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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1981. 11. 20. 선고 81노1767 제2형사부판결 : 확정
[살인·현주건조물방화피고사건][고집1981(형특),350]
판시사항

현주건조물방화죄의 기수시기

판결요지

형법 제164조 전단에 규정된 현주건조물방화죄가 기수에 이르기 위하여서는 화력이 매개물을 떠나 스스로 연소할 수 있는 상태에 이르러야 한다.

참조조문
피 고 인

피고인

항 소 인

검사 및 피고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징역 12년에 처한다.

원심판결선고전의 구금일수중 100일을 위 형에 산입한다.

이유

피고인과 그의 변호인의 항소이유의 요지는, 첫째, 피고인은 원심판시 2의 범행당시 살인범행을 은폐하고자 미리 준비한 알콜병의 마개를 따서 알콜을 뿌리고 성냥불을 켜서 불을 놓아 방화한 것이 아니고 피고인이 피해자의 목에 두른 마후라를 잡아당겨 그가 사망하자 피고인은 당황하여 서성거리다가 그 옆에 놓여있던 알콜통을 밟아 그 통이 터지면서 알콜이 방바닥에 흘러 나왔는데 그때마침 피고인이 담배불을 붙이고자 성냥불을 켰다가 잘못하여 그 성냥불이 떨어져 알콜에 인화되어 발화된 것임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이 점에 대한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여 처단한 조처는 사실을 오인하였거나 증거없이 사실을 인정한 잘못을 저질러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고, 둘째, 피고인은 초범으로서 그 잘못을 깊이 뉘우치고 있는 점등에 비추어 보면, 원심의 형량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는 것이고, 검사의 항소이유의 요지는 이건 범행의 수단이 악질적이고 그 결과가 중대함에 비추어 보면, 원심의 형량이 너무 가벼워 부당하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먼저 피고인과 변호인의 항소이유의 첫째점을 보건대, 원심이 적법하게 조사하여 채택한 각 증거에 의하면 피고인이 피해자가 사망하자 그 시체를 요위에 눕히고 이불을 덮은 다음 그 위에 그녀의 바지등 옷가지를 쌓아놓고 알콜을 뿌린후 성냥불을 붙여 방화한 사실을 인정하기에 충분하고 거기에 소론이 지적하는 바와 같은 사실오인의 위법이나 증거없이 사실을 인정한 잘못이 발견되지 아니하므로 위 항소논지는 이유없다.

그러나 양형부당의 주장을 판단하기 앞서 직권으로 살피건대, 원심판결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거시의 증거에 의하여 피고인은 1981. 2. 19. 위에서 본 바와 같은 경위로 방화하여 그 불길이 이불과 옷가지 등을 태우면서 청수여관 105호 방실에 번지게 하여 위 방실 및 이불 1채 싯가 금 5,000원 상당을 소훼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한 다음, 피고인의 위 판시소위에 대하여 형법 제164조 전단 소정의 현주건조물방화죄로 처단하고 있다. 그러나 형법 제164조 전단에 규정된 현주건조물방화죄가 기수에 이르기 위하여는 화력이 매개물을 떠나 스스로 연소할 수 있는 상태에 이르러야 한다고 할 것인데, 원심증인 공소외인의 법정에서의 진술, 사법경찰관사무취급이 작성한 공소외인에 대한 진술조서와 검증조서의 각 기재에 의하면, 피고인이 원심판시 2의 범행당시 불을 놓은 다음 그 방실에서 나간 후 방에서 새어나오는 연기를 본 위 여관주인 공소외인이 문을 열고 들어가 이불과 옷가지 등이 타는 것을 진화하였는데, 그 결과 피해자의 바지, 바바리코트 등의 옷가지가 전부 타고 이불과 벼개의 일부가 탔을뿐 피해자가 깔고 누웠던 요는 물론 위 방실의 비니루장판 조차 타지 아니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 바, 위 사실에 의하면 피고인이 옷가지 등에 발화를 시켰으나 아직 현주건조물의 일부인 위 방실에서는 인화되지 아니하여 현주건조물이 스스로 연소할 수 있는 상태에 돌입하였다고는 할 수 없다고 할 것이고 그외 달리 이를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으므로 피고인의 위 판시소위는 현주건조물방화의 미수죄에는 해당할지언정 위 죄의 기수로 처벌할 수는 없다고 할 것임에도 원심이 피고인의 위 판시소위를 형법 제164조 전단의 현주건조물방화죄의 기수로 보아 처단한 조처는 사실을 오인하였거나 방화죄의 기수시기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을 저질러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고 할 것이고, 위 죄는 원심판시 1의 살인죄와 형법 제37조 전단의 실체적 경합범관계에 있어 원심의 위 잘못은 판결 전부에 영향을 미쳤다고 할 것이므로 나머지 항소이유에 관하여는 판단할 필요없이 원심판결은 전부 파기되어야 한다.

따라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 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범죄사실과 증거

당원이 유죄로 인정하는 범죄사실과 그에 대한 증거관계는 원심판결설시의 범죄사실의 2항을 아래와 같이 고치는 이외에는 원심판결설시의 그것과 같으므로 이를 모두 그대로 인용한다.

“2. 그 시경 그곳에서 위 범행을 은폐하기 위하여 사람이 현존하는 위 여관건물에 방화를 하고자 피해자의 시체를 요위에 눕혀 놓고 이불을 뒤집어 씌운 후 그 위에 그녀의 바지 및 바바리코트등 옷가지와 비니루 손지갑등 소지품을 쌓아놓고 알콜병의 마개를 따서 알콜을 그 위에 부은 후 성냥을 켜서 불을 놓아 그 불이 이불과 옷가지 등을 태우던중 위 여관주인 공소외인이 방문에서 새어나오는 연기를 보고 그 방안에 들어가 위 옷가지와 이불등이 타는 것을 진화시킴으로 그 목적을 달하지 못하고 미수에 그친 것이다”

법령의 적용

피고인의 판시소위중 판시 1의 살인의 점은 형법 제250조 제1항 에, 판시 2의 현주건조물방화미수의 점은 형법 제174조 , 제164조 전단에 각 해당하는바, 피고인은 초범으로서 이건 범행 이전 2년간 사우디에 나가 정비공으로 근무하여 매월 금 500,000원 정도의 돈을 송금하여 왔는데 귀국하여 보니 처인 피해자가 한푼도 저축하지 아니한 채 낭비하였고 그 사이 4살난 딸까지 사망하였을 뿐 아니라 피고인의 출국전에는 함께 모시고 있던 피고인의 어머니가 고향인 충남 삽교읍으로 내려가 홀로 어렵게 살고 있어 피고인은 실의에 빠져 지내던중 다시 사우디에 정비공으로 나가서 송금할 생각으로 그 준비를 하던 차에 위 피해자와 위 여관에 투숙하였다가 위 피해자로부터 피고인이 사우디에 가 있는 사이에 진 빚이 금 800,000원 정도가 있어 갚아야겠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자 그동안 피고인이 속으로 참고 있던 저축하지 아니한 처에 대한 원망과 설움이 북받쳐 오르면서 격정된 상태에 이르게 되어 이건 범행을 저지르게 된 점등 그 범행동기에 참작할 바 있으므로 위 각 죄의 소정형중 유기징역형을 선택하고 위 두 죄는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이므로 동법 제38조 제1항 제2호 , 제50조 에 의하여 그 죄질과 범정이 중한 판시 살인죄에 정한 형에 경합가중한 형기범위내에서 피고인을 징역 12년에 처하고, 동법 제57조 에 의하여 원심판결선고전의 구금일수중 100일을 위 형에 산입한다.

이상의 이유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영진(재판장) 황상현 윤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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