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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1994. 6. 16. 선고 93구25785 제10특별부판결 : 확정
[유족급여및장의비부지급처분취소청구사건][하집1994(1),787]
판시사항

업무수행으로 육체적 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가 누증되던 회사의 이사가 업무수행의 일환으로 접대골프를 하던 중 심장마비로 돌연사한 것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한 사례

원고

김정숙

피고

서울지방노동청장

주문

1. 피고가 1993.1.11. 원고에 대하여 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다음의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호증의 1(보험급여부지급결정통지), 2(심사청구서), 갑 제2호증(사체검안서), 을 제1호증의 1(유족급여 및 장의비 사정서), 2(유족보상일시금 및 장의비 청구서)의 각 기재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인정할 수 있고 달리 반증이 없다.

가. 소외 망 김건세는 종합건설업체인 소외 태화기업주식회사(이하 소외 회사라 한다)의 토목이사로 근무하여 오던 중 1992.10.14. 13:00경부터 고양시 신원동 227의 12 소재 뉴코리아 골프장에서 소외 한호섭, 김통호, 이광호와 함께 골프를 치게 되었는데, 17번 홀에서부터 숨이 차고 가슴이 답답하다고 하면서 18번홀을 치지 않고 클럽하우스 앞에 앉아서 쉬고 있다가 옆으로 넘어져 고양시 소재 일신병원으로 후송하였으나 같은날 18:20경 심장마비로 사망하였다.

나. 위 망인의 처인 원고가 유족보상 등의 수급권자로서 피고에게 산업재해보상법에 기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를 청구하였던바, 피고는 1993.1.11. 위 망인의 사망일 당시의 골프회동이 공사수주업무와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위 재해 이전 업무수행으로 인한 과로 등 업무와 사망의 원인 간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의학적 소견이 없다는 이유로 주문 기재와 같이 부지급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2. 처분의 적법성

가. 원고의 주장

원고는, 위 망인이 소외 회사의 토목담당이사로서 전국 18개의 공사현장에 빈번한 장거리 출장으로 쌓인 육체적 피로와 공사수주물량확보를 위한 대외적 활동에 많은 신경을 쓰게 됨으로써 생긴 정신적 스트레스가 누적되어 있었고, 과중하게 업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얻어진 육체적, 정신적 피로에 의한 전신무력감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담당의사의 절대안정 및 휴식을 취하라는 권유에도 불구하고 위 회사 거래처 접대를 위하여 무리하게 골프회동에 참석하였다가 그간에 쌓였던 과로로 인한 심장마비로 사망하게 된 것이므로 위 망인의 사망은 업무상의 사유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나. 인정되는 사실관계

위에 나온 각 증거들과 갑 제3호증(소견서), 갑 제4호증의 1,3(각 경위서), 2(진술서), 갑 제5호증의 1 내지 10(각 출장신청서), 11,12,13(각 지출품의서), 14(입장권 및 계산서), 갑 제6호증의 1, 2(설치허가 및 통보), 갑 제7호증(건설공사하도급계약서), 갑 제8호증(실행예산서), 갑 제9호증의 1(확인서), 2,3,4(각 영수증), 갑 제10호증의 1, 2(사실조회서 및 회답내용), 갑 제11호증(사실확인서), 을 제6호증(건강진단결과표)의 각 기재에 증인 한호섭, 이광호, 김한목의 각 증언 및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다음의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을 제3호증(자문의뢰서), 을 제4호증(문답서), 을 제5호증(사실조회)의 각 기재는 위 인정에 방해가 되지 아니하며 달리 반증이 없다.

(1) 위 망인은 1952.8.10.생의 남자로서 1991.8.1. 소외 회사의 토목이사로 입사하여 ① 공사의 수주 및 대외적 섭외활동 ② 토목공사현장에서의 작업지시 및 현장감독 ③ 하도급업체와의 계약협의 및 작업지시 감독 ④ 토목직원에 대한 지시감독과 기술교육 및 토목부서의 조직관리 ⑤ 토목기술 연구개발 ⑥ 회사경영에 관한 구상 건의 및 협의 등의 업무를 담당하여 왔고, 07:30경 출근하여 19:30경까지(평직원은 08:30경부터 18:30경까지이다) 근무하였었는데 업무의 성격상 공사현장확인 등을 위한 출장업무가 빈번하였다.

(2) 위 망인은 1992년도에 소외 회사의 공사중 경인지역의 의정부시 의정부동 소재 쌍둥이빌딩 및 인천 남동구 남동공단 소재 태양사 남동공장신축공사 이외에 강원 영월읍 소재 하송아파트 및 부산 부산진구 부전2동 소재 금융프라자오피스빌딩 신축공사, 김제시 요촌동 소재 요촌택지지구조성공사, 전남 승주군 주암면 소재 보성강석곡제개수공사 등 전국에 산재되어 있는 18개의 공사현장에 대하여 공사진행과정감독 및 현장확인을 직접 하게 됨에 따라 1992.1.16.경부터 사망 전날인 같은 해 10.13.까지 월 3-4회씩 1회당 1-3일 간의 장거리 출장 및 경인지역에 산재해 있는 공사현장에의 출장 등으로 월 평균 9-10회씩 현장직원의 작업독려 및 공정협의 등을 위한 출장업무를 수행하였다.

(3) 특히 위 부산진구 오피스빌딩 신축공사는 당초 1992.7.경부터 같은 해 12.31.까지 6개월이 소요되는 공사이었으나 부산진구청으로부터의 도로점용허가가 예상보다 늦은 관계로 당초 공사착공시기보다 3개월이나 늦게 착공하게 되었고, 더욱이 위 공사와 관련된 지하연결통로공사에 대한 하도급계약이 사망 전날인 같은 해 10.13.에야 체결됨으로써 그 지체상금을 지급하지 않기 위해서는 원래 6개월 이상 소요되는 공사를 3개월 내에 완공시켜야 하는 부담을 갖게 되었으며, 또한 위 요촌택지지구조성공사도 당초 공사기간이 1991.8.27.부터 1993.8.15.까지로 되어 있었으나 소외 회사로부터 저가선 낙찰공사로 큰 수익성 기대가 곤란하므로 공기를 단축하여 원가를 절감하도록 하라는 지시를 받아 1992.12.31.까지 위 공사를 마쳐야 되는 등으로 정신적 스트레스가 누적되어 왔다.

(4) 위 망인은 1992.4.1. 지방공사 강남병원에서의 건강진단결과 신장 164.8cm, 체중 78.9kg로 20여 년 전 늑막염을 앓게 되어 늑막유착이 된 이외에는 달리 건강에 이상이(혈압 120/80mmHg) 없다는 진단을 받았으나, 위와 같은 육체적 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로 같은 해 6.13., 같은 달 17., 같은 해 9.30., 같은 해 10.13. 서울 강남구 대치동 936의 1 소재 최종후 내과의원에 간헐적인 통원치료를 받아 왔고, 위 최종진료일에 근간 업무관계로 지속적인 피로를 느끼며 전신무력감 및 위장장애를 호소하여 위 의사로부터 몸살 및 위염치료와 심신의 안정을 취한 후 그 다음날 재진료를 받도록 권고 받았다.

(5) 그런데, 위 망인은 소외 회사 업무담당이사인 소외 한호섭으로부터 평소 위 회사의 우이동 아파트건립공사계획 등 많은 프로젝트의 타당성검토 및 기본설계 등에 관한 자문을 하여 주고 수주활동 등을 무보수로 도와준 무이건축설계사무소 소장인 소외 이광호에게 감사의 표시와 함께 그가 설계하고 있는 공사의 수주를 위 회사에서 받을 수 있도록 협조를 받기 위하여 골프접대를 하자는 제의에 의하여 1992.10.14.(수요일) 위 한호섭 및 위 회사 건축이사인 소외 김통호와 함께 뉴코리아 골프장에서 골프를 치면서 위 이광호로부터 당시 그가 설계중이던 정릉스포츠센터건립공사, 동덕여대 증축공사 등의 발주자의 인적 관계, 공사규모, 도급계약시기 등에 관한 정보를 교환하는 등 위 공사 등을 위 회사에서 수주받을 수 있도록 구체적인 협의 등을 하였고, 위 골프회동에 따른 비용일체(그린피, 캐디피, 식음료비용 등)를 위 회사에서 부담하였다.

(6) 위 망인은 위 골프회동중 17번홀까지 치고 나서는 갑자기 땀을 많이 흘리면서 가슴이 답답하다고 호소하여 위 한호섭 이사로부터 힘들면 쉬라는 말을 듣고서 바로 클럽하우스 앞쪽으로 가 쉬고 있다가 쓰러져 같은 날 18:20경 심장마비로 사망하였고, 수년 간 위 망인의 진료를 담당하고 사체를 검안한 위 최종후 내과의원에서는 급사의 원인이 될 특별한 소견이 없었으며 근간 내진시 지속적인 피로를 호소하였던 점에 비추어 과로로 인한 심장마비사(급성심근경색증)로 진단하였다.

(7) 의학적으로 돌연사의 원인은 심혈관계 60%, 중추신경계 15%, 호흡계 15%로 나타나고 있으나 특히 한 시간 내에 사망한 경우를 한정하면 거의가 급성심장사라 할 수 있고, 급성심장사는 돌연적이고 예기치 않았던 심(박)정지로서 여러 기초질환 중 심근경색굘 포함되며, 약 반수에서는 심근경색이 있기 전 악화인자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불분명하나 육체적 운동 및 과로, 정신적 스트레스, 내과적 또는 외과적 질환 등이 심근경색을 자주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 판 단

살피건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조 제1항 소정의 "업무상 재해"라 함은 근로자가 업무수행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재해를 말하는 것이므로 그 재해가 질병 또는 질병에 따른 사망인 경우에는 업무와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질병의 주된 원인이 업무와 직접 관련이 없더라도 업무상 과로가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과 겹쳐서 질병을 유발하거나 악화시켰다면 그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인데, 돌연사의 경우는 그 유인이 외상, 과로, 정신적 충격 등으로 사망의 원인이 되는 질병이 있는 경우와 청장년급사증후군처럼 사후검사에서도 사인이 될 만한 병변의 입증을 할 수 없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사전 및 사후검사에서도 사인이 될 만한 병변이 밝혀지지 아니한 경우에도 위 각 유인은 아직 밝혀지지 아니한 그 어떠한 질병을 급속히 유발하였다거나 또는 악화시킨 것으로 보아야 할 경우라면 업무와 사망과의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함이 상당하다고 할 것인바(대법원 1993.5.11. 선고 91누2243 판결 참조),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위 망인은 사망 당시 신장에 비하여 체구가 비대한 편이었으나 건강에 별다른 이상이 없는 40세의 신체건강한 남자이었는데 위에서 본 잦은 공사현장출장 및 무리하게 공기를 단축하고 공사를 수주하여야 하는 등의 업무를 수행함으로써 육체적 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가 점진적으로 누증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할 것이고, 재해 당시의 위 골프회동도 소외 회사에 평소 많은 도움을 주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공사수주정보를 얻을 수 있는 설계사무소장의 접대를 위한 모임으로써 위 회사에서 경비를 지출하고 근무일인 평일에 그 모임을 갖게 하였음에 비추어 볼 때 업무수행중에 발생한 것이라 할 것이며, 위 망인의 사망은 심장마비로 돌연사한 경우로서 위 망인에게 사망원인이 되는 기초질병이 밝혀지지 아니하였고 과로 이외에 다른 유인 또한 밝혀지지 아니한 상태에 있다 할 것이므로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 망인의 사망과 위 업무상 과로와의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위 망인의 사망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조 제1항 소정의 근로자가 업무수행중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질병 또는 사망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와 다른 견해에서 원고의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청구를 거부한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고 할 것이다.

3. 결 론

그렇다면, 피고의 이 사건 부지급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소송비용은 패소자인 피고의 부담으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강봉수(재판장) 임호영 김만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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