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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정법원 2010. 7. 8. 선고 2009구합42427 판결
[친일반민족행위자지정처분취소][미간행]
원고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화우 담당변호사 이선애 외 2인)

피고

행정안전부장관

변론종결

2010. 6. 10.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이하 ‘이 사건 위원회’)가 2009. 7. 10. 망 소외인(이하 ‘망인’)의 행위를 일제강점하 반민족행위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이하 ‘특별법’) 제2조 제9호 의 친일반민족행위로 결정한 처분을 취소한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 및 이 사건 위원회의 지위 등

(1) 망인(1949. 9. 14. 사망)은 1884. 5. 2. 출생하였고, 1941. 9. 13.부터 1944. 9. 12.까지 3년간 조선총독부 중추원 참의를 지냈다.

(2) 원고는 망인의 손자이다.

(3) 이 사건 위원회는 친일반민족행위의 진상규명에 관한 업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특별법 제3조 에 따라 설치되었다.

나. 이 사건 위원회의 망인에 대한 친일반민족행위자 지정처분

이 사건 위원회는 특별법 제19조 제1항 에 따라 2009. 1. 29. 망인을 친일반민족행위 조사대상자로 선정한 후 망인이 일제 치하에서 위와 같이 3년 동안 조선총독부 중추원 참의를 지내면서 중추원 회의에 출석하여 조선총독의 자문에 응하는 행위를 하였다는 이유로 2009. 7. 10. 망인의 위와 같은 행위를 특별법 제2조 제9호 가 정한 친일반민족행위로 결정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

다. 이 사건 처분에 관계되는 권한의 승계

이 사건 위원회의 활동기간이 2009. 11. 30. 만료됨에 따라 피고가 이 사건 처분에 관계되는 권한을 승계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1 내지 3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본안 전 항변에 대한 판단

가. 피고의 주장

(1) 처분성 여부에 관한 주장

특별법에 의하면, 이 사건 위원회는 친일반민족행위 조사대상자의 친일반민족행위를 조사한 후 친일반민족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결정하고, 조사보고서를 작성하여 이를 대통령 및 정기국회 기간 중 국회에 보고하며, 친일반민족행위에 관한 사료를 편찬하게 되어 있다. 따라서 이 사건 위원회가 한 친일반민족행위 결정은 이 사건 위원회가 수행하는 순수한 조사활동의 결과에 불과하여, 그것만으로 친일반민족행위 조사대상자나 원고의 권리의무에 미치는 아무런 영향이 없으므로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에 해당하지 않는다.

(2) 원고적격에 관한 주장

이 사건 위원회의 친일반민족행위 결정으로 조사대상자의 법률상 이익이 침해되지 않았고, 나아가 원고는 조사대상자도 아니어서 그 법적 지위에 아무런 영향이 없으므로 원고는 위 결정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없다.

나. 판단

(1) 처분성 여부에 관한 판단

(가)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이라 함은 행정청이 행하는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집행으로서의 공권력의 행사 또는 그 거부와 그밖에 이에 준하는 행정작용을 말하는 것으로서( 행정소송법 제2조 제1항 제1호 ), 국민의 권리의무에 직접 영향이 있는 법적용행위를 의미한다.

(나) 특별법 제4조 는 친일반민족행위 조사대상자의 선정, 조사대상자가 행한 친일반민족행위의 조사, 친일반민족행위와 관련된 국내외 자료의 수집 및 분석, 조사대상자의 친일반민족행위의 결정에 관한 사항 등을 이 사건 위원회의 업무로 규정하여 이 사건 위원회의 친일반민족행위에 관한 조사 및 결정의 근거를 마련하고 있고, 같은 법 제25조 에 의하면 이 사건 위원회는 위원회 활동을 조사보고서로 작성하여 매년 대통령 및 정기국회 기간 중 국회에 보고하여야 하며, 같은 법 제26조 에 의하면 이 사건 위원회는 그 활동기간 이내에 친일반민족행위에 관한 사료를 편찬하여야 하고, 같은 법 제27조 에 의하면 이 사건 위원회는 위 조사보고서와 사료를 공개하여야 한다.

(다) 한편, 헌법 제10조 제1항 은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 조항이 보호하는 인간의 존엄성으로부터 개인의 일반적 인격권이 보장된다.

(라) 이 사건 위원회가 조사대상자의 행위를 친일반민족행위로 결정하는 경우 조사대상자의 명예감정은 물론 그에 대한 사회적 평가인 명예가 손상을 입어 그 인격권이 직접적으로 침해받게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더구나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친일반민족행위로 결정되면 그에 관하여 작성된 조사보고서와 사료가 대외적으로 공개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이 사건 위원회가 한 친일반민족행위의 결정은 친일반민족행위를 하였다고 결정된 조사대상자의 일반적 인격권을 제한하는 것이어서 이는 단순한 학술적 조사 차원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권리의무에 직접 영향이 있는 법적용행위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마)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의 국가귀속에 관한 특별법은 제2조 , 제3조 , 제5조 에서 특별법 제2조 제6호 내지 제9호 의 행위를 한 자의 재산 및 그로부터 상속받은 재산을 일정한 요건 하에 국가에 귀속하도록 하고 있고, 친일반민족행위자의 조사 및 선정을 함에 있어서 특별법 제3조 의 규정에 따라 이 사건 위원회가 조사한 결과를 원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 위원회의 결정은 위와 같은 점에서도 국민의 재산권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법적용행위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바) 따라서 이 사건 위원회가 한 친일반민족행위 결정은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에 해당한다. 이 부분 피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2) 원고적격에 관한 판단

(가) 이 사건 처분으로 인하여 조사대상자는 친일반민족행위자라는 평가를 받게 되고 그 직계비속인 원고도 친일반민족행위자의 후손이라는 평가를 받게 되므로, 이 사건 처분은 원고의 명예감정을 해칠 여지가 있을 뿐만 아니라 조사대상자에 대한 사회적 평가인 명예가 손상을 입어 그들의 인격권을 직접적으로 제한하는 것이 된다.

(나)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의 국가귀속에 관한 특별법 제2조 제2호 는 친일반민족행위자로부터 상속받은 재산도 친일재산으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조사대상자의 직계비속인 원고는 이 사건 처분으로 인하여 재산권을 제한받을 위험에 처하게 된다.

(다) 특별법 제19조 제2항 , 제24조 , 제28조 에 의하면 조사대상자 본인은 물론 원고와 같은 직계비속도 조사대상자 선정에 관한 통지수령권 및 이의신청권, 조사과정에 있어서의 의견진술권, 조사결과에 관한 이의신청권을 가지고 있다.

(라) 위와 같은 점에 비추어 볼 때, 원고는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이 부분 피고의 주장도 이유 없다.

3.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1) 망인은 중추원 참의로서 단지 조선총독의 자문에 1회 응한 사실만 있을 뿐이고, 그 내용 역시 중대한 친일행위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망인이 중추원 참의로 활동한 행위를 친일반민족행위라고 볼 수 없다.

(2) 특별법 제2조 제9호 는 조선총독부 중추원 참의가 된 경위, 활동의 태양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조선총독부 중추원 참의로 활동한 사실만 있으면 무조건 이를 친일반민족행위로 규정하고 여기에 어떠한 예외사유도 규정하고 있지 않고 있다. 이는 헌법상 과잉금지의 원칙 내지 비례의 원칙에 위반하여 조사대상자인 망인의 일반적 인격권을 제한한 것으로서 위헌이다. 따라서 위헌인 위 조항에 근거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나. 관계법령

별지 관계법령 기재와 같다.

다. 판단

(1) 망인의 행위가 친일반민족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

특별법 제2조 제9호 가 ‘친일반민족행위’에 관하여 정의하면서 같은 조 제1호 등과는 달리 구체적인 행위를 규정하지 않고 ‘조선총독부 중추원 부의장·고문 또는 참의로 활동한 행위’를 친일반민족행위로 규정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위 조항이 정한 친일반민족행위는 조선총독부 중추원 부의장·고문 또는 참의로 활동한 행위 자체로 인정되는 것이고 그 외에 추가적이고 구체적인 행위를 요건으로 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함이 상당하다. 따라서 망인이 조선총독부 중추원 참의로 활동한 이상 그 행위는 특별법 제2조 제9호 가 정한 친일반민족행위라고 할 것이다.

(2) 특별법 제2조 제9호 가 위헌인지 여부

(가) 일반적 인격권 제한과 과잉금지 또는 비례의 원칙

앞서 본 바와 같이 특별법 제2조 제9호 에 근거한 이 사건 처분으로 인하여 조사대상자의 일반적 인격권이 제한되는바, 조선총독부 중추원 참의가 된 경위, 활동의 태양 등을 구체적으로 고려하지 않고 조선총독부 중추원 참의로 활동한 행위 자체를 친일반민족행위로 규정한 위 조항이 과잉금지원칙이나 비례의 원칙에 위배되어 위헌인지 여부에 관하여 본다.

(나) 조선총독부 중추원의 성격과 기능

을 4, 5, 7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보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중추원은 1894년 갑오개혁 당시 정치개혁 과정에서 설치된 것으로서, 초기에는 정2품 이상의 실직(실직)이 없는 인사들을 우대하기 위하여 설치되었다가, 1895년 및 1898년 관제가 개정되면서 점차 권한이 강화되어 법률의 개정에 관한 사항 등 국가중요 사안에 관하여 심사의정(심사의정)하는 기구로 변화되었다. 그러다가 한일합병 이후 1910. 10. 1. 시행된 조선총독부 중추원관제(조선총독부 칙령 제355호)에 의하여 설치된 중추원은 조선총독부 자문기관으로서 일제가 대한제국의 관제나 행정기구를 그대로 유지했다는 인상을 주고 식민지배정책을 합리화하기 위한 도구로 활용하기 위하여 설치된 것이다.

조선총독부 중추원은 처음에는 의장, 부의장 1인, 고문 15인, 찬의 20인(칙임대우), 부찬의 35인(주임대우), 서기관장 35인, 서기관 2인, 통역관 3인으로 구성되었다. 3·1 운동 이후 일제의 무단통치가 민족분열정책을 기조로 하는 문화통치로 전환되면서 1921. 4.경 관제가 개정되었는데, 찬의와 부찬의를 합하여 참의로 개칭하여 칙임대우·주임대우로 구분하고 인원을 65명으로 조정하였으며 고문에게만 주어졌던 의결권을 참의에게도 확대 부여하고 임기도 3년으로 정하여 중임할 수 있게 하였다.

위와 같은 조선총독부 중추원은 그 구성 및 기능이 1910년대(통상 제1기라고 한다), 1920년대(통상 제2기라고 한다), 1930년대 이후(통상 제3기라고 한다)에 각각 달라졌는데, 제1기는 주로 한일합병에 협력한 이른바 ‘친일귀족’에게 주어진 유명무실한 관직의 성격이 강했고, 제2기는 일제의 총독부와 교감이 있는 인사들을 중심으로 총독통치의 효과를 얻기 위한 조사업무 위주로 활동하였으며, 제3기는 총독부의 협조기관이면서도 그들의 정치적 참여권이 점점 강해져 자문기관의 성격이 점점 짙어지게 되었다.

한편, 조선총독부 중추원은 당초 한일합병 과정에서 공적을 세웠던 고위관료 집단, 도지사와 참여관 등의 관료, 대표적인 친일단체의 간부, 유력한 대실업가, 도평의회, 도회, 부회 등과 같은 자치 및 자문기구에 참여한 공직자 등 각종 경로를 통하여 일제에 협력한 대표적인 인물들로 구성되었으나, 3·1운동 이후에는 조선총독부가 이른바 문화통치 방식을 채택하면서 이전의 고문 중심의 중추원에서 참의 중심의 중추원으로 관제가 개편되는 한편, 중추원 참여 인물들도 종전의 고위관료 경력자 중심에서 지방 유지를 포함한 민간유력자들이 포함되기 시작했다. 특히 1930년대 일제의 만주 침략 이후에는 민간유력자를 적극적으로 총독정치의 선전에 동원하려는 의도로 일제의 지방통치 조직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온 지방대표를 포함한 민간유력자 출신을 참의로 발탁하여 각종 개량사업과 농촌진흥운동 및 황민화 사업의 일환으로 ‘심전개발’ 등의 내선융화정책을 추진하는데 활용하였고, 태평양전쟁 말기인 1940년대에는 조선사회를 전시 총동원체제로 개편하기 위해서 중추원 참의들이 침략전쟁과 황민화정책의 선전, 징병과 징용 등의 선전 및 선동에 적극적으로 동원되기도 하였다.

(다) 특별법의 제정 목적

대한민국 헌법 전문은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이념을 계승하고, 조국의 민주개혁과 평화적 통일의 사명에 입각하여”라고 규정하여 3·1운동의 독립정신을 계승하면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계승을 천명하고 있다.

위 헌법 전문은 대한민국 헌법의 연혁적·이념적 기초로서 헌법이나 법률해석에서의 해석기준으로 작용한다고 할 것인바, 특별법은 위 헌법 전문에서 천명한 3·1운동의 정신과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계승의 의미를 되살려 우리나라가 일본제국주의에 항거하여 독립운동을 한 자들의 공헌과 희생을 바탕으로 이룩된 것임을 확인하고, 일본제국주의를 위하여 행한 친일반민족행위의 진상을 규명하여 역사의 진실과 민족의 정통성을 확인하고 이를 역사적인 교훈으로 삼아 앞으로의 사회정의 구현에 이바지하기 위하여 제정되었다. 이러한 목적에서 제정된 특별법은 그 제정 목적의 정당성은 인정된다.

(라) 방법의 적정성 및 침해의 최소성

앞서 본 바와 같이 조선총독부 중추원은 근본적으로 일제의 총독정치와 식민지배의 합리화 도구로 설치된 기구이고, 그 간부에 해당하는 중추원 고문 및 참의는 일제의 조선통치에 도움이 된 자 또는 통치과정에서 새로이 공로가 있는 자, 일제의 식민정책이나 지방통치 등에 적극적으로 협력해온 자들이 발탁·임명되어 왔으며, 중추원 고문 및 참의 등은 그 시기에 따라 내선융화정책을 추진하는데 활용되거나 침략전쟁과 황민화정책의 선전, 징병과 징용 등의 선전 및 선동에 동원되는 등 일제의 식민통치를 소극적으로 합리화하거나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등의 역할을 맡아왔다.

이러한 조선총독부 중추원의 반민족적인 자문기구로서의 성격과 기능, 중추원에 참여한 인물들이 발탁된 경위, 중추원 고문과 참의로서 활동한 내용 등에 비추어 보면 일제의 총독정치와 식민지배 협조에 중추적인 역할을 해온 중추원 고문이나 참의로 활동한 행위 자체만으로도 친일반민족행위라고 보기에 충분하다.

따라서 특별법 제2조 제9호 가 조선총독부 중추원의 고문이나 참의가 된 경위, 활동의 구체적인 태양 등을 고려하지 않고 조선총독부 중추원 고문이나 참의로 활동한 행위 자체를 친일반민족행위로 규정한 것은 특별법의 제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정당한 수단으로서 위와 같은 입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덜 침해적인 수단을 상정하기도 어려우므로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

(마) 법익의 균형성

특별법 제2조 제9호 가 친일반민족행위의 구체적인 행위유형을 세부적으로 규정하지 않은 채 조사대상자가 조선총독부 중추원 고문이나 참의로 활동한 행위 자체를 친일반민족행위로 규정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특별법 제정 목적과 입법취지 등을 고려하면 위와 같은 특별법 규정에 의하여 보호되는 공익이 침해되는 조사대상자 또는 직계비속의 권익보다 더 크다고 봄이 상당하다.

(바) 소결

특별법 제2조 제9호 헌법상 과잉금지의 원칙이나 비례의 원칙에 위반되지 않으므로 이에 근거한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4.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기각한다.

[별지 생략]

판사 성지용(재판장) 곽형섭 배예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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