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beta
텍스트 조절
arrow
arrow
수원지방법원 2021. 8. 11. 선고 2020노7245 판결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치상)][미간행]
피고인

피고인

항소인

피고인

검사

김민정(기소), 박성현(공판)

변호인

법무법인 정세, 담당변호사 김기현

주문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치상)죄는 반의사불벌죄로 피해자의 명시적인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바, 피해자의 성년후견인인 공소외 2(피해자의 처)는 1심 판결선고 전인 2020. 11. 10. 처벌불원 의사표시를 법원에 제출하였으므로, 공소기각 판결을 선고하여야 함에도 유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주1)

나. 양형부당

원심의 형(금고 8월, 집행유예 2년)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판단

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대하여

1) 이 사건 공소사실은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 제1항 , 형법 제268조 에 해당하는 죄로서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제3조 제2항 본문에 따라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것이고, 이 경우 원심판결 선고 전에 피해자가 피고인에 대하여 처벌을 희망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거나 처벌을 희망하는 의사표시를 철회하였다면, 형사소송법 제327조 제6호 에 의하여 공소기각의 판결을 선고하여야 할 것이다.

2) 한편, 반의사불벌죄에서 피해자가 피고인 또는 피의자에 대하여 처벌을 희망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거나 처벌을 희망하는 의사표시를 철회하는 것은 형사소송절차에서 소극적 소송조건으로서 법원 또는 수사기관에 대한 피해자의 소송행위에 해당하므로, 피해자에게 소송능력이 있어야 형사소송법상 그 효과가 인정된다. 또한, 형사소송법상 소송능력이라 함은 의사능력을 의미하는 것으로, 반의사불벌죄에 있어서의 피해자의 의사능력은 그 나이, 지능, 지적 수준, 발달성숙도 및 사회적응력 등에 비추어 그 범죄의 의미, 피해를 당한 정황, 처벌을 희망하지 않는다는 의사표시 또는 처벌희망 의사표시의 철회가 가지는 의미·내용·효과를 이해하고 알아차릴 수 있는 능력을 말하는 것이므로( 대법원 2009. 11. 19. 선고 2009도6058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피해자에게 이와 같은 능력이 없다면 그 피해자가 한 처벌희망 여부에 관한 의사표시는 소송법적으로 효력을 발생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민사소송법이 소송능력에 관하여 특별한 규정이 없으면 민법상의 행위능력에 의하도록 하는 것( 민사소송법 제51조 , 제55조 )과는 달리, 형사소송법은 소송능력에 관한 원칙적인 규정을 두지 않고 있는바, 형사소송법은 고소에 관하여는 제225조 제1항 에서 피해자의 법정대리인에게 독립하여 고소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하고 있고 제26조 , 제28조 에서 일정한 경우에 피고인 또는 피의자가 의사능력이 없는 때에는 그 법정대리인이 소송행위를 대리하도록 규정하면서, 피고인 또는 피의자를 대리할 자가 없는 때에는 특별대리인을 선임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반면, 의사능력이 없는 피해자를 대리할 자가 없는 때에 관하여는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형사소송법이 개별적으로 법정대리인이 피고인 또는 피의자나 피해자를 위하여 소송행위를 할 수 있는 경우를 규정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형사소송절차에서는 명문의 규정이 없으면 소송행위의 법정대리가 허용되지 않는다고 봄이 상당하다. 이와 같은 법률 규정의 취지 등에 비추어 보면, 반의사불벌죄에 있어서 피해자가 의사능력이 없는 이상 피해자의 성견후견인이라 하여도 피해자를 대리하거나 독립하여 처벌을 희망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거나 처벌을 희망하는 의사표시를 철회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봄이 상당하다( 대법원 2013. 9. 26. 선고 2012도568 판결 등 참조).

3) 기록에 의하면, ① 이 사건은 피고인이 전방주시의무를 게을리 하여 자전거를 운행한 업무상 과실로 피해자로 하여금 열린 두 개내 상처가 없는 미만성 뇌손상 등의 중상해를 입게 한 것으로서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 제1항 , 형법 제268조 에 해당하는 범죄로 공소가 제기된 사실 ② 피해자의 치료를 담당한 분당제생병원 소속 의사 공소외 3은 2019. 6. 14. 피해자가 큰소리, 빛 자극, 통증자극 등에 대한 반응이 없으며 의사표현이 불가능한 식물인간 상태라는 취지의 진단서를 작성하였고, 피해자는 원심 변론종결일인 2020. 9. 21.까지도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었던 사실, ③ 원심판결 선고 전인 2020. 11. 10. 원심법원에 피해자의 처 성년후견인 공소외 2 명의로 작성한 “피해자는 4,000만 원을 지급받고 가해자의 형사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합의서와 공소외 2의 인감증명서 등이 제출된 사실, 수원지방법원은 2019. 6. 20. 피해자에 대한 성년후견을 개시하고 공소외 2를 피해자의 성년후견인으로 선정하는 심판을 한 사실을 각 인정할 수 있다.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의 경우에도 피해자가 피고인에 대하여 처벌을 희망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거나 처벌을 희망하는 의사표시를 철회하였다면 형사소송법 제327조 제6호 에 의하여 공소기각의 판결을 선고하여야 할 것이지만, 한편, 피해자가 위와 같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이상 피해자에게 반의사불벌죄에 있어서 처벌희망 여부에 관한 의사표시를 할 수 있는 소송능력이 있다고 할 수 없고, 피해자의 처로서 성년후견인이 공소외 2가 피해자를 대리하거나 독립하여 피고인에 대한 처벌을 희망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는 것 역시 허용되지 아니한다(이는 성년후견심판 결정문상의 법정대리권의 범위에 소송행위가 포함되어 있다고 하여 달리 볼 것은 아니다). 결국 피해자의 처로서 성년후견인인 공소외 2가 피해자를 대리하거나 독립하여 피고인에 대한 처벌을 희망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였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반의사불벌죄에 있어서의 처벌희망 여부에 관한 피해자의 의사표시로서 소송법적으로 효력을 발생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4) 원심이 이 사건 공소를 기각하지 아니하고 유죄로 인정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피고인이 항소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위법이 없으므로 피고인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은 이유 없다.

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하여

공판중심주의와 직접주의를 취하고 있는 우리 형사소송법에서는 양형판단에 관하여도 제1심의 고유한 영역이 존재하고 제1심과 비교하여 양형의 조건에 변화가 없고, 제1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이를 존중함이 타당하다( 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5도326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이 사건의 경우 원심과 비교하여 양형조건에 별다른 변화가 없는바, 교통사고 발생의 경위와 내용 및 그후의 정황, 자전거를 운행하던 중 전방주시 의무를 게을리 하여 진행한 과실로 피해자를 충격하여 열린 두개내 상처가 없는 미만성 뇌손상 등의 중상해를 가하여 피해자를 식물인간 상태로 만드는 중한 결과를 야기한 점, 자전거를 역방향(좌측)으로 운행하였고 어두운 밤이었음에도 라이트를 켜지 않았으며 충돌시까지 피해자를 발견하지 못하는 등 전방주시의무를 해태한 과실이 중한 점 등의 불리한 정상과 피고인이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점, 사고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점, 자전거 운행으로 인한 사고인 점, 피해자의 성년후견인인 공소외 2와 사이에서 형사합의를 하였고 그 과정에서 보험금 등 약 1억 5,000만 원 상당이 지급된 점, 초범인 점 등의 유리한 정상과 피고인의 나이·성행·환경 등 이 사건 변론 및 기록에 나타난 제반 양형조건을 종합하여 보면, 원심의 형이 너무 가벼워서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났다고는 인정되지 않는다. 피고인은 양형부당 주장도 이유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모두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 에 의하여 이를 기각한다.

판사   함종식(재판장) 권기만 박정우

주1) 피고인은 항소이유 중 하나로 원심이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제3조 각 호의 중과실에 해당하여 처벌불원에도 불구하고 유죄를 인정하였다면 이는 어느 호의 중과실에 해당하는지 판단하지 않은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주장한다. 원심은 전방주시의무 위반을 과실로 보고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제3조 제1항, 형법 제268조를 적용하여 피고인을 유죄로 판단한 것으로서 피고인이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제3조 각 호의 중과실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이 아님이 명백하다. 피고인의 위 주장은 잘못된 사실을 전제로 한 주장으로 이유 없다.

arr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