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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2012. 3. 29. 선고 2010나73552 판결
[제권판결에대한불복] 상고[각공2012상,584]
판시사항

[1] 갑이 농업협동조합중앙회 지점이 발행한 자기앞수표에 배서하여 기존 채무변제에 갈음하여 을에게 이를 교부하였으나 을이 채권관계서류 반환 등에 응하지 않자 갑의 지시에 따라 직원 병이 공시최고신청을 하여 수표를 무효로 하는 제권판결을 받아 수표금을 지급받은 사안에서, ‘제권판결에 대한 취소판결 확정을 조건으로’ 수표 발행인인 농업협동조합중앙회와 배서인인 갑은 합동하여 을에게 수표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한 사례

[2] 허위의 주장사실을 내세워 공시최고신청을 하고 수표소지인을 알면서도 소재를 모르는 것처럼 공시최고법원을 기망하여 제권판결을 받은 경우, 제권판결 취득자가 수표소지인에게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지는지 여부(적극) 및 제권판결이 취소된 경우 수표소지인에게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원칙적 소극)

판결요지

[1] 갑이 농업협동조합중앙회(이하 ‘조합’이라 한다) 지점이 발행한 자기앞수표에 배서하여 기존 채무변제에 갈음하여 을에게 이를 교부하였으나 을이 채권관계서류 반환 등에 응하지 않자 직원 병으로 하여금 수표에 관한 사고신고를 접수하게 하고, 이후 병이 갑의 지시로 공시최고신청을 하여 수표를 무효로 하는 제권판결을 받아 조합으로부터 수표금을 지급받은 사안에서, 위 수표는 갑의 의사에 따라 교부된 것으로서 도난·분실되거나 없어진 증권에 해당되지 아니하여 공시최고절차의 대상이 되지 아니함에도 병이 수표를 소지하고 있다가 분실한 것처럼 공시최고법원을 기망하여 이에 속은 공시최고법원으로부터 제권판결을 받았으므로, 민사소송법 제490조 제2항 제7호 에 규정된 ‘거짓 또는 부정한 방법으로 제권판결을 받은 때’에 해당하고, 한편 을이 조합과 갑에게 수표금 지급을 구하는 것은 제권판결에 대한 취소판결 확정을 조건으로 하는 한 조건부 청구권에 관한 장래이행의 소로서 허용되고, 을이 조건부 권리에 대한 장래이행의 청구를 하면서 청구취지에 조건을 기재하지 않았더라도 법원으로서는 을의 명시적인 의사에 반하지 않는 이상 이를 단순히 배척할 것이 아니라 질적 일부 인용이라고 할 수 있는 조건부 판결을 할 수 있다는 이유로, ‘제권판결에 대한 취소판결 확정을 조건으로’ 수표 발행인인 조합과 배서인인 갑은 합동하여 을에게 수표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한 사례.

[2] 허위의 주장사실을 내세워 법원에 공시최고신청을 하고 나아가 수표소지인을 알면서도 소재를 모르는 것처럼 공시최고기일에 출석하여 신청 원인과 제권판결을 구하는 취지를 진술하여 공시최고법원을 기망하여, 이에 속은 공시최고법원으로부터 선고와 동시에 형식적 확정력이 생기는 제권판결을 받았다면, 제권판결의 소극적 효과로서 수표는 무효가 되어 수표소지인은 수표상 권리를 행사할 수 없게 되고, 적법한 수표소지인임을 전제로 한 이득상환청구권도 발생하지 않게 된 손해를 입었다고 할 것이므로, 제권판결 취득자는 수표소지인에게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음이 원칙이다. 그러나 거짓 또는 부정한 방법에 의하여 제권판결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제권판결 불복의 소에 의하여 제권판결이 취소된 경우에는 수표소지인은 수표상 권리행사가 가능해지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수표소지인에게 어떠한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할 수 없다.

원고, 피항소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관기 외 2인)

피고, 항소인

농업협동조합중앙회 외 2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율현 외 1인)

변론종결

2012. 3. 8.

주문

1. 제1심판결 중 피고 농업협동조합중앙회, 피고 2에 대한 부분을 다음과 같이 변경한다.

가. 피고 농업협동조합중앙회, 피고 2는 [별지] 목록 기재 수표에 대한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2009카공309 제권판결 을 취소하는 판결의 확정을 조건으로 합동하여 원고에게 8억 원 및 이에 대한 2009. 6. 1.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6%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나. 원고의 피고 농업협동조합중앙회, 피고 2에 대한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2. 제1심판결 중 피고 3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부분을 취소하고, 그 취소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3. 피고들의 나머지 항소를 기각한다.

4. 원고와 피고 농업협동조합중앙회, 피고 2 사이의 소송총비용 중 1/10은 원고가, 나머지는 위 피고들이 부담하고, 원고와 피고 3 사이의 소송총비용은 원고와 피고 3이 각자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1. 청구취지

가.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이 2009카공309 공시최고신청사건에서 2009. 9. 23. [별지] 목록 기재 수표에 대하여 2009. 9. 23. 선고한 제권판결을 취소하고, 위 수표에 대한 제권판결신청을 각하한다.

나. 피고들은 각자 원고에게 8억 원 및 이에 대한 2009. 6. 1.부터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6%,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다만 피고 농업협동조합중앙회, 피고 2에 대하여는 주위적 및 예비적으로 위 금원의 지급을 구한다).

2. 항소취지

제1심판결 중 피고들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그 취소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1. 기초 사실

다음의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1 내지 4호증, 갑 6, 9호증, 갑 16호증의 15, 을가 1 내지 5호증(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을나 14호증의 3의 일부 기재, 제1심 증인 소외 1의 일부 증언 및 제1심법원의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에 대한 사실조회 결과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이를 인정할 수 있다.

가. 피고 2의 직원인 피고 3은 피고 2의 지시로 2009. 5. 29. 피고 농업협동조합중앙회(이하 ‘피고 조합’이라고 한다) 분당야탑지점에 자기앞수표 발행을 의뢰하여 위 지점으로부터 액면금 8억 원인 [별지] 목록 기재 수표(이하 ‘이 사건 수표’라고 한다)를 발행·교부받아 피고 2에게 교부하였다.

나. 피고 2는 같은 날 서울 강남구 청담동 소재 리베라호텔 커피숍에서 자신이 배서한 이 사건 수표를 원고에 대한 기존 채무의 변제에 갈음하여 원고에게 교부하면서 동석한 소외 2와 함께 원고에게 이자 감면 및 채권관계 서류의 반환을 요청하였으나 원고가 이에 응하지 않고 이 사건 수표만 가지고 자리를 떠나자, 같은 날 피고 3으로 하여금 피고 조합 분당야탑지점에 이 사건 수표에 관한 사고신고를 접수하게 하였다.

다. 원고는 2009. 6. 1. 우리은행에 이 사건 수표의 추심을 위임하여 어음교환소를 통하여 피고 조합 분당야탑지점에 지급제시하였으나 사고신고 접수를 이유로 지급이 거절되었다.

라. 한편 피고 3은 피고 2의 지시로 2009. 6. 5. 피고 조합 분당야탑지점에서 미지급(제시)증명서를 발급받은 후 ‘신청인은 이 사건 수표의 최후 소지인으로서 2009. 5. 29. 15:30경 서울 강남구 청담동 리베라호텔 커피숍에서 분실하여 현재까지 회수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로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2009카공309호 로 이 사건 수표에 대한 공시최고신청을 하였고, 2009. 9. 23. 공시최고기일에 출석하여 공시최고신청원인과 제권판결을 구하는 취지의 진술을 하였으며, 위 법원은 같은 날 이 사건 수표를 무효로 하는 제권판결(이하 ‘이 사건 제권판결’이라고 한다)을 선고하였다.

마. 피고 조합 분당야탑지점은 2009. 9. 23. 피고 3이 이 사건 제권판결에 터잡아 수표금 지급을 요구하자 같은 날 피고 3에게 수표금 8억 원을 지급하였다.

바. 원고는 2009. 10. 6.경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에서 이 사건 제권판결의 사건번호를 확인하여 공시최고신청서 및 제권판결문을 열람·복사하고, 2009. 11. 5. 이 사건 제권판결에 불복하여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사. 피고 조합의 업무방법서에는 자기앞수표의 사고신고에 관하여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다(이 사건과 관련된 부분만 발췌하여 기재함).

본문내 포함된 표
[사고수표의 지급제시 시 처리절차]
① 사고신고인에게 연락하여 당사자 간에 타결될 수 있도록 유도한다.
④ 공시최고에 따른 제권판결이 먼저 확정될 가능성이 있으면 소지인에게 공시최고에 대하여 권리신고를 하도록 안내한다.
[사고수표의 지급]
① 사고수표에 대한 지급요청이 있으면 다음의 경우에 한하여 지급할 수 있다.
1. 사고신고인과 수표제시인(소지인)이 합의한 때
4. 사고신고인이 제권판결을 받아 법원의 판결문을 제출하고 지급청구가 있는 때
가. 제권판결문 정본과 예금청구서를 받고 지급한다.
예금청구서에 날인된 인감은 사고신고서에 날인한 인감과 일치하여야 한다. 단 제권판결을 받은 사고신고인이 내점한 경우에는 본인의 자필 서명한 예금청구서에 의해 지급할 수 있다(실명확인증표 사본 징구).
나. 제권판결 후라도 다음의 경우에는 지급을 보류한다.
(1) 신고된 권리를 보류하고 증권의 무효를 선고한 제권판결문을 제출한 경우
(2) 제권판결 불복의 소가 제기되었음을 입증하는 자료가 제출된 경우

2. 제권판결 불복의 소에 관한 판단

가. 원고의 주장

원고는 피고 3이 이 사건 수표를 실제로 분실한 것이 아님에도 이를 이유로 공시최고신청을 하여 이를 진실로 믿은 공시최고법원으로부터 이 사건 제권판결을 받았으므로, 이 사건 제권판결은 민사소송법 제490조 제2항 제1호 의 ‘법률상 공시최고절차를 허가하지 아니할 경우’ 또는 제7호 의 ‘거짓 또는 부정한 방법으로 제권판결을 받은 때’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이 사건 제권판결의 취소와 피고 3의 제권판결신청의 각하를 구한다.

나. 본안전항변에 대한 판단

피고들은 이 사건 제권판결 불복의 소는 소제기기간을 도과하여 부적법하다고 항변한다.

살피건대 제권판결 불복의 소는 민사소송법 제490조 제2항 제1호 (법률상 공시최고절차를 허가하지 아니할 경우일 때)의 사유로 소를 제기하는 경우에는 같은 법 제491조 제3항 에 따라 제권판결이 있다는 것을 안 날부터 1월 이내에 제기하여야 하는데, 갑 6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원고는 2009. 10. 1. 피고 조합 분당야탑지점에 찾아가 그 지점장에게 이 사건 수표금이 지급된 것에 대하여 항의하는 과정에서 이 사건 제권판결이 있음을 알게 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이 사건 제권판결 불복의 소는 그로부터 1개월이 지난 2009. 11. 5. 제기되었으므로, 원고가 민사소송법 제490조 제2항 제1호 의 사유를 내세워 이 사건 제권판결의 취소를 구하는 것은 소제기기간이 도과된 것이어서 부적법하다.

그러나 원고는 이 사건 제권판결 불복의 소의 청구원인으로 민사소송법 제490조 제2항 제7호 의 사유도 함께 내세우고 있는바, 민사소송법 제490조 제2항 제7호 (거짓 또는 부정한 방법으로 제권판결을 받은 때)의 사유를 들어 제권판결 불복의 소를 제기하는 경우에는 같은 법 제491조 제3항 단서의 규정에 따라 이러한 사유가 있음을 안 날부터 1월 이내에 소를 제기할 수 있는데, 위 단서 조항의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원고가 2009. 10. 1.경 이 사건 제권판결의 존재를 알았다는 사실만으로 원고가 이 사건 제권판결에 위와 같은 사유가 있음을 알았다고 할 수 없고, 앞서 인정한 바와 같이 원고가 2009. 10. 6.경 이 사건 제권판결문을 직접 열람한 때에 비로소 ‘ 피고 3이 거짓 또는 부정한 방법으로 이 사건 제권판결을 받았다’는 사정을 알게 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며, 그로부터 1월 이내에 이 사건 제권판결 불복의 소가 제기되었음은 기록상 명백하다.

피고들은 이에 대하여, 피고 조합 분당야탑지점의 직원이 원고에게 2009. 6. 2.경 전화상으로 수표 사고신고인의 이름과 연락처를 알려주었고, 같은 해 10. 1.경에는 위 사고신고의 사유가 ‘분실’이었으며, 사고신고인과 제권판결 신청인이 동일인이라는 점을 알려주었으므로, 원고는 늦어도 2009. 10. 1.경 이 사건 제권판결에 민사소송법 제490조 제2항 제7호 소정의 사유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고 주장하나, 갑 6호증, 을가 5호증의 1의 각 일부 기재 및 제1심 증인 소외 1의 일부 증언만으로는 피고 조합 직원이 원고에게 위와 같은 정보를 알려주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피고들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설령 피고들의 위 주장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피고들이 내세우는 사정만으로는 원고가 이 사건 제권판결 신청인은 이 사건 수표를 원고에게 준 피고 2가 아니라 ‘ 피고 3’이라는 이름의 사람이라는 정도를 인식할 수 있을 뿐이고, 나아가 원고가 피고 3이 어떠한 사람이며, 피고 3이 구체적으로 어떠한 사유를 들어 이 사건 제권판결을 받았는지 알았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제권판결 불복의 소는 ‘거짓 또는 부정한 방법으로 제권판결을 받은 때’를 그 청구원인으로 하는 범위 내에서는 적법하므로, 피고들의 본안전항변은 이유 없다.

다. 본안에 대한 판단

증권 또는 증서의 전 소지인이 자기의 의사에 기하지 아니하고 증권 등의 소지를 상실하였다 하더라도 그 후 증권 등을 특정인이 소지하고 있음이 판명된 경우에는 전 소지인은 현 소지인에 대하여 반환을 청구하여야 하고, 이에 대한 공시최고는 허용되지 않는다 할 것이고, 전 소지인이 증권 등의 소지인을 알면서도 소재를 모르는 것처럼 공시최고기일에 출석하여 신청의 원인과 제권판결을 구하는 취지를 진술하여 공시최고법원을 기망하고, 이에 속은 공시최고법원으로부터 제권판결을 받았다면 이는 민사소송법 제490조 제2항 제7호 소정의 ‘거짓 또는 부정한 방법으로 제권판결을 받은 때’에 해당한다( 대법원 1997. 7. 25. 선고 97다16985 판결 참조).

이 사건에서 보건대, 앞에서 인정한 바와 같이 피고 2는 2009. 5. 29. 원고에게 원고에 대한 기존 채무변제에 갈음하여 이 사건 수표를 교부하였음에도( 피고 2, 3이 제출한 증거 및 제1심 증인 소외 2의 일부 증언만으로는 위 인정을 뒤집어 원고가 이 사건 수표를 절취하였다거나 편취하였다고 보기에 부족하다), 피고 3은 이 사건 수표를 분실하였다는 이유로 공시최고신청을 하고 공시최고기일에 출석하여 위와 같은 신청원인과 제권판결을 구하는 취지를 진술하였으므로, 이러한 사실관계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수표는 피고 2의 의사에 기초하여 교부된 것으로서 도난·분실되거나 없어진 증권에 해당되지 아니하여 공시최고절차의 대상이 되지 아니함에도 피고 3은 본인이 이 사건 수표를 소지하고 있다가 분실한 것처럼 공시최고법원을 기망하고 이에 속은 공시최고법원으로부터 이 사건 제권판결을 받은 것으로서 이는 민사소송법 제490조 제2항 제7호 에 규정된 ‘거짓 또는 부정한 방법으로 제권판결을 받은 때’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 사건 수표의 소지인인 원고의 이 사건 제권판결에 대한 불복 청구는 이유 있다.

3. 수표금 청구(피고 조합과 피고 2에 대한 주위적 청구)에 관한 판단

가. 청구원인에 대한 판단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의 제권판결 불복 청구가 이유 있어 이 사건 제권판결은 취소되어야 하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 조합은 이 사건 수표의 발행인으로서, 피고 2는 수표의 배서인으로서, 합동하여 이 사건 수표의 적법한 소지인인 원고에게 수표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피고들의 주장에 대한 판단

(1) 피고 조합의 채권 준점유자에 대한 변제 주장

피고 조합은 피고 3에 대한 수표금 지급은 채권의 준점유자에 대한 변제로서 유효하므로, 피고 조합의 수표금 지급채무는 소멸하였다고 주장한다.

제권판결을 받은 자에게 지급은행이 수표금을 지급한 후 그 제권판결이 취소되어 소급하여 효력을 상실하더라도 지급은행이 지급을 할 당시에는 제권판결을 받은 자가 채권의 준점유자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므로, 지급은행은 지급 당시에 선의이며 과실이 없으면 면책된다( 대법원 1999. 3. 12. 선고 97다44966 판결 참조).

그러나 이 사건에서 보건대, 앞서 본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이 사건 수표는 액면금이 8억 원인 고액의 유가증권인데다 지급수단으로서의 기능과 강력한 유통성을 보장받고 있는 자기앞수표이므로, 수표의 최종소지인이 아닌 제권판결 취득자에 대한 수표금 지급이라는 예외적인 경우에 있어서는 그 지급에 매우 신중하여야 하는 점, 이 사건에서 원고는 지급제시기간 내에 지급제시를 하였고, 직접 피고 조합 분당야탑지점에 방문하여 담당직원에게 자신이 이 사건 수표를 정당하게 취득하여 소지하고 있음을 밝히면서 어떠한 경우에도 원고에게 알려 주어 원고가 대응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청하였으며, 피고 조합의 업무방법서에서도 공시최고에 따른 제권판결이 먼저 확정될 가능성이 있으면 소지인에게 공시최고에 대하여 권리신고를 하도록 안내하도록 규정되어 있음에도, 위 지점 담당직원은 원고에게 향후 공시최고 및 제권판결 절차가 진행될 수 있음을 사전에 설명하여 주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 피고 3이 공시최고신청을 위한 미지급증명서를 발급받아 간 이후에도 이러한 사정을 원고에게 알려주지 않은 점, 피고 조합의 업무방법서에는 또한 사고신고인이 제권판결을 받아 법원의 판결문을 제출하고 지급청구를 하는 경우에도 제권판결 불복의 소가 제기되었음을 입증하는 자료가 제출된 경우에는 지급을 보류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민사소송법 제491조 에서 제권판결 불복의 소 제기기간을 원칙적으로 원고가 제권판결 있음을 안 날로부터 1개월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이에 비추어 보면 제권판결 선고일로부터 1개월 내의 시점에 있어서는 제권판결에 대한 불복의 소가 제기될지 여부를 알 수 없고, 따라서 누가 정당한 권리자인지 종국적으로 확정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데도( 대법원 1999. 3. 12. 선고 97다44966 판결 참조), 피고 조합은 제권판결문이 제출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제권판결 선고 당일 피고 3에게 수표금을 지급한 점, 더구나 피고 조합 분당야탑지점 담당직원은 이미 원고로부터 이 사건 수표와 관련하여 어떠한 경우에도 대응할 수 있도록 연락하여 줄 것을 부탁받았으므로 위와 같이 제권판결 선고 즉시 제권판결 취득자에게 수표금을 지급하려 하였다면 적어도 먼저 원고에게 이러한 사실을 알리고 향후 제권판결 불복의 소를 제기할지 여부 등 원고의 의사를 확인하였어야 함에도 이러한 확인절차를 전혀 거치지 않은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 조합이 피고 3에게 수표금 8억 원을 지급함에 있어 피고 조합에게 과실이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피고 조합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2) 피고 2의 제권판결 불복의 소가 확정되지 아니하여 수표가 무효라는 주장

피고 2는 제권판결 불복의 소는 형성의 소이어서 그 승소판결이 확정되지 아니한 이상 이 사건 수표는 무효이므로 원고의 이 사건 수표금 청구는 기각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제권판결에 대한 불복의 소가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제권판결은 취소되기 전까지는 형식적 확정력을 가지고 있고 이에 따라 증권은 여전히 무효가 되므로, 증권소지인은 제권판결에 대한 취소판결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증권상의 권리를 행사할 수 없음이 원칙이다. 그런데 이 사건의 경우 원고는 청구취지에서는 명시하지 않았으나 그 청구원인에서 이 사건 제권판결 불복의 소가 인용됨을 전제로 피고 조합 및 피고 2에 대하여 이 사건 수표금의 지급을 구하고 있어 이는 장래이행의 소에 해당한다. 이와 같은 장래에 발생할 청구권 또는 조건부 청구권에 관한 장래이행의 소가 적법하려면 청구권 발생의 기초가 되는 법률상·사실상 관계가 변론종결 당시 존재하고 그러한 상태가 계속될 것이 예상되어야 하며( 대법원 1997. 11. 11. 선고 95누4902, 4919 판결 참조), 채무자가 미리부터 채무의 존재를 다투기 때문에 이행기가 도래되거나 조건이 성취되었을 때에 임의의 이행을 기대할 수 없는 경우와 같이 이를 미리 청구할 필요가 있어야 하고( 대법원 2004. 9. 3. 선고 2002다37405 판결 참조), 조건 등 성취에 의한 청구권 발생의 개연성이 존재하여야 한다.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이 사건 수표를 소지하고 있고, 피고 조합 및 피고 2는 이 사건 수표의 발행인 및 배서인이며, 원고가 이 사건 수표에 대한 제권판결 불복의 소를 제기한 사실 등 이 사건 수표금 청구권 발생 및 그 지급의무 발생과 관련한 법률상·사실상 기초관계는 명확하게 존재하고 있고, 이러한 기초관계가 향후 변동될 가능성은 없으며, 이 사건 제권판결에 대한 취소판결이 확정되면 원고는 이 사건 수표상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고, 피고 조합 및 피고 2가 아래에서 살펴보는 바와 같이 이 사건 수표금 지급 청구에 대하여 이미 다투고 있어서 이를 미리 청구할 필요도 인정되므로, 원고의 이 사건 수표금 청구는 이 사건 제권판결에 대한 취소판결의 확정을 조건으로 하는 한 조건부 청구권에 관한 장래이행의 소로서 허용된다. 또한 원고가 이와 같은 조건부 권리에 대한 장래이행의 청구를 하면서 청구취지에 그 조건을 기재하지 않았더라도 법원으로서는 원고의 명시적인 의사에 반하지 않는 이상 이를 단순히 배척할 것이 아니라 질적 일부 인용이라고 할 수 있는 조건부 판결을 할 수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더욱이 앞서 본 청구원인의 기재에 비추어 이 사건에서는 원고가 조건부 이행청구로 청구취지를 변경할려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경우로 보인다).

따라서 피고 2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3) 피고 2의 이 사건 수표 교부행위 및 원인행위 하자 주장

피고 2는, 원고가 이 사건 수표를 피고 2 또는 소외 2로부터 절취 또는 편취하였으므로 이 사건 수표의 적법한 소지인이 아니라고 주장하나, 갑 16호증의 4, 7, 을나 2, 3호증, 을나 14호증의 1, 3의 각 기재, 갑 11호증, 갑 16호증의 23의 각 일부 기재 및 제1심 증인 소외 2의 일부 증언만으로는 이를 인정하기에 부족하고(위 증거들은 모두 2009. 5. 29. 원고가 이 사건 수표를 취득할 당시 원고 및 피고 2와 함께 그 자리에 있었던 소외 2, 3이 수사기관 및 법정에서 그 당시 상황에 대하여 진술한 것을 기재한 서류 등인바, 그 기재 내용을 살펴보면 동일인의 진술임에도 진술한 시점에 따라 구체적인 상황설명이 조금씩 차이가 나고 있어서 위 진술인들도 그 당시 상황을 정확히 기억하지는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므로, 이러한 증거만으로 그 당시 피고 2나 소외 2가 채권 관련 서류를 반환받지 못하면 이 사건 수표를 원고에게 교부하지 않겠다는 묵시적인 의사를 가지고 있었음에도 원고가 이에 반하여 이 사건 수표를 가져갔다거나, 원고가 채권 관련 서류를 반환할 것 같이 피고 2나 소외 2를 기망한 뒤 이 사건 수표를 교부받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달리 원고가 이 사건 수표를 절취 또는 편취하였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

피고 2는 또한 이 사건 수표 배서 및 교부의 원인이 된 기본 약정이 모두 원고의 강박에 의한 것으로 무효 또는 취소사유에 해당하므로, 피고 2는 이를 이유로 원고의 수표금 청구에 대항할 수 있다고 주장하나, 을나 10, 11, 12호증(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만으로는 이 사건 수표 교부의 원인이 된 채무가 원고의 공갈·협박에 의한 것이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피고 2의 위 주장은 모두 이유 없다.

4. 피고 3에 대한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에 관한 판단

가. 주장

원고는 피고 3이 위와 같이 거짓으로 제권판결을 받아 수표금 8억 원을 지급받음으로써 원고에게 수표금 상당의 손해를 입혔으므로 피고 3은 원고에게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으로 8억 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다.

나. 판단

허위의 주장사실을 내세워 법원에 공시최고의 신청을 하고 나아가 수표의 소지인을 알면서도 그 소재를 모르는 것처럼 공시최고기일에 출석하여 그 신청의 원인과 제권판결을 구하는 취지를 진술하여 공시최고법원을 기망하고, 이에 속은 공시최고법원으로부터 선고와 동시에 형식적 확정력이 생기는 제권판결을 받았다면, 그 제권판결의 소극적 효과로서 수표는 무효가 되어 수표소지인은 그 수표상의 권리를 행사할 수 없게 되고, 적법한 수표소지인임을 전제로 한 이득상환청구권도 발생하지 않게 된 손해를 입었다고 할 것이므로, 제권판결 취득자는 수표소지인에게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음이 원칙이다( 대법원 1989. 6. 13. 선고 88다카7962 판결 참조). 그러나 거짓 또는 부정한 방법에 의하여 제권판결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제권판결 불복의 소에 의하여 그 제권판결이 취소된 경우에는 수표소지인은 수표상의 권리행사가 가능해지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수표소지인에게 어떠한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할 수 없다.

이 사건에서 보건대, 이 사건 제권판결에 대한 취소판결이 확정되지는 않았으나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제권판결은 민사소송법 제490조 제2항 제7호 에 해당하여 이를 취소하고, 그 취소판결의 확정을 조건으로 원고의 피고 조합 및 피고 2에 대한 수표금 청구도 인용하므로, 이에 비추어 보면 원고에게는 이 사건 제권판결로 인하여 어떠한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할 수 없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원고의 피고 3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5.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제권판결을 취소하고 이 사건 수표에 대한 제권판결신청을 각하하며, 이 사건 제권판결에 대한 취소판결의 확정을 조건으로 피고 조합과 피고 2는 합동하여 원고에게 수표금 8억 원 및 이에 대한 이 사건 수표 지급제시일인 2009. 6. 1.부터 다 갚는 날까지 수표법 소정의 연 6%의 법정이자 내지 지연손해금(위 수표금 지급의무는 이 사건 제권판결에 대한 취소판결이 확정된 때에 비로소 발생하여 그 판결이 확정된 다음날부터 이행지체 책임을 지게 되므로, 그 지연손해금에 대하여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소정의 이율을 적용하지 않는다)을 지급할 의무가 있으므로, 원고의 피고 조합 및 피고 2에 대한 주위적 청구는 위 인정 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되 이에 대하여 가집행선고를 하지 아니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며, 피고 3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여야 한다. 그런데 제1심판결 중 이와 결론을 일부 달리한 부분은 부당하므로, 제1심판결 중 피고 조합 및 피고 2에 대한 부분은 위 피고들의 항소를 일부 받아들여 위와 같이 변경하고, 피고 3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부분은 이를 취소하고 그 취소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며, 제1심판결 중 나머지 부분은 정당하므로 피고들의 나머지 항소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한다.

[[별 지] 수표 목록: 생략]

판사 최상열(재판장) 이호재 김상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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