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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고등법원 2015. 11. 4. 선고 2012노570 판결
[정치자금법위반][미간행]
피 고 인

피고인

항 소 인

피고인

검사

박규형(기소), 진재선(공판)

변 호 인

법무법인 여는 담당변호사 장종오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벌금 700,000원에 처한다.

피고인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100,000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위 벌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또는 법리오해

1) 단체 관련 자금의 기부 금지 위반의 점( 정치자금법 제31조 제2항 )에 대하여

원심 판시 공소외 1 회사 지부(이하 ‘이 사건 노조’라 한다)의 조합원들은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기부 여부를 결정하여 조합원 중 132명이 1인당 100,000원씩 후원하는 것에 대해 동의를 하였고, 이에 관하여 위 노조의 의사결정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또한, 이 사건 자금 전달에 이용된 계좌는 이 사건 노조의 계좌가 아니라 피고인 개인의 계좌이고 모금된 자금은 별도의 계좌에서 관리한 바 없이 곧바로 전달되었다. 따라서 피고인이 ‘단체와 관련된 자금’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한 것이 아님에도, 원심은 사실을 오인하거나 ‘단체와 관련된 자금’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2) 정치자금 부정수수의 점( 정치자금법 제45조 제1항 )에 대하여

○○○○당의 후원당원도 위 당의 당헌·당규에 의하여 ‘당원’으로 인정되고, 이러한 후원당원이 정당에 납부하는 금전은 그 명목 여하에 불구하고 정치자금법 제3조 제3호 에서 정한 ‘당비’에 해당하는바, 피고인이 이 사건 노조의 조합원 132명으로부터 1인당 100,000원씩 모금하여 ○○○○당의 계좌에 송금한 것은 당원이 당비를 납부한 것에 불과함에도, 원심은 사실을 오인하거나 정치자금부정수수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나. 양형부당

피고인에 대한 원심의 선고 형량(벌금 2,000,000원)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사실오인 또는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가. 단체 관련 자금의 기부 금지 위반의 점에 관한 부분

1) 원심의 판단

피고인 및 변호인은 원심에서 항소이유와 같은 취지의 주장을 하였는데, 이에 대하여 원심은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이 사건 기부금은 모두 ‘단체의 명의로, 단체의 의사결정에 따라 기부가 가능한 자금으로서 단체가 자신의 이름을 사용하여 주도적으로 모집·조성한 자금‘, 즉 정치자금법 제31조 제2항 에서 말하는 ‘단체와 관련된 자금’이라고 봄이 상당하다는 이유로 피고인 및 변호인의 위 주장을 배척하고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① 이 사건 노조 집행부 차원에서 이 사건 범행 무렵 ○○○○당의 당직자나 간부들로부터 ○○○○당에서 진행하는 후원당원 세액공제사업에 대한 협조를 요청받고 이를 수락하였다.

② 피고인은 조합원들에게 “○○○○당에 100,000원을 기부하면 연말정산시 100%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으니, 신청하라”라고 권유하며 적극적으로 홍보활동을 하였고, 기부금을 낸 조합원들 중 상당수가 ○○○○당 당직자 등으로부터 위 사업에 관한 설명을 들은 바 없이 피고인 또는 이 사건 노조 집행부의 설명만을 듣고 위 사업에 참여하게 되었다.

③ 위 조합원들은 기부금을 수령할 정당에 관해 달리 생각해보지는 않고 전액 환급받을 수 있다는 말에 기부금을 출연하는 것에 동의한 것으로 보이는데 반해, 위 기부금은 오로지 ○○○○당에만 전달될 것으로 예정되어 있었다.

④ 이 사건 기부 행태는, 조합원들이 편의를 위하여 피고인에게 돈을 건네주면서 그 돈의 단순한 전달을 부탁한 것이 아니라, 이 사건 노조에서 위 사업에 참여하는 조합원들의 명단을 공소외 1 회사 경리부서에 송부하여 위 경리부서에서 위 조합원들에게 지급될 2009. 12.분 급여 중 100,000원씩 일괄 공제하여 피고인에게 송금해 주자 피고인이 그 돈을 ○○○○당의 계좌로 보내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⑤ △△△△과 ○○○○당은 위와 같은 기부행위를 정당화하기 위해 ‘후원당원’이라는 변칙적인 제도를 만들었는데, 위 조합원들 상당수는 후원당원 제도에 관하여 아무런 안내를 받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2) 당심의 판단

정치자금법 제31조 제2항 에서 정한 기부금지 대상인 ‘법인 또는 단체와 관련된 자금’에 해당하려면, 법인 또는 단체가 기부자금의 모집·조성에 주도적·적극적으로 관여함으로써 그 모집·조성된 자금을 법인 또는 단체가 처분할 수 있거나 적어도 그와 동일시 할 수 있는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 대법원 2015. 6. 24. 선고 2013도10823 판결 등 참조).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보건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노조에 속한 조합원들로부터 모금된 자금은 자금의 모집·조성 과정에 노조가 주도적·적극적으로 관여함으로써 그 모집·조성된 자금을 노조가 처분할 수 있다거나 적어도 그와 동일시 할 수 있을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단체와 관련된 자금’에 해당한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도 없다. 따라서, 피고인의 위 주장은 이유 있다.

① ○○○○당 부산시 남구지역위원회 위원장이던 공소외 2는 2009. 12.경 이 사건 노조의 임시대의원대회에 참석하여 ○○○○당의 세액공제사업에 관하여 설명하고 조합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요청하였는데, 위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위 세액공제사업을 안건으로 의결하지는 않았다.

② 개별 조합원들은 세액공제에 대하여 자유롭게 동의 여부를 결정하였고, 이 사건 노조가 동의하지 않는 조합원들에 대하여 불이익을 고지하거나 동의를 강제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③ 모금에 참가한 조합원들은 위 사업에 참여할 것에 개별적으로 동의한 사람들로서 전체조합원 312명 중 132명이 참여하는 정도였다.

④ 공소외 1 회사 경리부서 담당직원이 급여 공제에 동의한 조합원들의 2009. 12.분 급여에서 100,000원씩을 공제하는 방식으로 합계 13,200,000원을 피고인의 계좌에 송금하였고, 피고인은 이를 ○○○○당의 계좌에 송금하였는데, 이러한 과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이 사건 노조의 자금을 조성하거나 이를 위 노조의 자금으로서 수수한 것이 아니라 다수의 조합원들로부터 세액공제사업에 필요한 자금의 처리를 위임받아 위 조합원들로부터 자금을 단순히 취합하고 전달해 주는 역할을 한 것에 불과하다.

⑤ 조합원들이 기부한 100,000원은 모두 조합원들의 임금에서 공제된 것이고, 위 조합원들은 이듬해인 2010년 초경 각자 연말소득공제를 통하여 자신이 납부한 100,000원을 모두 세액공제로 되돌려 받았다. 이처럼 연말 세액공제사업을 통하여 기부된 자금은 위 조합원들이 각자 보유하던 자금이었고, 노조가 관리하거나 처분할 수 있는 성격의 자금도 아니었다.

나. 정치자금 부정수수의 점에 관한 부분

정당법에서 정한 ‘당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정당 내부에서 정한 명칭만으로 판단할 것은 아니고, 정당의 당헌 및 당규에서 정한 당원으로서의 권리, 의무를 가질 의사로 입당신청과 입당허가를 하였는지 여부에 의하여 판단하여야 하고, 정당법 제23조 에서 정한 절차를 형식적으로 구비하였다는 점만으로는 정당법에서 정한 ‘당원’으로 볼 수 없다.

이러한 ‘당원’의 의미에 관한 해석에 비추어 볼 때,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후원당원 제도는 2006. 3. 13. 정당후원회제도가 폐지되어 ○○○○당이 기존에 걷던 후원회비를 계속 걷기 위한 목적으로 만든 것으로 투표권을 갖지 않는 당원 제도인 점, ② ○○○○당 측은 2009. 12.경 이 사건 노조의 임시대의원대회에 참석하여 후원당원의 가입 및 당비 납부방식 등을 안내한 사실이 없고 1인당 100,000원의 세액공제 제도에 관해서만 참여를 요청한 점, ③ 모금에 참가한 조합원들이 경리부서에 급여공제동의서를 제출하거나 구두로 모금에 동의를 하였으나 당원가입원서를 제출한 사실은 없는 점, ④ 당원관리프로그램에 모금 참가 조합원들을 후원당원으로 등재하였다가 정치자금을 기부받은 다음 위 프로그램에서 위 조합원들을 삭제한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모금에 참가한 이 사건 노조의 조합원들이 ○○○○당의 당원이 되려는 의사가 있었음을 인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며, 설령 위 조합원들이 당원관리프로그램에 등재되는 절차를 거쳤다고 하더라도, ‘후원당원’은 오직 정당에 대한 재정적인 후원만을 목적으로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처음부터 선거권, 피선거권 등 정당에 대한 권리·의무가 전면적으로 배제되어 있어 정당법에서 정한 ‘당원’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피고인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일부 이유 있으므로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 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범죄사실 및 증거의 요지

원심 판시 범죄사실 중 “[범죄사실]” 제1, 2행의 “정치자금법에 ~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다.”를, “정치자금법에 정하지 아니한 방법으로 정치자금을 기부(정당에 후원금을 기부)할 수 없다.”로, 제12, 13행의 “정치자금법에 ~ 정치자금을 기부하였다.”를 “정치자금법에 정하지 아니한 방법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하였다.”로 각 변경하는 것 외에는 원심판결과 같다.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정치자금법 제45조 제1항 (포괄하여, 벌금형 선택)

1. 노역장유치

1. 가납명령

양형의 이유

1. 법률상 처단형의 범위: 벌금 50,000원 ~ 10,000,000원

2. 정치자금법위반죄에 대하여 현재까지 양형기준이 제정되어 있지 않다.

3. 선고형의 결정: 벌금 700,000원

이 사건 범행은 정치자금의 적정한 제공을 보장하고 투명성을 확보하며 정치자금과 관련한 부정을 방지함으로써 민주정치의 건전한 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하는 정치자금법의 입법취지를 훼손한 것으로 그 죄질이 가볍지 아니한 점, 피고인은 이 사건 노조의 간부로서 위 노조 조합원들에게 세액공제사업을 안내하고 자금을 모집함으로써 이 사건 범행에 깊이 관여하였고 이로 인하여 피고인이 모금한 자금이 13,200,000원에 이르러 그 금액이 적지 않은 점 등은 피고인에게 불리한 정상이다.

반면, 피고인이 ○○○○당으로부터 세액공제사업에 대한 적극적인 협조 요청을 받고 이에 응한 것으로, 후원당원 제도가 정치자금법을 위반하는 것이라는 점을 명확하게 인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 사건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에게 동종 범죄전력은 없는 점 등은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이다.

이러한 정상들과 그 밖에 형법 제51조 소정의 양형 조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무죄부분(단체 관련 자금의 기부 금지 위반의 점에 대하여)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는, 이 사건 공소사실 중 “□ 불법후원금 등 기부”의 제1, 2, 3행의 “정치자금법에 ~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다.”를 “누구든지 단체와 관련된 자금으로 국내·외의 법인 또는 단체와 관련된 자금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다.”로, 제16, 17행의 “이로써 ~ 정치자금을 기부하였다.”를 “이로써 피고인은 단체와 관련된 자금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하였다.”로 각 변경하는 것 외에는, 이 부분 공소사실 기재와 같다.

살피건대, 위 2.가.항에서 설시한 바와 같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단체와 관련된 자금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한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으므로, 이 부분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여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이나, 이와 상상적 경합관계에 있는 판시 정치자금 부정수수로 인한 정치자금법위반죄를 유죄로 인정하는 이상, 주문에서 따로 무죄를 선고하지 아니한다.

판사 박영재(재판장) 주은영 박재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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