적법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보안처분 또는 강제노역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헌법조항이 규정한 적법절차의 원칙은 합리적이고 정당한 법률에 의거하여 적정한 절차를 밟은 경우에만 공권력에 의한 국민의 생명, 자유, 재산의 침해는 가능할 수 있다는 넓은 범위에 걸친 일반적인 원칙을 그 내용으로 한다. 다만 이 조항에서는 특히 처벌·보안처분 또는 강제노역의 경우에 적법절차를 엄격히 형성·유지하여야 함을 명문의 규정으로 명백히 천명한 것뿐이다.

헌법상 적법절차의 보장은 광의로는 실체적 적법절차의 보장을 포함하는 것이지만 그 본래적 의미는 기본권을 제한하는 내용의 공권력 행사는 그 절차가 합리적이고 공정하여야만 한다는 절차적 적법절차의 보장에 있다. 이러한 절차적 적법절차의 원칙을 충족하기 위한 여러 절차적 요소 중에는 당사자에 대한 사전의 고지(notice), 공정하고 충분하며 합리적으로 행하여지는 청문(hearing) 등이 포함된다. 그러나 절차적 적법절차의 구체적 내용은 상황과 무관하게 고정된 것이 아니고 공권력으로 기본권을 제한하는 구체적인 경우에 나타나는 개별적인 여러 사정들을 고려하여 이에 적합한 절차적 보장이 주어질 것을 요청한다는 의미에서 신축성을 가지는 것이다. 따라서 구체적인 경우에 적법절차의 원칙상 어떠한 절차가 제공되어야 할 것인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문제된 기본권 내지 관계된 권리의 중요성, 기존 절차를 통하여 그러한 권리가 잘못 박탈될 위험의 정도, 절차를 대체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효과의 정도, 절차의 대체에 수반될 재정적·행정적 부담 내지 공익 희생의 규모 등 여러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형량하여 결정할 수밖에 없다. 대체로 보아 기본권의 제한이 중대하면 할수록 적법절차의 요구도 비례하여 커지는 것이며 고도의 적법절차의 요구는 결국 사법절차의 내용에 접근·동화하는 것이 될 것이다.

(2) 공정거래위원회의 준사법기관성

사법절차를 가장 엄격한 적법절차의 하나라고 볼 때 그에 유사한 정도로 엄격하게 적법절차의 준수가 요구되는 절차를 ‘준사법절차’, 그러한 절차를 주재하는 기관을 ‘준사법기관’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헌법 제119조 제2항은"국가는 ……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라고 규정함으로써 독과점과 불공정거래의 규제라는 경제정책적 목표를 개인의 경제적 자유를 제한할 수 있는 정당한 공익의 하나로 명문화하고 있다. 경제적 자유가 초래하는 경제력의 집중과 시장지배적 경향으로 말미암아 필연적으로 시장의 자유가 위축될 우려가 있으므로 국가는 이를 방지할 필요가 있고 따라서 국가가 공정거래법을 제정하여 사업자의 시장지배적 지위의 남용과 과도한 경제력의 집중을 방지하고 부당한 공동행위 및 불공정거래행위를 규제하는 것은 자본주의적 시장경제의 기능을 보장하기 위한 국가의 헌법상 과제인 것이다(헌재 1996. 12. 26. 96헌가18 , 판례집 8-2, 680, 695 참조).

그런데 반독점과 공정거래에 위배되는 행위를 규제함에 있어서는 당해 사업에 관련된 경제적 상황, 위반행위가 시장에 미치는 경제적 영향, 개별 기업의 구체적 상태 등을 신속·정확히 파악하여 적정하고 신속한 대책을 제시할 수 있는 전문성을 규제기관이 갖추어야 하므로 이 점에서는 규제기관의 행정적 전문화가 요청되고 다른 한편, 부당공동행위나 불공정거래행위의 규제가 대상 기업의 경제적 자유와 재산권에 미칠 수 있는 치명적 침해의 심각성에 상응하여 사전고지와 청문, 엄격한 사실인정과 공정한 판단 등을 보장하는 절차적 엄격성이 보장되어야 하므로 이 점에서는 규제기관의 사법적 엄격화가 요청된다. 만일 행정적 전문성만을 강조하여 그 권한을 일반 행정기관에 그대로 맡긴다면 행정기관의 권한이 지나치게 강대하여지고 그 권한이 자의적으로 남용될 우려가 있다. 한편 사법절차적 엄격성만을 강조하여 이를 법원에 맡긴다면 통상의 사법절차를 모두 거치는 데 따른 시간의 경과 등으로 신속한 대응에 어려움을 겪게 될 수 있다. 따라서 행정부에 속하지도 않고 사법부에도 속하지 않는 제3의 독립기관에게 이를 맡길 필요성이 있고, 이에 따라 행정권과 사법권으로부터 분리된 독립적 기관으로서 공정거래위

원회를 설치하여 독립규제위원회로서 독점규제와 공정거래 유지의 국가기능을 담당하게 하여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공정거래위원회는 당연히 행정적 전문성과 사법절차적 엄격성을 함께 가져야 하며 그 규제절차는 당연히 ‘준사법절차’로서의 내용을 가져야만 하는 것이다.

(3) 이 사건 과징금의 처벌적 성격

이 사건 과징금의 처벌적 성격은 이미 앞에서 본 바와 같다. 그 요지는 다음과 같다.

이 사건 과징금은 부당지원행위를 한 기업에게 부과되는 것인데 만약 부당지원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이익을 이 과징금의 부과에 의하여 박탈하고자 한다면 실제로 이익을 본 피지원자에게 과징금을 부과하여야 마땅할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 법률조항은 지원을 함으로써 이익이 아니라 손실을 본 사업자를 상대로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이 과징금은 지원행위로 발생한 이익을 박탈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이것은 부당지원행위를 억제하기 위하여 그 행위를 한 사업자에게 응징을 가하고 이로써 장래의 법위반을 일반적으로 예방하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이러한 과징금은 그 목적이나 효과로 보아 실질적인 처벌의 성질을 갖는 것이고 이는 헌법 제12조 제1항 후문이 특히 명문으로 적법절차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처벌’에 바로 해당하는 것이다.

한편 이 사건 법률조항은 부당지원행위를 한 기업에 대하여 매출액의 100분의 2의 범위내에서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규정한다. 기업의 이익금이 그 매출액의 극히 일부에 불과할 수도 있는 실정을 감안할 때 이익금에 비하여 과도한 과징금은 당해 기업의 수지와 경영에 매우 불리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고 나아가 당해 기업이 상당한 시장지배력을 가지고 있는 주요 기업인 경우에는 그 파급효과가 국민경제의 흐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와 같이 이 사건 과징금 제도가 당해 기업에게 사활적 이해를 가진 제재가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경제 전반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임을 생각할 때, 그 부과절차는 적법절차의 원칙상 적어도 재판절차에 상응하게 조사기관과 심판기관이 분리되어야 하고 심판관의 전문성과 독립성이 보장되어야 하고 증거조사와 변론이 충분히 보장되어야 하며 심판관의 신분이 철저하게 보장되어야만 할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 사건 법률조항을 검토하면 많은 문제가 있다.

(4)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한 검토

(가) 조사기관과 심판기관의 미분리(未分離)

사법절차에서는 사실을 조사하고 증거를 수집하는 ‘조사기관’과 수집한 증거를 조사하고 변론을 듣고나서 결정을 내리는 ‘심판기관’이 서로 분리되어 있는데 이러한 기관의 분리는 조사의 전문성과 판단의 공정성을 함께 확보하기 위한 불가결의 조치 이고 이는 사법절차의 기본적, 핵심적 요소의 하나이다.

그런데 공정거래법상으로는 조사권과 심판권이 모두 공정거래위원회에 귀속되어 있을 뿐, 그 분리가 전혀 이루어져 있지 않다. 즉 공정거래법 위반의 혐의가 있을 때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직권으로 또는 신고에 의하여 조사를 개시하며(법 제49조), 조사는 위원회 자체가 직접 행하거나 소속 공무원에게 조사를 지시하는 방법으로 진행한 다음(법 제50조) 위반행위 존부와 이에 대한 시정조치 내지 과징금 부과에 대한 판단도 모두 공정거래위원회가 행하도록 규정되어 있

는 것이다(법 제51조, 제55조의3). 이와 같이 조사기관과 심판기관을 분리하지 아니한 것은,

「심판기관은 조사기관과 피규제기업 사이에서 중립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는 원칙」을 원천적으로 배제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공정거래위원회는 실무상으로 검사의 파견을 받고 있는데 이는 현재의 위원회 자체 조직으로는 조사업무의 전문성 확보가 제도적으로 곤란한 실정임을 위원회 스스로 자인하고 있는 것이다.

공정위원회규칙은 법률에도 없는 심사관제도와 사전심사제도를 창설하여 조사기관을 어느 정도 분리시키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공정거래위원회의운영및사건절차등에관한규칙 제10조, 제11조). 이 규칙은 “이 법의 규정에 위반하는 사건의 처리절차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정하여 고시한다.”라고 규정한 공정거래법 제55조의2에 의거한 규칙으로 보이는데 백지위임식의 이러한 위임이 헌법상 가능한 것인지 여부 그리고 이러한 위임에 의한 규칙으로 심사관제도와 사전심사절차 같은 중요한 직제와 심리절차를 만들어 내는 것이 법률상 허용되는 것인지 여부는 차치하고 공정거래위원회 소속의 공무원인 국장이나 지방사무소장 또는 4급 이상 공무원 가운데서 지정되는 심사관으로서는 직무상의 독립성을 갖는 조사기관이 될 수 없을 것이다.

(나) 전문성과 독립성의 미흡

공정거래법상 부당지원 등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과징금의 부과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소관사무인데(법 제36조 제4호) 위원회는 위원장 1인, 부위원장 1인을 포함한 9인으로 구성되며 그 중 4인은 비상임위원이다(법 제37조 제1항). 그리고 위원장과 부위원장은 국무총리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고 기타 위원은 위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되어 있다(법 제37조 제2항). 이와 같이 위원의 임명권한이 모두 대통령에게 집중되어 있고 위원회 자체가 국무총리 소속하의 중앙행정기관으로서 정부조직법의 규정에 의한 정부기관의 하나로 조직되어 있는 점(법 제35조)을 고려할 때 위원회는 구조적으로 정부의 정책방향이나 구체적 시책에 반하는 판단을 하기 곤란하고 위원회의 결정은 정부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리고 비록 위원에게 3년의 임기가 보장되고 법정된 사유 이외의 경우에는 의사에 반하여 면직되지 아니하도록 하여 신분보장을 하고는 있으나(법 제39조, 제40조), 연임을 희망하는 위원 또는 다른 고위직으로의 전보나 승진을 기대하는 관료 위원은 정부의 영향을 받을 우려가 있다.

그렇다면 위원의 중립성과 정부로부터의 독립성은 매우 불충분하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위원의 자격요건 중에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하여 ‘경험’이 있는 2급 이상의 공무원의 직에 있던 자라고 하는 규정(법 제37조 제2항 제1호)이 있지만 이처럼 경험을 요건으로 삼는 것은 막연하고 완화된 요청에 불과하므로 이 정도의 요건만으로는 규제대상 사업에 관련된 경제적 상황, 위반행위가 시장에 미치는 경제적 영향, 개별 기업의 구체적 상태 등을 신속·정확히 파악하여 적정하고 신속한 대책을 제시할 수 있는 전문성을 확보하기에는 부족하다.

(다) 증거조사와 변론의 불충분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부과절차에서 당사자 또는 이해관계인은 처분 전에 의견진술의 기회를 부여받고 위원회의 회의에 참석하여 의견개진 혹은 자료제출을 할 권리를 가질 뿐(법 제52

조), 사법절차에서와 같은 증거조사절차나 변론절차는 법률상 전혀 보장되어 있지 아니하고 민사소송법, 형사소송법 등이 실체적 진실발견을 위하여 채택하고 있는 증거법칙 같은 것도 역시 전혀 존재하지 아니하며, 부당한 처벌을 방지하기 위하여 형법 총칙이 마련하고 있는 여러 보장적 조치도 존재하지 아니한다. 위원회의 과징금부과절차가 민사나 형사의 소송절차와 반드시 같아야 할 필요는 물론 없다. 그러나 소송절차에서 부당한 처벌을 방지하고 실체적 진실발견을 위하여 채택하고 있는 기본적인 원칙들, 예컨대 당사자에게 사실과 법률 모두에 관하여 충분한 변론의 기회를 보장하는 것, 진정성립이 담보되지 아니하거나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의 증거능력을 제한하는 것 등의 최소한의 적법절차는 반드시 법률 자체에서 보장되어야 할 것인데 공정거래법에는 이와 같은 보장이 전혀 결여되어 있다. 법 제55조의2는 사건의 처리절차를 위원회가 정하여 고시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헌법에서 요구하는 적법절차의 보장은 그 기본을 법률로 규정하여야 하는 것이므로 이와 같은 백지위임은 또다른 위헌의 문제를 일으킨다. 민사소송법이나 형사소송법이 직접 법률에서 대부분의 절차를 상세하게 규정하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라)한편 공정거래위원회의 처분에 대하여 불복하는 자는 공정거래위원회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고(법 제53조), 불복의 소를 제기하고자 할 경우에는 직접 서울고등법원에 이를 제기하도록 규정되어 있으므로(법 제55조), 공정거래위원회에서의 이의재결절차는 제1심 소송절차의 대상(代償)인 셈이고, 그렇다면 소송절차 대신 주어진 공정거래위원회에서의 이의재결절차는 사법절차로서의 기본적인 내용을 최소한 갖춰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정거래법에서는 이의재결의 절차에 관하여 아무런 구체적인 법률규정을 두지 아니한 채 이를 전부 위원회의 고시에 의하도록 위임하고 있다(법 제55조의2). 그런데 위원회의 고시에서는 그 절차를 앞서 본 조사 및 심판의 절차를 준용하여 처리하도록 하고 있어서(공정거래위원회회의운영및사건절차등에관한규칙 제65조), 결국 공정거래위원회의 처분과 이의재결은 아무런 절차상 차이가 없다. 이러한 절차들은 모두 적법절차의 원칙에 부응하지 못하는 것이며 준사법절차로서 내용을 갖추지 못한 것임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마)외국의 입법례를 보아도 미국과 일본 및 독일은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제재절차를 사법적 구조로 구성하여 모두 법률로 상세히 규율하고 있다. 이들 국가의 절차는 당사자 등에게 의견개진이나 자료제출을 준비하게 하기 위하여 충분한 사전준비기간을 보장하고 있으며, 예외 없이 대석적 구두변론절차를 보장하여 준사법적 절차로서의 제도적 배려를 다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경우 행정법판사(administrative law judge) 제도를 두어 조사절차에 관여하지 아니한 객관적 인사를 행정법판사로 임명하고 그로 하여금 청문절차를 주재하고 청문 결과에 따른 1차적 결정권한을 갖게 한다. 행정법판사에게는 엄격한 원칙에 따라 사건을 배당하고 해직이나 감봉을 제한하여 신분을 보장함과 동시에 청렴의무를 부과하며 그 공정성에 의문이 있을 경우에는 당사자의 신청에 의하여 기피될 수 있도록 하는 등 판단주체의 독립성과 공정성 및 전문성을 제도적으로 충분히 보장하고 있다. 이에 비하면 우리 공정거래법상의 과징금부과절차는 사법절차에 준하는 여러 내용을 결여함으로써 적법절차를 보장하지 못하고 있음이 더욱 드러난다.

(5) 소 결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한 과징금부과절차는 판단주체의 전문성, 독립성, 중립성에 대한 보장과

실체적 진실발견절차에 대한 보장이 모두 크게 미흡하여 적법절차의 원칙에 위배된다.

다. 결 론

이 사건 법률조항은 형벌인 벌금 이상으로 불이익할 수 있는 과징금을 기업에게 부과하면서 헌법상 요구되는 자기책임의 원리와 적법절차를 보장하지 않고 있어 헌법에 위반된다고 생각한다.

6. 재판관 김영일의 반대의견

나는 이 사건 법률조항이 적법절차의 원칙에 위배되어 위헌이라는 재판관 한대현, 재판관 권 성, 재판관 주선회의 반대의견과 입장을 같이 하면서, 또한 덧붙여 이 사건 법률조항은 동일한 범죄에 대하여 중첩적으로 처벌함을 내용으로 하는 것으로서 이중처벌금지의 원칙에 위반되고 무죄추정의 원칙에도 반하기 때문에 헌법에 위반된다고 보는 바이다.

가.이 사건 법률조항은 이중처벌금지의 원칙에 위배된다.

(1) 헌법상 이중처벌금지의 원칙

(가) 헌법 제13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 동일한 범죄에 대하여 거듭 처벌받지 아니한다.”고 하여 이른바 ‘이중처벌금지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이 원칙은 한번 판결이 확정되면, 동일한 사건에 대해서는 다시 심판할 수 없다는 ‘일사부재리의 원칙’이 국가형벌권의 기속원리로 헌법상 선언된 것으로서, 동일한 범죄행위에 대하여 국가가 형벌권을 거듭 행사할 수 없도록 하여 국민의 기본권 특히 신체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헌법 제13조 제1항에서 말하는 ‘처벌’은 원칙적으로 범죄에 대한 국가의 형벌권의 실행으로서의 과벌을 의미하는 것이고, 국가가 행하는 일체의 제재나 불이익처분을 모두 그 ‘처벌’에 포함시킬 수는 없는 것이다(헌재 1994. 6. 30. 92헌바38 , 판례집 6-1, 619, 627; 헌재 2001. 5. 31. 99헌가18 등, 판례집 13-1, 1017, 1100).

나아가 우리 재판소는 “법률상의 의무위반에 대하여 처벌을 함과 동시에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이 바로 이중처벌에 해당하여 헌법에 위반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할 것이고, 다만, 동일한 행위를 대상으로 하여 형벌을 부과하면서 아울러 과징금을 부과하여 대상자에게 거듭 처벌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낳는다면, 이중처벌금지의 기본정신에 배치되어 국가입법권의 남용이 문제될 수도 있다 할 것이나, 이는 이중처벌금지원칙의 문제라기보다는 그러한 중복적 제재가 과잉에 해당하는지 여부의 문제로 다루어져야 할 것이므로, 결국 법률상의 의무위반에 대하여 벌칙규정을 둔 이외에 과징금을 부과하는 규정을 두는 것이 과잉제재에 해당하는지의 여부가 문제된다 할 것이다.”고 판시하여(헌재 1994. 6. 30. 92헌바38 , 판례집 6-1, 619, 627; 헌재 2001. 5. 31. 99헌가18 등, 판례집 13-1, 1017, 1100-1101 참조) 과징금과 벌칙규정을 병과하는 것이 원칙적으로 이중처벌금지의 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하며, 비례의 원칙 내지 형평의 요구에 의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나 프랑스헌법평의회의 판례와 취지를 같이 하고 있다.

(나)이와 같은 종래 우리 재판소의 판시취지는 과징금의 일반적 성격이 주로 부당이득의 환수라는 구제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이고, 본질상 형사적 제재와는 차이가 있는 것임을 감안한 것이다. 또한 이와 같이 일반적으로 과징금은 행정형벌과는 본질상 다른 것으로 인정되고 있으므로, 대부분의 경우 과징금은 행정형벌과 병렬적으로 규정되고 있다. 그러나 문제되는 과징금이 구제적 목적을 위하여 부과되는 것이 아니고, 오로지 제재적 목적에만 봉사하는 것일

경우 이중처벌금지의 원칙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하여 보다 실질적인 판단이 필요하다.

과징금은 벌금과는 달리 그 부과절차적 면에서 볼 때, 행정처분의 형식으로 부과되어 공정력과 불가쟁력이 인정되고, 그에 대한 권리구제는 취소소송에 의한다는 점에서 행정형벌과는 절차상으로 명확히 구별되는 것이다. 따라서, 과징금과 행정형벌은 반드시 별개의 이질적인 절차에 의하여 판단되게 되어 있고, 양 절차가 병렬적으로 진행될 경우 두 사건을 병합하는 등의 방법으로 하나의 절차에 의하여 판단받을 수 있는 방법이 없으며, 행위자는 동일한 행위에 대하여 절차상 이중의 위험을 부담하는 것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즉, 당해 과징금과 행정형벌의 성격이 본질적으로 공히 형사적 제재에 속하는 한, 중첩된 절차에 의한 이중처벌이 불가피해지는 것이다.

따라서, 부과되는 과징금의 구체적 성격 - 즉, 이것이 부당이득환수 등 과징금 고유의 독자목적에 기여하는 것인가 혹은 이러한 독자적 목적이 전혀 없이 오로지 형벌목적만을 가진 것인가 - 을 전혀 도외시하면서 오로지 과징금과 벌금의 절차상의 일반적 차이점만을 판단기준으로 하는 것이라고 해석한다면, 이는 지나치게 형식적인 결론에 치중하여 사안의 실질을 전혀 반영할 수 없는 결과가 된다고 할 것이다.

이러한 형식적 판단에 전적으로 의존한다면, 벌금과 병과되는 과징금의 성격이 어떠하건 간에 헌법상 선언되어 있는 이중처벌금지의 원칙에는 위배될 여지가 전혀 없는 것으로 되어 모두 과잉금지위반의 여부를 따지는 문제로 귀착될 뿐이다. 이는 헌법상 명문으로 선언된 이중처벌금지원칙의 실제 운용상 가치를 과도하게 축소시키는 것이 될 것이다. 특히 인권보장장치인 형사소송절차의 엄격한 절차적 요구를 과징금의 행정처분부과방식에 의하여 손쉽게 회피할 수 있도록 하는 결과가 되어 부당한 인권침해를 초래할 위험이 있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위와 같은 형식적 판단을 관철시켜 이 분야에 대한 헌법적 통제를 사실상 포기하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렇다면, 이 사건 과징금부과절차의 경우와 같이 행정절차에 의한 제재가 부당이득의 환수 등 특정의 비형벌적 목적을 전혀 가지지 아니한 채, 전적으로 형벌로서의 성격만을 가지는 것이 명백한 한, 이와 별도로 형벌에 의한 제재를 병행하여 규정하였다면, 이는 동일한 범죄행위에 대한 사실상의 이중기소와 거듭된 형사처벌이 실현되게 하는 것이고, 따라서, 헌법 제13조 제1항에서 “동일한 범죄에 대하여 거듭 처벌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한 취지에 위배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또한 이와 관련된 종래 우리 재판소 판례의 문언을 보아도 “벌금과 과징금을 병과하는 것이 ‘바로’ 이중처벌에 해당하여 헌법에 위반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완곡하고 조심스런 어법을 쓰고 있고, “동일한 행위를 대상으로 하여 형벌을 부과하면서 아울러 과징금을 부과하여 대상자에게 거듭 처벌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낳는다면, 이중처벌금지의 기본정신에 배치되어 국가 입법권의 남용이 문제될 수도 있다.”고 하여 동 원칙의 적용 가능성을 남겨 놓고 있다. 따라서, 위 판례에서 벌금과 과징금의 병과가 이중처벌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이 원칙이기는 하나, 구체적 경우에서 과징금의 성격이 명백하게 오로지 형사제재적 성격인 경우에는 예외를 인정할 수 있는 여지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다) 이와 같이 벌금과 과징금이 병과되는 경우에는 과잉금지 내지 비례의 원칙에 의한 전체형

량의 통제 이외에 이중처벌금지원칙에 의한 보다 엄격한 실질적 통제가 요청된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벌금과 과징금의 병과는 일반적으로 과징금의 성격이 부당이득환수로서의 성격을 가지고 있음을 감안하여 이중처벌이 되지 아니하는 것으로 보되, 다만, 예외적으로, 구체적인 경우 벌금과 함께 병과되는 과징금의 성격이 명백하게 오로지 형사제재적 성격인 것으로 인정되는 때에는 과징금의 부과가 벌금부과와 별도로 당해 행위자를 거듭 처벌하는 것이 되어 헌법상의 이중처벌금지의 원칙에 위배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합당하다 할 것이다.

(2) 이 사건 과징금제도에 대한 판단

(가) 이 사건 과징금은 공정거래법 제23조 제1항 제7호에 규정된 바와 같이 부당하게 특수관계인 또는 다른 회사에 대하여 가지급금⋅무체재산권 등을 제공하거나 현저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여 특수관계인 또는 다른 회사를 지원하는 행위가 있는 경우 당해 사업자에 대하여 부과되는 과징금이다.

따라서, 이 사건 과징금의 부과대상은 부당지원행위를 행한 당해 사업자일 뿐이며, 지원을 받은 사업자가 아니다. 양 거래 사업자들 사이의 경제적 이해득실을 살펴보면, 지원행위자인 사업자로서는 가지급금 등을 특수관계인이나 다른 상대회사에 제공함에 의하여 이득이 발생한다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물론 유형적 이득을 제공한 경우가 아니라면, 손해가 나지 않을 수도 있겠으나, 회사의 자원을 부당하게 타 경제주체에게 제공한다면, 일반적으로는 손해가 발생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와 반대로 지원을 받은 회사는 이유없이 지원금을 받거나 다른 일반적인 거래에 비하여 현저하게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를 할 수 있게 되므로 당연히 이 사건 조항에 의한 불공정거래행위로 부당한 이익이 발생할 것임은 쉽게 인정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사건 부당지원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이득을 환수하기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이득을 취한 피지원사업자에게 과징금을 부과하여야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법률조항은 지원을 행함으로써 손해를 입은 사업자를 상대로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이는 지원주체인 사업자의 부당지원행위 자체를 응징하고, 이를 통하여 장래 유사한 불공정행위가 발생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목적에서 가하여지는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나)이와 같이 이 사건 과징금은 부당이득환수적 요소는 전혀 없이 순수하게 형사제재적 목적(punitive purpose)을 가지고 있다. 이는 응보와 억지의 두 가지 목적에만 봉사하고 있을 뿐이며, 이 사건 부당지원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피해를 구제할 목적(remedial purpose)은 가지고 있지 아니하다.

결국 형벌 목적만을 가지고 있는 이 사건 법률조항의 과징금은 실질적 형사제재로서 절차상으로 형사소송절차와 전혀 다른 별도의 과징금부과절차에 의하여 부과되므로 행정형벌과는 별도로 거듭 처벌된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단지 양 절차 중 먼저 이행된 절차에서 부과된 제재의 정도가 후에 이행된 절차에서 부과된 제재의 정도를 결정함에 있어서 집행당국인 공정거래위원회에 의하여 고려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정도의 정황만으로는 헌법상 이중처벌금지의 원칙에 부합된다고는 할 수 없다.

나.이 사건 법률조항은 무죄추정의 원칙에 위배된다.

(1)헌법 제27조 제4항은 “형사피고인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고

규정하여 무죄추정의 원칙을 천명하고 있다. 이러한 무죄추정의 원칙은 공소의 제기가 있는 피고인이라도 유죄의 확정판결이 있기까지는 원칙적으로 죄가 없는 자에 준하여 취급하여야 하고, 불이익을 입혀서는 안되며, 또 가사 그 불이익을 입힌다 하여도 필요한 최소한도에 그치도록 비례의 원칙이 존중되어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여기의 불이익에는 형사절차상의 처분뿐만 아니라, 그 밖의 기본권제한과 같은 처분도 포함된다(헌재 1990. 11. 19. 90헌가48 , 판례집 2, 393, 402-403).

(2)이와 같이 종래 우리 재판소는 무죄추정의 원칙의 적용범위를 넓게 보아 왔다. 이러한 취지에 비추어 보건대, 비록 헌법조항상으로는 형사피고인만이 무죄추정을 받는 대상으로 명시되어 있으나, 공소제기 전의 형사피의자에게도 무죄추정의 원칙을 적용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것이며, 나아가 이 사건의 과징금의 경우처럼 비록 형사절차가 아닌 행정절차라고 하더라도 동 절차를 통하여 부과되는 제재가 명백하고 완전하게 형벌적 성격을 가지는 경우에는 이러한 제재를 부과하는 절차상에 있어서도 그 절차의 성격상 허용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그 부과대상자에게는 무죄추정의 원칙의 기본정신에 따른 헌법적 보호가 주어져야 한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형벌적 성격의 이 사건 과징금을 부과하는 절차에 있어서, 동 절차가 종결되기까지는 행위자는 원칙적으로 당해 제재의 부과대상자가 아닌 자에 준하여 취급되어야 하고 불이익을 입혀서는 안된다고 할 것이고, 가사 불이익을 입는다고 하더라도 필요한 최소한도에 그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3)이러한 판단기준에 따라 이 사건의 과징금부과절차를 보건대, 이 사건 과징금은 행정행위의 형식으로 부과되어 즉시 효력을 발생하고 집행되며, 납부기간 내에 납부하지 아니하면, 체납처분의 예에 따라 강제징수되고(공정거래법 제55조의5 제2항), 가산금까지 부과된다(같은 조 제1항).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복하는 당사자는 공정거래위원회에 과징금부과의 집행정지를 받을 수 있는 법적 방도가 없다. 따라서, 이 사건 과징금은 당사자의 불복에 따라 위반사실에 대한 확정판결이 있기 전에 이미 법위반사실이 추정되어 집행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반하여 일반적 형사절차에서는 피의자나 피고인의 상대방인 검사가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엄격한 증명에 의하여 위반사실을 입증하여야 하고, 유죄판결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벌금을 미리 납부하여야 할 아무런 법적 의무가 없는 등 형사절차상으로 불이익이 배제됨은 물론이고, 나아가 비형사적 측면에서도 모든 불이익이 배제된다.

그렇다면, 이 사건 과징금의 부과절차와 일반적 형사절차를 비교할 때, 특히 불복에 따른 확정판결이 있기 전에 집행당국인 공정거래위원회의 부과처분에 의하여 이미 이 사건 과징금은 집행이 강제되고 있다고 할 수 있으며, 이러한 측면에서 양 절차 간에는 현저한 불균형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 과징금부과절차에서 적어도 공정거래위원회에 집행정지를 신청할 수 있는 당사자의 절차적 권리를 배제한 것은 무죄추정원칙의 정신에 위배된다고 할 것이다. 또한 본질상 형벌적 성격을 가지고 있는 이 사건 과징금을 부과함에 있어서 위와 같은 형사절차의 인권보호적 기능을 무시하고, 이러한 절차적 불이익을 감수하게 함을 정당화할 수 있는 특별한 사유가 존재한다고도 볼 수 없으므로 이는 비례의 원칙에도 어긋나는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과징금은 그 부과절차의 면에서 의무위반사실에 대한 확정판결이 있기 전에 의무위반사실에 대한 불이익을 가하고 있으므로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한다고 할 것이다.

이상과 같은 이유에서 나는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보는 바이다.

재판관 윤영철(재판장) 한대현 하경철 김영일 권 성 김효종

김경일(주심) 송인준 주선회

〔별 지〕

과징금 부과내역

(1) 원고 ○○건설:2,569,000,000원

(2) 원고 ○○씨:1,206,000,000원

(3) 원고 ○○에너지판매:2,200,000,000원

(4) 원고 ○○가스:2,011,000,000원

(5) 원고 ○○옥시케미칼:2,000,000,000원

(6) 원고 ○○유통:1,611,000,000원

(7) 원고 ○○상사:2,200,000,000원

(8) 원고 ○○케미칼:1,000,000,000원

(9) 원고 ○○투자신탁운용:31,000,000원

(10) 원고 ○○캐피탈:14,000,000원

(11) 원고 ○○:4,113,000,000원

(12)원고 ○○텔레콤:96,000,000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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