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갑 주식회사가 스마트폰 등 통신기기 이용자들이 얼굴을 촬영하여 입력하면 닮은꼴 연예인을 찾아주는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하여 이용자들에게 무료로 배포함으로써 인터넷에 공개된 연예인 을 등의 사진과 성명을 사용한 사안에서, 갑 회사가 무단으로 위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을 등의 사진과 성명을 사용한 행위는 위법하므로, 갑 회사는 을 등에게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갑 주식회사가 스마트폰 등 통신기기 이용자들이 자신이나 타인의 얼굴을 촬영하여 입력하면 닮은꼴 연예인을 찾아주는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하여 이용자들에게 무료로 배포한 다음 이를 통해 이미 인터넷에 공개된 연예인 을 등의 사진과 성명을 사용한 사안에서, 갑 회사가 사용한 을 등의 사진이 을 등의 허락하에 이미 인터넷에 공개된 사진이라고 하더라도, 이는 연예인인 을 등이 자신에 대한 홍보에 필요한 한도 내에서 인터넷 이용자들에게 공개하여 이용하도록 한 것이라고 보아야 하고, 위 어플리케이션과 같이 다른 기업이 영리 목적으로 사진을 함부로 사용하는 것은 을 등이 예상하거나 허락한 범위를 넘는 것으로서 을 등의 자기 정보에 대한 통제권 및 초상과 성명이 영리적으로 이용당하지 않을 권리를 정면으로 침해하는 위법한 행위인 점 등에 비추어 갑 회사가 무단으로 위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을 등의 사진과 성명을 사용한 행위는 위법하고 그로 인해 을 등이 정신적 고통을 입었으므로, 갑 회사는 을 등에게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한 사례.
원고, 피항소인
별지 원고 목록 기재와 같다.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다담 담당변호사 안현경)
피고, 항소인
케이티하이텔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케이씨엘 담당변호사 김범희)
변론종결
2014. 3. 13.
주문
1. 피고의 원고들에 대한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1.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들에게 각 50,000,000원 및 이에 대한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항소취지
제1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그 취소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1. 제1심판결의 인용
이 법원이 이 사건에 관하여 설시할 이유는 피고가 당심에서 주장하는 사항에 관하여 다음 2항과 같이 추가로 판단하는 외에는 제1심판결과 같으므로,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의하여 그대로 인용한다.
2. 추가판단사항
가. 피고의 주장
1) 위자료 발생요건 불비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가 이 사건 앱에서 원고들의 사진이나 성명을 사용하는 행위는 위법성이 없고, 이로 인하여 원고들에게 정신적 고통을 가하였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위자료 지급의무는 인정되지 아니한다.
○ 이 사건 앱에서 사용한 사진은 원고들의 허락하에 이미 인터넷에 공개된 사진으로서 원고들도 위 사진이 자유롭게 대중에 노출되고 이용될 것을 충분히 예견하였다.
○ 피고는 이 사건 앱에서 원고들의 사진을 직접 판매한 것이 아니고 상품이나 서비스 판매를 위해 사용한 것도 아니며, 이를 왜곡하거나 변형한 바도 없다. 원고들의 성명은 해당 사진이 누구인지를 밝히는 용도로만 사용되었다. 피고가 원고들의 사진과 성명을 이용하여 부수적으로 광고수입을 얻었다고 하더라도 이를 이유로 출판·표현의 자유를 저해할 수 없다. 즉 피고는 영리를 주된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 대중의 건전한 오락을 위해 이 사건 앱을 제공한 것이다. 이 사건에서 피고의 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하는 것은 연예인들의 사진 전시와 검색을 통해 광고 등의 수익을 올리는 인터넷 포털사이트와의 형평에도 어긋난다.
○ 원고들도 이 사건 앱을 통하여 홍보 및 대중 노출의 이익을 보았다. 일부 원고들은 이 사건 앱에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스스로 그 검색결과를 대중에게 공개하는 등 홍보에 이용하였고, 원고들은 이 사건 앱 출시 후 이 사건 소제기 전까지 3년여 동안 이 사건 앱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한 바가 없었으므로 자신의 사진 및 성명 사용에 대하여 묵시적으로 승인한 것이다.
○ 이 사건 앱의 이용자 중 해당 연예인과 닮은 얼굴을 가진 사람이 있었을 경우에만 원고들의 사진이 현출되는 것이므로, 이 사건 앱을 통한 원고들 성명과 초상의 실제 현출 여부나 횟수가 특정되지 않았다. 막연한 가능성만으로 정신적 고통 및 위자료 지급 책임을 인정할 수 없다.
○ 원고들은 유명 연예인으로서 공적인 인물이므로, 사진, 성명 등의 공표를 어느 정도 수인하여야 한다. 따라서 원고들에 대하여 정신적 고통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성명이나 사진 사용이 원고들의 평가, 명성, 인상 등을 훼손 또는 저해할 정도에 이르러야 하나, 피고가 이 사건 앱에서 원고들의 사진, 성명을 사용한 행위만으로는 그러한 정도에 이르렀다고 볼 수 없다.
2) 위자료 액수
원고 각자의 지명도나 유명세를 구분하지 않고 각 사진이 실제 몇 회나 노출되었는지도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일률적으로 같은 위자료가 인정될 수는 없다.
또 이 사건 앱의 성격이나 대중의 인식, 이에 대한 원고들의 장기간에 걸친 호의적 반응, 원고들도 이 사건 앱을 통해 사실상의 홍보 등 무형적 이익을 얻었다는 점, 이 사건 앱에서 사용한 사진은 인터넷에 이미 공개된 것이라는 점, 피고가 원고들의 사진을 직접적인 수익원으로 삼지 않은 점 등에 비추어 위자료는 1인당 300만 원 미만의 소액으로 인정되어야 한다.
나. 판단
1) 초상권의 침해 및 위자료의 발생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얼굴 기타 사회통념상 특정인임을 식별할 수 있는 신체적 특징에 관하여 함부로 촬영 또는 그림 묘사되거나 공표되지 아니하며 영리적으로 이용당하지 않을 권리를 가지는데, 이러한 초상권은 우리 헌법 제10조 제1문에 의하여 헌법적으로 보장되는 권리이고, 개인은 사생활 활동이 타인으로부터 침해되거나 사생활이 함부로 공개되지 아니할 소극적인 권리는 물론, 오늘날 고도로 정보화된 현대사회에서 자신에 대한 정보를 자율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적극적인 권리도 가진다. 따라서 초상권에 대한 부당한 침해는 불법행위를 구성하고( 대법원 2006. 10. 13. 선고 2004다16280 판결 참조), 그 침해를 당한 사람에게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정신적 고통이 수반된다고 봄이 상당하다( 대법원 2012. 1. 27. 선고 2010다39277 판결 , 대법원 2013. 6. 27. 선고 2012다31628 판결 등 참조).
다음과 같은 이유로 피고가 무단으로 이 사건 앱을 통해 원고들의 사진과 성명을 사용한 것은 위법하고, 또 원고들은 그로 인하여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고 보아야 한다.
○ 이 사건 앱에서 사용한 사진이 원고들의 허락하에 이미 인터넷에 공개된 사진이라고 하더라도, 이는 연예인인 원고들이 자신에 대한 홍보에 필요한 한도 내에서 인터넷 이용자들에게 이를 공개하여 이용하도록 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이 사건 앱과 같이 다른 기업이 영리 목적으로 그 사진을 함부로 사용하는 것은 원고들이 예상하거나 허락한 범위를 넘는 것으로서 원고들의 자기 정보에 대한 통제권 및 초상과 성명이 영리적으로 이용당하지 않을 권리를 정면으로 침해하는 위법한 행위이다.
○ 피고가 이 사건 앱에서 원고들의 사진을 직접 판매하거나 상품 등의 판매를 위해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 사진을 왜곡하거나 변형한 바 없다는 점만으로는 피고의 행위가 정당화될 수 없다. 이 사건 앱은 원고들과 같은 유명 연예인의 인지도와 고객흡인력에 편승하여 그 이용자를 확보하게 되고 그 늘어난 이용자의 수는 이 사건 앱의 실행화면에 표시되는 배너광고의 노출에 따른 광고수익으로 직결된다. 이 사건 앱을 통한 피고의 2011년과 2012년 광고매출액이 합계 약 20억 원에 이르는 사정(피고의 2013. 6. 27.자 준비서면 첨부1 자료 참조)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단지 이용자들의 건전한 오락활동을 위하여만 이 사건 앱을 제공하였다고 보기는 어렵고, 연예인들의 인지도를 이용한 특정 형태의 서비스가 아니라 인터넷상의 일반적인 정보에 대한 검색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이 사건 앱이 제공하는 서비스와 동일시할 수도 없다.
○ 일부 원고들이 실제로 이 사건 앱을 이용한 검색결과를 스스로 대중에게 공개하여 홍보에 이용하기도 하는 등 원고들이 이 사건 앱을 통하여 부수적으로 홍보 및 대중 노출의 이익을 볼 수도 있다는 사정은 위자료 액수의 산정에서 참작됨은 몰라도, 피고의 불법행위책임까지 부인할만한 사유가 될 수 없다. 원고들이 단지 이 사건 앱 출시 후 3년여 동안 법적으로 이의를 제기한 바가 없었다는 사정만으로는 이 사건 앱에 자신의 사진과 성명이 사용되는 것을 묵시적으로 승인하였다고 보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하기에 충분한 증거는 없다.
○ 앞서 본 것처럼 이 사건 앱에서 원고들의 초상과 성명을 사용한 행위는 원고들의 자기 정보에 대한 통제권 및 초상·성명이 영리적으로 이용당하지 않을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로서 그러한 사실만으로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정신적 고통이 수반된다고 보아야 하고, 반드시 이 사건 앱을 통한 원고들 사진의 실제 현출 여부나 횟수가 특정되어야만 비로소 정신적 고통을 인정할 수 있게 되는 것이 아니다.
○ 원고들이 유명 연예인으로서 공적인 인물이므로 초상·성명 등의 공표를 어느 정도 수인하여야 한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처럼 자신의 사진 등이 무단으로 영리적 목적에 이용되는 것까지 그대로 수인하여야 한다고 볼 수는 없다. 오히려 원고들은 자신의 초상과 명성 등을 영리에 이용하여 재산상의 이익을 얻는 것을 주된 직업 활동으로 삼고 있으므로, 그 초상이나 성명을 영리적으로 무단 사용할 경우 비록 그 사용이 명예훼손의 정도에 이르지는 않는 경우라도 원고들이 자신의 초상과 성명에 대하여 보유하는 권리에 대한 중대한 침해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결국, 피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2) 위자료의 액수
불법행위로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액수에 관하여는 사실심법원이 여러 사정을 참작하여 그 직권에 속하는 재량에 의하여 이를 확정할 수 있다( 대법원 2006. 5. 11. 선고 2003다8503 판결 등 참조).
앞서 살핀 여러 사정, 특히 원고들의 초상이 가지는 특성, 이 사건 앱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내용, 원고들의 사진이 서비스에서 차지하는 비중 및 그로 인한 원고들의 초상권 등 침해의 형태와 정도, 이 사건 앱의 운영기간과 그를 통하여 피고가 올린 매출액, 원고들도 이 사건 앱으로 부수적인 홍보 효과를 얻을 가능성이 있는 점 등을 참작하면 원고들에 대한 위자료는 앞서 판단한 바와 같이 각 3,000,000원으로 정함이 상당하고, 앞서 인정한 원고들 초상권의 성격과 그 침해 내용, 이 사건 앱의 서비스 방식(반드시 지명도가 높은 연예인만을 찾는 것이 아니라 이용자와 닮은꼴인 연예인을 찾아주는 것이다) 등에 비추어 그 위자료가 반드시 원고들의 지명도나 유명세, 이 사건 앱에서의 노출 횟수 등에 따라 달리 정해져야 한다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피고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3. 결론
제1심판결은 정당하므로 피고의 원고들에 대한 항소는 이유 없어 모두 기각한다[피고는 당심 변론종결 후인 2014. 3. 28. 제출한 참고서면을 통하여, 원고들이 제1심에서 성명·초상권 침해에 관한 주장을 철회하였다가 다시 이를 주장하였는데, 이는 소의 일부 취하에 해당하므로 별소에 의하지 않고서는 다시 주장할 수는 없다는 취지로 다툰다. 그러나 앞서 판단한 바와 같이 원고가 제1심 제1차 변론기일에서 퍼블리시티권 침해에 따른 재산상 손해 주장만을 유지하고 성명·초상권 침해에 따른 위자료 주장은 철회하였다고 하더라도, 제1심 변론종결 전에 이를 다시 (예비적) 청구원인으로 주장하는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허용된다 할 것이고, 이에 관하여 반드시 별도의 소를 제기하여야 한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위 항쟁은 이유 없다].
[[별 지] 원고 목록: 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