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17노1724 특수폭행치사(예비적죄명:과실치사),특수공무집
행방해, 공용물건손상, 자동차불법사용
피고인
A
항소인
쌍방
검사
박규형(기소, 공판)
변호인
변호사 B,C
판결선고
2017. 9. 6.
주문
피고인 및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검사
1) 사실오인, 법리오해
피고인은 이 사건 당시 위험한 물건인 차량으로 피해자를 포함하여 당시 집회 현장에 있던 불특정 다수에 대해 유형력을 행사하는 방법으로, 폭행하였다. 설령 피해자가 이 사건 당시 충돌 지점에서 떨어져 있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행위는 구체적 사실의 착오 중 방법의 착오에 해당하므로 피고인이 피해자를 폭행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또한, 피고인은 자신의 충돌행위로 인하여 피해자가 사망하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 그런데도 원심이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 중 특수폭행치사의 점을 무죄로 판단한 것은 위법하다.
2) 양형부당
피고인에 대한 원심의 형량(징역 2년)은 너무 가벼워 부당하다.
나. 피고인(양형부당)
피고인에 대한 원심의 형량은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
2. 공소장 변경
검사는 당심에 이르러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원심이 무죄를 선고한 특수폭행치사의 점을 주위적 공소사실로 하고, 예비적으로 죄명에 '과실치사'를, 적용법조에 '형법 제267 조'를, 공소사실에 아래의 3.나.1)항 기재와 같이 '예비적 공소사실'을 추가하는 내용의 공소장변경 허가 신청을 하였고, 이 법원은 이를 허가하였다.
3. 판단
가. 주위적 공소사실에 대한 판단
1)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원심 판시 범죄사실 제1항 기재 일시 및 장소에서 당시 경찰 방호차벽 지붕 위와 경찰버스 · 경찰 방호차벽 주위 및 경찰 소음관리차 안에 다수의 경찰관들과 집회 참가자들이 있던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원심 판시 범죄사실 제1항 기재내용과 같이 위험한 물건인 위 경찰버스를 운전하여 약 50여 차례에 걸쳐 경찰 방호차벽을 들이 받아 추돌함(이하 피고인이 경찰버스를 이용하여 경찰 방호차벽을 들이받은 행위를 '이 사건 충돌행위'라고 한다)으로써 위 다수의 경찰관들과 피해자 T(72세) 등 집회 참가자들을 폭행하였다.
그 충격으로 경찰 방호차벽 뒤에 있던 경찰 소음관리차가 크게 흔들리고 이로 인해 위 소음관리차 지붕 위에 있던 무게 약 100kg가량의 대형스피커(가로 131cm X 세로 96cm X 높이 89㎝)의 고정 장치가 부서져 위 대형스피커가 같은 날 12:26경 소음 관리차 아래로 떨어지게 하였고, 집회 참가자로서 마침 그곳에 있던 피해자의 왼쪽 머리와 가슴 부위를 강타하게 하여 피해자로 하여금 같은 날 13:50경 서울 종로구 대학로 101 서울대학교병원에서 다발성 두개골 골절 및 대동맥절단 등으로 사망하게 하였다.
2) 원심의 판단
형법상 폭행죄에서 말하는 폭행이란 사람의 신체에 대하여 육체적·정신적으로 고통을 주는 유형력을 행사함을 뜻하는 것으로서 반드시 피해자의 신체에 접촉함을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기는 하나 적어도 공간적으로는 근접성이 있어야 한다.
이 사건 기록 및 변론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여러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의 이 사건 충돌행위가 피해자에 대한 폭행이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따라서 피해자에 대한 특수폭행을 전제로 하는 특수폭행치사의 점은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를 인정할 수 없다.
① 피해자는 피고인이 이 사건 충돌행위를 종료한 시각으로부터 12분 정도가 경과한 시점에 소음관리차 옆을 지나 가다가 위에서 떨어지는 스피커에 부딪혀 사망하였다.
② 이 사건 충돌행위 당시 집회 참가자들 대부분은 경찰 방호차벽과 경찰버스 등으로 구분지어진 경계선 안쪽에 위치하고 있었고, 경찰 방호차벽 뒤에 있던 소음관리차 주위에는 집회 참가자들이 위치하지 않았다. 일부 집회 참가자들이 경찰버스 지붕 위로 올라가 있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으나, 피해자가 당시 경찰버스 위에 있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는다.
③ 이 사건 충돌 행위가 종료된 이후 10여 분간 경찰버스와 경찰 방호차벽 사이에 생긴 틈으로 집회 참가자들이 계속하여 경찰 방호차벽 뒤로 진입하였다.
④ 위 ① 내지 ③의 사정을 종합하면, 피해자가 이 사건 충돌행위 당시 피고인이 운전하던 경찰버스 및 피고인이 충돌한 경찰 방호차벽이나 소음관리차 주위에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나아가 피고인에게 이 사건 충돌행위 종료 이후 상당한 시간이 경과한 후에야 소음관리차 주위를 지나가던 피해자를 폭행하려는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3) 당심의 판단
원심이 인정한 여러 사정을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과 대조하여 면밀히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그 판단에 검사가 주장하는 바와 같은 위법이 없다.
나아가 검사는 이 사건 충돌행위가 구체적 사실의 착오 중 방법의 착오에 해당하여 피해자에 대한 폭행으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하나, 방법의 착오란 행위자가 인식한 사실과 실제 발생한 사실에 차이가 있는 경우를 의미하는 것이므로, 피고인이 피해자를 폭행하였는지 여부가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려운 이 사건과는 논의의 면을 달리한다. 따라서 검사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나. 예비적 공소사실에 대한 판단
1)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2017. 3. 10. 11:00경부터 안국역 4번 출구 앞 도로에서 탄기국 주최의 'F 대통령 탄핵반대 집회'에 참가하고 있었고, 당시 경찰 방호차벽 지붕 위와 경찰버스·경찰 방호차벽 주위 및 경찰 소음관리차 안에 다수의 경찰관들과 집회 참가자들이 있던 상태였으므로, 이러한 경우 피고인으로서는 만연히 원심 판시 범죄사실 제1항 기재내용과 같이 경찰버스를 운전하는 등 사고를 발생시킬 수 있는 행동을 해서는 아니될 주의의무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이를 게을리 한 채 원심 판시 범죄사실 제1항 기재 내용과 같이 경찰 방호차벽 앞에 차문이 열린 상태로 주차되어 있던 경찰버스 안으로 들어가 시동을 건 후 경찰버스를 운전하여 만연히 약 50여 차례에 걸쳐 경찰 방호차벽을 들이받아 추돌한 과실로, 그 충격으로 경찰 방호차벽 뒤에 있던 경찰 소음관리차가 크게 흔들리고 이로 인해 위 소음관리 차 지붕 위에 있던 무게 약 100kg가량의 대형스피커(가로 131㎝ X 세로 96cm X 높이 89㎝)의 고정 장치가 부서져 위 대형스피커가 같은 날 12:26경 소음관리차 아래로 떨어지게 하였고, 집회 참가자로서 마침 그곳에 있던 피해자 T(72세)의 왼쪽 머리와 가슴 부위를 강타하게 하여 피해자로 하여금 같은 날 13:50경 서울 종로구 대학로 101 서울대학교병원에서 다발성두개골골절 및 대동맥절단 등으로 사망하게 하였다.
2)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
가) 이 사건 당시 피고인은 방호차벽의 높이로 인해 경찰버스 운전석에서 소음 관리차나 그 위에 탑재된 스피커를 볼 수 없었다. 또한, 피고인은 방호차벽이 약간 밀려나도록 추돌하였을 뿐, 방호차벽 뒤에 있는 소음관리 차가 흔들려 그 위에 탑재된 스피커가 12분 후에 떨어지고 지나가던 피해자가 그 스피커에 맞아 사망할 것이라는 결과를 예견할 수 없었다. 따라서 피고인에게는 피해자의 사망에 대한 예견가능성 내지 주의의무 위반이 없었다.
나) 이 사건 사고는 경찰이 소음관리차 및 스피커 관리, 집회 현장 통제 등 조치를 적절하게 취하지 않은 중과실이 개입되어 발생한 것이므로 피고인의 과실과 피해자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
3) 판단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여러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당시 피고인이 자신의 이 사건 충돌행위로 경찰 소음관리 차에 탑재된 스피커가 떨어져 그로 인하여 피해자가 사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예견할 수 있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되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①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부터 일관되게 방호차벽과 버스 주위에 경찰관이 여러명 서 있는 것을 보았으나, 투명 차벽 뒤에 주차된 차벽 차량 지붕 위에 올라가 있던 경찰관은 보지 못했다고 진술하였다. 이 사건 당시 피고인이 운전하던 차량의 운전석 바로 앞에는 스피커보다 높이가 약간 낮은 투명차벽이 설치되어 있었고, 그 바로 뒤편에 주차된 차벽차량 지붕 위에 경찰관들이 서 있는 상황이었다. 위와 같이 피고인이 운전하던 차량과 소음관리차 사이에 투명차벽 및 차벽차량이 설치되어 있었고, 차벽차량 위에는 경찰관들이 서 있어 피고인이 운전하던 차량의 운전석에서 그 너머에 있는 소음관리차 및 스피커까지 볼 수 있을 만큼 시야가 확보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피고인이 충분한 주의를 기울였다고 하더라도 소음관리차 및 스피커를 발견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② 이 사건 당시 경찰 소음관리차에 대하여는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적절한 관리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던 것으로 볼 수 있는데, 피고인이 이러한 사실을 예견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 이 사건 소음관리차의 관리자는 '스피커를 올린 상황에서 운전하였을 경우 걸려서 떨어지는 등 위험할 수 있으니 스피커를 차량 안에 탑재하고 운전하라는 내용의 교육을 받은 적이 있었고, 스피커가 추락하기 전 스피커가 충격으로 기울어져 있는 것을 인식하였음에도, 스피커를 하강하여 차량 안에 탑재하지 않고 현장을 이탈하였다. 실제로 이 사건 소음관리차 바로 옆에는 서울지방경찰청 소속 소음관리차가 배치되어 있었는데, 그 소음관리 차의 관리자는 스피커를 차량 안에 탑재한 후 현장을 이탈하였다. 그런데 이 사건 스피커가 흔들린 시점부터 추락하기까지 약 12분이 소요되었으므로, 관리자가 현장 이탈 전에 적절한 탑재 조치를 취했을 경우 이 사건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 피고인이 방호차벽을 여러 차례에 걸쳐 충돌하기는 하였으나, 충돌 당시 방호차벽 뒤 차벽차량 위에 경찰관들이 몇 분 동안 서 있었고, 충돌 과정에서 피고인이 운전하던 차량 지붕으로 집회 참가자가 올라오기도 하여 충돌 강도가 아주 강하였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피고인이 방호차벽을 충돌하기 시작한 후 1분도 지나지 않아스피커가 흔들리기 시작한 점, 이 사건 소음관리차의 제작을 담당한 AH의 기술연구소 이사 Q은 '스피커가 리프트에 완벽하게 고정되어 있다면 떨어질 이유가 없겠지만, 위 차량 특성상 스피커와 스피커 틀이 회전을 하면서 작동해야 되기 때문에 고정이 될 수 없다. 따라서 반복되는 떨림이나 충격에 의해 유격이 발생하면 스피커가 떨어지는 상황에 이를 수도 있다'고 진술한 점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스피커는 피고인이 방호차벽을 충돌하기 이전부터 단단하게 결박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다. 쌍방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
이 사건 범행은 피고인이 집회 현장에서 주차되어 있던 경찰버스를 임의로 운전하여 경찰 방호차벽을 50여 차례나 충돌함으로써 공용물건인 경찰버스를 손괴하고, 집회진압 임무를 수행 중이던 경찰관들의 직무집행을 방해한 것이다. 이러한 행위는 시민에게 인정되는 집회 및 시위의 자유라는 기본권의 범위를 현저히 일탈하는 것으로서 공공의 안녕과 사회의 질서를 해할 위험성이 큰 중대한 범죄이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피해회복을 위한 진지한 노력을 하지 않았다. 이는 피고인에게 불리한 정상이다.
그러나 피고인이 자신의 범행을 자백하면서 반성하고 있는 점, 피고인의 행위로 상해를 입은 경찰관은 없는 점, 피고인이 집회에 참석하여 흥분한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은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이다.
이러한 사정과 그 밖에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양형기준에 따른 권고 형량범위, 피고인의 연령, 성행, 건강 상태, 환경, 범행 후의 정황 등 모든 양형조건을 종합해 보면, 원심이 피고인에게 선고한 형이 너무 무겁거나 가벼워 부당하다고 보이지 않는다.
4.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 및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모두 기각한다[당심에서 추가된 예비적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여야 할 것이나, 원심에서 주위적 공소사실에 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고, 이러한 경우 위 예비적 공소사실과 동일체의 관계에 있는 주위적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면 족하고 예비적 공소사실에 대하여 주문에서 따로 무죄를 선고할 필요는 없으므로(대법원 1985. 2. 8. 선고 84도3068 판결 등 참조), 주문에서 따로 예비적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지 아니한다].
판사
재판장 판사 김대웅
판사 이완희
판사 최승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