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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20. 3. 12. 선고 2018도20188 판결
[건축사법위반][미간행]
판시사항

[1] 건축사법 제10조 에서 금지하는 ‘타인에게 자기의 성명을 사용하여 건축사의 업무를 행하게 하는 행위’에 타인이 자기의 이름을 사용하여 건축사의 업무를 하는 것을 양해 또는 허락하거나 이를 알고서 묵인한 경우가 포함되는지 여부(적극) / 건축사법 제10조 에 따라 감리업무를 수행하였는지 판단하는 기준

[2] 형사재판에서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에 대한 증명책임 소재(=검사) 및 유죄를 인정하기 위한 증거의 증명력 정도

[3] 형사재판에서 관련 형사사건의 확정판결에서 인정된 사실의 증명력

피고인

피고인

상고인

피고인

변호인

변호사 이광일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인천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건축사는 다른 사람에게 자기의 성명을 사용하여 건축사 업무를 수행하게 하거나 자격증을 빌려주어서는 아니 된다. 그런데도 건축사인 피고인은 2015. 5.경 공소외 1, 공소외 2로부터 1,100만 원을 받고 그들이 피고인의 성명을 사용하여 인천 (주소 생략) 소재 공동주택 건축공사(이하 ‘이 사건 공사’라고 한다)의 공사감리 업무를 수행하게 하였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공소외 1에게 피고인의 성명을 사용하여 피고인의 감리업무를 수행하게 한 사실이 인정된다는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가. 공소외 1은 이 사건 공사와 관련하여 피고인의 건축사 명의를 사용하여 감리업무를 수행하였다는 범죄사실로 형사재판을 받으면서 범행을 자백하였고, 유죄판결을 선고받아 그 판결이 확정되었다.

나. 공소외 1은 ‘○○○’라는 건축행정시스템에서 감리보고서를 작성해 피고인에게 결재를 올렸는데, 이때 단순히 준공 관련 첨부서류만 올린 것이 아니라, 감리보고서에 감리자가 확인·체크하도록 되어 있는 각 사항란을 공소외 1 자신이 직접 체크하였고, 단지 감리보고서의 ‘종합의견’란만을 공란으로 비워 두었다. 그러나 위 감리보고서상의 확인·체크 행위는 감리자인 피고인이 공사현장에 나가 건축물이 설계도대로 시공되었는지, 공사자재나 재료가 적합한 것인지 등을 비교, 확인한 후에 직접 기입하여야 할 사항이고, 이 사건 공사의 설계사인 공소외 1이 사전에 체크해서는 안 될 사항이다.

다. 피고인은 공사감리일지(2015. 5. 26.~2016. 1. 13.)를 제출하였는데, 51회에 걸쳐 작성된 위 감리일지상 ‘특기사항’, ‘지적사항 및 처리결과’, ‘비고’란에는 아무런 기재가 없어, 위 공사감리일지를 근거로 피고인이 실제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감리업무를 수행하였다고 보기에 부족하다. 위 감리일지의 ‘감리착안사항’ 및 ‘감리내용’의 기재사항을 보더라도, 이 사건 건물에 필수적인 방화유리가 시공되었는지, 피고인이 이를 실제로 감리하였는지 알 수 있는 기재가 전혀 없다. 이 사건 공사의 설계도면에는 ‘방화유리’가 설치되어야 한다는 점이 크게 강조되어 기재되어 있는데도, 이 사건 건물에서 반드시 방화유리가 시공되어야 하는 위치에 모두 일반유리가 시공되는 등, 감리업무 시 가장 중요한 확인사항이라고 보이는 항목조차 감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3. 대법원의 판단

가. 건축사법 제10조 가 금지하고 있는 “타인에게 자기의 성명을 사용하여 건축사의 업무를 행하게 하는 행위”에는, 건축사가 타인으로 하여금 자기의 이름을 사용하여 건축사의 업무를 행하도록 적극적으로 권유·지시한 경우뿐만 아니라 타인이 자기의 이름을 사용하여 건축사의 업무를 하는 것을 양해 또는 허락하거나 이를 알고서 묵인한 경우도 포함된다 ( 대법원 2005. 10. 28. 선고 2005도5044 판결 참조).

그리고 건축사법 제10조 에 따라 감리업무를 수행하였는지 여부는 외관상 건축사가 직접 업무를 수행하는 형식을 취하였는지 여부에 구애됨이 없이 실질적으로 타인이 건축사의 명의를 사용하여 업무를 수행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

나. 형사재판에서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에 대한 증명책임은 검사에게 있고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한다. 그러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 대법원 2001. 8. 21. 선고 2001도2823 판결 등 참조).

형사재판에서 이와 관련된 다른 형사사건의 확정판결에서 인정된 사실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력한 증거자료가 된다. 그러나 당해 형사재판에서 제출된 다른 증거 내용에 비추어 관련 형사사건의 확정판결에서의 사실판단을 그대로 채택하기 어렵다고 인정될 경우에는 이를 배척할 수 있다 ( 대법원 2002. 10. 25. 선고 2002도3328 판결 , 대법원 2012. 6. 14. 선고 2011도15653 판결 등 참조).

다. 그런데 기록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공소외 1, 공소외 2가 피고인의 성명을 사용하여 이 사건 공사의 감리업무를 수행하였다는 사실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

1) 공소외 1, 공소외 2는 인천지방법원 2016고단7493호 로 피고인의 성명을 사용하여 감리업무를 수행했다는 건축사법 위반죄로 유죄판결을 받아 그 판결이 확정되었다. 그러나 그 유죄판결의 범죄사실은 공소외 1, 공소외 2가 피고인을 포함한 7명의 건축사 성명을 사용하여 8회에 걸쳐 건축사 업무를 수행했다는 건축사법 위반 이외에도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건축법 위반, 사문서위조 및 위조사문서행사, 위계공무집행방해 부분이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 공소외 1은 검찰 수사과정에서 피고인 등으로부터 자격증을 대여받았는지 여부에 관하여 진술하였을 뿐, 피고인 등의 감리업무를 실제 수행했는지 여부는 진술한 바 없다.

2) 공소외 1은 경찰수사 및 검찰수사 초기 다른 범죄사실 부분과 달리 이 사건 건축사법 위반 부분에 대하여는 부인하였다가 수사검사로부터 자백 취지의 공소외 3의 피의자신문조서를 제시받은 후 재판에 이르기까지 이를 자백하는 것으로 변경하였다. 그런데 공소외 1은 제1심에서 다시 이 사건 공소사실을 부인하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3) 피고인은 이 사건 공사의 감리업무를 부족하나마 직접 수행하였다고 하면서 이 사건 공사와 관련된 도면, 보고서, 공사현장 사진, 자신의 명의로 작성된 확인서와 의견서 등을 제출하였다. 방화유리인지는 육안으로는 알 수 없다는 공소외 1의 검찰 진술 및 건축주 공소외 4의 제1심 법정진술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이 사건 공사의 감리를 1회적으로 담당한 것이라면 건축주가 제출한 관련 자료와 현장 상황 점검만으로 방화유리 미설치 사실을 확인하기 어려웠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4) 피고인이 이 사건 공사의 감리업무를 미흡하게 수행하였다는 사정만으로 공소외 1로 하여금 감리업무를 수행하게 하였다고 인정할 수 없고, 공소외 1이 실제로 감리업무를 수행하였음이 증명되어야 한다. 공소외 1은 검찰 및 1심 법정에서 이 사건 공사의 설계자로서 확인사항을 예상하여 확인란에 표시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으므로, 공소외 1이 감리보고서 중 확인사항란에 표시한 것만으로는 감리업무를 직접 수행하였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

5) 피고인이 원심에서 제출한 공사감리일지에 ‘특기사항’, ‘지적사항 및 처리결과’, ‘비고’란에 아무런 기재가 없다고 하더라도, ‘감리내용’에 구체적 내용이 기재되어 있으므로, 일지의 기재가 미흡하다는 사정만으로 피고인이 이 사건 공사의 감리업무를 수행하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6) 이 사건 외에도 건축사인 공소외 5, 공소외 3, 공소외 6, 공소외 7, 공소외 8이 공소외 1, 공소외 2에게 감리업무를 수행하게 하였다는 부분에 대하여도 모두 무죄판결이 확정되었다.

라. 결국 공소외 1, 공소외 2에 대한 형사사건의 확정판결에서 인정된 사실만으로는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라고 인정하기에 부족한데도 원심은 위와 같이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건축사법 제10조 에서 정한 ‘명의대여’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피고인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이를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상환(재판장) 박상옥 안철상(주심) 노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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