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전신마취에 의한 의료사고에 대하여 의사에게 마취 과정상의 시술 및 관찰에 있어서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한 과실이 없다고 본 사례
참조조문
피 고 인
피고인 1외 1인
항 소 인
피고인들
원심판결
제1심 서울형사지법(1991.11.22 선고 90고단4517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들은 각 무죄.
이유
원심은 그 거시 증거들을 종합하여, 피고인 1은 연세대학교의과대학 마취과 조교수이고, 피고인 2는 같은 대학부속 세브란스병원에서 레지던트 과정을 밟고 있는 자로서, 공동하여, 1989.3.8. 08:30경 위 세브란스병원 제18번 수술실에서 피해자에 대하여 우측슬관절 십자인대문합 수술을 하기 위하여 할로탄 마취약으로 전신마취를 하게 되었는바, 할로탄 마취약은 투여량에 비례하여 평균 동맥혈압이 감소되는 특성이 있어 환자에게 이를 과다 투여하면 심정지를 초래할 위험성이 있으므로 의료업무에 종사하는 피고인들로서는 환자의 혈압, 맥박, 등을 계속 관찰하고 혈압 등이 지나치게 떨어지면 할로탄의 농도를 낮추거나 투여를 중단함으로써 할로탄이 환자에게 과다 투여되지 아니하도록 하는 등 마취사고의 발생을 방지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피고인 1은 이를 게을리 하여 같은 날 08:45경 위 피해자에 대하여 기관내 삽관을 마치고 투여되는 할로탄 농도를 3%로 맞추어 놓은 직후레지던트 과정을 시작한 지 1주일밖에 되지 아니한 피고인 2에게 아무런 지시도 하지 아니한 채 위 수술실을 나가고, 피고인 2는 위 피해자의 혈압, 맥박 등 상태와 할로탄 투여량 등에 대한 관찰을 게을리 하여 같은 날 09:00경 위 수술실 앞을 지나가던 같은 병원 3년차 레지던트인 공소외 인에 의하여 위 피해자의 맥박이 급속히 낮아지고 있음이 발견될 때까지 계속하여 3%의 고농도의 할로탄이 위 피해자에게 투여되도록 방치함으로써 그 무렵 피해자의 심장이 정지되게 하고 피해자에 대한 심폐소생술로 수분 이내에 심장기능은 회복되었으나 심장이 정지되어 있는 동안의 뇌세포에 대한 산소공급부족으로 인하여 위 피해자로 하여금 저산소성뇌증으로 식물인간 상태에 이르게 하였다고 판단하고 그 판시 각 소위를 업무상과실치상죄로 의율하여 피고인들을 처벌하고 있다.
이에 대한 피고인들의 변호인의 항소이유의 요지는, 피고인 1은 1989.3.8. 08:45경 원심판시 제18번 수술실에서 환자인 피해자에 대하여 산소, 아산화질소 및 할로탄 가스가 한 개의 튜브로 투입되도록 기관 내 삽관을 마치고 할로탄의 농도를 통상대로 3%로 맞추어 놓은 후 약 5분 동안 관찰하면서 마취유도(각성상태에서 수면상태로 되는 것)가 된 것을 확인하고 마취지속(마취가 되어 수면상태가 계속되는 것)을 위하여 할로탄 농도를 1%로 줄인 뒤 호흡낭을 이용한 인공호흡에서 기계식 호흡으로 전환하며 벤틸레이터(기계식 호흡조절장치)로 호흡수, 호흡낭을 조절하는 등 피해자에 대한 마취상태와 기계 작동의 정상 진행을 확인하고 피고인 2에게 피해자의 관찰을 의뢰한 다음, 잠시 옆방인 제12번 수술실에 갔다가 08:55경 다시 돌아와 약 1분간 피해자의 마취상태를 점검하고 피고인 2에게도 이상 유무를 확인하였으며, 또한 피고인 2는 피해자에 대한 마취 시작부터 계속 피해자의 마취유지상태를 점검, 관찰하고 있었는데, 09:00경 레지던트 3년차 공소외인이 피해자의 모니터상 맥박수가 분당 60인 것을 발견하고 마취 진행상황 점검 및 지도를 위해 위 수술실로 들어왔으나 마취시의 맥박수는 정상 맥박수의 20% 상하 범위 내이면 정상범위 내 이므로 위 분당 60의 맥박수가 위급 상황은 아니어서 공소외인은 피고인 2에게 피해자의 맥박수를 확인하던 중이었는데 갑자기 맥박이 50 이하로 떨어지기에 맥박촉진제 아트로핀 주사를 시주하고 할로탄 공급을 중단하였음에도 계속 맥박이 떨어져 피고인 1을 불러 정형외과 수술팀 의사들과 함께 강심제 등을 시주하면서 심장 맛사지를 하였으나 결국 피해자는 저산소성 뇌증으로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게 되었는바, 그렇다면, 첫째 피고인들의 피해자에 대한 전신마취 과정은 현대의학상 가장 안전한 방법으로 차질 없이 시행되었다 할 것이며 피고인들에게는 결코 할로탄 농도를 3% 상태로 약 15분간이나 과다하게 주입한 업무상 과실이나 피해자에 대한 마취과정에 있어서의 관찰의무를 다하지 못한 업무상 과실이 없다 할 것이고, 나아가 피고인들이 마취 진행을 계속 관찰하다가 이상을 발견한 다음의 피해자 소생을 위한 피고인들의 위와 같은 조치들도 적절한 것이었으며, 둘째 위와 같이 현대의학상 적절한 마취 시술을 한 피고인들에 대하여 마취과정에 있어서의 위와 같은 수준 이상의 업무상 주의의무를 요구할 수는 없다 할 것이고, 또한 이 사건 사고는 위와 같이 할로탄 과다 투여나 환자에 대한 관찰 소홀로 인한 것이 아니라 사전 예측이나 사전 예방이 불가능한 마취전 처치제, 마취유도제 및 근육이완제의 부작용이나 수술과정에서의 자극에 의한 자율신경 과반사에 의한 심정지가 그 원인으로서 결국 마취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가항력적 현상에 기인한다 할 것인데도, 원심은 채증법칙을 위배하여 피고인들이 피 해자에게 할로탄을 3% 농도로 08:45경부터 09:00경까지 약 15분 동안이나 과다 투여하였고 피해자에 대한 관찰의무를 소홀히 함으로써 환자의 혈압, 맥박 등을 계속 관찰하고 혈압 등이 지나치게 떨어지면 할로탄의 농도를 낮추거나 투여를 중단함으로써 할로탄이 환자에게 과다 투여되지 아니하도록 하는 등 마취사고 발생을 미연에 방지하여야 한다는 마취 과정상의 시술 및 관찰에 있어서의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한 과실로 인하여 그 판시의 범죄를 저질렀다고 사실을 그릇 인정하였거나 마취에 의한 의료사고에 있어서의 인과관계와 업무상 주의의무의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범하였다는 데 있다.
살피건대, 원심 거시 각 증거들 및 원심 제5,6,8,12,14,17회각 공판조서 중 증인 남용택, 이정림, 강정완, 공소외인, 신양식, 한대용의 각 진술기재와 증인 박 욱의 당심법정에서의 진술에 의하면, (1) 통상의 할로탄에 의한 마취과정은, 첫째 약 3 내지 5분 간환자의 수술전 각종 검사 결과와 병력 등을 재검토한 다음 혈압을 측정하고 심전도를 설치, 맥박을 재어보며, 둘째 약 3 내지 5분 간 환자에게 산소 마스크를 부착하고 호홉낭을 이용한 수동식 인공호홉을 시키면서 수면제 펜토탈소디움과 근이완제 석시닐콜린 등을 시주하여 수면효과와 근이완이 나타나면, 셋째 약 3 내지 5분 간에걸쳐 산소, 아산화질소 및 할로탄 가스가 한개의 튜브로 들어가는 장치를 기도에 삽관하는데, 보통 산소와 아산화질소는 각 분당 2리터, 할로탄은 3%의 농도로 주입되도록 하고, 환자를 관찰하여 올라갔던 혈압과 맥박이 정상으로 돌아와 마취유도가 되면 할로탄의농도를 1%로 낮추고 지속적 근이완제인 마이오불락을 시주한 뒤 호흡낭을 이용한 수동식 인공호흡에서 기계식 호홉으로 전환하여 벤틸레이터를 맞춤으로써 이루어지는데, 총 소요시간은 대략 10 내지 15분인 사실, (2) 마취기록지는 마취유도 후 레지던트가 작성하는바, 흔히 할로탄 주입량을 표시할 때에 지속적 마취유지를 위해서는 농도를 3%에서 1%로 낮추는 것이 통례일 뿐 아니라 기록지의 칸이 좁아 그 표시가 어려우므로 처음의 농도인 3%만 적고 이후는 그냥 줄을 그음으로써 그 농도의 낮춤이 표시되지 않는 경우가 많은 사실, (3) 할로탄에 의한 전신마취를 할 때 심정지가 오는 원인은, 첫째 할로탄을 고농도로 과다 주입하는 경우, 둘째 마취 전 처치제로비놀과 아티반, 마취유도제인 수면제 펜토탈소디움, 근이완제 석시닐콜린 또는 마이오불락에 의한 알러지반응이 있는 경우, 셋째 마취 후 수술을 시작할 때의 자율신경 과반사로 오는 경우 등이 있는데, 위 첫번째의 경우 맥박 감소 등의 현상은 서서히 나타나지만 다른 두 경우는 갑자기 나타나고, 또한 위 두번째의 경우 알러지반응이 있을 것인지의 여부를 사전에 아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며 학계의 보고에 의하면 이러한 원치 않는 약물부작용(아나필락시스)의 원인은 약의 사용량이나 약리학적 작용과는 무관하고 환자의 면역학적 반응(소위 알러지)과 관계가 있으며 그 발생빈도는 2,700명 중 1명꼴로 나타나는바, 미국의 경우 수술실에서 아나필락시스가 발생한 환자의 치료는 노련한 의사도 어려우며 그 증상은 심혈관계의 허탈로 나타나는데 사망률은 4.3%, 뇌손상은 5.6%에 이르는 사실, (4) 종합병원의 경우 마취전문의 한 사람이 하루 담당하는 수술실은 통상 여러 방실인 까닭에 전술과 같이 마취유도가 끝나고 마취지속 상태가 되면 마취전문의는 뒷일은 레지던트에게 맡기고 다른 수술실로 가서 다른 환자의 마취를 담당하는바, 이 경우 마취전문의는 레지던트에게 마취과정이나 마취 후의 조치에 대하여 처음 한두번은 말을 하여 주나 그러한 말이 없더라도 마취과 레지던트는 인턴과정 및 레지던트 오리엔테이션 과정에서 마취에 관한 실습교육 등을 받기 때문에 마취유도 후의 환자상태나 기계 상황 등의 점검, 혈압 측정, 위급상황 발생시의 대처 등의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사실, (5) 이 사건 사고발생일 08:45경 피고인 1은 원심판시 제18번 수술실에서 환자인 피해자에 대하여 산소, 아산화질소 및 할로탄 가스가 한 개의 튜브로 투입되도록 기관 내 삽관을 마치고 할로탄의 농도를 통상대로 3%로 맞추어 놓은 후 약 5분 동안 관찰하면서 마취유도(각성상태에서 수면상태로 되는 것)가 된 것을 확인하고 마취지속(마취가 되어 수면상태가 계속되는 것)을 위하여 호흡낭을 이용한 인공호홉에서 기계식 호흡으로 전환하며 벤틸레이터(기계식 호흡조절장치)로 호흡수, 호흡낭을 조절하는 등 피해자에 대한 마취상태와 기계 작동의 정상 진행을 확인한 다음, 레지던트 과정을 시작한 지 1주일 되는 피고인 2에게 특별한 주의 없이 피해자의 마취상태 관찰을 맡기고 잠시 옆방인 제12번 수술실에 갔다가 08:55경 다시 돌아와 약 1분간 피해자의 마취상태를 점검하고 피고인 2에게 이상 유무를 확인하였으며, 또한 피고인 2는 피해자에 대한 마취 시작부터 계속 피해자의 마취유지 상태를 점검, 관찰하고 있었는데, 같은 날 09:00경 3년차 레지던트인 공소외 인이 피해자의 수술실 앞을 지나가다 안을 들여다 보니 피고인 2 혼자 환자의 마취유지 상태를 점검하고 있었고 모니터상 환자의 맥박수가 분당 60으로 나타나고 있어 지도 겸 마취유지 상태 점검을 위해 들어가 환자의 머리맡에 앉아 마취 기록지를 손에 들고 수술침대를 향하여 환자의 상태를 살펴보고 있던 피고인 2에게 환자의 맥박이 원
래부터 낮았느냐고 묻자 위 피고인이 조금 전까지도 분당 80 수준이었다고 답변하기에 마취기계를 살펴보니 투여 할로탄의 농도는 1%로 적정 수준이었고 기타 산소 주입량도 정상이었는바, 갑자기 피해자의 맥박이 50으로 떨어져 맥박촉진제인 아트로핀 1앰플(0.5밀리그램)을 시주하였으나 계속 40으로 떨어지기에 할로탄 및 아산화질소의 주입을 중단하고 산소만 100%공급하는 동시에 수술 시작을 중단시킨 후, 옆의 제12번 수술실에 있던 피고인 1을 불러 정형외과 수술팀과 함께 강심제 에핀에프린, 대사성산증 교정제 비본, 응급처치제 솔로매트롤을 시주하는 한편 심장 맛사지를 계속하였으나 결국 피해자는 위와 같이 의식불명의 식물인간상태에 빠지게 된 사실을 각 인정할 수 있다.
위 각 인정사실에 따라, 우선 피고인들이 피해자에게 주입되는 할로탄의 농도를 3%의 상태로 약 15분 간이나 계속 유지하였다는 공소사실에 대하여 살펴보면, 피고인들은 수사단계 이래 당심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하여 마취유도 후 그 농도를 1%로 낮추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반하여 위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증거로서는 원심법정 및 검찰에서의 김봉애, 고홍의 각 진술 및 압수된 마취기록지 원본 3매(증 제2호) 등이 있으나, 우선 위 마취기록지원본 3매(증 제12호)는 피해자에 대한 할로탄의 투여가 같은 날 08:45경부터 09:00경까지 사이에 39%의 농도로 이루어졌음을 나타내지만 위에서 인정한 바와 같은 마취기록지 작성의 관행(2 인정사실)에 비추어 이를 믿기는 어렵다 할 것이고, 다음 위 김봉애의 진술은 피고인 1이 피해자에 대하여 삽관을 하고 호흡수와 양을 조절한 뒤 벤틸레이터를 맞추고 나서 위 수술실을 나갔는데 위 피고인이 할로탄농도를 1%로 낮추는 것을 본 일은 없다는 취지로서 위 공소사실에 명백히 부합한다고 할 수 없을 뿐더러 위에서 인정된 바와 같은 할로탄에 의한 마취과정 (1 인정사실)에 비추어 보면 동인의 진술 역시 믿기 어렵다 할 것이며, 마지막으로 위 고홍의 진술은 위 마취기록지원본 3매(증 제2호)의 기록을 기초로 하여 진술한 것으로서 위 기록지원본을 믿지 않는 이상 동인의 진술 또한 믿기 어렵다 할 것이어서, 결국 피고인들이 피해자에 대하여 할로탄을 농도 3%의 상태로 약 15분 간이나 지속적으로 투여함으로써 할로탄이 환자에게 과다 투여되지 아니하도록 하여야 할 마취과정상의 시술에 있어서의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한 과실 있음을 인정할 만한 증거는 없다 할 것이고(오히려 공소외인의 원심법정 및 검찰에서의 진술에 의하면 위 5 인정사실에서 본 바와 같이 동인이 같은 날 09:00경 피해자의 맥박 등을 점검할 때의 마취기의 할로탄 농도는 1%였음을 알 수 있다), 다음으로 피고인들(특히 피고인 2)이 피해자의 혈압, 맥박, 할로탄 투여량 등에 대한 관찰을 게을리 하였다는 공소사실에 대하여 살펴보면, 피고인들이 피해자에 대하여 시술한 위와 같은 할로탄에 의한 마취 과정과 이상발견 및 그 대처 경위(5 인정사실)를 검토하여 보면, 피고인 1에게는 레지던트 과정을 시작한지 1주일밖에 안 되는 피고인 2에게 특별한 주의 없이 마취상태 점검을 맡기고 수술실을 나간 점이, 피고인 2에게는 피해자의 맥박이 분당 80에서 60으로 떨어지는 것을 직접 발견하지 못하였다는 점이 문제가 될 수 있으나, 위에서 본 바와 같은 종합병원에서의 마취전문의의 마취시술 과정 및 레지던트의 마취상태 점검 등의 보조 역할과 레지던트에 대한 마취교육 및 그 능력정도(4 인정사실), 그리고 피해자의 심정지가 할로탄 과다 투여에 기인한 것이 아님이 위에서 살핀 바와 같이 명백해진 이상 그 원인은 마취 전 처치제 로비놀과 아티반, 마취유도제인 수면제 펜토탈소디움 근이완제석 시닐콜린 또는 마이오불락에 의한 알러지반응이 있는 경우 또는 마취 후 수술을 시작할 때의 자율신경 과반사로 오는 경우로 볼 수 있는데, 이 두가지 경우 맥박 감소 등의 현상은 갑자기 나타나는 점, 위 약물에 의한 알러지반응이 있을 것인지의 여부를 사전에 아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며 수술실에서 아나필락시스가 발생할 경우 그 치료가 매우 어려운 점(3 인정사실)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들의 위와 같은 정도의 잘못은 통상적이고 적절한 마취과정상의 관찰주의의무의 범위를 일탈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할 것이며, 달리 피고인들이 피해자의 맥박, 혈압 등을 계속 관찰하여 할로탄에 의한 마취사고 발생을 미연에 방지하여야 할 마취과정상의 관찰에 있어서의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한 과실 있음을 인정할 만한 증거도 없다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피고인들에 대하여 피해자의 맥박 급하강 이후 대처하는 과정에 있어서의 과실 유무에 관하여 살펴보더라도, 위에서 본 바와 같은 피고인 2와 공소외인의 맥박촉진제 시주, 할로탄 투여 중단, 수술시작의 중단, 피고인들과 정형외과 수술팀의 협조 아래 강심제, 응급처치제 등의 시주, 심장 맛사지(5 인정사실)의 시행 등은 현대의학 수준상 가능한 적절한 시술이었다고 볼 수 있으므로 이 점에 대한 피고인들의 마취의료상 과실 또한 없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피고인들이 피해자에게 할로탄을 3% 농도로 08:45경부터 09:00경까지 약 15분 동안이나 과다 투여하였고 피해자에 대한 관찰의무를 소흘히 함으로써 환자의 혈압, 맥박 등을 계속 관찰하고 혈압 등이 지나치게 떨어지면 할로탄의 농도를 낮추거나 투여를 중단함으로써 할로탄이 환자에게 과다 투여되지 아니하도록 하는등 마취사고 발생을 미연에 방지하여야 한다는 마취과정상의 시술 및 관찰에 있어서의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한 과실 있음을 인정할 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는 이 사건에 있어서 원심이 피고인들에 대하여 위와 같은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한 과실로 인하여 위 피해자로 하여금 저산소성뇌증으로 식물인간상태에 이르게 하였다고 판단하고 그 판시 각 소위를 업무상과실치상죄로 의율하여 피고인들을 처벌하고 있음은 사실을 그릇 인정하였거나 마취에 의한 의료사고에 있어서의 인과관계와 업무상 주의의무의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범한 잘못이 있다 할 것이어서 위 항소논지는 이유 있다.
이에 당원은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 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피고인들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 1은 1985.3.1.부터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마취과 조교수로 종사하는 자이고, 같은 피고인 2는 1989.3.2.부터 같은 대학 부속 세브란스병원에서 레지던트 과정을 밟고 있는 자 등인바, 공동하여, 1989.3.8. 08:30경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 134 소재 위 의과대학 부속 세브란스병원 제18번 수술실에서 우측슬관절 십자인대파열상 환자인 피해자(여, 47세)에 대하여 십자인대문합 수술을 하기 위하여 할로탄 마취약으로 전신마취를 하게 되었는바, 할로탄 마취약은 투여량에 비례하여 평균 동맥혈압이 감소되는 특성이 있어 환자에게 이를 과다 투여하면 심정지를 초래할 위험성이 있으므로 의료업무에 종사하는 피고인들로서는 환자의 혈압, 맥박 등을 계속 관찰하고 혈압 등이 지나치게 떨어지면 할로탄의 농도를 상추거나 투여를 중단함으로써 할로탄이 환자에게 과다 투여되지 아니하도록 하는 등 마취사고의 발생을 방지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피고인 1은 이를 게을리 하여 같은 날 08:45경 위 피해자에 대하여 기관 내 삽관을 마치고 투여되는 할로탄 농도를 3%로 맞추어 놓은 직후 레지던트 과정을 시작한 지 1주일밖에 되지 아니한 피고인 2에게 아무런 지시도 하지 아니한 채 위 수술실을 나가고, 피고인 2는 위 피해자의 혈압, 맥박 등 상태와 할로탄 투여량 등에 대한 관찰을 게을리 하여 같은 날 09:00경 위 수술실 앞을 지나가던 같은 병원 3년차 레지던트인 공소외 인에 의하여 위 피해자의 맥박이 급속히 낮아지고 있음이 발견될 때까지 계속하여 3%의 고농도의 할로탄이 위 피해자에게 투여되도록 방치함으로써 그 무렵 피해자의 심장이 정지되게 하고 피해자에 대한 심폐소생술로 수분 이내에 심장기능은 회복되었으나 심장이 정지되어 있는 동안의 뇌세포에 대한 산소공급부족으로 인하여 위 피해자로 하여금 저산소성 뇌증으로 식물인간상태에 이르게 한 것이다라고 함에 있는바, 앞서 항소이유에 관한 판단에서 살핀 바와 같은 이유로 결국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피고인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다.
이상의 이유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