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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9. 7. 9. 선고 2009다15565 판결
[손해배상(기)][공2009하,1290]
판시사항

[1] 상인간의 매매가 상법 제68조 에 정한 확정기매매인지 여부의 판단 기준

[2] 가격변동이 심한 원자재를 계약 목적물로 한 국제 중개무역이라는 사유만으로는 상법 제68조 에 정한 상인간의 확정기매매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상법 제68조 에 정한 상인간의 확정기매매의 경우 당사자의 일방이 이행시기를 경과하면 상대방은 이행의 최고나 해제의 의사표시 없이 바로 해제의 효력을 주장할 수 있는바, 상인간의 확정기매매인지 여부는 매매목적물의 가격 변동성, 매매계약을 체결한 목적 및 그러한 사정을 상대방이 알고 있었는지 여부, 매매대금의 결제 방법 등과 더불어 이른바 시.아이.에프(C. I. F.) 약관과 같이 선적기간의 표기가 불가결하고 중요한 약관이 있는지 여부, 계약 당사자 사이에 종전에 계약이 체결되어 이행된 방식, 당해 매매계약에서의 구체적인 이행 상황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2] 계약 당사자 사이에 종전에 계약이 체결되어 이행된 방식, 당해 매매계약에서의 구체적인 이행 상황 등에 비추어 볼 때, 가격변동이 심한 원자재를 계약 목적물로 한 국제 중개무역이라는 사유만으로는 상법 제68조 에 정한 상인간의 확정기매매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한 사례.

원고, 상고인 겸 피상고인

원고 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광장 담당변호사 이은재외 2인)

피고, 피상고인 겸 상고인

피고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정동국제 담당변호사 서동희외 7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원고와 피고의 상고이유를 논리적 순서에 따라 판단한다.

1. 피고의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한 판단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비록 이 사건 계약의 대금지급 조건 및 시기, 분쟁의 해결방법, 환적 및 분할 선적의 허용 여부에 대한 의사의 합치는 없었으나 그러한 사항은 당사자 사이의 거래관행이나 이 사건 계약에 적용되는 법률의 규정 등으로 보충할 수 있는 것이고, 이 사건 계약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는 매매목적물, 수량, 가격 및 이행기에 대한 합의가 있었다는 점, 비록 이행기를 도과하기는 하였으나 피고가 이 사건 계약에 기한 이행이라는 점을 표시하고 18M.T.를 원고에게 제공하고 원고가 이의 없이 이를 수령하고 그에 해당하는 대금을 지급한 점, 원고와 피고는 이 사건 거래 이전에도 2차례에 걸쳐서 페로몰리브덴을 거래하면서 수량, 가격 및 이행기 등만 합의하고 나머지 점에 대하여는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음에도 페로몰리브덴을 공급하고 그 대금을 지급한 점, 원·피고는 약정이 체결되었음을 전제로 수차례에 걸쳐 문서를 주고 받은 점 등에 비추어 보면, 2004. 8. 23.자 매매계약서 및 구매확인서의 교환에 의하여 원·피고 사이에 유효한 매매계약이 성립되었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계약의 성립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

2. 원고의 상고이유 제1점 및 피고의 상고이유 제3점에 대한 판단

상법 제68조 에 “상인간의 매매에 있어서 매매의 성질 또는 당사자의 의사표시에 의하여 일정한 일시 또는 일정한 기간 내에 이행하지 아니하면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에 당사자의 일방이 이행시기를 경과한 때에는 상대방은 즉시 그 이행을 청구하지 아니하면 계약을 해제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상인간의 확정기매매의 경우 당사자의 일방이 이행시기를 경과하면 상대방은 이행의 최고나 해제의 의사표시 없이 바로 해제의 효력을 주장할 수 있다고 할 것인바, 상인간의 확정기매매인지 여부는 매매목적물의 가격 변동성, 매매계약을 체결한 목적 및 그러한 사정을 상대방이 알고 있었는지 여부, 매매대금의 결제 방법 등과 더불어 이른바 시.아이.에프(C. I. F.) 약관과 같이 선적기간의 표기가 불가결하고 중요한 약관이 있는지 여부, 계약 당사자 사이에 종전에 계약이 체결되어 이행된 방식, 당해 매매계약에서의 구체적인 이행 상황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원심은, 이 사건 계약의 목적물이 가격변동이 심한 상태에 있는 원자재이고, 매수인인 원고는 원자재의 국제 중개무역을 하는 회사로 전매를 위하여 페로몰리브덴을 구매하게 된 것이며, 피고 역시 중국으로부터 페로몰리브덴을 수입하여 원고에게 전매하여야 하는 것을 전제로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한 것임을 알 수 있는데, 이러한 계약에 있어서는 이행기의 결정이 가격의 결정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을 정도로 중요한 의미를 가지며, 이행이 늦어지는 경우에는 사정에 따라서는 어느 일방이 큰 손해를 볼 우려가 있으며 원·피고 모두 이러한 사정은 잘 알고 있었다고 보이는 사정을 종합하면, 이 사건 계약은 그 성질상 또는 당사자의 의사표시에 의하여 약정된 이행기 내에 이행되지 아니하면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상법 제68조 가 말하는 확정기매매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원심이 들고 있는 사정들은 모두 원자재 국제 중개무역에 있어서의 일반적인 성질에 불과한 것들로서 이 사건 계약이 확정기매매라고 인정할 충분한 사정에 이르지 못하였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원심판결 이유와 원심이 배척하지 아니한 증거들에 의하면, 이 사건 계약 전에 체결된 원·피고 사이의 페로몰리브덴 계약의 이행을 보더라도 계약에서 정한 이행기를 경과하여 이행되었음에도 대금이 정상적으로 지급되어 마무리된 사실, 이 사건 계약의 이행기 후에 계약의 일부가 이행되었는데 일부 이행의 상업송장에 이 사건 계약 번호가 기재되어 있고 이 사건 계약의 내용과 일치하는 조건으로 대금이 지급된 사실, 일부 이행 후에 원·피고 사이에 나머지 부분의 이행에 대하여 계속 논의를 하였으며 그 논의 과정과 내용을 보면 이 사건 계약의 나머지 부분 이행에 대한 것임이 명백한 사실을 알 수 있으므로, 이 사건 계약이 상법 제68조 의 확정기매매로서 그 이행기를 경과하고 원고가 즉시 이행을 청구하지 않음으로써 해제되었고 이행기 후의 일부 이행과 나머지 부분 이행에 관한 논의는 해제로 인하여 법률상 이행의무 또는 수령의무가 없는 상태에서 호의적으로 이루어진 이행과 수령에 불과하다는 원심의 판단을 수긍하기 어렵다.

또한, 기록에 의하면 원·피고 모두 제1심 및 원심에서 이 사건 계약이 상법 제68조 의 확정기매매라고 주장한 적이 없음을 알 수 있는데, 원심이 전혀 주장·입증의 대상이 되지 않았던 쟁점을 판단하여 결론을 도출한 것은 현저하게 부당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고, 만일 원심이 확정기매매라고 판단하려면 석명권을 행사하여 당사자에게 주장·입증을 촉구할 필요가 있다고 할 것임에도 이러한 석명권 행사를 게을리하고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 사건 계약이 확정기매매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확정기매매의 인정 요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을 뿐 아니라, 석명권 행사를 게을리하고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잘못도 있다고 할 것이므로,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에 관한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론

그러므로 원고와 피고의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하여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시환(재판장) 박일환 안대희(주심) 신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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