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13도1389 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횡령)
나. 사기
피고인
A
상고인
피고인
변호인
법무법인 F
담당변호사 EX, EHI
원심판결
서울고등법원 2013. 1. 18. 선고 2012노2724 판결
판결선고
2013. 5. 23.
주문
원심판결 중 유죄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후에 제출된 참고자료 제출서면 및 보충상고 이유서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상고이유 제1점에 관하여
가. 회사의 대표이사가 회사를 위한 지출 이외의 용도로 거액의 회사 자금을 가지급 금 등의 명목으로 인출, 사용하면서 이자나 변제기를 약정하지 아니하고 이사회 결의 등 적법한 절차도 거치지 아니하는 것은 통상 용인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 대표이사,의 지위를 이용하여 회사 자금을 사적인 용도로 임의로 대여, 처분하는 것과 다름없어 횡령죄를 구성한다(대법원 2006. 4. 27. 선고 2003도135 판결, 대법원 2010. 5. 27. 선고 2010도3399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업무상횡령죄에서의 불법영득의 의사는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꾀할 목적으로 업무상의 임무에 위반하여 보관하고 있는 타인의 재물을 자기의 소유인 것과 같이 사실상 또는 법률상 처분하는 의사를 말하고 사후에 이를 반환하거나 변상, 보전하는 의사가 있다고 하더라도 불법영득의 의사를 인정함에 지장이 없다(대법원 2006. 6. 2. 선고 2005도3431 판결 등 참조).
다만 횡령죄에서 불법영득의사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위탁 취지에 반하여 권한 없이 스스로 소유권자의 처분행위를 하려는 의사를 의미하므로, 보관자가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소유자의 이익을 위하여 이를 처분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와 같은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할 수 없다. 따라서 회사의 대표이사가 가지급금 등으로 인출된 돈에 대하여 불법영득의사의 존재를 인정하기 어려운 사유를 들어 돈의 행방이나 사용처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고 이에 부합하는 자료도 있다면 달리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지 아니하는 한 함부로 불법영득의사로 횡령하였다.고 인정할 수는 없다(대법원 2009. 2. 26. 선고 2007도4784 판결, 대법원 2011, 5, 26. 선고 2011도1904 판결 등 참조).
한편, 업무상횡령죄에서 불법영득의사를 실현하는 행위로서의 횡령행위가 있다는 점은 검사가 증명하여야 하고, 그러한 증명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생기게 하는 엄격한 증명에 의하여야 하며, 이와 같은 증명이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08. 8. 21. 선고 2007도9318 판결, 대법원 2011. 7. 14. 선고 2010도9627 판결 등 참조).
나.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피고인이 판시 가지급금 내지 단기대여금(이하 `가지급 등`이라 한다)을 K 주식회사(이하 `K`이라 한다)를 위해서 또는 K이 추진하던 사업자금으로 사용하였다고 주장하면서도 그 사용처에 관한 증빙자료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고 그 인출사유와 금원의 사용처에 관하여 납득할 만한 합리적인 설명을 하지 못하고 있어 피고인이 불법영득의 의사로 가지급금 등을 인출하여 개인적인 용도에 사용한 것으로 추단할 수 있고, 피고인이 일시 사용 후 보전할 의사로 가지급금 등을 인출한 것으로 볼 수 없으며, 피고인이 가지급금 등을 인출함으로써 횡령죄가 성립한 이상 사후에 이를 반환하거나 변상, 보전하려는 의사가 있었다는 사정 내지 K에 대하여 별도의 가수금 채권을 가지고 있다는 사정만으로는 이미 성립한 업무상 횡령죄에 영향이 없고, 피고인이 K의 자금을 사적 용도로 사용한 행위는 주식회사 제도의 목적에 비추어 볼 때 이사회의 결의에 관계없이 횡령죄를 구성하기에 충분하다고 판단한 다음, 나아가 위 사정 등을 종합하여 피고인에게 불법영득의 의사가 인정된다고 판단하였다.다. 그러나 원심 별지 범죄일람표(1) 순번 27, 59, 68, 116 및 범죄일람표(2) 순번 4 부분의 가지급금 등(이하 `이 사건 가지급금 등`이라 한다)에 대하여 피고인의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1)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아래와 같은 사실들을 알 수 있다.
(가) 피고인은 K을 통해 안성시 I 도시개발사업을 진행하면서 K의 자금을 이용하여 자신이 운영하거나 대주주로 있던 주식회사 CK, EB 주식회사, 주식회사 DI(K이 42.96%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다), W의원 등의 사업(이하 `이 사건 투자사업`이라 한다)을 함께 추진하였고, 이를 위해 K 계좌 또는 피고인 계좌에서 주식회사 CK 등의 계좌로 여러 차례에 걸쳐 돈을 송금하였다.
(나) 검사는 당초 피고인이 K의 자금에서 2006. 6. 21. 1,500만 원, 2006. 7. 27. 2억 원을 주식회사 CK에, 2007. 3. 26, 5억 원을 EB 주식회사에, 2007. 6. 13, 3억 원을 주식회사 DI에, 2009. 2. 2. 1억 2,000만 원을 W의원 B에게 각 투자금 용도로 사용하여 횡령하였다고 공소를 제기하였다가, 위 각 돈에 관하여 원심 별지 범죄일람표(1) 순번 27, 59, 68, 116 및 범죄일람표(2) 순번 4 기재와 같이 피고인이 이 사건 가지급금 등으로 지급받아 사용하여 횡령하였다는 내용으로 공소장을 변경하였다. 이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가지급금 등은 비록 피고인에게 지급되었지만 최종적으로는 이 사건 투자사업에 대한 투자금 용도로 사용된 것으로 파악되어 공소가 제기되었다고 할 수 있다.
(다) 또한 2007. 6. 13. K 계좌에서 피고인 계좌로 3억 원이 입금된 직후 피고인 계좌에서 주식회사 DI 계좌로 3억 원이 송금되었고, 2009. 2. 2. K 계좌에서 피고인 계좌로 5,000만 원이 입금된 직후 피고인 계좌에서 W의원 B 계좌로 1억 2,000만 원이 입금된 사실이 나타나 있는데, 이러한 자금의 흐름도 이 사건 가지급금 등의 사용처 및 그 용도에 관한 위와 같은 사실 인정을 뒷받침한다.
(라) 제1심은 K의 이익을 위하여 합리적인 경영 판단에 따라 K의 자금을 이 사건 투자사업에 지출한 것이라면 그 지출 자체만으로는 불법영득의사의 발현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하여, 해당 자금 지출에 관한 횡령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고, 검사가 이에 대하여 항소하지 아니하여 그 판단이 그대로 유지되었다. 이에 비추어, 보면, 이와 같은 판단은 이 사건 가지급금 등이 이 사건 투자사업을 위한 투자금 용도로 사용되었을 경우에 그대로 해당될 수 있다.
(2)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투자사업 등에 자금을 투자 내지 대여하는 방법의 일환으로 자금거래의 편의를 위해 일단 가지급금 등의 형식을 이용하여 피고인 계좌에 이 사건 가지급금 등을 입금한 뒤 이를 다시 이 사건 투자사업체에 송금하는 등의 방식으로 지출하였을 가능성이 있고 그에 관한 거래 자료도 있으며, 합리적인 경영 판단의 범위 내에서 이 사건 가지급 등에 의한 자금거래가 이루어진 것이라면 K의 자금이 직접 이 사건 투자사업에 지출된 경우와 달리 볼 수는 없을 것이므로, 이 사건 가지급금 등에 의한 자금거래가 K의 위탁 취지나 이익에 반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는 사정이 나타나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그렇다면 원심으로서는 원심이 들고 있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가지급금 등이 피고인의 개인적인 용도에 사용되었다고 단정할 것이 아니라, 앞서 본 법리에 따라 위와 같은 자금거래에 관한 사정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이 이 사건 가지급금 등을 불법영득의사로 횡령하였다고 인정할 수 있는 다른 특별한 사정이 있는지를 살펴보았어야 한다.
따라서 이와 달리 이 사건 가지급금 등을 피고인이 불법영득의 의사로 인출하여 개인적인 용도에 사용한 것으로 추단할 수 있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앞서 본 법리를 오해한 나머지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 부분은 이유 있다.
라. 한편 원심판결 이유를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가지급금 등을 제외한 나머지 가지급금 등에 관한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앞서 본 법리에 부합되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이 횡령죄에서의 불법영득의사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고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2. 상고이유 제2점에 관하여 타인을 위하여 금전 등을 보관·관리하는 자가 개인적 용도로 사용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하여, 적정한 금액보다 과다하게 부풀린 금액으로 공사계약을 체결하기로 공사업자 등과 사전에 약정하고 그에 따라 과다 지급된 공사대금 중의 일부를 공사업자로부터 되돌려 받는 행위는 그 타인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에 해당한다(대법원 2010. 5. 27. 선고 2010도3399 판결 등 참조).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피고인이 주식회사 CD에게 분양광고료를 부풀려 지급한 뒤 그 중 10억 원을 돌려받아 횡령하였음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위의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에 증거의 증명력에 대한 판단과 관련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고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는 등의 위법이 없다.
3. 상고이유 제3점에 관하여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피고인이 주식회사 AA로부터 근저당권 등 해지 비용으로 그 사용목적과 용도가 엄격하게 제한된 20억 원을 지급받아 불법영득의 의사로 횡령하였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와 같은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횡령죄에서의 횡령 및 불법영득의사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사유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다.
4. 상고이유 제4점에 관하여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피고인이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신용보증이나 대출을 받는 것이 곤란한 상황에서 W의원의 회계서류를 조작하는 방법으로 신용보증기금을 기망하여 원심 판시 신용보증서를 발급받아 대출을 받았음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와 같은 원심의 판단에 사기죄에서의 기망의 고의 및 인과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
5. 파기의 범위
원심판결 중 판시 K에 대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부분에는 위와 같이 일부 파기 사유가 있고, 그 파기되는 유죄부분과 나머지 유죄부분 및 원심이 이유무죄로 판단한 부분은 모두 포괄일죄의 관계에 있으므로, 판시 K에 대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부분은 전부 파기될 수밖에 없다. 또한 이와 같이 파기되는 판시 K에 대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부분 중 유죄부분은 원심이 유죄로 유지한 판시 주식회사 AA에 대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죄 및 사기죄와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어 하나의 형이 선고되었으므로, 결국 원심판결 중 유죄부분은 위 이유무죄 부분을 포함하여 전부 파기되어야 한다.
6.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유죄부분 전부를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 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대법관신영철
대법관이상훈
주심대법관김용덕
대법관김소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