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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정법원 2019. 11. 14. 선고 2019구합65382 판결
[부당이득금환수고지처분취소][미간행]
원고

원고(소송대리인 변호사 임채후)

피고

국민건강보험공단

2019. 9. 5.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피고는 2017. 5. 2. 원고에게 한 50,924,280원의 환수고지처분을 취소한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는 국민건강보험 가입자이다.

나. 원고는 2016. 9. 18. 13:45경 수원시 영통구 덕영대로 1520 앞 교차로(이하 ‘이 사건 교차로’)에서 이륜자동차를 운전하여 망포역삼거리 방면에서 경희대 방향으로 7차로를 따라 진행하던 중 적색신호에 직진하여 반대편에서 정상신호에 따라 좌회전하는 피해자 소외인이 운전하는 차량의 우측 옆 부분을 충격하였다(이하 ‘이 사건 교통사고’).

다. 원고는 이 사건 교통사고로 골반 및 대퇴골 골절, 쇄골 및 손목 골절, 방광 및 요도 파열 등의 상해를 입었고, ○○○병원 등에서 위 상해를 치료하기 위한 보험급여를 받았다.

라. 피고는 2017. 5. 2. ‘이 사건 교통사고는 원고의 신호 위반이라는 중대한 과실로 발생하였다’는 이유로 국민건강보험법 제53조 제1항 , 제57조 에 근거하여 원고가 지급받은 보험급여 50,924,280원에 대하여 부당이득금 환수처분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

마. 원고는 2017. 7. 20. 피고에 이 사건 처분에 대한 이의신청을 하였고, 피고의 이의신청위원회는 2017. 9. 22. 원고의 이의신청을 기각하였다. 그 후 원고는 건강보험분쟁조정위원회에 이 사건 처분에 대하여 행정심판청구를 하였고, 건강보험분쟁조정위원회는 2019. 2. 18.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3호증, 을 제1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요지

원고는 이 사건 교통사고 당시 신호를 위반하여 교차로를 주행한 사실이 있으나, 이 사건 교통사고는 고의나 중과실이 아닌 원고의 ‘과실’로 인하여 발생한 것이고, 운전미숙이나 졸음, 일시적 부주의 등 경과실에 의해서도 신호를 위반하는 경우가 많으며, 원고에 대한 유리한 정상들이 참작되어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치상) 혐의에 대하여 불기소처분(기소유예)을 받은 점 등을 감안하면, 원고가 신호를 위반하여 이 사건 교통사고를 발생시켰다는 사실만으로는 원고에게 범죄행위에 대한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

나. 판단

1) 관련 법리

가) 국민건강보험법 제53조 제1항 제1호 는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범죄행위에 그 원인이 있거나 고의로 사고를 일으킨 경우’ 이에 대한 보험급여를 제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법 제1조 에 명시하고 있는 바와 같이 국민의 질병·부상에 대한 예방·진단·치료·재활과 출산·사망 및 건강증진에 대하여 보험급여를 실시함으로써 국민보건을 향상시키고 사회보장을 증진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음에 비추어 볼 때, 위 법조에서 정한 급여제한 요건은 되도록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하므로( 대법원 2003. 2. 28. 선고 2002두12175 판결 참조), 같은 법 제53조 제1항 제1호 에 규정된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범죄행위에 그 원인이 있는 경우’는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자기의 범죄행위에 전적으로 기인하여 보험사고가 발생하였거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자신의 범죄행위가 주된 원인이 되어 보험사고가 발생한 경우’를 말하는 것으로 해석함이 타당하다( 대법원 2010. 6. 10. 선고 2010도1777 판결 참조).

나) 한편,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제3조 제2항 단서 제1호 , 제4조 제1항 단서 제1호 는 차의 교통으로 업무상과실치상죄 등을 범한 운전자가 신호기가 표시하는 신호를 위반하여 그 죄를 범한 경우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거나 교통사고를 일으킨 차가 자동차 종합보험 등에 가입된 경우라도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위 규정은 자동차 운전이 일상에 필수적인 상황임을 고려하여 운전자에게 피해자와 합의나 종합보험 등의 가입을 유도함으로써 교통사고로 인한 피해의 신속한 회복을 촉진하기 위하여 차의 교통으로 업무상과실치상죄 등을 범한 운전자에 대하여 피해자와 합의나 종합보험 등의 가입이 있는 경우 공소를 제기하지 않는 형사처벌의 특례를 부여하되, 신호위반 등의 경우에는 그러한 특례의 예외로 인정함으로써 신호 준수 등을 운전 시 지켜야 할 중대한 의무로 정한 것이다. 이와 같이 교통사고처리특례법 관계 규정의 입법취지는 국민건강보험법 제53조 제1항 제1호 의 입법취지와 다른 점, 신호위반의 경위나 양상 등이 다양하므로, 운전자가 신호를 위반하여 교통사고를 일으켰다는 사정만으로 ‘사고에 대한 고의’를 인정할 수 없음은 물론, ‘사고 발생가능성에 대한 주의를 현저히 태만히 하였음’을 인정할 수도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보험사고가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제3조 제2항 단서 제1호 의 사유에 해당한다고 하여 이를 곧바로 국민건강보험법 제53조 제1항 제1호 의 급여제한 사유(‘중대한 과실로 인한 범죄행위에 사고 원인이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고, 그 사고가 발생한 경위와 양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

2) 인정사실

가) 이 사건 교통사고는 2016. 9. 18. 13:45경 발생하였는데, 이 사건 교차로는 평지였고 당시 날씨는 맑고 건조하였으며 시야 확보에 장애가 되는 것은 없었다.

나) 원고가 이 사건 교차로에 진입한 당시에는 이미 진행방향의 신호가 적색이었고 4, 5, 6차로의 차들이 신호대기로 정차 중이었으며, 피해자의 차량이 좌회전을 시작하여 원고의 진행방향 5차로 앞까지 당도해 있었다.

다) 피해자는 좌회전 차로에서 두 번째로 대기하고 있다가 좌회전 신호에 따라 경희대 방면에서 당암사거리 방향으로 좌회전을 하였는데 좌회전 구간이 거의 끝나고 당암사거리 방향 직선도로에 진입하기 직전에 이 사건 교통사고가 발생하였다.

라) 피해자는 수사기관에서 ‘신호 바뀌는 것을 보고 N 기어에서 D 드라이브로 바꾸고 사이드 브레이크를 내리고 출발했으니 신호 바뀌고 3~4초 정도 경과하여 출발하였다.’, ‘속도는 10~15km 정도였고, 상대 오토바이 속도는 충격 정도와 충격 후 차가 돌아가 있었던 것을 봤을 때 상당히 빨랐다고 생각한다.’고 진술하였다.

마) 한편, 수원지방검찰청 검사는 2016. 11. 24. 원고의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치상) 혐의에 대하여 ‘피의사실은 인정되나, 원고가 운전한 원동기장치자전거에 가입된 의무보험으로 피해자들에게 1인당 3,000만 원까지 보상이 가능한 점, 원고도 이 사건 교통사고로 중상해의 피해를 입은 점 등 정상에 참작할 점이 있다’는 이유로 원고에게 기소유예의 불기소처분을 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4호증의 1, 2, 을 제5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3) 구체적 판단

위 인정사실과 변론 전체의 취지로부터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피해자가 운전하는 차량 앞으로 좌회전을 하는 차량이 한 대 더 있었고 이 사건 교차로를 거의 통과할 즈음에 이 사건 교통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보아 이 사건 교차로의 신호기가 적색으로 변경된 시각과 원고가 이 사건 교차로에 진입한 시각 사이에 적어도 3~4초 정도의 간격이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원고가 진행방향의 신호를 주시하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옆 차로의 차들이 정차 중이었으므로 적색신호가 점등된 사실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던 점, 원고가 입은 상해의 정도나 피해 차량이 충격으로 움직인 정도 등에 비추어 원고의 진행 속도가 상당히 빨랐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교통사고는 원고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범죄행위가 전적인 원인이 되거나 적어도 주된 원인이 되어 발생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국민건강보험법 제53조 제1항 제1호 에 따라 원고에 대한 보험급여를 제한함이 타당하다.

다. 소결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다.

3.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홍순욱(재판장) 김언지 이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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