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장애인단체의 지회장이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보조금을 더 많이 지원받기 위하여 허위의 보조금 정산보고서를 제출한 경우, 보조금 정산보고서는 보조금의 지원 여부 및 금액을 결정하기 위한 참고자료에 불과하고 직접적인 서류라고 할 수 없다는 이유로 보조금 편취범행(기망)의 실행에 착수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장애인단체의 지회장이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보조금을 더 많이 지원받기 위하여 허위의 보조금 정산보고서를 제출한 경우, 보조금 정산보고서는 보조금의 지원 여부 및 금액을 결정하기 위한 참고자료에 불과하고 직접적인 서류라고 할 수 없다는 이유로 보조금 편취범행(기망)의 실행에 착수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피고인
피고인
상고인
피고인
변호인
변호사 최기엽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인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1. 사기미수의 점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사기미수의 점의 요지는, 피고인은 사단법인 한국신체장애인복지회 경기도지부 제1시지회 지회장으로서 제1시의 장애인단체 지원금 책정이 전년도 지원된 보조금의 정산서 등에 기재된 금액을 근거로 결정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음을 기화로 허위·과다 영수증을 첨부하고 장부에 허위 지출 계정을 계상하는 방법으로 제1시청 사회복지과에 허위자료를 제출하여 다음해 지원금을 과다 배당받기로 위 지회 총무인 원심공동피고인과 공모하여, 2001. 4. 20.경 개최한 장애인합동결혼식 및 같은 해 5. 10.경 개최한 장애인의 날 행사에서 합계 9,837,900원이 지출되었음에도 마치 16,625,660원의 비용이 지출된 것처럼 허위 정산보고서를 작성한 후 2001. 5. 하순경 제1시청 사회복지과 담당공무원에게 제출하여 차액에 비례한 지원금을 배당받아 이를 편취하려 하였으나 담당자가 그러한 사실을 발견함으로써 그 뜻을 이루지 못하고 미수에 그쳤다고 함에 있다.
이에 대하여 원심은, 제1시는 장애인단체에 대한 보조금 지원액을 결정함에 있어 당해 연도에 지원된 보조금의 정산서를 참고자료로 활용하고 있고, 제1시보조금관리조례에 의하면, 시장은 사업연도가 종료되었을 때에는 보조금의 정산 검사를 행하여야 하고, 사업비 정산액으로 보조금 산출의 기초가 되는 사업량보다 감소되었을 때에는 그 감소율에 의하여 보조금을 감액하여야 하며, 시장은 보조금을 교부받은 자가 허위 또는 부정한 방법으로 보조금을 교부받은 때에는 보조금의 교부를 중지하거나 이미 교부한 보조금의 반환을 명할 수 있는바, 보조금 지급에 관한 위와 같은 업무처리방식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보조금 편취의 고의로써 기망행위에 착수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하여, 위 공소사실에 대하여 유죄를 선고한 제1심을 유지하였다.
그러나 기망행위의 실행의 착수가 있음을 전제로 한 원심의 위와 같은 유죄 판단은 그대로 수긍할 수 없다.
기록에 의하면, 제1시에서는 위 지회에서 매년 개최하는 장애인합동결혼식 및 장애인의 날 행사와 관련하여 지방재정법 및 제1시보조금관리조례에 의하여 위 지회로부터 보조금 신청을 받아 이를 심사한 다음 예산의 범위 안에서 보조금을 지급하는데, 그 지원을 받은 위 지회는 위 조례에 따라 보조금 사용 후 정산보고서를 제출하여야 하는 사실, 제1시는 위 지회에 대하여 2001년의 경우 합동결혼식에 대하여 2,000,000원, 장애인의 날 행사에 대하여 3,700,000원의 보조금을 지원하였고(이 사건 각 정산보고서 제출 전해인 2000년에는 합계 4,000,000원, 제출 다음해인 2002년에는 4,500,000원의 보조금이 지원되었다), 위 지회의 지회장인 피고인은 2001. 4. 20. 개최한 합동결혼식 및 같은 해 5. 10. 개최한 장애인의 날 행사에서 위 보조금을 포함하여 합계 9,837,900원이 지출되었음에도 마치 합계 16,625,660원의 비용이 지출된 것처럼 허위의 영수증을 첨부한 각 정산보고서를 작성하여 2001. 5. 하순경 제1시에 제출한 사실, 제1시에서는 위와 같은 보조금을 지급함에 있어서 보조금 지급 신청을 받아 당해 연도의 예산액, 보조금 신청서상의 산출내역서, 전년도 지원액 및 정산내역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보조금의 지급 여부 및 금액을 결정하여 지급하는 사실, 전년도 보조금 정산보고서는 그 다음해 보조금 예산의 편성과 보조금 신청에 대한 지급 여부 및 그 금액의 결정에 있어서 참고자료로 사용될 뿐 전년도에 실제로 지출한 금액에 비례하여 보조금 액수가 정해지는 것은 아니고, 보조금 정산보고서에 보조금을 초과하는 금액이 지출된 것으로 기재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차액을 보충 지급하는 것은 아닌 사실을 알 수 있다.
사정이 이와 같다면, 제1시의 보조금 지급 여부 및 그 금액은 전년도 정산보고서와 별도로 보조금 신청서를 제출받아 이를 심사하여 결정하는 것이므로 보조금을 지급받은 위 지회가 제1시에 제출하는 보조금 정산보고서는 제1시가 다음해에 보조금의 지원 여부 및 그 금액을 결정함에 있어 하나의 참고자료에 불과할 뿐, 그 지원 여부 및 금액을 좌우하는 직접적인 서류라고 할 수는 없고, 따라서 피고인이 공소사실과 같이 허위의 정산보고서를 제출한 것만으로는 다음해의 보조금 편취의 실현에 이르는 현실적 위험성을 포함하는 행위를 개시한 것이라고 볼 수 없어 기망의 실행의 착수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원심은, 허위의 보조금 정산보고서의 제출만으로도 다음해 보조금 편취의 고의로써 기망행위에 착수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하였으니, 거기에는 사기에서의 실행의 착수시기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2. 임대료에 관한 업무상 횡령의 점
피고인이 2001. 6.경부터 같은 해 9.경까지 위 지회의 매장 임대료 합계 7,091,000원을 징수하여 보관하던 중 그 중 2,850,600원만 예금계좌로 입금하고 나머지 4,240,400원을 생활비 등으로 임의로 사용하여 이를 횡령하였다는 공소사실에 대하여, 피고인은 그와 같이 임대료 합계 7,091,000원 중 4,240,400원을 지회의 예금계좌에 입금하지 아니하고 소비한 사실은 인정하면서, 다만 피고인과 지회 총무 원심공동피고인의 차량유류대, 지회의 손님에 대한 식사접대비, 지회 사무실의 운영경비 등으로 사용하였을 뿐 피고인이 이를 개인적인 용도에 임의사용하여 횡령한 것은 아니라고 변소하고 있으므로, 위 공소사실이 유죄가 되기 위하여는 피고인이 위 4,240,400원을 지회 운영과 무관하게 생활비 등 개인적인 용도에 사용하였다는 점이 인정되어야 하는데, 원심이 이에 부합하는 증거로 삼은 강기행의 경찰 및 제1심법정에서의 각 진술은 피고인이 4,240,400원을 아무런 근거 없이 임의로 사용하거나 허위 영수증을 첨부하는 방법으로 사용하였다는 것으로 추상적인 진술에 불과하여 피고인이 위 금원 전부를 순전히 피고인 개인적인 용도에 사용되었다는 점을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
오히려 제1심 및 원심 증인 원심공동피고인의 진술과 원심 증인 권화순의 진술에 의하면, 위 지회의 수입은 위 임대료와 피고인이 개인적으로 지원하는 금원 등으로 이루어지는데, 2001. 6.부터 같은 해 9.까지 현금출납부상 피고인으로부터의 지원금이 합계 5,820,000원에 이르고, 위 지회에서 징수한 임대료는 총무인 원심공동피고인이 관리하였으며 그 일부를 바로 지회 운영경비로 지출하여 예금계좌에 임대료 전부를 입금시킬 수 없는 경우에는 임대료 중 일부만을 입금하였고(예컨대, 2001. 6. 13.의 경우 임대료 200,000원을 수령하고 전액을 예금계좌에 입금하지 아니하고 150,000원만을 입금하였다), 일일금전출납부에 임대료 수입과 지출 내역을 매일 기재하였으며, 경기도지부의 감사에서 원심공동피고인이 작성한 금전출납부가 영수증이 아닌 거래명세표를 첨부하는 등 경리장부 기재 원칙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지적을 받자 원심공동피고인이 매일 작성하였던 장부를 토대로 위 지회 감사 권화순과 경리 이슬기가 2001. 10.경 기존의 현금출납영수증을 확인하여 새로 현금출납부(수사기록 218면 이하)를 작성한 사실을 알 수 있는바, 이에 의하면 위 현금출납부가 현금출납영수증에 의하여 작성된 이상 감사 후에 작성되었다고 하여 그 신빙성이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고, 위 지회의 임대료 수입만으로는 지회 운영경비가 부족하여 피고인 스스로 위 지회에 다액의 금원을 지원한 점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계좌에 입금하지 아니한 임대료를 개인적으로 사용하였다고 보기는 어려우며, 한편 제1심 증인 이종임(위 지회의 후원회 운영위원장), 같은 강기행(고소인)의 각 진술에 의하면, 운영위원회에서 지회장인 피고인의 승용차 유류대금을 운영경비에서 충당하기로 하였고 지회장이 판공비로 월 50만 원 정도는 사용할 수 있도록 결정하였다는 것이니, 이와 같은 사정에서라면 피고인이 임대료 수입 4,240,400원을 예금계좌에 입금하지 아니하고 사용하였고 그 부분에 대한 사용처의 전부를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피고인이 그 돈을 개인적인 용도에 사용하여 횡령하였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원심은, 위 현금출납부가 사후에 작성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신빙성이 없다고 한 다음 특히, 지회의 운영위원회 등이 피고인에게 지회의 임대료 수입을 피고인의 차량유지비나 접대비 등에 사용하도록 공식적으로 결정하였다는 사정을 찾아볼 수 없는 이상 그러한 소비가 임대료 수입의 임의적인 사용이 아니라고 할 수는 없다고 하여 유죄를 선고한 제1심을 유지하였으니, 거기에는 채증법칙을 위반하여 유죄의 증거로 하기에 충분하지 못한 증거들에 의하여 공소사실을 인정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3. 상품권에 관한 업무상 횡령의 점
이 부분 공소사실은, 피고인이 2001. 7.경부터 같은 해 9.경까지 사이에 불우장애인들에게 교부하는 데 사용하라는 취지로 제1시로부터 교부받아 보관하고 있는 1만 원권 상품권 240매 중 180매 시가 1,800,000원 상당을 개인적인 용도로 임의로 사용하여 이를 횡령하였다는 것이고, 이는 상품권 240매 중 장애인에게 실제로 준 32매, 원심공동피고인이 부식비 경비로 사용하였다는 26매 및 강기행이 오명준에게 준 2매, 합계 60매를 제외한 나머지 180매를 피고인이 개인적인 용도에 사용하였다는 취지로 보이는바, 위 상품권의 용도가 엄격히 제한되어 그 제한된 용도 이외의 목적으로 사용하였다는 것만으로 횡령이 되는 것으로는 인정되지 않는 이 사건에서, 위 공소사실이 유죄로 인정되기 위하여는 피고인이 상품권 180매를 지회 운영과 무관하게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하였다는 점이 인정되어야 한다.
이에 대하여 피고인은 제1심 및 원심법정에서, 전임 지회장으로부터 인계받은 상품권 120매는 2001. 4. 26.자 장애인의 날 행사 준비를 위한 부식 등을 구입하기 위하여 같은 달 24. 피고인의 처 공소외 1이 운영위원장 이종임과 함께 구리농수산물시장 등에 가서 야채, 고기, 과일 등을 구입하는 데 사용하였고, 2001. 4.경 제1시에서 새로 교부받은 상품권 120매 중 40매는 당시 이를 보관하던 강기행이 사용하고 남은 80매를 받아 그 중 51매는 2001. 6. 30.자 도지부에서 실시한 하계수련회 참석자의 1박 2일 부식비 등으로 사용하였고, 나머지 29매는 3일에 1회씩 실시하는 불우노인 점심식사 비용 경비로 지출하였을 뿐 피고인이 개인적으로 사용한 것은 아니라고 변소하고 있다(상품권의 사용내역과 관련한 피고인의 진술이 구체적인 내용에 있어서 다소 일관되지 못한 것은 원심 설시와 같으나, 피고인이 180매를 장애인들에게 나누어 주지는 않았지만 그 전부를 지회 운영경비로 사용하였고 개인적인 용도에 사용한 것이 아니라고 하는 점에서는 일관되고 있다).
원심이 위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증거로 삼은 강기행의 경찰 및 제1심에서의 진술은 피고인이 상품권 240매 중 32매만 장애인에게 직접 사용하고 208매를 개인적으로 사용하였다는 것뿐이어서 구체적이지 못하고 게다가 120매의 상품권으로 장애인의 날 행사용 부식을 구입하였는지 여부는 모른다는 것이어서 유죄의 증거로 삼기에는 부족한 반면에, 원심 증인 원심공동피고인의 진술과 이종임의 경찰 진술에 의하면, 위 상품권은 농협매장에서만 사용할 수 있고 구리농수산물시장에서는 사용할 수 없어 전임자로부터 인계받은 상품권 120매 중 60매를 이종임이 현금으로 바꾸어 피고인의 처 공소외 1에게 주었고, 이종임이 2001. 4. 24. 함께 구리농수산물시장에 가서 야채, 고기, 과일 등을 구입하였다는 것으로 피고인의 변소에 부합하고, 원심공동피고인의 경찰 및 제1심법정에서의 진술도, 제1시청에서 새로 교부받은 상품권 120매 중 장애인에게 나누어 준 32매를 포함하여 40매는 강기행이 관리할 때 사용하였고 2001. 5. 23.경 나머지 80매를 피고인이 강기행으로부터 인계받아 그 중 51매는 2001. 6. 30.자 도지부에서 실시한 하계수련회 참석자(피고인 및 회원 20명)의 1박 2일 부식비 등으로 사용하였으며, 나머지 29매는 3일에 1회씩 실시하는 불우노인 점심식사 비용으로 지출하였고, 그 사용 내역이 기재된 상품권사용명세서(수사기록 238면)는 원심공동피고인이 영수증을 보고 작성한 것이라는 것이어서 피고인의 변소에 부합하고 있다.
그럼에도 원심은 별다른 근거도 없이 피고인의 변소를 배척하고 피고인이 상품권 240장 중 180장을 임의 사용하여 이를 횡령하였다고 본 제1심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판단하였으니, 거기에는 채증법칙을 위반하여 유죄의 증거로 하기에 충분하지 못한 증거들에 의하여 공소사실을 인정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4. 그러므로 사기미수 및 업무상 횡령의 점을 포함하여 이 사건 범죄사실을 실체적 경합범으로 보아 하나의 형을 선고한 원심판결 중 피고인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