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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4. 6. 11. 선고 2003다62026 판결
[손해배상(기)][미간행]
판시사항

[1] 국가배상법 제5조 제1항 에 정해진 영조물의 설치 또는 관리의 하자의 의미 및 그 판단 기준

[2] 급경사 내리막 커브길에 안전방호벽을 설치하지 않아 차량이 도로를 이탈하여 인도 및 인근 건물로 돌진한 사고에 대하여 지방자치단체에게 도로의 설치·관리상의 하자를 인정한 사례

원고,상고인

신재희 외 1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정선)

피고,피상고인

서울특별시 금천구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경훈)

피고보조참가인

벽산건설 주식회사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1. 원심의 사실인정과 판단

원심은, 그 채용 증거들을 종합하여, 김문형은 2000. 12. 1. 10:24경 경기 06다7063호 23t 덤프트럭을 운전하고 서울 금천구 시흥 2동 268 소재 동일여자고등학교 앞 도로(이하 '이 사건 도로'라 한다)를 산복터널 쪽에서 시흥사거리 쪽으로 주행하여 오던 중, 제동장치를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여 주행속도 그대로 당시 앞서 주행하던 택시의 뒤를 들이받고서는 마침 왼쪽으로 휘어지는 커브길을 돌지 못하고 도로 우측에 설치된 가드레일을 뚫고 그대로 밀고 들어가는 바람에, 도로 우측에 위치한 같은 동 268-15 소재 2층 건물을 들이받아 위 건물을 전파하였고, 그로 인하여 위 건물 1층에 거주하던 원고 부부의 세간을 전부 훼손한 사실(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 원래 피고가 관리하고 있던 이 사건 도로는 산복터널에서 이 사건 사고 현장을 통과하여 시흥사거리 쪽으로 연결되는 왕복 2차로 도로였는데, 1994.경부터 이 사건 도로 일대에 주택개량재개발사업이 시행됨에 따라 이 사건 사고 당시 시흥 제2-1구역 재개발조합(이하 '재개발조합'이라 한다)으로부터 사업시행의 위임을 받은 피고보조참가인 벽산건설 주식회사(이하 '벽산건설'이라 한다)가 왕복 4차로(폭 20m)로 확장하는 공사를 진행하고 있었고, 현재 위 공사는 전부 완성된 사실, 산복터널에서 이 사건 사고 현장까지는 약 700m 정도의 급경사 내리막길로서 제한속도가 시속 30㎞에 불과하고, 사고 현장 직전인 동일여자고등학교 앞부터는 내리막 기울기가 약 18%, 사고 현장에 형성되어 있는 왼쪽 커브길은 내리막 기울기가 약 11.5%에 이르고 있으며, 커브길이 시작되는 부분은 도로면이 오히려 오른쪽으로 약 3%정도 기울어져(이른바 역편구배) 있을 뿐만 아니라, 원고들이 거주하던 건물 및 그 주변은 이 사건 도로보다 낮은 지대에 위치하고 있는 사실, 1998. 4.경 덤프트럭이 이 사건 도로상에서 교통사고를 일으키는 사고가 발생하고, 위 일대에 재개발사업으로 인한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조성됨에 따라 그 곳 공사장에 드나드는 덤프트럭 등과 같은 공사차량의 통행량이 많아지고 그와 더불어 도로 확장공사까지 함께 진행되자, 이 사건 도로 주변 주민들은 피고에게 교통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 안전대책을 세워 줄 것을 요구하였고, 이에 피고는 1998. 7.경 이 사건 사고 현장을 중심으로 점멸식 갈매기 표시판, 절대감속 안전표지판, 경광등, 가드레일 등의 교통안전시설물을 직접 설치하였을 뿐만 아니라, 2000. 3.경에는 재개발조합 및 그 시공사인 벽산건설에게 위와 같은 부적절한 도로 기울기로 인하여 교통사고가 다발하고 있음을 이유로 개선방안을 제시하고 이를 시행하도록 지도하였는데, 당시 그 개선방안은 이 사건 사고 현장 및 그 이전 구간부터 여러 개의 과속방지턱을 설치하고, 특히 사고 현장 주변에는 미끄럼방지포장, 예비신호기를 설치함과 아울러 역편구배를 바로잡아 왼쪽으로 최대 6%까지 기울어지도록 하며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인도와 도로 사이에는 길이 25m의 안전방호벽(옹벽)을 설치하도록 되어 있었던 사실, 이 사건 사고 발생 당시 벽산건설은 이 사건 도로에 과속방지포장을 하였으나, 주변 상권 위축을 우려한 주민들의 반대로 안전방호벽(옹벽)을 설치하기로 한 사고 현장 커브길 부근에 대신 타이어를 부착시킨 가드레일을 설치하였고, 이 사건 사고 이후인 2001. 1. 12.경 이 사건 도로와 인도 사이에 폭 약 70㎝의 옹벽을 설치하고 그 주변에 과속방지턱을 설치하는 등 도로구조시설개선을 위한 사업을 시행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도로의 설치 또는 관리·보존상의 하자는 도로의 위치 등 장소적인 조건, 도로의 구조, 교통량, 사고시에 있어서의 교통 사정 등 도로의 이용상황과 그 본래의 이용목적 등 제반 사정과 물적 결함의 위치, 형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따라 구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전제한 후,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지방자치단체로서 도로의 관리청인 피고로서는 이 사건 도로의 위치 등 장소적인 조건, 도로의 구조, 교통량, 사고시의 교통 사정 등 도로의 이용상황과 그 본래의 이용목적 등 제반 사정과 물적 결함의 위치, 형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정도의 방호조치를 다하였다고 할 것이고, 비록 이 사건 사고와 같이 23t의 덤프트럭이 제동조치도 취하지 아니하고 경사도 18%의 굽어진 도로를 빠른 속도로 내려와 도로 가에 설치된 가드레일을 뚫고 도로 뒤편에 있는 가옥을 파손하는 사고가 발생할 수 있으리라고 예견할 수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경우에까지 대비하여 완벽한 안전시설을 하거나 안전조치를 취하여야 할 법령상 의무가 있다고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이나 인력상 이 사건 사고와 같은 위험의 발생을 과도한 노력과 비용을 들이지 아니하고 적절한 조치를 통하여 사전에 예방하거나 피해를 줄인다는 것을 기대하기도 불가능하므로, 공공의 영조물인 이 사건 도로에 설치ㆍ관리상의 하자가 없다고 판단하였다.

2. 이 법원의 판단

그러나 위와 같은 원심의 사실인정과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수긍하기 어렵다.

국가배상법 제5조 제1항 에 정해진 영조물의 설치 또는 관리의 하자라 함은 영조물이 그 용도에 따라 통상 갖추어야 할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 있음을 말하는 것이며, 다만 영조물이 완전무결한 상태에 있지 아니하고 그 기능상 어떠한 결함이 있다는 것만으로 영조물의 설치 또는 관리에 하자가 있다고 할 수 없는 것이고, 위와 같은 안전성의 구비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당해 영조물의 용도, 그 설치장소의 현황 및 이용상황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설치·관리자가 그 영조물의 위험성에 비례하여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정도의 방호조치의무를 다하였는지 여부를 그 기준으로 삼아야 하며, 만일 객관적으로 보아 시간적·장소적으로 영조물의 기능상 결함으로 인한 손해발생의 예견가능성과 회피가능성이 없는 경우, 즉 그 영조물의 결함이 영조물의 설치·관리자의 관리행위가 미칠 수 없는 상황 아래에 있는 경우임이 입증되는 경우라면 영조물의 설치 관리상의 하자를 인정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대법원 2001. 7. 27. 선고 2000다56822 판결 참조).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도로는 사고 현장 직전인 동일여자고등학교 앞부터 내리막 기울기가 약 18%, 사고 현장에 형성되어 있는 왼쪽 커브길의 내리막 기울기가 약 11.5%에 이를 정도의 급경사 내리막길로 제한 속도가 시속 30km에 불과하고, 커브길이 시작되는 부분은 도로면이 오히려 오른쪽으로 약 3%정도 기울어져 있는 역편구배가 형성되어 도로 이탈사고의 위험성이 큰 곳이며, 원고들이 거주하던 건물 및 그 주변은 이 사건 도로보다 낮은 지대에 위치하고 있어 차량이 도로를 이탈하는 경우 대형 사고가 발생할 위험성이 대단히 높은 곳임에도 폐타이어가 부착된 가드레일만 설치되어 있고, 그 가드레일만으로는 덤프트럭 등 대형차량의 도로 이탈을 방지하기에는 미흡한 반면, 건설교통부의 도로안전시설 및 관리 지침(기록 286면 이하)에 의하면, 비탈면이나 비탈 기슭에 건물 등 장애물이 위치한 구간과 곡선부 전후의 경사가 4%를 넘는 내리막 구간에는 차량이 도로 밖으로 이탈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도로 및 교통 상황에 따라 방호울타리를 설치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이 사건 도로는 통상 갖추어야 할 안전성이 객관적으로 결여되어 있었다고 인정할 수 있고, 한편 이 사건 사고 현장과 같은 지점에서 1998. 4.경 같은 유형의 교통사고가 발생한 사례가 있는 데다가 재개발사업에 따른 대규모 아파트단지 건설을 위하여 덤프트럭 등 공사차량의 출입 증가로 교통량이 많아지고 도로 확장공사까지 이루어져 인근 주민들이 안전대책 수립을 요구하자, 피고가 1998. 7.경 직접 이 사건 도로에 점멸식 갈매기(방향유도) 표시판, 가드레일, 장방형 경광등, 안내표지판을 설치하고, 2000. 3. 17. 재개발조합 및 벽산건설에 대하여 이 사건 도로에 과속방지턱 설치, 예비신호기 설치, 미끄럼방지포장 설치, 도로 편구배(최대 6%)로 조정, 안전방호벽(옹벽) 설치 등의 교통안전시설 개선방안의 시행을 지시하기까지 한 점에 비추어 이 사건 사고 및 이로 인한 손해의 발생에 대한 예견가능성이 없었다고 할 수 없으며, 재개발조합 및 벽산건설에 교통안전시설 개선방안의 시행을 지시한 후 8개월 이상 경과한 이 사건 사고 당시까지 개선방안의 시행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음에도 그 시행 여부를 확인하거나 이를 독촉하였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고, 재개발조합 및 벽산건설에 지도한 교통안전시설 개선방안 시행에 소요되는 비용 및 노력이 지나치게 과도하여 피고가 부담하기 불가능하다고 볼 자료도 없어 이 사건 사고 및 이로 인한 손해의 발생에 대한 회피가능성이 없었다고 단정할 수도 없으므로, 이 사건 도로의 설치·관리자인 피고가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정도의 방호조치를 다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도로에 설치·관리상의 하자가 없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영조물의 설치·관리상 하자의 의미 및 그 판단기준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이에 대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위법이 있고, 이는 판결에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하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윤재식(재판장) 변재승 강신욱 고현철(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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