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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방법원 2021.8.19. 선고 2020가단5322063 판결
손해배상(기)
사건

2020가단5322063 손해배상(기)

원고

A

소송대리인 변호사 서채완, 류다솔, 김지림, 송진성

피고

대한민국

변론종결

2021. 5. 27.

판결선고

2021. 8. 19.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에게 30,000,100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일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유

1. 기초사실

가. 원고의 체류기간 연장신청 및 자진출국

1) 원고는 미국 국적의 외국인으로 2006. 2. 26. 회화지도(E-2) 사증으로 국내에 입국한 후 2006. 3. 2.부터 2009년경까지 B대학교 C캠퍼스에서 대학생들에게 영어 과목을 지도하였다.

2) 한편, 법무부는 2007년 12월경 국내 체류 중인 외국인이 회화지도(E-2) 관련 체류기간연장 등의 신청시 범죄경력 증명서와 마약복용 여부 및 HIV 감염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건강진단서를 제출토록 하는 내용의 '외국어 회화지도 [E-2] 강사에 대한 체류관리 강화방안' 지침(이하 '이 사건 지침'이라 한다)을 마련하고, 이 사건 지침을 2007. 12. 15.부터 시행하였는데, 이 사건과 관련된 내용은 아래와 같다.

3) 원고는 체류기간의 만료가 다가옴에 따라 2009. 2. 27. 수원출입국관리사무소에 1년의 체류기간 연장신청서를 제출하였는데, 담당공무원은 위 신청서를 임시접수하면서 위 신청서 사본에 '2009. 3. 30.까지 범죄경력증명과 건강진단서를 보완하여야 하고, 기일 도과시 무효처리된다'는 취지의 문안을 기재하여 원고에게 교부하였다.

4) 원고는 2009. 3. 25. 수원출입국관리사무소에 범죄경력증명서를 체출하면서도 건 강진단서는 제출하지 아니하였고, 그 대신 '원고에게 HIV/AIDS 검사와 TBPE 검사까지 요구하는 것은 원고를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불합리하게 차별하고, 사생활에 관한 권리를 침해하며, 인간의 존엄성에 반하는 처사이다'라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진술서를 제출하였다. 당시 담당공무원은 원고가 건강진단서를 제출하지 않은 사실을 간과하였고, 이에 따라 2009. 3. 25. 원고에 대한 1년 간의 체류기간 연장허가 처분이 내려졌다.

5) 이후 수원출입국관리사무소는 언론보도를 통하여 담당공무원의 위와 같은 실수를 알게 됨에 따라 2009년 3~4월경 원고에게 건강진단서의 제출을 요구하면서 이를 미제출시 위 연장허가 처분을 취소하겠다는 취지의 통보를 수차례 하였는데, 이에 대하여 원고는 건강진단서를 제출하지 않겠다고 하면서 위 요구에 불응하였다.

6) 수원출입국관리사무소장은 2009. 4. 10. 및 2009. 4. 29. 원고에 대하여 '체류기간 연장허가 건에 관하여 문의할 것이 있으니 수원출입국관리사무소로 출석하여 달라는 출석요구를 하였고(이하 위 2차례의 출석요구를 '이 사건 각 출석요구'라 한다), 2009. 4. 30. B대학교에 아래와 같은 내용의 협조 요청 공문(이하 '이 사건 공문'이라 한다)을 보냈다. 그 이후에도 원고는 위 사무소에 출석하지 아니하였다.

7) 원고는 2009년 7월경 B대학교를 사직한 후 2009. 7. 31. 자진하여 출국하였다.

나. 원고의 헌법소원 청구 및 헌법재판소의 각하 결정

1) 원고는 2009. 7. 2. 수원출입국관리사무소장 및 법무부장관을 상대로 헌법재판소 2009헌마358호로 수원출입국관리사무소장의 이 사건 각 출석요구와 이 사건 공문의 발송행위 및 출입국관리법 시행규칙(2009. 4. 3. 법무부령 제661호로 개정된 것) 제76조 제1항의 별표5 건강확인서 부분이 원고의 사생활의 비밀의 자유, 평등권,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하여 위헌이라고 주장하면서 헌법소원심판청구를 하였다.

2) 헌법재판소는 2011. 9. 29. '이 사건 각 출석요구가 그 자체로 원고에게 신체검사서의 제출의무를 부과하는 효과를 갖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고, 이 사건 공문의 발송행위만으로 원고에게 어떠한 의무를 부과하는 법적 효과가 발생한다고 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각 출석요구와 이 사건 공문 발송행위는 원고의 기본권이 침해될 가능성이 있는 공권력 행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어 이에 대한 심판청구 부분은 부적법하고, 원고는 위 시행규칙 제76조 제1항 각호에서 정한 서류를 신청하거나 새로 입국 신청을 하는 자에 해당하지 아니하여 위 시행규칙 제76조 제1항 제1항 별표 5는 원고에게 적용되는 조항이라고 할 수 없으므로 이에 대한 심판청구 부분은 원고와의 법적 자기관련성을 갖추지 못하여 부적법하다'는 이유로 위 심판청구를 모두 각하하였다.

다. 국제연합 자유권규약위원회의 견해

1) 원고는 2013. 7. 7. 국제연합 자유권규약위원회(이하 '자유권규약위원회'라고 한다)에 의무적으로 HIV 검사를 요구하는 피고의 정책이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이하 '자유권규약'이라 한다) 제2조 및 제26조에 명시된 차별 없이 대우받을 권리와 자유권규약 제17조에 명시된 사생활에 대한 권리를 자의적이고 비합리적으로 침해하고, 피고의 의무적 마약복용 검사 정책과 관련 시행규칙이 자유권규약 제2조, 제17조, 제26조에 명시된 차별 없는 대우와 사생활에 대한 권리를 침해하며, 원고의 헌법소원을 각하한 헌법재판소가 자유권규약 제2조, 제14조, 제26조 하의 권리를 침해하였다는 개인 진정을 제기하였다.

2) 자유권규약위원회는 2018. 7. 12. 원고의 위 헌법재판소의 각하 결정에 관련된 주장에 대하여는 '원고가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부정당했거나, 법 앞에 평등할 권리를 부정당했다거나, 국적이나 인종을 근거로 재판절차에서 불이익을 받았다는 결론을 내릴만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였다'는 이유로 심리부적격으로 판단하고, 피고의 의무적 HIV 및 마약류 검사 정책이 자유권규약 제17조와 제26조에 명시된 원고의 권리를 침해하였다는 판단을 하면서 피고에게 원고에 대하여 반드시 적절한 보상을 제공하여야 하고, 의무적 · 강제적 형태의 HIV 및 마약류 검사 요건을 폐지해야 하며, 이미 폐지하였다면 재도입하지 말아야 한다는 견해를 채택하였다.

라. 관련 국제규약 및 법령

1) 자유권규약, 경제적·사회적 및 문화적권리에관한국제규약(이하 '사회권규약'이라 한다) 및 모든 형태의 인종차별 철폐에 관한 국제협약(이하 '인종차별철폐협약'이라 한다)의 각 규정 중 이 사건과 관련된 부분은 별지1 국제규약 목록 기재와 같다.

2) 관련 법령 중 이 사건과 관련된 부분은 별지2 관계법령 목록 기재와 같다.

[인정근거] 다툼이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16호증(각 가지번호 포함), 을 제1 내지 7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본안전 항변에 관한 판단

피고는, 원고가 2009. 7. 31. 국내에서 출국한 후 국내에 다시 입국한 기록이 없고, 이 사건에 제출된 소송위임장에는 원고의 서명만이 있을 뿐인데, 원고의 신분증(여권) 등과 같은 자료가 없으므로, 원고가 원고의 소송대리인에게 이 사건 소송에 관한 대리권을 부여하였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의 항변을 한다.

그러나 갑 제16호증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이 사건 소장에 첨부된 소송위임장에 원고의 서명이 되어 있고, 위 서명이 위조되었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는 점, 원고의 소송대리인이 소 제기 후에 원고의 여권 사본을 증거로 제출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볼 때, 원고의 소송대리인은 원고로부터 이 사건 소제기에 관하여 적법하게 소송대리권을 위임받았다고 봄이 타당하고, 달리 이를 뒤집을 만한 반증은 없으므로, 피고의 위 본안전 항변은 이유 없다.

3. 본안에 관한 판단

가. 원고의 주장

수원출입국관리사무소 소속 공무원들(이하 '피고 공무원들'이라 한다)은 2009. 2. 27.부터 같은 해 4. 30.까지 직 · 간접적으로 원고에게 체류기간 연장허가의 조건으로 마약복용 여부 및 HIV 감염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건강진단서의 제출을 요구하였다(위 요구를 이하 '이 사건 요구행위'라 한다). 원고는 이 사건 요구행위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체류기간의 연장허가를 못 받게 되었고, B대학교의 강사직을 부당하게 그만두게 되었으며, 결국 출국할 수 밖에 없었다.

피고 공무원들의 이 사건 요구행위는 법률상 아무런 근거 또는 위임이 없이 내부지침에 불과한 이 사건 지침에 따라 이루어진 것으로써, 헌법상의 법률유보의 원칙과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원고의 헌법 제17조상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헌법 제15조상의 직장선택의 자유 등의 기본권을 침해하거나, 외국인 회화지도 강사인 원고를 합리적인 이유 없이 차별한 것으로 원고의 헌법 제11조상의 평등권을 침해하는 위법한 행위이다.

또한 이 사건 요구행위 당시 적용되었던 구 후천성면역결핍증 예방법(2013. 4. 5. 법률 제1174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에이즈예방법'이라 한다) 제1조는 '감염자의 보호 · 지원'을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고, 같은 법 제3조는 감염인이 겪을 수 있는 차별행위에 대한 국가, 지방자치단체 및 국민의 의무를 규정하고 있으며, 같은 법 제8조 제3항과 제8조의2 제3항에서 후천성면역결핍증 검사를 의무화 할 수 있는 주체, 검진 대상, 검진 결과의 통보방식 등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구 후천성면역결핍증 예방법 시행령(2008. 9. 3. 대통령령 제2098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에이즈예방법 시행령'이라 한다) 제10조 제3항 제1호와 제2호는 후천성면역결핍증 검진대상 외국인을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원고는 위 시행령 조항에서 규정한 후천성면역결핍증 검진 대상자에 해당하지 아니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 요구행위는 후천성면역결핍증 검진 대상자에게 해당하지 아니하는 원고에게 그 검진을 요구한 것으로서 구 에이즈예방법을 위반함과 동시에 구 에이즈예방법상 감염인에 대한 차별 및 편견을 방지할 국가의 보호의무를 저버린 사회질서에 반하는 위법한 행위이다.

나아가 이 사건 요구행위는 피고가 비준하여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갖고 있는 자유권규약 제2조, 제17조, 제26조, 사회적 규약 제2조 제2항, 제6조 및 인종차별철폐협약 제2조, 제5조, 제6조 등을 각 위반하는 위법한 행위이다.

위와 같이 헌법, 구 에이즈예방법법, 국제규약들을 위반하는 피고 공무원들의 위법한 이 사건 요구행위로 인하여 원고는 직장을 잃게 되고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 따라서 원고는 피고에게 국가배상법 제2조 제2항에 따라 원고가 이 사건 요구행위로 중도에 근로관계를 종료함으로써 상실하게 된 8개월 간의 급여에 상당한 재산적 손해 16,950,000원과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13,050,100원, 합계 30,000,1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한다.

나. 판단

위 기초사실에서 든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 등을 고려하면, 원고가 제출하는 사정 및 증거들만으로는 피고 공무원들의 이 사건 요구행위가 위법하여 원고의 권리를 침해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서 선원고의 주장은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1) 체류기간 연장허가 관련 원고의 권리 존부

가) 피고 공무원들의 이 사건 요구행위는 원고에 대하여 직접적으로 마약복용 여부 및 HIV 감염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검사를 하도록 하는 법적인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 아니다. 원고가 마약복용 여부 및 HIV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건강검진을 받는지 여부는 원고 스스로의 자유로운 선택과 의사에 달려 있다. 다만, 원고가 이 사건 요구행위에 따르지 아니할 경우 차후 피고로부터 체류기간 연장허가를 받지 못하거나, 또는 기존의 체류기간 연장허가가 취소될 수 있는 사실상의 위험만이 발생할 뿐이다. 결국 원고가 주장하는 권리의 실체는 마약복용 여부 및 HIV 감염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검사를 일체 하지 아니한 채 피고로부터 체류기간 연장허가를 받는 것에 있다고 보인다.

나) 그런데 일반적으로 인간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 등과 같이 단순히 국민의 권리가 아닌 인간의 권리로 볼 수 있는 기본권에 대해서는 외국인도 기본권 주체가 될 수 있다고 할 것이나(헌법재판소 2011. 9. 29. 2007헌마1083 결정, 헌법재판소 2014. 4. 24. 2011헌마474 결정 등 참조), 그렇다고 하여 다른 국가에 자유롭게 입국하고 체류할 수 있는 기본권까지 외국인에게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외국인에게는 입국의 자유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 세계 각국의 일반적인 입법태도이다. 그리고 우리 출입국관리법의 입법 목적은 "대한민국에 입국하거나 대한민국에서 출국하는 모든 국민 및 외국인의 출입국관리를 통한 안전한 국경관리와 대한민국에 체류하는 외국인의 체류관리 및 난민(난민)의 인정절차 등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는 것이다(제1조). 체류자격 및 사증발급의 기준과 절차에 관한 출입국관리법과 그 하위법령의 위와 같은 규정들은, 대한민국의 출입국 질서와 국경관리라는 공익을 보호하려는 취지일 뿐, 외국인에게 대한민국에 입국할 권리를 보장하거나 대한민국에 입국하고자 하는 외국인의 사익까지 보호하려는 취지로 해석하기는 어렵다(대법원 2018. 5. 15. 선고 2014두42506 판결 참조).

따라서 우리 헌법출입국관리법상 외국인이 HIV 검사 및 마약검사를 전혀 받지 않은 채 피고로부터 체류기간 연장허가를 받을 권리가 도출된다고 보기 어렵다.

다) 한편, 구 에이즈예방법 제8조 제3항은 "해외에서 입국하는 외국인중 대통령령이 정하는 장기체류자는 입국전 1월 이내에 발급받은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항체반응음성확인서를 보건복지부장관에게 제시하여야 한다. 이를 제시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보건복지부장관이 지정하는 기관에서 입국후 72시간 이내에 검진을 받아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구 에이즈예방법 시행령 제10조 제3항은 '법 제8조제3항에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장기체류자"라 함은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사람을 말한다. 다만, 배우자를 동반하는 사람을 제외한다. 1. 91일이상 국내에 체류하기 위하여 입국하는 사람(체류기간을 연장하여 91일이상 체류하는 사람을 포함한다)으로서 수입을 목적으로 한 연예·운동경기 그밖의 흥행을 하고자 하는 사람(다른 목적으로 입국하여 수입을 목적으로 한 연예·운동경기 그밖의 흥행을 하는 사람을 포함한다) 2. 출입국관리법에 의한 재난상륙허가의 대상자로서 보건복지부장관이 후천성면역결핍증의 예방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구 에이즈예방법 제8조 제3항이 외국인의 체류기간 연장허가 신청에 관하여 적용되는 규정이라고 보기 어려우므로, 구 에이즈예방법 시행령 제10조 제3항에서 체류기간 연장허가 신청자가 에이즈 검진 대상자에 포함되지 아니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구 에이즈예방법 및 이에 관한 관련 법령에서 외국인이 HIV 검사 및 마약검사를 전혀 받지 않은 채 피고로부터 체류기간 연장허가를 받을 권리가 도출된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피고 공무원들의 이 사건 요구행위가 구 에이즈예방법을 위반한 것이거나, 국가의 보호의무를 저버린 사회질서에 반하는 행위라고 평가하기도 어렵다.

라) 나아가 자유권규약 제2조, 제17조, 제26조와 사회권규약 제2조, 제6조 및 인종 차별철폐협약 제2조, 제5조, 제6조에서도 그 문언상 외국인이 HIV 검사 및 마약검사를 전혀 받지 않은 채 피고로부터 체류기간 연장허가를 받을 권리가 도출된다고 보기도 어렵다.

2) 자유권규약위원회 견해의 구속력 여부

가) 자유권규약위원회는 피고의 의무적 HIV 및 마약류 검사 정책이 자유권규약 제17조와 제26조에 명시된 원고의 권리를 침해하였다는 판단을 하면서 피고에게 원고에 대하여 반드시 적절한 보상을 제공하여야 하고, 의무적 · 강제적 형태의 HIV 및 마약류 검사 요건을 폐지해야 하며, 이미 폐지하였다면 재도입하지 말아야 한다는 견해를 채택하였다. 자유권규약위원회는 자유권규약의 이행을 위해 만들어진 조약상의 기구이므로, 자유권규약위원회의 견해는 규약을 해석함에 있어 중요한 참고기준이 된다고 할 수 있고, 규약의 당사국은 그 견해를 존중하여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는 자유권규약을 비준함과 동시에, 개인통보를 접수·심리하는 자유권규약위원회의 권한을 인정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선택의정서에 가입하였으므로, 대한민국 국민이 제기한 개인통보에 대한 자유권규약위원회의 견해(Views)를 존중하고, 그 이행을 위하여 가능한 범위에서 충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다만, 자유권규약이나 선택의정서가 개인통보에 대한 자유권규약위원회의 견해(Views)의 법적 효력에 관하여 명시적으로 밝히고 있지 않고, 개인통보에 대한 자유권규약위원회의 심리는 서면심리로 이루어져 증인신문 등을 하지 않으며 심리가 비공개로 진행되는 점 등을 고려하면(자유권규약 및 이에 대한 선택의정서 제5조 제1항, 제3항), 개인 통보에 대한 자유권규약위원회의 견해(Views)에 사법적인 판결이나 결정과 같은 법적 구속력이 인정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헌법재판소 2018. 7. 26. 선고 2011헌마306, 2013헌마431(병합) 전원재판부 결정 참조}.

따라서 자유권규약위원회의 위 견해에 대하여 법적 구속력이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

나) 나아가 원고는, 이 사건과 유사한 사안에 대하여 인종차별철폐에 관한 위원회(진정사건번호 D)가 '피고의 의무적 에이즈 및 마약 검사 정책이 인종차별철폐협약 제5조 (e)항 (i)의 근로에 대한 권리에 있어서 평등을 보장할 당사국의 의무를 위반하여 진정인의 인종, 피부색, 민족이나 종족의 기원의 구분 없이 일할 권리가 침해되었다'는 견해를 밝힌 것을 이 사건 요구행위의 위법성의 근거로 주장하고 있으나, 위 사안은 울산광역시 교육청의 의무적 HIV 검사 및 마약 검사 수검 정책과 관련된 것으로 체류기간 연장허가 사안과 관련된 이 사건과 본질적인 차이가 있고, 또한 인종차별철폐에 관한 위원회의 견해에 대하여 법적 구속력을 인정할 근거도 찾기 어려우므로 원고의 위 주장 역시 받아들이기 어렵다.

3) 체류기간 연장허가 관련 이 사건 요구행위의 위법성 여부

가) 구 출입국관리법(2009. 12. 29. 법률 제984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11조 제1항 제1호에 의하면, 법무부장관은 전염병환자·마약류중독자 기타 공중위생상 위해를 미칠 염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외국인에 대하여 입국을 금지할 수 있고, 같은 법 제25조에 의하면, 외국인이 체류기간을 초과하여 계촉 체류하고자 할 때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그 기간의 만료전에 법무부장관의 체류기간연장허가를 받아야 하며, 같은 법 제46조 제1항 제2호에 의하면, 사무소장·출장소장 또는 외국인보호 소장은 전염병환자·마약류중독자 기타 공중위생상 위해를 미칠 염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외국인을 대한민국밖으로 강제퇴거시킬 수 있고, 같은 법 제89조 제1항 제2호, 제4호, 제5호에 의하면, 법무부장관은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허가 등을 받은 것이 밝혀지거나, 사정 변경으로 허가상태를 더 이상 유지시킬 수 없는 중대한 사유가 발생하는 경우, 출입국관리법 또는 다른 법을 위반한 정도가 중대하거나 출입국관리공무원의 정당한 직무명령을 위반한 경우에는 체류허가 등을 취소하거나 변경할 수 있다.

또한 구 출입국관리법 시행규칙(2010. 6. 10. 법무부령 제70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76조 제2항 제5호에 의하면, 체류기간연장허가를 신청할 때 제출할 서류는 별표 5의 2와 같은데, 별표 5의2에는 '특히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별표 5에 준하여 첨부 서류를 가감할 수 있음'으로 기재되어 있고, 해당 별표 5의 유의사항에도 '특히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첨부서류의 일부를 가감할 수 있음'으로 기재되어 있으므로, 위 별표 5의2에서 명시한 서류는 일반적으로 제출할 서류에 불과하고, 피고 공무원들은 그 필요성을 인정할 경우에는 위 별표 5의2에서 명시한 서류 이외의 자료의 제출을 요구할 수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출입국관리법에서 정한 체류기간 연장허가는 신청인에게 당초 허가받은 체류기간을 넘어 대한민국에 체류하며 체류자격에 해당하는 활동을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일종의 설권적 처분의 성격을 가지는 것으로서 허가권자는 신청인이 관계 법령에서 정한 요건을 충족하였더라도, 신청인의 적격성, 체류기간 연장 목적, 공익상의 영향 등을 참작하여 허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재량을 가진다(체류자격 변경허가에 관한 대법원 2016. 7, 14. 선고 2015두48846 판결 취지 참조).

위와 같은 구 출입국관리법의 규정 체계 및 내용과 체류기간 연장허가의 법적 성격을 고려하면, 피고는 체류기간 연장허가 신청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구 출입국관리법 제11조 제1항 제1호에서 정한 입국금지 대상자인 전염병환자·마약류중독자 인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공익적 목적의 달성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 그 신청자에게 전염병환 자·마약류중독자가 아닌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의 제출을 요구할 수 있다고 보인다.

나) 이 사건 지침이 2007. 12. 15.부터 시행되었고, 이에 따라 피고 공무원들은 이 사건 지침에 따라 2009. 2. 27.부터 같은 해 4. 30.경까지 원고에 대하여 이 사건 요구행위를 하였다.

이 사건 지침에 대하여 상위법령에 구체적인 위임이 있었다는 점에 대하여는 피고의 주장 및 입증이 없으므로1), 이 사건 지침은 법규명령적 기능을 가지지 아니하는 단순한 행정규칙이라고 할 것이다. 한편, 행정기관이 소속 공무원이나 하급행정기관에 대하여 세부적인 업무처리절차나 법령의 해석·적용 기준을 정해 주는 '행정규칙'은 상위법령의 구체적 위임이 있지 않는 한 조직 내부에서만 효력을 가질 뿐 대외적으로 국민이나 법원을 구속하는 효력이 없다. 행정규칙이 이를 정한 행정기관의 재량에 속하는 사항에 관한 것인 때에는 그 규정 내용이 객관적 합리성을 결여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원은 이를 존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대법원 2020. 5. 28. 선고 2017두66541 판결 참조).

나아가 출입국관리법의 입법취지는 대한민국 국민과 외국인의 출입국관리 및 대한민국에 체류하는 외국인의 체류관리 등에 관한 사항은 국가가 주권국가로서의 기능을 수행하는데 필수적인 것으로서 이를 엄격히 관리하려는 데에 있고, 출입국관리행정은 내 · 외국인의 출입국과 외국인의 체류를 적절하게 통제 · 조정함으로써 국가의 이익과 안전을 도모하고자 하는 국가행정작용이며, 특히 외국인의 출입국에 관한 사항은 주권국가로서의 기능을 수행하는데 필수적인 것으로서 엄격히 관리하여야 하므로, 외국인에 대한 체류기간 연장허가 여부를 결정함에 있어서는 그로 인하여 입게 될 당사자의 불이익보다는 국가의 이익과 안전 도모라는 공익적 측면이 더욱 강조되어야 한다.

이 사건 지침은 당시 대마초를 흡연하는 원어민 강사 및 어린이 연쇄 성추행 혐의로인터폴에 공개수배된 국내 영어교사에 관한 보도 등을 통하여 국내 취업 중인 외국인 강사의 탈법 행위에 대한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야기되자, 마약 흡입, 전염병, 에이즈 등 신체, 정신적 이상으로 사회질서를 문란케 할 우려가 있거나 국민에게 감염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국내 체류 중인 외국인이 체류기간 연장허가 신청시 마약복용 여부 및 HIV 감염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건강진단서의 제출을 의무화한 것이다. 이러한 정책의 목적은 '법무부장관은 전염병환자·마약류중독자 기타 공중위생상 위해를 미칠 염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외국인에 대하여 입국을 금지할 수 있다'고 정한 구 출입국관리법 제11조 제1항 제1호 등의 관계 규정에 따르면 정당하다고 인정된다.

나아가 당시 HIV 검사 등이 포함된 건강진단서의 제출이 요구되는 체류자격은 회화지도(E-2), 예술흥행(E-6), 선원취업(E-10), 기술연수(D-3), 특정활동(E-7), 비전문취업(E-9) 등 업무환경이 제한되어 있거나 미성년자와의 접촉을 수반하는 직군 등으로만 한정된 것으로 보이고, 특히 회화지도(E-2)는 미성년자 또는 갓 성인이 된 학생들과 교육현장에서 직접 긴밀하게 접촉, 교류하는 직군이므로, 해당 직군에 대하여는 엄격한 심사를 통하여 학생들의 안전권을 확보할 필요성이 컸다. 이러한 공익적 필요성은 원고가 제출하는 사정 및 증거들만으로는 부정되기 어렵다는 점 및 출입국관리행정은 국가의 이익과 안전 도모라는 공익적 측면이 더욱 강조되어야 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지침의 시행으로 말미암아 얻게 될 공익이 그로 인하여 해당 외국인들이 입게 될 사실상의 불이익보다 결코 가볍다고 단정할 수 없다.

실제로 2007년부터 2009년 사이에 경기도 교육청에서 채용한 원어민 교사 중 에이즈 양성반응으로 해지된 사람이 3명 있었고, 마약 관련 범죄로 출국조치된 회화지도(E-2) 외국인 강사들이 2009년에는 7명(강제퇴거 6명, 출국명령 1명), 2010년에는 19명(강제퇴거 16명, 출국명령 3명)이 있었다.

한편, 피고는 관련 고시를 개정함으로써 2017. 7. 3.부터 회화지도(E-2) 사증 관련 외국인 강사들에게 요구하였던 건강진단서의 검사 항목에 HIV 검사 항목은 제외되고 마약검사 항목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나, 이러한 사후적 사정만으로는 이 사건 지침에 따른 이 사건 요구행위의 정당성과 필요성이 소급하여 부정될 수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또한 체류기간 연장허가 신청시 모든 신청인들에 대하여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필요성에 따라 특정 고위험군만을 상대로 마약복용 여부 및 HIV 감염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건강진단서의 제출을 요구하는 이 사건 지침이 아무런 합리적인 근거 없이 국적과 인종을 근거로 한 차별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당시 B대학교에 근무하였던 원어민 외국인 강사 중 한국계 외국인 강사(F-4 사증 소지자) 및 한국인과 결혼한 외국인강사(F-2 사증 소지자) 등은 사증발급 및 체류기간 연장허가 신청시 건강진단서의 제출을 요구받지 아니한 사정을 들어서 원고가 비합리적인 차별을 받았다고 주장하나, 피고 공무원들은 이 사건 지침에 따라 회화지도(E-2) 사증 발급 대상 외국인들에 대하여 한국계 외국인 인지 여부 등을 불문하고 모두 건강진단서를 제출하도록 한 것으로 보이고, 한편 원고의 위와 같은 주장은 한반도의 역사적 경험에 따라 부여되는 재외동포에 대한 사증발급에 관한 특혜 또는 자국민의 배우자에 대한 사증발급에 관한 특혜를 그러한 사정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자신에게도 무조건적으로 부여해달라는 것에 불과하므로, 원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다) 이 사건 지침의 내용이 객관적 합리성을 명백히 결여하였다고 보이지 아니하고, 오히려 구 출입국관리법 제11조 제1항 제1호의 취지에 부합하는 것으로서 그 정당성과 합리적 필요성이 인정된다. 따라서 이 사건 지침에 따른 이 사건 요구행위가 과잉금지원칙의 원칙 등에 반하여 평등권에 관한 헌법 제11조 제1항, 직업선택의 자유에 관한 헌법 제15조,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에 관한 헌법 제17조에 위반되거나, 자유권규약 제2조, 제17조, 제26조, 사회적규약 제2조 제2항, 제6조 및 인종차별철폐협약 제2조, 제5조, 제6조 등의 각 국제규약에 위배되는 행위라고 보기는 어렵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판사 박강민

주석

1) 출입국관리법 시행규칙 제76조 제1항상의 별표5가 2009. 4. 3. 법무부령 제661호로 개정되면서 위 시행규칙 제76조 제1항의 각 호에 해당하는 자들이 제출하여야 할 서류에 건강확인서(별지 제21호의3 서식)가 추가되었는데, 위 시행규칙 제76조 제1항 각 호에서 정한 건강확인서 제출대상자들은 모두 사증 등 입국에 필요한 서류를 새로 발급받고자 신청하거나 그러한 서류 없이 우리나라에 입국하려는 경우에 관한 것이다.

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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