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18노6892 사기
피고인
A
항소인
검사
검사
서홍기(기소), 강현욱(공판)
변호인
법무법인 정상
담당변호사 임철승
원심판결
수원지방법원 2018. 10. 18. 선고 2018고단1723 판결
판결선고
2019. 4. 29.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징역 6월에 처한다.
다만, 이 판결 확정일부터 2년간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피고인이 운영하는 회사가 2015년경 이후 경영이 악화되어 2017년 초순경부터는 적자 상태였고, 피해자에게 물품대금을 지급하였어야 할 무렵에는 파산신청을 할 정도로 경영상태가 악화되어 있었다. 피고인이 2017. 6.경 및 2017. 7.경 피해자로부터 물품을 공급받을 때 당시와 같은 상황으로는 변제기에 대금을 지급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는 상황이었고, 주거래처와의 거래도 단절되는 상황이었으므로, 피고인이 계속적인 영업을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따라서 피고인에게는 편취의 범의가 인정된다.
2. 판단
가. 원심의 판단
원심은, 피고인은 주식회사 B의 경영이 악화된 이후에도 2017. 8. 8.까지 피해자에 대한 물품대금을 계속 지급한 점, 이 사건에서 문제된 물품대금의 지급일은 2017. 8. 15.과 2017. 9. 15.로서 주식회사 B와 그 주 거래처인 F 주식회사와 거래 관계가 중단되고 주식회사 B의 전 직원이 퇴사함으로써 주식회사 B의 도산 가능성이 결정적으로 높아진 이후인 점, 피고인은 주식회사 B의 도산을 막기 위하여 나름대로 노력하였고 주식회사 B의 운영이 계속되었다면 피해자에 대한 물품대금도 지급되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2017. 6. 초순경 또는 대금지급확약서를 작성한 2017. 6. 29.경 편취의 범의로 피해자를 기망하였다고 단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하였다.
나. 당심의 판단
1)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가) 2017. 6.경까지의 주식회사 B의 재무 상태
(1) 피고인이 운영하던 주식회사 B는 2014. 9.경 F 주식회사의 협력업체로 등록된 후 주로 F 주식회사에 물품을 납품하였다. F 주식회사에 대한 매출액은 전체 매출액의 70% 내지 80%를 차지하였다.
(2) 주식회사 B의 매출액은 2014년도에 52억 원을 초과하였는데, 2014년 하순경 F 주식회사가 중국 업체를 협력업체로 지정함에 따라 2015년도에는 약 28억 원, 2016년도에는 약 17억 원으로 계속하여 감소하였다. 주식회사 B는 임금, 금융기관 채무 등에 대한 이자 등의 고정비용을 충당하지 못하여 2017년 상반기에는 적자 상태에 이르게 되었다.
(3) 주식회사 B는 임차한 공장건물에 대한 차임을 2016. 5.경부터 연체하기 시작하였다.
(4) 주식회사 B는 2017. 1.경부터 직원들의 임금을 지급하지 못하기 시작하였고, 2017. 6. 무렵에는 체불임금이 약 1억 원에 달하였다.
(5) 2017. 6.경 주식회사 B의 자산은 약 29억 원이었고, 부채는 2017. 6.경 약 28억 원이었다. 금융기관에 대한 채무 등을 제외한 거래처에 대한 미지급 물품대금 채무가 5억 원을 초과하였다.
나) 피해자와의 거래 관계
(1) 주식회사 B는 2016. 7.경부터 피해자로부터 연성회로기판을 공급받고 그 대금을 지급(대금 결제일은 공급받은 월 마감일로부터 45일 후)하는 계속적 거래 관계에 있었고, 2017. 7.경까지 연성회로기판을 공급받았다.
(2) 주식회사 B는 2017. 3.경부터 피해자에 대한 물품대금을 연체하기 시작하였다.
(3) 주식회사 B는 2017. 6. 초순경부터 중순경까지 F 주식회사로부터 7,780여만 원을, I 주식회사로부터 570여만 원을 지급받았고, 같은 기간 피해자에게는 1,510여만 원을 지급하였다.
(4) 피해자는 2017. 6. 중순경 F 주식회사로부터 주식회사 B와의 거래가 2017. 8. 31.경 종료될 것이라는 통보를 받았다.
(5) 이에 피해자는 피고인에게 물품대금의 지급을 요구하였고, 주식회사 B는 2017. 6. 29.경 피해자에게 2017. 3.경부터 2017. 5.경까지의 미지급 물품대금은 2017. 7. 30.까지 분할하여 지급하고, 2017. 6.경까지의 물품대금은 2017. 8. 15.까지, 2017. 7.경까지의 물품대금은 2017. 9. 15.까지 지급하겠다는 대금지급확약서를 작성해 주었다.
(6) 위 대금지급에 대한 협의 당시 피해자 측이 피고인에게 F 주식회사로부터 물품대금을 받는 즉시 피해자에게 물품대금을 지급해달라고 요청하였는데, 피고인은 일부는 주식회사 B의 직원들 인건비로 지급하겠다고 하면서 다른 거래처로부터 지급받는 물품대금으로 피해자에게 반드시 물품대금을 지급할 것이고 기계장치 등을 중국업체에 매도해서 물품대금을 마련할 수 있다고 말하였다.
다) 2017. 6.경 이후의 주식회사 B의 상황
(1) 주식회사 B는 2017. 6. 중순경 이후부터 2017. 8. 초순경까지 F 주식회사로부터 3억 3,200여만 원을, I 주식회사로부터 4,270여만 원을, 주식회사 J으로부터 2,230여만 원을 지급받았고, 같은 기간 피해자에게 5,390여만 원을 지급하였다.
(2) 주식회사 B가 위와 같이 F 주식회사 등으로부터 지급받은 물품대금 중 대부분은 직원 급여 지급, 4대 보험료와 세금 등 공과금 및 대출 이자 납부 등 주식회사 B의 운영비로 사용되었다.
(3) 주식회사 B는 공장건물에 대한 차임을 계속 연체하여 임대차보증금에서 공제되다가 2017. 7. 말경 임대인에게 공장건물을 반환하였다.
(4) 주식회사 B의 직원들은 2017. 7. 말경 모두 퇴사하였다.
(5) 주식회사 B와 F 주식회사의 거래 관계는 2017. 8. 31.경 종료되었다.
(6) 피고인은 2017. 9. 18.경 수원지방법원에 주식회사 B에 대한 파산신청을 하였다. 당시 작성된 파산신청서에 따르면, 위 신청일 현재 주식회사 B의 자산 대부분을 차지하는 재고자산은 규격화된 원재료이거나 이미 가공된 제품 등이었고 기계장치에 대해서는 양도담보권이 설정되어 환가가치가 거의 없었다. 실제 채무는 23억 원을 초과하였는데, 그중 미지급 물품대금 채무는 약 10억 원, 체불임금은 약 1억 원이었다.
(7) 주식회사 B는 2017. 10, 25.경 파산선고를 받았다.
2) 이러한 사실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정을 인정할 수 있다.
가) 주식회사 B는 매출액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F 주식회사와의 거래 규모가 해마다 지속적으로 줄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2017. 6. 초순경 이전부터 이미 거래처에 대한 물품대금, 공장건물의 차임을 비롯하여 직원들의 임금까지도 지급을 연체할 정도로 심각한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었다. 또한 주식회사 B가 보유한 자산도 환가가치가 없거나 담보가 설정되어 있어 이를 매도하여 자금을 마련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2017. 6. 초순경 피해자에 대한 물품대금을 지급하지 못하게 될 가능성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판단된다.
나) 주식회사 B가 2017. 3.경부터 물품대금의 지급을 연체하였는데도 피해자가 2017. 6. 초순경 주식회사 B에 물품을 계속 공급한 것은, 피해자와 주식회사 B 및 F 주식회사의 거래 관계 등에 비추어 보면, F 주식회사가 주식회사 B에 대한 물품대금을 미지급할 가능성이 매우 적고 주식회사 B는 F 주식회사로부터 받은 돈으로 피해자에게 물품대금을 지급하리라는 신뢰가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따라서 주식회사 B가 심각한 자금난에 빠져 있어 F 주식회사로부터 물품대금을 받더라도 피해자에게 물품대금을 지급할 수 없는 상황임을 알았더라면, 피해자는 주식회사 B에 물품을 공급하지 아니하였거나 상당한 담보를 요구하였으리라고 판단된다. 그러나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위와 같은 재정 상황을 알리지 아니하였고, 피해자는 계속적 거래 관계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별다른 조치를 하지 못한 채 기존의 거래 관계에 따라 물품을 계속 공급하였다.
다) 피고인이 대금지급확약서를 작성해 줄 2017. 6. 하순경 피해자 측에 F 주식회사로부터 받은 돈을 임금 등에 먼저 사용하겠다고 말하였음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런데 피고인은 피해자 측에 위와 같이 양해를 구하면서도 물품대금을 반드시 지급할 능력이 있고 구체적으로 다른 거래처로부터 물품대금을 받을 수 있다거나 기계장치 등을 매도해서 돈을 마련할 수 있다고 말하였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F 주식회사를 제외한 다른 거래처로부터 받을 수 있었던 물품대금의 액수는 상대적으로 매우 적었고, 체불임금 등을 비롯하여 당시 부담하고 있던 채무의 액수가 커서 그마저도 피해자에 대한 물품대금으로 사용할 수 없었으며, 주식회사 B의 자산 또한 환가가치가 없거나 담보가 설정되어 있어 이를 매도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라) 실제로 피고인은 주식회사 B가 F 주식회사 등으로부터 받은 물품대금 중 대부분을 임금 등의 운영비로 사용하였고, 피해자에 대한 물품대금으로 사용한 돈은 상대적으로 매우 적었다. 그런데도 주식회사 B의 직원이 2017. 7. 말경 모두 퇴사하였다. 주식회사 B가 2017. 1.경부터 임금을 지급하지 못하였던 사실을 고려하면, 위와 같이 직원이 한꺼번에 퇴사한 것은 피고인이 예상하지 못한 사정변경이라기보다는 그동안 악화된 재정상태의 누적된 결과에 불과하고 기업경영자라면 충분히 예견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판단된다.
마)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대금을 지급하지 못한 물품을 공급하기 시작한 2017. 6. 초순경부터는 불과 약 3개월이 지난 시점이자 그 물품대금의 마지막 지급기일인 2017. 9. 15.부터 약 3일이 지난 2017. 9. 18.경 주식회사 B에 대한 파산을 신청하였고, 그로부터 약 1달이 지난 2017. 10. 25.경 파산선고를 받았다. 여기에 앞서 본 주식회사 B의 재정상태, 자산가치 등을 보태어 보면, 주식회사 B는 2017. 6. 초순경 이미 파산에 의한 채무불이행의 가능성은 매우 높은 상태였고, 그러한 사태를 피할 가능성은 매우 적었다고 판단된다.
3) 이를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은 주식회사 B의 재정상태가 악화되어 피해자에 대한 채무불이행의 가능성을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사업을 유지할 수 있으리라는 막연한 기대만으로 피해자에게 주식회사 B의 재정상태를 고지하지 아니한 채 피해자의 계속적 거래 관계에 대한 신뢰를 이용하거나 자신의 변제 능력을 기망하여 거래 관계를 지속한 것으로 보일 뿐이고, 피고인이 그러한 사태를 피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믿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피고인은 편취의 범의로 피해자를 기망하여 재물을 교부받았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3. 결론
그렇다면, 검사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유]
범죄사실
피고인은 주식회사 B의 대표이사였던 사람이다.
피고인은 2017. 6. 초순경 오산시 C에서 D를 운영하는 피해자 E에게 "FPCB(연성회로기판)를 납품해주면 월 마감 후 45일이 지나 납품대금을 F로부터 지급받아 틀림없이 교부하겠다."라고 거짓말을 하였다.
그러나 사실은 주식회사 B는 F에 주로 납품을 하는 회사로서 2015. 1.경부터 납품물량이 적어져 수익이 악화되었고, 2016. 1.경부터는 매출이 현저하게 줄어들어 고정지출비용인 급여, 금융기관 채무 등 13억 원 상당에 대한 대출이자 등 고정비용 1억 원을 충당하지 못해 적자가 지속되었으며, 2017. 1.경부터는 직원들의 임금까지도 지급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렀고, 2017. 6.경에는 거래처 미지급 채권이 약 10억 원에 이르는 등 타인으로부터 물건을 납품받더라도 F로부터 지급받은 대금만으로는 이를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피고인은 이에 속은 피해자로부터 2017. 6.경 위 주식회사 B 공장에서 FPCB 물품 46,563,605원을 납품받고, 2017. 7.경 같은 장소에서 FPCB 물품 19,781,520원을 납품받고 그중 620,205원만 결제하여 합계금 65,724,920원 상당의 물품을 납품받았다.
증거의 요지
1. 피고인의 원심 및 당심 일부 법정진술
1. G, E의 원심 법정진술
1. L에 대한 경찰 진술조서
1. 각 내용증명
1. 대금지급확약서
1. 사업자등록증
1. 파산 관련 통지서
1. 전자세금계산서
1. 발주서
1. 파산선고신청서 및 첨부서류
1. 거래명세표
1. 각 참고자료 제출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형법 제347조 제1항(징역형 선택)
1. 집행유예
형법 제62조 제1항
양형의 이유
1. 양형기준에 따른 권고형의 범위
[유형의 결정] 사기범죄 > 01. 일반사기 > [제1유형] 1억 원 미만
[특별양형인자] 감경요소: 미필적 고의로 기망행위를 저지른 경우 또는 기망행위의 정도가 약한 경우
[권고영역 및 권고형의 범위] 감경영역, 징역 1월 이상 1년 이하
2. 선고형의 결정
이 사건 범행으로 인한 피해금액이 적지 아니하다. 피고인은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한편, 피고인은 경영이 악화되어 이 사건 범행에 이르게 되었고 확정적인 고의로 피해자를 기망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피고인은 이 사건 이전에 벌금형 1회 외에는 처벌받은 전력이 없다. 이러한 사정을 비롯하여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범행의 동기와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여러 양형조건을 종합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판사
재판장 판사 주진암
판사 유현정
판사 이승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