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beta
텍스트 조절
arrow
arrow
서울중앙지방법원 2011.12.22. 선고 2011노4052 판결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
사건

2011노4052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

피고인

A

항소인

피고인

검사

윤원상

변호인

변호사 B

판결선고

2011. 12. 22.

주문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차의 운전자가 교통사고로 인하여 업무상과실치상죄를 범하고 그로 인하여 피해자가 중상해를 입게 된 경우에도 반의사불벌에 관한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 제2항이 적용되는바, 피해자가 원심판결 선고 전에 피고인에 대한 처벌을 바라지 않는다는 의사를 명시적으로 표시하였으므로, 이 사건 공소를 기각하여야 함에도, 이와 달리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

2. 판단

가.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4조 제1항 단서 제2호는 '피해자가 신체의 상해로 인하여 생명에 대한 위험이 발생하거나 불구(不具)가 되거나 불치(不治) 또는 난치(難治)의 질병이 생긴 경우'를 제4조 제1항 본문 소정의 보험 또는 공제에 가입된 경우에 관한 처벌의 특례 조항이 적용되지 않는 경우로 규정하고 있는 반면에, 같은 법 제3조 제2항 은 차의 교통으로 인한 업무상 과실치상죄를 반의사불벌죄로 규정하면서도 위와 같이 '피해자가 신체의 상해로 인하여 생명에 대한 위험이 발생하거나 불구가 되거나 불치 또는 난치의 질병이 생긴 경우'를 반의사불벌죄의 예외사유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위와 같은 관련 규정에 비추어 보면, 차의 운전자가 교통사고로 인하여 업무상 과실치상죄를 범하고 그로 인하여 피해자가 생명에 대한 위험이 발생하거나 불구가 되거나 불치 또는 난치의 질병이 생긴 경우에도, 반의사불벌에 관한 같은 법 제3조 제2항이 적용된다고 할 것이므로, 피해자가 피고인에 대하여 처벌을 희망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거나 처벌을 희망하는 의사표시를 철회하였다면, 형사소송법 제327조 제6호에 의하여 공소기각의 판결을 선고하여야 할 것이다.

나. 한편, 반의사불벌죄에서 피해자가 피고인 또는 피의자에 대하여 처벌을 희망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거나 처벌을 희망하는 의사표시를 철회하는 것은 형사소송절차에서 소극적 소송조건으로서 법원 또는 수사기관에 대한 피해자의 소송행위에 해당하므로, 피해자에게 소송능력이 있어야 형사소송법상 그 효과가 인정된다. 또한, 형사소송법상 소송능력이라 함은 의사능력을 의미하는 것으로, 반의사불벌죄에 있어서의 피해자의 의사능력은 그 나이, 지능, 지적 수준, 발달성숙도 및 사회적응력 등에 비추어 그 범죄의 의미, 피해를 당한 정황, 처벌을 희망하지 않는다는 의사표시 또는 처벌희망의사표시의 철회가 가지는 의미∙내용∙효과를 이해하고 알아차릴 수 있는 능력을 말하는 것이므로(대법원 2009. 11. 19. 선고 2009도6058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피해자에게 이와 같은 능력이 없다면 그 피해자가 한 처벌희망 여부에 관한 의사표시는 소송법적으로 효력을 발생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 민사소송법이 소송능력에 관하여 특별한 규정이 없으면 민법상의 행위능력에 의하도록 하는 것(민사소송법 제51조, 제55조)과는 달리, 형사소송법은 소송능력에 관한 원칙적인 규정을 두지 않고, 개별적으로 법정대리인이 피고인 또는 피의자나 피해자를 위하여 소송행위를 할 수 있는 경우를 규정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보면, 형사소송절차에서는 명문의 규정이 없으면 소송행위의 법정대리가 허용되지 않는다고 봄이 상당하다.

그런데, 형사소송법은 고소에 관하여는 제225조 제1항에서 피해자의 법정대리인에게 독립하여 고소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하는 반면, 반의사불벌죄에 관하여는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따라서, 위와 같은 법리 및 관련 규정에 비추어 보면, 반의사불벌죄에 있어서는 피해자가 의사능력이 없다고 하더라도 피해자의 법정대리인이 피해자를 대리하거나 독립하여 처벌을 희망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거나 처벌을 희망하는 의사표시를 철회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봄이 상당하다.

다. 나아가, 형사소송법제26조, 제28조에서 일정한 경우에 피고인 또는 피의자가 의사능력이 없는 때에는 그 법정대리인이 소송행위를 대리하도록 규정하면서, 피고인 또는 피의자를 대리할 자가 없는 때에는 특별대리인을 선임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반면, 의사능력이 없는 피해자를 대리할 자가 없는 때에 관하여는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따라서, 성년인 피해자가 의사능력이 없다고 하더라도 민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금치산 내지 한정치산 선고를 받아 후견인이 지정되지 않는 이상 성년인 피해자의 부모라고 하여 형사소송절차에서 당연히 피해자의 법정대리인이 된다고 볼 수도 없다.

라. 기록에 의하면, ① 이 사건은 피고인이 전방주시의무 및 안전운전의무 등을 소홀히 하여 차량을 운행한 업무상 과실로 피해자 D으로 하여금 두개골원개의 골절, 외상성 급성 경막하 출혈, 외상성 지주막하 출혈, 대뇌 타박상, 외상성 대뇌부종 등의 상해를 입게 한 교통사고로서, 이 사건 교통사고 당시 피고인이 운행하던 차량이 교통사고 처리 특례법 제4조 제1항 본문 소정의 보험에 가입되어 있으나, 같은 법 제4조 제1항 단서 제2호의 사유가 있다고 하여 공소가 제기된 것인 사실, ② 피해자의 치료를 담당한 의사는 2011, 6, 24. 경찰에 '피해자가 만성 식물인간 상태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내용의 진술서를 제출하였고, 피해자는 원심 변론종결일인 2011. 9. 23.까지도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었던 사실, ③ 원심판결 선고 전인 2011. 10. 24. 원심법원에 피해자의 부 I이 피해자를 대리하여 자신의 명의로 작성한 "피해자 D의 법정대리인은 이 사건 사고에 대하여 피고인과 원만히 합의하였으므로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합의서와 I의 인감증명서 등이 제출된 사실, ④ 한편, 피해자는 1985. 1. 30.생으로 이 사건 사고일인 2011. 5. 26. 당시 이미 성년자였던 사실을 알 수 있다.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의 경우에도 피해자가 피고인에 대하여 처벌을 희망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거나 처벌을 희망하는 의사표시를 철회하였다면 형사소송법 제327조 제6호에 의하여 공소기각의 판결을 선고하여야 할 것이지만, 한편, 피해자가 위와 같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이상 피해자에게 반의사불벌죄에 있어서 처벌희망 여부에 관한 의사표시를 할 수 있는 소송능력이 있다고 할 수 없고, 피해자의 부 I이 피해자를 대리하여 피고인에 대한 처벌을 희망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는 것 역시 허용되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피해자가 성년인 이상 의사능력이 없다는 것만으로 I이 당연히 법정대리인이 된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위와 같이 피해자의 부 I이 피해자를 대리하여 피고인에 대한 처벌을 희망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였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반의사불벌죄에 있어서의 처벌희망 여부에 관한 피해자의 의사표시로서 소송법적으로 효력을 발생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마. 그러므로, 원심이 이 사건 공소를 기각하지 아니하고 유죄로 인정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항소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위법이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의하여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 판사 이창형

판사 이성율

판사 배온실

arr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