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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정법원 2021.12.3. 선고 2021구합999 판결
보조기기급여거부처분취소등
사건

2021구합999 보조기기급여거부처분취소 등

원고

000

피고

서울특별시 강서구청장

변론종결

2021. 10. 19.

판결선고

2021. 12. 3.

주문(판결의 최종적 결론)

1. 피고가 2021. 2. 10. 원고에 대하여 한 거부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 법원의 명령 · 규칙 등에 대한 위헌 · 위법심사 결과

의료급여법 시행규칙 제25조 제1항 [별표2] 제2호 중 국민건강보험법 시행규칙 [별표7] 제2호를 준용하여, ‘전동휠체어’ 유형의 보조기기에 대하여 그 용도를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전동휠체어를 작동할 수 있는 경우로 제한하면서도 ‘보조인 조종형 전동휠체어’를 급여대상으로 정하지 아니한 부분, ② 의료급여법 시행규칙 [별지 제14호의2 서식](보조기기 처방전) 중 ‘보조인 조종형 전동휠체어’를 급여대상에서 배제하거나 급여대상으로 정하지 아니한 부분, ③ 보건복지부 고시 ‘임신ㆍ출산 진료비 등의 의료급여기준 및 방법’ 제4조 제2항이 ‘장애인보조기기 보험급여 기준 등 세부사항’ [별표2] 제1호를 준용한 부분 중 ‘보조인 조종형 전동휠체어’를 급여대상에서 배제하거나 급여 대상으로 정하지 아니한 부분은 모두 헌법과 법률에 위반됨을 확인한다.

청구취지(원고가 법원에 판결을 구한 주된 내용)

주문과 같다[원고는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에 '주위적으로, 피고가 2021. 2. 10. 원고에 대하여 한 보조기기 교부 거부처분을 취소한다. 예비적으로, 피고가 2021. 2. 10. 원고에 대하여 한 보조기기 급여 거부처분을 취소한다'라고 기재하였다. 원고의 주장은 피고가 거부한 원고의 신청이 보조기기 교부 또는 급여를 구하는 것이므로 피고의 거부처분을 주위적으로 보조기기 교부 거부처분으로 보고, 예비적으로 보조기기 급여 거부처분으로 본다는 것이다. 그런데 원고의 위와 같은 구분은 같은 소송물인 하나의 거부처분을 어떻게 해석할지에 관한 법률상 주장을 수 개로 나눈 것에 불과하다. 이는 결국 수 개의 공격방어방법에 불과한 것이므로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상 청구취지는 위 거부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한 개의 청구취지로 봄이 타당하고, 다만 그 거부처분의 취소사유를 주위적 · 예비적 순서로 주장하는 것으로 선해한다].

이유

0. 들어가며

차별은 공기와 같아서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아무리 눈을 떠도 보이지 않지만, 권리를 박탈당한 사람들은 삶의 모든 순간을 차별과 함께 살아간다. 우리 모두는 상처받고 다칠 수 있는(그리고 누구나 갑작스레 장애를 가지게 될 수 있는) 취약한 존재인 동시에, 그 약함을 서로 응시하고 나눌 수 있는 존재이기도 하다. 인간의 존엄은 서로 돕고 의존함(inter-dependent)을 통해 더 잘 지켜낼 수 있다.'1)

우리 공동체의 '사회계약'은 장애를 가지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서만 체결된 것이 아닙니다. 장애인이건 비장애인이건 모두가 존엄한 주체인 동등한 인간으로서 우리의 공동체와 헌법질서를 세웠고, 그에 따라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은 허용될 수 없으며, 여기서 더 나아가 대한민국헌법은 장애인에 대한 특별한 보호를 선언하고 있습니다(헌법 제34조 제5항).

이처럼 우리의 사회계약은, 한 사람, 한 사람의 개별적 서사를 무시하지 않고, 가능한 한 개인의 "역량의 창조"2)를 최대한 도움으로써 각 개인의 고유한 가치와 존엄이 실질적으로' 보장되고 우선시 되도록 하는 가치질서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바꾸어 말하면, '나 한사람은 장애를 가질 가능성이 높지 않을 것 같으니, 장애를 가진 사람을 위해 배분되는 공동체의 자원이 가급적 적었으면 좋겠고, 그 자원이 쓰이더라도 자원 사용 대비 효율성이 높은 쓸모 있는 사람에게 우선적으로 쓰이면 좋겠다'는 생각에 기반을 두기보다는, '장애를 가지게 될지도 모르는 그 누군가가 바로 나의 사랑하는 자녀, 가족, 이웃이 될 수 있다'는 상호의존적 공동체라는 생각에 그 가치 기반을 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 헌법이 천명하고 있는 우리 공동체의 자랑스러운 사회계약의 내용이라고 봄이 타당합니다. 이러한 전제에서 이 사건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을 이어가도록 합니다.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는 주 장애 및 장애 정도를 '뇌병변장애, 장애의 정도가 심한 장애인'으로, 부 장애 및 장애 정도를 '지체(하지기능)장애, 장애의 정도가 심한 장애인', '지적장애, 장애의 정도가 심한 장애인'으로 판정받은 장애인복지법 제2조에 따른 장애인이면서, 동시에 국민기초생활 보장법 제2조 제2호에 따른 수급자이다.

나. 원고는 2020. 12. 7. 피고에게 장애인보조기기 전동휠체어 지원을 신청(이하 '이 사건 신청'이라 한다)하면서 보조기기(수동 · 전동휠체어 및 전동스쿠터) 처방전, 의무기록 사본증명서[맨손근력검사(MMT), 일상생활동작검사(MBI, 9/100점), 간이정신진단검사(MMSE-K, 26/30점) 기록지 포함]를 제출하였다.

다. 서울특별시 강서구청의 보장구 담당 직원은 2020. 12. 11. 원고의 부 장애로 지적장애가 있으므로 신경과 병원에서 지능검사를 다시 받아 그 결과를 제출해달라고 하였다.

라. 원고의 신청과정을 돕고 대리한 중증장애인독립생활연대는 2021. 2. 1. 피고에게 원고가 전동휠체어 지원을 신청하면서 제출한 서류에 이미 지적능력에 관한 담당의사의 소견과 판단 내용이 있으므로, 보장구 처방전만으로 위 지원신청을 받아달라는 시정요구를 하였다.

마. 피고는 2021. 2. 10. 중증장애인독립생활연대를 통해 원고에게 아래와 같은 내용을 통지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3호증, 을 제1, 2, 6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 주장의 요지

가. 보조기기 그 자체의 교부 거부 부분

장애인 · 노인 등을 위한 보조기기 지원 및 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장애인보조기기법'이라 한다) 제8조 제2항은 보조기기의 교부가 곤란할 경우에 한정하여 비용 지급이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피고는 원고에게 보조기기 교부가 곤란하다는 점에 관하여 아무런 이유를 제시하지 않았고, 실제로 보조기기 교부가 곤란한 것으로 보이지도 않으므로, 피고의 이 사건 처분 중 보조기기 교부 거부 부분은 위법하다.

나. 보조기기 구입에 충당할 의료급여 거부 부분

1) 원고는 이 사건 신청을 하면서 국민건강보험법 제51조 제2항,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 제26조 제1항, 국민건강보험법 시행규칙 [별표7] 보조기기에 대한 보험급여기준 1. 나목, 장애인보장구 보험급여 기준 등 세부사항 [별표2]에서 요구하는 조건을 모두 갖추었음을 알 수 있는 자료들을 모두 제출하였다.

그럼에도 피고는 2021의료급여사업안내(이하 '이 사건 안내'라 한다)에 근거하여 원고로 하여금 지적장애가 있어도 전동휠체어를 스스로 작동하는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소견서를 제출할 것을 요구하였다.

이 사건 안내는 대외적 구속력이 있는 법규명령이 아니므로, 이를 근거로 거부처분을 할 수는 없다. 또한, 지적장애를 보조기기의 급여의 지급거부사유로 정한 법령은 없으므로, 위와 같은 소견서의 추가제출 필요를 이유로 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2) 전동휠체어를 보조금 없이 구입할 경우 인지기능 검사를 요하지 않는 점, 원고는 활동지원사의 일상생활 지원을 받고 있어 본인이 조작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활동지원사의 도움을 받아 전동휠체어를 사용할 수 있는 점, 중증의 뇌병변장애인은 대부분의 시간을 자택에서 보내고 있는데 실내에서도 보조기기의 활용이 필요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처분은 재량을 일탈 · 남용하여 위법하다.

3. 관계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4. 보조기기 그 자체의 교부를 신청한 신청행위와 그에 대한 거부처분이 있는지 여부에 관한 판단

가. 보조기기 교부신청의 근거 법령

장애인보조기기법 제8조 제1항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장애인 등이 보조기기를 신청하는 경우 예산의 범위에서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따른 지원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면서 제1호로 "보조기기 교부 · 대여 또는 사후관리", 제2호로 "제1호에 필요한 비용 지급"을 규정하고 있다. 같은 조 제2항은 " 제1항 제2호에 따른 비용의 지급은 보조기기의 교부 · 대여 또는 사후관리가 곤란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만 한정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어, 원칙적으로 장애인 등이 보조기기를 신청하는 경우 보조기기를 교부하도록 정하고 있다.

한편, 장애인보조기기법 제6조는 "보조기기의 지원과 활용촉진 및 연구개발에 관하여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 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른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의료급여법 제13조 제1항은 "시장 · 군수 · 구청장은 장애인복지법에 따라 등록한 장애인인 수급권자에게 장애인 · 노인 등을 위한 보조기기 지원 및 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제3조 제2호에 따른 보조기기에 대하여 급여를 실시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나. 인정사실

1) 원고가 2020. 12. 7. 피고에게 의료급여법 시행규칙 별지 제13호 서식에 따른 '보조기기 급여 신청서'를 제출하였다.

2) 위 보조기기 급여 신청서에는 의료급여법 제13조같은 법 시행규칙 제25조 제2항에 따라 보조기기 급여를 신청한다고만 되어 있을 뿐, 보조기기 그 자체를 교부해 달라는 내용이나 장애인보조기기법 관련 규정이 포함되어 있지는 않다.

3) 원고는 재판부의 피고 측에 대한 석명요구 및 보건복지부에 대한 직권 사실조회 결정이 있고, 2021. 8 .21. 청구취지 및 원인변경서를 제출하기 전까지는, 보조기기 급여 신청에 대한 거부처분을 다투는 전제에서 이 사건 소송을 진행하여 왔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2호증, 을 제8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다.

구체적 판단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원고는 이 사건 신청으로 피고에게 의료급여법상 보조기기'급여'를 신청하였을 뿐 장애인보조기기법을 근거로 하여 보조기기 자체의 '교부'를 신청한 사실은 없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원고가 피고에게 보조기기 교부를 신청하지 않은 이상, 피고가 이 사건 처분과 같이 응답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를 보조기기 교부에 대한 거부처분이 있었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라. 보건복지부의 행정입법 부작위와 관련한 부가적 판단

그러나 원고가 위와 같은 주장을 하는 배경엔, 장애인보조기기법이 보조기기 그 자체를 교부하거나 대여하는 것을 원칙으로 규정하고 있음에도, 실제 장애인이 이러한 보조기기 그 자체를 실제로 교부받는 것이 법령상, 사실상 장애로 인하여 어렵다는 점 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장애인보조기기법 제8조 제4항은 보조기기 교부 등 신청을 할 수 있는 자의 범위, 보조기기의 교부 · 대여 · 사후관리 및 비용 지급의 기준과 방법 등에 필요한 사항은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고 있고, 그 위임에 따른 장애인보조기기법 시행규칙 제3조는 보조기기의 교부 · 대여 또는 사후관리(이하 "보조기기의 교부등"이라 한다)를 신청할 수 있는 사람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으로 한다고 규정하면서, 보조기기를 교부받을 수 있는 사람으로 장애인복지법 제2조에 따른 장애인 중 국민기초생활 보장법 제2조 제2호에 따른 수급자 또는 같은 조 제10호에 따른 차상위계층에 속하는 사람을 규정하는 한편, 보조기기를 대여받을 수 있는 사람으로는 장애인복지법 제2조에 따른 장애인을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위 시행규칙 제3조 제2항은 장애인복지법 시행규칙 별지 제1호의2 서식에 따른 신청서를 제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위 시행규칙 제4조 제1항이다. 위 조항은 보조기기의 교부 등의 결정에 관한 내용을 정하면서, 특별자치시장 · 특별자치도지사 · 시장 · 군수 · 구청장은 보조기기 교부 등 신청을 받은 경우 "보건복지부장관이 장애인 등의 장애 유형 · 정도 및 경제상태 등을 고려하여 고시하는 기준에 따라" 보조기기의 교부 등을 결정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위 규정에서 "보건복지부장관이 고시하는 기준"은 일응 고시의 형태로 보건복지부 장관이 제정 · 시행하여야 할 것인데, 이와 관련한 고시가 존재하지 않음은 명백한 상황이다. 이 법원의 사실조회결과에 따르면, 보건복지부 장관은 '장애인복지사업안내 2' 및 '2021보조기기 사례관리사업 운영지침'에 의거하여 위와 같은 보조기기 교부 등 신청에 따른 결정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답변한 바 있다. 이는 명백하게 법령을 위반한 것으로서 아무리 그 내부적 지침이 대외적으로 공개가 된다고 하더라도 그 법령 위반의 하자가 치유될 수는 없다. 따라서 이 부분에 관한 고시 제정 및 시행 등에 관한 행정입법부작위가 존재하며, 이러한 부작위는 법령에 위반됨이 명백하다는 점을 부기하여 둔다(그에 따라 보조기기 교부 등을 신청한 국민들의 예측가능성이 현저히 훼손됨으로써 법령과 법치행정의 원칙에 위배되는 결정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5. 보조기기 급여를 거부한 처분의 위법 여부에 관한 판단

가. 판단의 순서

피고가 '지적장애 등록이 되어 있는 경우에는 전동보조기기(전동휠체어)를 스스로 작동하는 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담당의사의 소견이 있는 경우에 지급이 가능하다'는 이 사건 안내의 내용에 근거하여 이 사건 처분을 한 데 대하여, 원고는 이 사건 안내는 대외적 구속력이 없어 처분의 근거가 될 수 없다고 다투고 있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의료급여법령이 준용하는 국민건강보험법 시행규칙 [별표7] 제2호, 장애인보조기기 보험급여 기준 등 세부사항 [별표2] 제1호(이하 위 규정들을 통틀어 '이 사건 규정들'이라 한다)가 전동휠체어 보험급여 대상을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전동휠체어를 안전하게 작동할 수 있는 경우', '최소한의 교통규칙을 이해하고 전동휠체어의 조작을 원활하게 할 수 있는 사람'으로 한정하고 있기 때문에, 이 사건 안내는 위와 같이 법정된 요건을 제시한 것에 불과하고, 결국 이 사건 처분은 이 사건 규정들에 근거한 것으로서 적법하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원고들은 이 사건 규정들이 위와 같이 급여 대상을 한정하고 있는 것 자체가 위법하다는 취지로도 주장하고 있으므로, 아래에서는 이 사건 규정들을 준용한 의료급여법령 규정들의 위법 · 무효 여부를 먼저 살펴본다.

나. 이 사건 규정들을 준용한 규정들의 위법 여부

1) 의료급여법령의 준용에 따른 이 사건 규정들의 적용

가) 의료급여법 제13조 제1항은 '장애인 및 임산부에 대한 특례'를 규정하면서, 시장 · 군수 · 구청장은 장애인복지법에 따라 등록한 장애인인 수급권자에게 장애인보조기기법 제3조 제2호에 따른 보조기기에 대하여 급여를 실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같은 조 제3항은 위 제1항에 따른 보조기기 급여 등에 필요한 사항은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나) 그 위임에 따라 의료급여법 시행규칙 제25조는 장애인 보조기기에 대한 급여의 기준과 범위 등을 정하면서, 의료기기법 제13조 제1항에 따른 보조기기(소모품포함)에 대한 급여의 범위 및 기금의 부담금액은 [별표2]로 정하고 있다(제1항). 특히 '전동휠체어'에 대한 의료급여를 받으려는 사람은 보조기기 급여 신청서(별지 제13호 서식)에 별지 제14호의2 서식인 '보조기기 처방전'과 전동휠체어 처방을 위해 실시한 검사 결과에 관한 서류를 첨부하여 시장 · 군수 · 구청장에게 제출해야 한다(제2항). 이러한 보조기기 급여신청을 받은 시장 · 군수 · 구청장은 제출받은 '보조기기 처방전'에 기재된 신청인의 장애상태 등을 확인하여 급여 여부를 신청인에게 통보해야 한다(제3항). 참고로 '위 보조기기 처방전' 서식 중 전동휠체어 관련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3)

- 이하 서식 표시를 위한 여백 -

또한 위 서식 작성과 관련한 '유의사항'에는 "팔에 기능장애가 있어 수동휠체어를 조작할 수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 전동휠체어 또는 전동스쿠터를 처방할 수 있고, 팔에 기능장애가 없는 경우라도 내부기관 중복장애(간질장애를 제외한 신장장애, 심장장애, 간장애, 호흡기장애 및 요루 · 장루장애)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전동스쿠터를 처방할 수 있습니다."라고 규정되어 있다.

다) 나아가 의료급여법 시행규칙 제25조 제1항 [별표2]는 제2호에서, '의료급여 대상 보조기기의 유형 · 기준액' 등은 국민건강보험법 시행규칙 [별표7] 제2호에 따르도록 규정하고 있고, 위 [별표2] 제1호 (자)목은 위와 같은 의료급여 대상 보조기기인 전동휠체어 등의 의료급여 대상자 및 기준에 관한 세부적인 사항은 보건복지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 위임에 따라 보건복지부장관이 고시한 '임신 · 출산 진료비 등의 의료급여기준 및 방법' 제4조 제2항은, 급여 대상 전동휠체어 등의 세부기준 및 의료급여기준에 관하여 국민건강보험법령에 따른 보건복지부 고시인 '장애인보조기기 보험급여 기준 등 세부사항' [별표2]를 각 준용하고 있다(즉, 위 세부사항 고시는 국민건강보험법 시행규칙 제26조 및 그 별표7에 따라 규정된 것인데, 의료급여법령에 따른 고시 역시 마찬가지로 이를 준용하고 있다).

요컨대, 의료급여법 시행규칙 제25조 [별표2]와 그 재위임 고시인 '임신 · 출산 진료비 등의 의료급여기준 및 방법' 제4조 제2항(이하 위 준용규정들을 통틀어 '이 사건 준용규정들'이라 한다)은 전동휠체어 등 장애인 보조기기 관련 급여 대상을 정함에 있어, 국민건강보험법령에 따라 제정된 '이 사건 규정들'4)을 준용하고 있는 것이다.

2) 이 사건 규정들의 내용

국민건강보험법 시행규칙 [별표7] 제2호는 보험급여 대상 보조기기를 유형별로 나누어 그 기준액, 내구연한을 정하면서 '전동휠체어' 유형에 대하여는 그 용도를 '보행이 불가능한 사람으로서 팔기능이 약화되거나 완전히 상실되어 수동휠체어를 혼자서 조작할 수 없는 사람이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전동휠체어를 안전하게 작동할 수 있는 경우 사용'이라고 정하고 있다.

또한 장애인보조기기 보험급여 기준 등 세부사항(앞서 본 바와 같이 국민건강보험 시행규칙 제26조 및 [별표7]의 위임에 따른 보건복지부고시) [별표2] 제1호는 전동휠체어에 대한 보험급여 지급 대상자의 장애유형을 지체장애, 뇌병변장애, 심장장애, 호흡기장애 등으로 나누어 그 세부 인정기준을 정하면서, 위 장애유형별 기준에 적합할 것 외에도 공통적으로 '다음 각 호[자동차 운전면허 취득자(제1호), 간이인지기능검사(MMSE) 결과 24점 이상 및 일상생활동작 검사(MBI이용) 결과 적합에 모두 해당할 것(제2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최소한의 교통규칙을 이해하고 전동휠체어의 조작을 원활하게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요건을 추가하고 있다.

3) 장애인 보조기기에 대한 의료급여 제도

의료급여법국민기초생활 보장법에 따른 의료급여 수급자 등 생활유지 능력이 없거나 생활이 어려운 사람에게 의료급여를 함으로써 국민보건의 향상과 사회복지의 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는 법률로서(제1조, 제3조 제1항), 앞서 본 바와 같이 장애인 등에 대한 특례규정인 제13조에서 보조기기에 대하여 급여를 실시할 수 있도록 규정하면서, 보조기기 급여의 범위 등에 필요한 사항을 보건복지부령에 위임하고 있으며, 그 위임에 따른 의료급여법 시행규칙은 이 사건 규정들을 준용하고 있다.

위와 같이 의료급여에 관하여 장애인 특례를 규정한 제13조는, 의료급여법이 2001. 5. 24. 법률 제6474호로 전부개정되면서, 위 전부개정 전 구 의료보호법 제8조에서는 의료보호의 내용에 포함되지 않았던 '예방 · 재활'이 개정법 제7조 제1항 제4호에 따라 의료급여 내용에 포함된 것과 궤를 같이 하여 신설되었다(위 전부 개정법의 개정이유에 따르면, '예방 · 재활'을 의료급여의 내용에 추가한 취지는 '생활이 어려운 저소득 국민의 의료에 대한 권리를 강화'하기 위해서이다).

한편, 국민건강보험법은 1999. 2. 8. 제정 시부터 장애인복지법에 따라 등록한 장애인에 대하여 보장구 보험급여 특례규정을 마련하였다(국민건강보험법 제5조 제1항 제1호에 따라 의료급여법상 수급권자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현행법상 장애인 특례규정인 국민건강보험법 제51조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장애인복지법에 따라 등록한 장애인인 가입자 및 피부양자에게 장애인보조기기법 제3조 제2호에 따른 보조기기에 대하여 보험급여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제1항), 제3항에서 제1항에 따른 보조기기 급여의 범위 등에 필요한 사항을 보건복지부령에 위임하고 있으며, 그 위임에 따라 이 사건 규정들이 제정되었다.

종합하면, '장애인복지법에 따라 등록한 장애인'은 국민건강보험법상 장애인 특례규정에 따라 보조기기에 대하여 보험급여 수급권을 갖거나, 생활유지 능력이 없거나 생활이 어려워 의료급여 수급권자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의료급여법상 장애인 특례규정에 따라 보조기기에 대하여 보험급여 수급권을 갖는다. 또한 의료급여법령이 국민건강보험법령인 이 사건 규정들을 준용하고 있기 때문에 의료급여의 대상이 되는 보조기기나 지급대상자 등은 국민건강보험 급여와 동일하고, 다만 의료급여법국민건강보험법보다 더 높은 수준의 급여액을 보장함으로써 생활이 어려운 장애인들을 보다 더 두텁게 보호하고 있다[전동휠체어의 경우, 의료급여는 의료급여법 시행규칙 [별표2] 제3호에 따라 '기준액, 고시금액 및 실구입금액 중 가장 낮은 금액'(이하 '지급기준금액'이라 한다)인 반면, 국민건강보험 급여는 국민건강보험법 시행규칙 [별표7] 제3호 (가)목에 따라 위 지급기준금액의 100분의 90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4) 법령상 '전동휠체어'의 개념 및 관련 입법 연혁 등

가) 장애인보조기기법 제3조제 2호는 '보조기기'를 장애인등(장애인복지법 제2조에 따른 장애인을 포함한다)의 신체적 · 정신적 기능을 향상 · 보완하고 일상 활동의 편의를 돕기 위하여 사용하는 각종 기계 · 기구 · 장비로서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것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 위임에 따른 장애인보조기기법 시행규칙 제2조 제1항은 제1호부터 제12호까지 '개인 이동용 보조기기'(제5호) 등 보조기기의 종류를 열거하는 한편, 제13호에서 '그 밖에 다른 법령에 따른 장애인 등을 위한 기계 · 기구 · 장비로서 보건복지부장관이 정하는 보조기기'를 장애인조기기법에 따른 보조기기에 포함시키고, 같은 시행규칙 제2조 제2항은 보건복지부장관이 제1항 각 호에 해당하는 보조기기의 품목을 고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장관이 정한 '보조기기 품목분류 등에 관한 고시'는 [별표1]에서 장애인보조기기법 시행규칙 제2조 제1항 제1호 내지 제12호에 해당하는 보조기기 품목 및 분류체계를, [별표2]에서 같은 시행규칙 제2조 제1항 제13호에 해당하는 보조기기를 규정하고 있다. 그중 [별표1]은 '3. 일상활동 보조기기/3 12 23 동력 구동 휠체어'의 분류체계 아래 '3 12 23 06 전동 휠체어(전동조향식 전동 휠체어)' 품목을 규정하면서 위 전동휠체어에 '사용자가 전기 조절장치(조이스틱형, 전동)를 사용하여 조절하는 수동 및 전동 조향식 전동휠체어, 엔진 구동 휠체어, 보조인 조종형 전동휠체어 등이 포함'된다고 규정하여, 장애인 스스로 조종하는 전동휠체어뿐 아니라 "보조인 조종형 전동휠체어"도 전동휠체어에 포함시키고 있다. 한편 [별표2] 제2호는 다른 법령에 의한 보조기기로서 국민건강보험법 시행규칙 [별표2]에서 규정한 보조기기를 장애인보조기기법상 보조기기에 포함시키고 있다.

종합하면, 장애인보조기기법 제3조 제2호에 따른 보조기기인 전동휠체어는 국민건강보험 시행규칙 [별표7] 제2호에서 규정한 전동휠체어(앞서 본 바와 같이 위 [별표7] 제2호는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전동휠체어를 안전하게 작동할 수 있는 경우'로 전동휠체어의 용도를 명시적으로 제한하고 있어, 그 개념상 다른 사람인 보조인이 조종하는 전동휠체어는 이에 포함되지 않으므로,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를 포함할 뿐 아니라, 이에 국한되지 않고 '보조인 조종형 전동휠체어' 등 '보조기기 품목분류 등에 관한 고시' [별표1]이 규정한 전동휠체어 일체를 포함하는 개념이다(오히려 앞서 본 장애인보조기기법령 체계에 비추어, 장애인보조기기법상 보조기기의 품목은 기본적으로 '보조기기 품목분류 등에 관한 고시' [별표1]에 따라 정해지고, 그 밖에 국민건강보험법 시행규칙 [별표7] 등 다른 법령에 따른 보조기기는 같은 고시 [별표2]에 따라 보충적으로 장애인보조기기법상 보조기기에 포함될 수 있을 뿐이다).

나) 한편, 구 장애인복지법(2015. 12. 29. 법률 제1366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은 제65조에서 '장애인이 장애의 예방 · 보완과 기능 향상을 위하여 사용하는 의지(義肢) · 보조기 및 그 밖에 보건복지부장관이 정하는 보장구와 일상생활의 편의 증진을 위하여 사용하는 생활용품'을 '장애인보조기구'라고 정의하고(제1항), 제66조에서 장애인보조기구의 교부 · 대여 등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었으나, 이후 특별법인 장애인보조기기법이 2015. 12. 29. 법률 제14891호로 제정되면서 장애인보조기기법상 '보조기기'의 개념이 새롭게 정의되고, 장애인보조기기법구 장애인복지법을 대신하여 보조기기의 교부 · 대여 등에 관하여 규율하게 되었다.

이러한 장애인보조기기법의 제정과 함께, 국민건강보험법상 장애인 특례규정 제51조 및 의료급여법상 장애인 특례규정 제13조에 따른 급여 대상은 종전의 "보장구"에서 "장애인보조기기법 제3조 제2호에 따른 보조기기"로 변경(2019. 4. 23. 각 법률 제17772호 및 법률 제16374호로 개정)되었다. 즉, 개정 전 위 각 규정상 급여 대상은 "보장구"로서 그 범위가 구 국민건강보험법 시행규칙(2019. 10. 24. 보건복지부령 제67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별표7]에 따라 정해졌으나, 개정 이후에는 급여 대상이"보장기기"로서 그 범위가 '장애인보조기기법'에 따라 정해지게 되었다.

한편, '보조인 조종형 전동휠체어'는 장애인보조기기법 제정 전에도, 구 장애인복지법 제65조에 따른 구 장애인보조기구 품목의 지정등에 관한 규정(2020. 9. 22. 보건복지부고시 제2020-207호로 폐지되기 전의 것) [별표1]에서 장애인보조기구에 포함되는 것으로 규정되었으나, 구 국민건강보험법구 의료급여법상 장애인 특례 급여 대상이 구 장애인복지법에 따라 정해지는 "장애인보조기구"가 아니라 "보장구"에 국한되었기 때문에 이 사건 규정들에 따라 급여 대상에서 배제되어 있었다. 다시 말해, 국민건강보험법 제51조의료급여법 제13조장애인보조기기법의 시행 이후 각 급여대상의 범위를 종전의 "보장구"에서 "장애인보조기기법 제3조 제2호에 따른 보조기기"로 확대하였고, 이에 따라 기존에 배제되어 있었던 '보조인 조종형 전동휠체어'도 급여 대상 범위에 포함되게 되었다.

5) 그럼에도 '보조인 조종형 전동휠체어'가 여전히 급여 대상에서 배제되고 있게 된 경위

그러나 위와 같은 장애인보조기기법의 제정, 모법인 국민건강보험법의료급여법의 장애인 특례 급여대상 범위의 확대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규정들이 규정한 장애인 특례 급여대상은 그 명칭이 '보장구'에서 '보장기기'로 변경되는 외에는 그 내용이 장애인보조기기법의 제정 전과 기본적으로 동일하게 유지되었다. 그 결과 국민건강보험법 시행규칙 [별표7] 제2호에 따른 급여 대상인 '전동휠체어'의 용도는 여전히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전동휠체어를 안전하게 작동할 수 있는 경우 사용'하는 것에 국한되어, 그 개념상 장애인보조기기법상 보조기기인 '보조인 조종형 전동휠체어'는 급여 대상에서 배제되었다.

마찬가지로 보건복지부고시인 '장애인보조기기 보험급여 기준 등 세부사항' [별표2] 제1호 역시 장애인 스스로 조종하는 전동휠체어만이 급여 대상에 해당한다는 전제에서, 뇌병변장애인 등에 대하여 [자동차 운전면허 취득자(제1호), 간이인지기능검사(MMSE) 결과 24점 이상 및 일상생활동작 검사(MBI이용) 결과 적합에 모두 해당할 것(제2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최소한의 교통규칙을 이해하고 전동휠체어의 조작을 원활하게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종전의 급여 요건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보조인 조종형 전동휠체어'의 경우 그 사용에 이러한 자가조종능력을 요하지 않음은 명백하다).

6) 전동휠체어 구매 등에 대한 기타 법적 규율

전동휠체어는 의료기기법상 의료기기로서 그 제조에 관하여는 신고 · 허가를 요하는 등 의료기기법상 규제를 받지만, 적법하게 제조된 전동휠체어를 장애인이 자신의 비용으로 구매하는 데에는 아무런 법적 제한이 없다. 또한 장애인복지법상 의사의 처방이 있어야만 제조 · 개조가 가능한 의지 · 보조기와는 달리, 전동휠체어는 그 제조 자체에 의사의 처방을 요하지 않는다(이는 국민건강보험법 시행규칙 제26조 제3항, 의료급여법 시행규칙 제25조 제2항이 전동휠체어의 급여 요건에 관한 보조기기 처방전을 요하는 것과는 구별된다). 따라서 장애인이 국민건강보험 급여나 의료급여를 수급하지 않고 자신의 비용으로 전동휠체어를 구입하는 데에는 아무런 법상 제한이 없고, 자가조종능력이 없는 장애인이 전동휠체어를 구매하는 것도 가능하다.

7) 이 사건 준용규정들의 위헌 · 위법 여부

가) 문제의 소재 - 차별의 존재 등

앞서 본 바와 같이 의료급여법 제13조 제3항은 장애인 보조기기에 대한 급여 범위 등을 의료급여법 시행규칙 제25조 [별표2]에 위임하였고, 위 [별표2] 및 그 재위임을 받은 '임신 · 출산 진료비 등의 의료급여기준 및 방법' 제4조 제2항, 즉 이 사건 준용규정들은 전동휠체어 등 급여 대상 보조기기의 범위에 관하여 이 사건 규정들(국민건강보험법 시행규칙 [별표7] 제2호, 보험급여 기준 등 세부사항 [별표2] 제1호)을 준용하고 있다.

그런데 모법인 의료급여법 제13조가 장애인 특례 급여 대상을 '장애인보조기기법 제3조 제2호에 따른 보조기기'로 특정하여 그 급여 범위 등을 위임하였고, 장애인보조기기법령상 보조기기 품목에는 장애인 자가조종형 전동휠체어뿐 아니라 '보조인 조종형 전동휠체어'도 포함되어 있음에도, 이 사건 준용규정들은 이 사건 규정들을 준용함으로써 '보조인 조종형 전동휠체어'를 급여 대상에서 배제하고 있다(또는 이와 관련한 아무런 규정도 두고 있지 않다). 이에 따라 뇌병변장애인 중에서 그 증상이 더 중하여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전동휠체어를 안전하게 작동할 수 없는' 뇌병변장애인들은 일체의 전동휠체어 의료급여를 받지 못하게 된다(자가조종능력이 없는 뇌병변장애인에게 '자가조종용' 전동휠체어 의료급여를 하는 것은 보조기기의 용도를 벗어난 급여로서 허용되지 않는다고 봄이 타당하다).

결국 이 사건 준용규정들과 그와 같은 내용을 전제로 한 의료급여법 시행규칙 [별지 제14호의2서식] 중 조작능력 관련 부분(이하 통틀어 '이 사건 준용규정들 및 서식'이라 한다)은 모법이 위임한 급여대상의 범위를 축소하여 급여대상이 되는 전동휠체어를 '자가조종형' 전동휠체어로 한정하고 '보조인 조종형 전동휠체어'를 여기에서 배제함으로써, 전동휠체어 자가조종능력이 있는 뇌병변장애인과 전동휠체어 자가조종능력이 없는 뇌병변장애인을 차별하고 있음이 인정된다.5) 다만 의료급여법 제13조는 시장 · 군수 · 구청장은 보조기기에 대한 급여를 '실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제1항) 그 실시할 수 있는 급여의 범위를 하위법령에 위임한 것이므로(제2항), 이 사건 준용규정들 및 서식이 모법이 급여 실시권한을 부여한 급여대상의 범위를 축소하였다 하여 이를 곧바로 위임범위 일탈이나 입법부작위로 볼 수는 없으나, '보조인 조종형 전동휠체어'를 급여 대상에서 제외한 조치 내지 그와 관련한 부진정입법부작위가 평등원칙을 위반하거나 위와 같은 법령 내지 고시의 내용이 헌법과 법령에 따라 보장된 장애인의 권리를 침해하여, 행정입법의 재량권을 일탈 · 남용한 것에 해당하는지가 문제된다.

나) 심사방식 및 척도

먼저, 평등권 위반 여부를 심사함에 있어 엄격한 심사척도에 의할 것인지, 완화된 심사척도에 의할 것인지는 입법자에게 인정되는 입법형성권의 정도에 따라 달라지게 될 것이나, 헌법상 특별한 취급이 있거나 차별적 취급으로 인하여 관련 기본권에 대한 중대한 제한을 초래하게 된다면 입법형성권은 축소되어 보다 엄격한 심사척도가 적용되어야 한다(헌법재판소 2008. 11. 27. 선고 2006헌가1 결정 등 참조).

다음으로, 장애인에 대한 특별한 보호와 관련하여 이미 관련 법률이 제정되어 있고 그에 따른 보호의 정도나 범위가 법률과 하위 법령의 해석에 따라 정해지는 경우에는, 법률의 위헌심사 척도인 과소보호금지 원칙을 만연히 적용하여 그 행정입법의 위헌 · 위법성 여부를 단순하게 판단할 것은 아니고, 그 행정입법형성의 재량의 폭이 다소 넓다는 점을 전제로 하더라도, 상위 법령의 문언 · 체계 · 취지에 따라 인정되는 권리의 내용 및 해당 기본권 내지 권리의 보장이 미비할 경우 결국 인간의 존엄과 가치의 침해 내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의 침해로 밀접하게 연결되는지 여부 등의 사정을 두루 고려하여 관련되는 기본권 내지 권리의 보호범위와 그 침해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함이 타당하다.

특히, 장애인에 대하여는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헌법이 특별한 보호를 선언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이미 그와 관련한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애인차별금지법'이라 한다), 장애인복지법, 장애인보조기기법, 의료급여법 등이 다양하고 촘촘하게 제정되어 있다. 특히 이처럼 정해진 개인의 구체적 권리를 단순히 국가재정 내지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하여 일률적 · 전면적으로 제한하려면 그에 상응하는 합당한 합리적 이유나 근거가 충분히 제시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 권리를 보호하려는 상위 법령의 목적과 내용에 비례하여 국가재정 등을 원인으로 한 권리 제한에 충분하고 합리적인 이유가 인정되는지 여부를 중심으로 하위 법령에 의한 권리 침해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 따라서 각 개인의 개별적 사정에 대한 고려 없이 헌법과 상위 법령의 해석에서 도출되는 구체적 권리의 내용을, 단순하고 추상적인 국가재정 내지 예산상의 사유만을 들어 일률적 ·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것은 비례원칙에 위반될 소지가 크다.

다) 헌법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른 장애인의 권리

(1) 헌법제34조 제1항에서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고 선언하면서, 제5항에서는 "신체장애자 및 질병 · 노령 기타의 사유로 생활능력이 없는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라고 규정하여, 특히 신체장애인의 복지향상을 위하여 노력해야 할 국가의 특별한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헌법제34조 제5항에서 신체장애인 등 특정 사회적 약자의 보호를 명시적으로 규정한 것은 '장애인과 같은 사회적 약자의 경우에는 개인 스스로가 자유행사의 실질적 조건을 갖추는 데 어려움이 많으므로, 국가가 특히 이들에 대하여 자유를 실질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조건을 형성하고 유지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하는 것이다(헌법재판소 2002. 12. 18. 선고 2002헌마52 결정 등 참조).

이는 곧 사회보장수급권이 국가재정 및 사회적 부담능력의 한계라는 가능성의 유보 아래 법률에 의해 보장된다고 하더라도, 인간의 원초적 욕구이자 인간 존엄의 최소한의 전제가 되는 자유로운 '이동'이 불가능할 정도의 장애나 생활 곤란으로 인하여 '인간의 존엄에 상응하는 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물질적인 생활'에 위협을 받는 국민에게는 보다 적극적으로 보호조치가 이루어져야 함을 헌법이 요청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여기에 위 두 가지 사유가 중첩적으로 존재하는 사람, 즉 거동 자체가 어려운 중증 장애인이면서 동시에 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물질적인 생활에 위협을 받는 사람에 대하여는 훨씬 더 강한 정도로 특별한 보호조치가 그에 비례하여 이루어져야 한다.

(2) 장애인차별금지법제1조에서 "이 법은 모든 생활영역에서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장애를 이유로 차별받은 사람의 권익을 효과적으로 구제함으로써 장애인의 완전한 사회참여와 평등권 실현을 통하여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구현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법의 목적을 선언하고 있다. 나아가 제7조 제1항은 "장애인은 자신의 생활 전반에 관하여 자신의 의사에 따라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할 권리를 가진다."라고 규정하여 장애인의 '자기결정권'과 '선택권'을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전제에서 볼 때, 장애인에게 제공되는 보조기기의 교부 등 내지 급여의 제공과 관련하여 장애인 스스로의 선택 · 결정권은 그 장애의 정도와 내용에 비례하여 더 넓게 보장되어야 함이 원칙이다. 즉 이러한 보장의 내용과 정도는 개별적 장애의 내용과 정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나, 그 장애의 정도와 관련하여 보면 더 중증의 장애를 가진 사람에 대하여는 그와 비례하여 가급적 최대한 선택의 기회가 보장되도록 하여야 한다.

라) 의료급여법상 수급권자로서 전동휠체어를 필요로 하는 중증장애인의 상황과 관련하여 추가적으로 고려할 점 - 장애의 정도에 비례한 보호가 주어지는지, '돌봄'에 대한 고려가 존재하는지 여부

(1) 의료급여법상 수급권자는 '국민기초생활 보장법에 따른 의료급여 수급자' 등 생활유지 능력이 없거나 생활이 어려운 사람이고(제3조 제1항), 이 사건 준용규정들이 준용하는 이 사건 규정들에 따르면 뇌병변장애인이 전동휠체어에 대한 급여를 받기 위한 '장애 정도 요건'은 보행이 불가능하고, 팔기능이 약화되거나 완전히 상실되어 수동휠체어를 혼자서 조작할 수 없는 사람으로서 보조기기의 도움 없이는 보행이 불가능한 장애인이다.

그렇다면 이 사건 준용규정들 및 서식에서 정하는 '장애 정도 요건'을 충족하는 장애인이라고 하더라도, 위 준용규정들 및 서식이 요구하고 있는 추가적 요건인 '자가조종능력' 요건 충족 여부에 따라, 더 중한 장애를 가진 일부 중증장애인들은 오히려 더 열악한 처우를 받게 된다. 즉 전동휠체어의 조종간(조이스틱)조차 제대로 움직일 능력이 없는 중증 뇌병변장애인 내지 지체장애인의 경우에는 전동휠체어에 대한 의료급여를 제공받을 수 없게 된다. 이에 따라 가장 낮은 수준의 보장인 일반형 수동휠체어에 대한 급여비용만을 지급받게 될 가능성만 남을 따름이다. 그러나 전동휠체어의 조종간을 스스로 움직일 수 없는 장애인이라고 하여, 인간의 가장 원초적 욕구인 "이동"에 대한 욕구가 더 적을 리 없다. 오히려 평생을 누워만 지내야 하는 장애인일수록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고 싶은 욕구가 더 강렬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처럼 장애인의 이동권과 관련하여 보조기기를 청구할 권리는, 노령연금 등 사회연금이나 금전적 형태로 생활을 보조하는 생활보장적 급여와는 그 결을 달리하는 것으로서, 인간 존엄 유지의 최소한의 중핵을 이루는 근본적 권리에 해당한다. 이는 실질적으로 자유권적 성격을 가지는 것이거나, 이러한 인간 존엄의 가치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이것은 단순한 편익의 제공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문제이다.

(2) 나아가 이러한 중증장애인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는 것이 바로 '돌봄'의 문제이다. 즉, 이처럼 중증 장애를 가진 장애인들에 대하여는 반드시 누군가의 돌봄과 조력이 필요하게 된다. 결국, 해당 장애인이 전동휠체어를 교부받거나 그 비용을 제공받을 수 있는지 여부는 그 장애인에 대한 '가족의 돌봄'이나 '사회적 돌봄'의 성공 여부와 직결된다. 특히 의료급여법의 적용을 받는 장애인이라면 그와 함께 하는 가족들 역시 경제적으로 큰 곤란을 겪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전동휠체어조차 스스로 조작하기 어려운 중증 장애인이 어디론가 '이동'하려면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게 될 터인데, 이 부분을 사실상 짊어지고 희생해야 하는 사람은 결국 그 가족들이 될 공산이 크다. 결국 전동휠체어 관련 급여 제공은 단순히 장애인 한 사람의 존엄과 가치 및 그 개인의 삶의 질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속한 가족공동체 전체의 존엄성 유지와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의 질 유지 문제와도 연결된다. 헌법장애인복지법, 장애인차별금지법, 장애인보조기기법 등 장애인 관련 법령, 장애인과 경제적 최약자를 보호하려는 의료급여법 관련 규정이, 과연 이러한 '가족 전체 삶의 고단함'을 그대로 방치하려는 데에 그 취지가 있는 것인가? 다시 묻지 않을 수 없다.

또한 가족이 없는 장애인의 경우에도, 전동휠체어 보유 여부는 그 장애인을 둘러싼 '돌봄 노동'이 쉽사리 구해질 수 있는지의 문제와 직결된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 장애인복지법에 따른 장애정도가 중증과 경증으로 이원적으로 구분됨에 따라 오히려 돌봄노동 시간의 배분이 줄어들게 된 중증 장애인과 관련한 사회적 문제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중증 장애인들은 돌봄노동 종사자들로부터 늘 가장 선택받기 어려운 사람들이다. 여기에 현행 법령체계에 따라 전동휠체어마저 제공되기 어려운 최중증 장애인은 실제로는 돌봄노동인력의 선택을 받지 못함에 따라 그 최소한의 생존조차 보장받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는 '사회적 돌봄'의 실패를 의미하는 것으로서 인간 존엄의 최소한의 지지선조차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게 하는 결과로 연결될 수 있다.

(3) 이처럼 이 사건 준용규정들 및 서식의 규정내용에 따라 달리 취급되는 대상 장애인인 '전동휠체어 자가조종이 어려운 장애인들'은 모두 보행이 불가능할 정도의 장애 및 생활곤란으로 인하여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유지하는 데에 근본적인 위협을 겪을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이다. 즉 '인간다운 생활을 하기 위하여 보장되어야 할 가장 기초적인 수준의 신체 이동의 자유'가 전혀 구현될 수 없게 되는 사람들이자 동시에 필요한 최소한의 물질적인 생활에 위협을 받는 국민들이다. 다시 말해, 이 사건 준용규정들 및 서식은 위와 같은 장애인 중에서도, 장애의 정도가 더 중하여 전동휠체어조차 혼자 조작할 수 없는 장애인을 차별적으로 취급함으로써, 해당 장애인의 인간의 존엄과 가치 유지의 기본적 전제 자체 및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에 중대한 제한을 초래하고 있다. 따라서 이 사건 준용규정들 및 서식에 대하여는 상대적으로 엄격한 심사척도가 적용되어야 한다.

마) 평등원칙 위반 여부에 관한 구체적 판단

이 사건 준용규정들 및 서식 중 전동휠체어 자가조종능력이 없는 장애인을 차별적으로 취급하는 부분, 즉 ① 의료급여법 시행규칙 제25조 [별표2] 제2호국민건강보험법 시행규칙 [별표7] 제2호를 준용하여 급여대상 전동휠체어의 용도를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전동휠체어를 안전하게 작동할 수 있는 경우 사용'하는 경우로 제한하면서도 별도로 '보조인 조종형 전동휠체어'에 대한 급여에 관하여는 아무런 규정을 두지 않은 부분, ② '임신 · 출산 진료비 등의 의료급여기준 및 방법' 제4조 제2호 중 장애인보조기기 보험급여 기준 등 세부사항 [별표2] 제1호를 준용하여 전동휠체어의 급여대상자를 '다음 각 호[자동차 운전면허 취득자(제1호), 간이인지기능검사(MMSE) 결과 24점 이상 및 일상생활동작 검사(MBI이용) 결과 적합에 모두 해당할 것(제2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최소한의 교통규칙을 이해하고 전동휠체어의 조작을 원활하게 할 수 있을 것)'으로 제한하면서도 별도로 '보조인 조종형 전동휠체어'에 대한 급여에 관하여는 아무런 규정을 두지 않은 부분, ③ 의료급여법 시행규칙 [별지 제14호의2 서식](보조기기 처방전) 중 전동휠체어 급여대상자를 조작능력 관련 부분 적합자로 제한하면서도 별도로 '보조인 조종형 전동휠체어'에 대한 급여에 관하여는 아무런 규정을 두지 않은 부분은, 전동휠체어를 혼자 조종할 수 없는 장애인의 기본권 내지 권리에 대한 중대한 제한을 초래하는 것으로서, 차별취급 목적과 수단 간에 비례관계가 유지되지 어려우므로 헌법 제11조에 근거한 평등원칙에 위배된다.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있다. 그 구체적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앞서 본 바와 같이 모법인 의료급여법 제13조가 장애인 특례 급여 대상을 "보장구"에서 "장애인보조기기법 제3조 제2호에 따른 보조기기"로 확대하는 내용으로 개정됨으로써 기존에 배제되었던 '보조인 조종형 전동휠체어'를 급여대상 범위에 포함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준용규정들 및 서식이 모법 개정 전과 마찬가지로 자가조종능력이 없는 장애인을 급여대상에서 배제한 것은 그 입법 목적 자체가 불분명할 뿐 아니라, 오히려 위와 같이 모법이 급여대상 보조기기의 범위를 확대한 취지에 어긋난다(이는 장애인보조기기법 시행에 발맞춘 의료급여법의 개정 내용을 하위법령인 이 사건 준용규정들 및 서식에 제대로 반영시키지 않은 입법과오에 해당할 가능성이 크다).

(2) 설령 이 사건 준용규정들 및 서식이 전동휠체어 자가조종능력 없는 장애인을 전동휠체어 급여대상에서 제외한 것이 '국가재정 및 사회적 부담능력의 적정한 유지'를 입법목적으로 한 차별취급이라 하더라도, 이러한 일률적 · 전면적 차별취급은 과도한 것으로서 적합하다고 할 수 없다.

즉, 이 사건 준용규정들 및 서식이 장애인 보조기기에 대한 의료급여수급권의 구체적인 내용을 형성함에 있어 국가의 재정능력 등을 고려하여 급여대상 및 그 범위를 차등적으로 정할 수는 있다 하더라도, 그와 같은 국가재정의 적정성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 헌법이념과 이를 구체화하고 있는 전체 법체계와 저촉된다면 적정한 정책한 수단이라고 평가할 수 없다.

헌법 제34조 제5항이 신체장애인 등 특정 사회적 약자의 보호를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음은 이미 본 바와 같다. 이에 발맞추어 장애인복지법은 장애인의 완전한 사회 참여와 평등을 기본이념으로 선언하면서(제3조), 장애인의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 국가 · 사회 구성원으로서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기타 모든 분야의 활동에 참여할 권리를 인정하고 있다(제4조). 특히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로 하여금 장애 정도가 심하여 자립하기가 매우 곤란한 장애인이 필요한 보호 등을 평생 받을 수 있도록 알맞은 정책을 강구하도록 하고, 장애인의 자립을 지원하며 장애인을 보호하여 장애인의 복지를 향상시킬 책임을 지도록 하면서, 장애인의 장애를 보완할 수 있는 장애인보조기구를 제공하는 등 필요한 정책을 강구하도록 하고 있다(제6조, 제9조, 제18조). 또한 장애인차별금지법과 마찬가지로 장애인의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제8조)하고 있다. 이에 더하여 앞서 본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 보장되는 권리와 장애인보조기기법의료급여법 관련 규정의 취지까지 아울러 고려하여 보면,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에 대한 특별한 보호와 차별금지는 우리 법체계 내 확고히 정립된 기본질서이고, 이러한 기본질서에 따르면 장애의 정도가 더 중한 장애인에 대한 보호 필요성은 더 높다고 보아야 한다. 게다가 이 사건 준용규정들 및 서식이, 경제적 빈곤의 문제도 아울러 가지고 있어 그 점에서도 보호 대상이 되는 장애인으로서 전동휠체어조차 자가조종할 수 없을 정도로 장애가 중하여 그 보호필요성이 훨씬 더 높은 장애인을 전동휠체어 급여 대상에서 완전히 제외한 것은 우리 법체계에 부합하지 않는다. 즉 장애인 이동권의 헌법적 의미와 전동휠체어가 다채로운 방식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점에 대한 아무런 고려나 성찰 없이 위와 같은 장애인에 대하여 '보조인 조종형 전동휠체어'를 그 급여 대상에서 일률적 · 전면적으로 배제하는 것은 어떠한 합리적 설명조차 되지 않는 것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

(3) 게다가 의료급여법의 적용을 받는 중증장애인은 그 빈곤의 정도가 매우 중한 사람이다. 이러한 이중고를 겪는 중증장애인이 스스로 전동휠체어를 운전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상위법인 장애인보조기기법이 교부 및 대여 대상으로 이미 예정하고 있는 '보조인 조종용 전동휠체어'의 지급 가능성이라도 열어주는 것이 그 빈곤과 장애의 정도에 최소한이나마 부합하는 합리적 처우로 볼 수 있다. 이러한 가능성을 열어주어야 장애인 본인의 기본적 생존과 인간 존엄 유지의 전제가 되는 '이동'의 어려움과 그 가족들의 일방적 희생을 조금이라도 덜어줄 수 있게 될 것이고, 특별히 가족조차 없는 중증장애인은 돌봄 노동을 구하는 데에 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심지어 현물로도 교부 · 대여가 가능한 '보조인 조종형 전동휠체어'에 대한 급여비용 지급 필요성에 대하여 아무런 고려도 없이 일률적으로 이를 선택지에서 제외하고 있는 법령 및 고시 규정은 헌법장애인복지법장애인차별금지법이 보장하고 있는 장애인의 이동권, 자기결정권과 선택권을 과도하게 제한 · 침해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4) 결국, 이 사건 준용규정들 및 서식의 차별취급을 통하여 국가재정의 적정성을 일부 도모할 수 있다 하더라도, 이러한 차별로 인하여 생활이 곤란하고 보행이 불가능할 정도로 장애가 중한 장애인의 존엄성 유지 · 실현과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장애인의 자기결정권과 선택권 모두 결과적으로 중대하게 제한되는 결과에 이르고, 이와 같은 기본권 제한 정도는 국가재정의 적정한 배분이라는 공익에 비하여 현저히 크다. 게다가 이 사건 준용규정들 및 서식의 차별취급은 의료급여법의 적용대상이 될 정도로 이미 경제적 형편이 어려운 중증장애인 본인과 그 가족들 삶의 고단함을 경제적 측면에서도 더욱 악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으로서, 장애인의 삶을 둘러싼 인간존엄의 기본 전제조건들을 더욱 더 침식하게 되므로, 이 점에서 보더라도 그 기본권과 법령상 보장된 권리 보장을 뒤로 물릴 수는 없다.

그러므로 이 사건 준용규정들 및 서식이 보조인 조종형 전동휠체어를 그 급여 대상에서 원천적으로 배제하면서 별도로 보조인 조종형 전동휠체어에 대한 급여에 대하여는 아무런 규정을 두지 않은 부분은 차별취급의 합리성과 비례성 모두를 갖추지 못하였고, 이에 따라 헌법과 법률이 정하고 있는 장애인에 대한 특별한 보호의무 규정에도 위배되며, 그와 관련한 인간의 존엄과 가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장애인 이동권, 장애인의 자기결정권 및 선택권, 평등권 등을 과도하게 침해한 것으로서 헌법과 법률에 위반된다.

8) 소결론

이 사건 준용규정들 및 서식 중 전동휠체어 자가조종능력이 없는 장애인을 차별적으로 취급하는 부분(즉 보조인 조종형 전동휠체어에 대한 급여 자체를 배제한 부분 내지 아무런 규정을 두지 않은 부진정입법부작위 부분)은 평등원칙 등에 반하는 등으로 위헌 · 위법하여 무효이다. 따라서 이와 같은 차별적 취급이 가능함을 전제로 보조인 조종형 전동휠체어와 관련하여 원고의 자기결정권과 선택권 등을 특히 침해하고 있는6) 이 사건 안내에 따라 원고의 급여신청을 거부한 이 사건 처분 역시 이 점에서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다. 이 사건 규정들의 해석상 원고가 전동휠체어 급여 대상에 해당하는지 여부(이 사건 준용규정들 및 서식이 적법 · 유효라고 볼 경우에 관한 판단)

1) 전동 휠체어가 보조기기 급여의 대상이 되는지 여부

의료급여법 제13조 제1항은 구청장이 장애인복지법에 따라 등록한 장애인인 수급권자에게 장애인보조기기법 제3조 제2호에 따른 보조기기에 대하여 급여를 실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장애인보조기기법 제3조 제2호는 "보조기기"란 장애인등의 신체적 · 정신적 기능을 향상 · 보완하고 일상 활동의 편의를 돕기 위하여 사용하는 각종 기계 · 기구 · 장비로서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것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그 위임을 받은 장애인보조기기법 시행규칙 제2조 제1항'장애인보조기기법 제3조 제2호에서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것"이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것을 말한다'라고 규정하면서 제3호로 '보조기 및 의지(義肢)'를 열거하고 있다.

한편, 보조기기 품목분류 등에 관한 고시 제2조 제1항, [별표1]은 장애인보조기기법 시행규칙 제2조 제1항 제3호의 보조기 및 의지의 하나로 전동 휠체어[3. 12. 23. 06. (전동 조향식 전동 휠체어, Electrically powered wheelchairs with electronic steering): 사용자가 전기 조절장치(조이스틱형, 전동)를 사용하여 조절하는 수동 및 전동 조향식 전동휠체어, 엔진 구동 휠체어, 보조인 조종형 전동휠체어 등이 포함됨]을 규정하고 있다.

위 법령들에 의하면, 전동 휠체어는 장애인보조기기법 제3조 제2호에서 규정한 보조기기에 해당하여, 의료급여법 제31조 제1항에 따른 의료급여의 대상이 된다.

2) 원고가 전동 휠체어 급여의 지급대상이 되는지 여부

가) 의료급여법 제13조 제3항은 보조기기 급여의 방법 · 절차 · 범위 · 한도 등에 필요한 사항은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그 위임을 받은 의료급여법 시행규칙 제25조 제10항은 보조기기 급여의 지급기준, 절차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보건복지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의료급여법 시행규칙 제25조 제10항의 위임을 받은 임신 · 출산 진료비 등의 의료급여기준 및 방법 제4조 제2항은 급여 대상 보조기기 중 전동휠체어의 세부기준 및 의료급여기준은 장애인보조기기 보험급여 기준 등 세부사항 [별표2]와 같다고 규정하고 있다. 장애인보조기기 보험급여 기준 등 세부사항 [별표2] 제1항은, 하지기능 지체기능장애와 뇌병변장애의 경우 대상자 세부 인정기준을 '평지에서 100m 이상 보행이 어려울 것과 팔의 기능장애로 팔에 대한 맨손 근력검사 결과가 최대근력 3등급 이하일 것'이라는 장애유형별 기준에 적합하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최소한의 교통규칙을 이해하고 전동휠체어의 조작을 원활하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정하면서, 제1호로 자동차 운전면허 취득자, 제2호로 간이인지기능 검사(MMSE): 24점 이상, 일상생활동작 검사(MBI이용): 적합에 모두 해당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나) 원고가 2020. 12. 7. 피고에게 이 사건 신청을 하면서 보조기기(수동 · 전동휠체어 및 전동스쿠터) 처방전, 의무기록 사본증명서[맨손근력검사(MMT), 일상생활동작검사(MBI, 9/100점), 간이정신진단검사(MMSE-K, 26/30점) 기록지 포함]를 제출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고, 갑 제3호증, 을 제4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① 원고가 제출한 보조기기(수동 · 전동휠체어 및 전동스쿠터) 처방전(이는 법령에 규정된 법정서식에 따른 것이다)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

② 이 사건 안내에는 '인지기능이 비정상이라는 것이 확인되면 급여지급을 제한하도록 하여 지적장애가 있음이 확인된 경우 전동보조기기를 스스로 작동하는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담당의사의 소견이 있는 경우 지급이 가능하다'라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 피고는 이를 근거로 원고에게 정신건강의학과, 신경과 또는 재활의학과 전문의가 작성한 소견서를 제출하도록 원고에게 요청하였다.

다) 위 보조기기(수동 · 전동휠체어 및 전동스쿠터) 처방전은 법정서식에 따른 것으로서, 재활의학과 전문의가 원고의 상태 및 보조기기 처방 여부에 관하여 의견을 개진한 것으로 피고가 요청한 재활의학과 전문의의 소견서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원고는 간이인지기능 검사(MMSE) 결과가 24점 이상, 일상생활동작 검사(MBI이용) 결과 적합 판정 및 평지에서 100m 이상 보행이 어려울 것과 팔의 기능장애로 팔에 대한 맨손 근력검사 결과가 최대근력 3등급 이하일 것 등 관계 법령상의 의료급여 지급기준을 모두 충족하였음이 인정된다.

나아가 재활의학과 전문의가 조작능력평가 검사결과에 대하여도 적합 판정을 내렸고, 진료소견으로도 전동휠체어로 이동 및 보행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취지로 기재하였음에도, 피고는 적법한 이유 제시 없이 법령에 위반하여 원고의 신청에 대한 거부처분을 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원고가 이러한 지급기준을 충족하지 못하였음을 전제로 한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이 점에서도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6.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주석

1) 킴 닐슨 저, 김승섭 옮김, '장애의 역사' 14면, 옮긴이(김승섭)의 말 중에서(판결의 맥락과 쉬운 어법에 맞추어 일부 수정함) 2) 마사 누스바움(Martha C. Nussbaum), "역량의 창조 : 인간다운 삶에는 무엇이 필요한가?"에서 사용된 용어를 차용하였음.

3) 위 '보조기기 처방전' 서식은 아래 다)항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의료급여법령이 국민건강보험법령에 따라 제정된 이 사건 규정들을 그대로 준용하는 것과 궤를 같이 하여, 국민건강보험법 시행규칙 [별지제22호의2 서식](보조기기 처방전)을 그대로 차용하고 있다. 위 서식은 전동휠체어 및 전동스쿠터를 처방할 경우 '⑤ 검사 결과' 항목에 '일상생활동작 검사', '조작능력 평가', '간이 인지 기능 검사' 등 조작능력 관련 검사 결과의 적합 여부 또는 점수를 표기하도록 되어 있다(이하 '조작능력 관련 부분'이라 한다).

4) 앞서 본 바와 같이, 의료급여법령이 준용하는 국민건강보험법 시행규칙 [별표7] 제2호, 장애인보조기기 보험급여 기준 등 세부사항 [별표2] 제1호를 지칭함.

5) 이와 달리 이 사건 준용규정들에서 규정한 '전동휠체어'는 보조인 조종형 전동휠체어가 포함되는 개념으로 새길 여지도 있으나, 관련 법령과 고시의 개정 경위, 이 사건 준용규정들의 규정내용과 형식에 비추어, 위와 같이 해석할 경우 그 급여 요건을 정하는 부분과 실질적으로 정면에서 모순되므로, 이러한 해석을 취하기는 어렵다. 결국 이 사건 준용규정들은 보조인 조종형 전동휠체어를 급여대상 범위에서 제외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6) 구체적 사안에서 원고는 이하에서 보듯이 전동휠체어 급여비용의 요건을 충족한 사람이므로, 위 규정들의 구체적, 개별적 사건에 대한 적용에서는 결과적으로는 이 사건 준용규정들 및 서식의 차별적 취급이 곧바로 전동휠체어 급여비용 지급에 관한 직접적 장애로 작용하지 않을 수도 있게 된다. 이에따라 위 시행규칙과 고시규정의 위헌 · 위법으로 명백하게 침해된 주된 권리는 '보조인 조종형 전동휠체어'에 대한 자기결정권 및 선택권이므로 위와 같이 침해되는 주요 권리를 표시하였다.

7) 의료급여법 시행규칙 제2조에 따라 국민건강보험공단을 말한다.

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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