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beta
텍스트 조절
arrow
arrow
대법원 1994. 3. 11. 선고 93도3001 판결
[중실화][공1994.5.1.(967),1232]
판시사항

중실화를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을 화재발생원인의 인정에 있어 심리미진의 위법이 있다 하여 파기한 사례

판결요지

전기석유난로를 켜 놓은 채 귀가하여 전기석유난로 과열로 화재가 발생하였다 하여 중

실화를 유죄로 이정한 원심판결을 화재발생원인의 인정에 있어 심리미진의 위법이 있다 하

여 파기한 사례.

참조조문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김문호 외 1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사건을 서울지밥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원심은, 서울 서초구 반포동 소재 피해자 경영의 스튜디오 사진기사로 근무하던 피고인이 1993.1.19. 00 : 40경 위 스튜디오에서 전기석유난로(팬히터)를 켠 채 야간작업을 하다가 귀가함에 있더, 그곳 바닥은 인화성이 있는 비닐장판이 깔려있었고, 위 전기셕유난로 옆에는 인화성이 있는 쇼파 등이 놓여 있었으므로 위 전기 석유난로를 소화함으로써 화재의 발생을 미리 막아야 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게을리 한 채 같은 날 01 : 00경 위 전기석유난로를 켜 놓은 채 귀가한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위 전기석유난로가 과열되면서 비닐장판 및 쇼파 등에 불이 붙고 위 스튜디오 천정 및 이웃 사무실로 불길이 번지면서 그 판시 물품들이 소훼된 사실을 거시증거에 의하여 인정한 다음 피고인을 중실화죄로 의율처단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2. 그러나 위 제1심판결이 채택한 증거들 중, 피고인의 검찰이나 제1심법정에서의 진술은 피고인이 위 전기석유난로를 켜 놓은 태 귀가하였다가 뒤늦게 그 사실을 깨닫고 사무실에 나와 보니 이미 화재가 발생하여 진화 중이었다는 것이고, 원청언, 윤흥룡, 김민석의 경찰 진술은 위 스튜디오에서 최초로 화재가 발생하였다는 것 또는 그로 인하여 그 판시와 같은 손해를 입었다는 것이며, 수사기록 9 내지 42쪽에 편철된 피해품 명세서 등은 이 사건 화재로 인한 피해물품 및 피해액수에 관한 것이어서, 위 각 증거들에 의하여 피고인이 사건당일 01 : 00경 위 전기석유난로를 켜 놓은 태 귀가한 사실 및 그 날 03 : 34경 위 스튜디오에서 최초로 발화한 사실은 인정할 수 있지만, 피고인이 켜 놓았던 위 전기석유난로가 과열된 것이 바로 이 사건 화재발생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다고 인정할 수는 없는 것들이고, 다만 사법경찰리 작성의 실황조사서에 위 전기석유난로가 과열되면서 사무실 바닥의 엑스트롱 비닐장판 및 쇼파 등에 인화되어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사료된다는 기재가 있기는 하나, 이는 조사자의 의견에 불과한 것으로 그와 같은 기재만으로 위 전기석유난로가 과열된 것이 이 사건 화재발생의 원인이 되었다고 단정하기에는 부족하다 할 것이다.

그 반면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법과학부 김윤회, 고재모 작성의 감정서(공판기록 94년 이하)에 의하면 위 전기석유난로에는 기화기 안전차단장치와 2개의 과열안전장치 및 3시간 자동소화장치가 내장되어 있어 그 상태가 정상적이며 설치상태가 양호한 경우 자체가 과열되거나 장시간 사용에 따른 과열위험은 없고, 그 설정온도를 최대치인 30로 할 때 전면 온풍구에서 나오는 온풍의 온도가 약 150로 가연물이 온풍구에 직접 접촉되면 발화될 위험이 있으나 그로부터 60cm만 떨어져도 그 온도가 65 정도로 내려가 정상적인 연소시 위 사무실 바닥에 깔려 있던 엑스트롱 비닐장판 등에 인화될 위험은 없으며, 위 전기석유난로와 같은 연소기에 의한 발화는 일반적으로 연소기 자체의 고장에 의한 이상과열이나 가연물의 접촉 등에 의하여 발생한다는 것이고, 증인 안정섭의 제1심법정에서의 진술에 의하면 위 전기석유난로는 구입한지 1년 정도밖에 되지 아니한 것으로 평소 위 스튜디오에서 근무시 또는 숙직시 5,6시간 이상 켜두어도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는 것이며, 한편 기록에 의하면 위 전기석유난로는 평평한 위 스튜디오 바닥에 설치되어 있어 그 설치상태는 비교적 양호하였던 것으로 보이고, 또 위 스튜디오 내 쇼파는 위 전기석유난로 뒤편으로 65cm 정도 떨어져 있어서 1차적으로 위 쇼파에 인화되었을 가능성은 거의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바, 사정이 이러하다면 위 전기석유난로 자체에 고장이 있었다거나 아니면 가연물이 어떠한 경위로 온풍구에 직접 접촉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지지 아니하는 한 위 전기석유난로의 과열이 이 사건 화재발생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다고 쉽사리 인정할 수는 없다 할 것인데, 위 제1심판결이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더라도 위와 같은 사실은 인정되지 아니한다.

3. 형사재판에 있어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증거능력이 있는 엄격한 증거에 의하여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할 수 있는 증명이 된 경우에 비로소 가능한 것이고, 이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사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사건에서 화인의 감정이 없어 제3자에 의한 방화나 실화 또는 누전 등 기타에 의한 발화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음에도 이를 외면한 채, 위 전기석유난로 자체에 고장이 있었는지 여부나 가연물이 그 온풍구에 직접 접촉된 적이 있었는지 여부에 대하여 심리해 보지도 아니한 채 위와 같은 증거들만에 의하여 위 전기석유난로의 과열이 이 사건 화재발생의 원인이 되었다고 막연히 단정하여 피고인을 중실화죄로 의율처단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한 원심판결에는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고 채증법칙에 위배하여 사실을 잘못 인정하거나 중실화죄에 있어서의 중대한 과실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 할 것이고, 이와 같은 위법은 판결에 영향을 미친 것임이 명백하므로, 이 범을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 있고, 원심판결은 파기를 면할 수 없다.

4. 이에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의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이 사건 화재가 발생한 것인지 여부를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윤영철(재판장) 김상원 박만호 박준서(주심)

arr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