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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0. 11. 11. 선고 2010도9633 판결
[강간·협박·폭행][미간행]
판시사항

[1] 형사재판에서 공소사실에 대한 증명책임의 소재(=검사) 및 유죄를 인정하기 위한 증거의 증명력 정도

[2] 강간죄의 구성요건 중 ‘폭행·협박’의 정도 및 그 판단 기준

[3] 피해자의 일련의 강간 피해 주장 중 그에 부합하는 진술의 신빙성을 대부분 부정할 경우, 일부 사실에 대하여만 피해자의 진술을 믿어 유죄를 인정하기 위한 요건

[4] 피고인에 대한 일부 강간의 공소사실이 합리적인 의심이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데도, 피해자의 진술 등을 근거로 이를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 법리오해 및 심리미진의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유재선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폭행 및 협박의 점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사정을 근거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폭행 및 협박의 점을 모두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한 것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위법 등이 없다. 그리고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정도에 이르지 못하는 단순한 사실오인의 주장은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한다.

2. 2009. 10. 28.자 및 2009. 10. 29.자 강간의 점에 대하여

가. 형사재판에서 공소제기된 범죄사실에 대한 증명책임은 검사에게 있는 것이고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 대법원 2001. 8. 21. 선고 2001도2823 판결 , 대법원 2008. 7. 24. 선고 2008도4467 판결 등 참조). 한편 강간죄가 성립하려면 가해자의 폭행·협박은 피해자의 항거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것이어야 하고, 그 폭행·협박이 피해자의 항거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것이었는지 여부는 그 폭행·협박의 내용과 정도는 물론, 유형력을 행사하게 된 경위, 피해자와의 관계, 성교 당시와 그 후의 정황 등 모든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 대법원 2007. 1. 25. 선고 2006도5979 판결 등 참조).

나.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정을 들어 이 부분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피해자의 진술은 신빙성이 있고, 피고인이 피해자와 헤어질 수 없다고 하자 피해자가 절망에 빠져 유서를 작성한 2009. 10. 27.과 10. 28. 직후에 자의로 피고인과 성관계를 가진 것으로 볼 수 없는 점 등 제1심판결이 인정한 판시 사정들을 종합하면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은 정당하며, 강간 범행 전후에 피해자가 특별히 저항하지 않은 채 피고인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탔다거나 피고인에게 일상적인 내용의 문자를 보냈다는 등의 사정만으로는 피고인이 피해자를 강간한 것이 아니라고 할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다.

다.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를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1) 피고인은 일관되게 피해자와 합의 하에 성관계를 가진 사실은 있으나, 이 부분 공소사실과 같이 피해자를 협박하거나 폭행하여 피해자를 간음한 사실은 없다고 주장하면서 이 부분 범행을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그리고 기록상 이 부분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증거 중 피해자의 진술을 제외한 나머지 증거들은 피해자의 진술을 근거로 하는 것이거나 그 자체만으로는 위 공소사실을 인정할 증거로는 부족하다. 따라서 위 공소사실을 인정할 직접증거로는 사실상 피해자의 진술이 유일한 것으로 보인다.

2) 그런데 기록에 의하면, ① 회사에 근무하던 피해자는 피고인과 교제를 시작한 지 한 달 정도가 지난 2009. 3.경부터 정기적으로 성관계를 가져왔고, 피고인의 소개로 피고인의 부모를 만나기도 하였으며, 피해자의 아버지가 피고인과의 혼인을 반대한다는 의사를 표시한 이후에도 피고인을 계속 만나면서 성관계를 가져온 사실, ② 피해자는 2009. 10. 24. 원심 판시와 같이 피고인으로부터 폭행을 당하여 약 3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좌측고막천공 등의 상해를 입은 이후에도 피고인을 만나거나 휴대전화 등을 통하여 피고인과 일상적인 연락을 취한 사실, ③ 피해자는 피고인이 피해자와 합의 하에 성관계를 가졌다고 주장하는 일시인 2009. 10. 28. 23:18경과 2009. 10. 29. 18:57경에 각각 피고인과 함께 피해자의 주거지에 들어간 사실, ④ 피해자는 2009. 10. 29. 19:55경 피고인과 함께 피해자의 주거지에서 나와 피해자의 부모가 거주하는 광주에 가기 위하여 피고인이 운전하는 자동차에 동승함과 아울러 피고인이 구입한 고속버스 승차권을 이용하여 2009. 10. 29. 21:15경에 광주로 내려간 사실, ⑤ 피해자는 2009. 10. 30.과 10. 31.에도 피고인과 여러 번에 걸쳐 전화로 통화를 하거나 휴대전화를 이용하여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은 사실, ⑥ 한편 피해자는 경찰공무원으로 근무하는 피해자 친구의 외삼촌을 만나 상담을 한 후에 2009. 11. 4. 수사기관에 피고인을 상대로 고소하면서 제출한 고소장에 2009. 10. 13.부터 10. 16.까지와 2009. 10. 23.에만 성폭행을 당한 것으로 기재하였고, 경찰 1회 진술 시에도 2009. 10. 28. 이후에는 피고인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하지는 않았다고 진술하였던 사실, ⑦ 또한 피해자는 검찰 1회 진술 시에 2009. 10. 13.부터 10. 20.까지 8일간과 2009. 10. 23., 10. 28. 및 10. 29. 총 11회에 걸쳐 피고인으로부터 강간을 당하였다고 진술하였으나, 검찰 2회 진술 시에는 피고인이 피해자를 강간한 횟수가 5회를 넘는 것 같은데 2009. 10. 20., 10. 22.과 10. 28. 및 10. 29.에는 확실하게 강간을 당하였다고 진술한 사실, ⑧ 검사는 피해자의 위와 같은 강간 피해 진술 중 2009. 10. 20., 10. 22. 및 이 부분 공소사실인 2009. 10. 28.과 10. 29. 총 4회만 피고인이 피해자의 팔을 잡아 꺾거나, 피고인의 원심 판시 2009. 10. 21.자 협박으로 겁을 먹은 상태에 있는 피해자의 팔을 잡아 꺾어 피해자의 반항을 억압한 상태에서 피해자를 강간한 것으로 기소하였으나, 이 사건 제1심은 2009. 10. 20.과 10. 22.자 각 강간의 점에 대하여는 피해자의 진술을 믿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였고, 검사는 그에 대하여 항소를 하지 아니한 사실 등을 알 수 있다.

3) 이와 같이 일정 기간 동안에 발생한 일련의 피해자의 강간 피해 주장에 대하여 이미 대부분의 피해 주장에 대하여는 그에 부합하는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부정하여 강간죄의 성립을 부정할 경우에 원심의 판단처럼 그 중 일부의 강간 피해 사실에 대하여만 피해자의 진술을 믿어 강간죄의 성립을 긍정하려면, 그와 같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달리 볼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앞서 본 바에 의하면, 피해자는 2009. 10. 24. 이후부터 2009. 10. 31.까지도 그 이전과 같이 피고인을 계속 만나면서 일상적인 연락을 취하였고, 피해자가 피고인으로부터 강간을 당하였다고 주장한 직후에 피고인이 운전하는 승용차에 동승함과 아울러 피고인이 구입한 고속버스 승차권을 이용하는 등, 강간이라는 범행을 한 자와 그 피해자 사이에서는 쉽게 발생하기 어려운 행동을 취한 사정 등에 비추어 볼 때, 원심 판시와 같은 사정만으로는 위 2009. 10. 28.자와 2009. 10. 29.자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의 성관계만은 강간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 피해자가 이 부분 공소사실과 같이 피고인으로부터 협박이나 폭행을 당하였다고 할지라도, 그 협박의 내용과 폭행의 정도, 그러한 협박 등을 행사하게 된 경위, 앞서 본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 피해자의 신분이나 사회적 지위 및 피고인과 피해자의 성관계 전·후의 정황 등에 비추어 위와 같은 협박 등이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는 정도를 넘어 피해자의 항거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에 이른 것으로 단정할 수 있는지에 대하여도 의문이 든다.

4) 결국 이러한 사정을 모두 고려하면 이 사건에서 검사가 제출한 모든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에 대한 이 부분 강간의 점에 관한 공소사실은 합리적인 의심이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이와 달리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을 들어 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고 말았으니,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강간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위법이 있으며, 이는 판결에 영향을 미쳤음이 명백하다. 이 점을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론

그러므로 2009. 10. 28.자 및 2009. 10. 29.자 각 강간의 점과 다른 범죄사실을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는 것으로 보아 하나의 형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모두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으로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민일영(재판장) 이홍훈(주심) 김능환 이인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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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서울고등법원 2010.7.15.선고 2010노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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