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13도13704 횡령
피고인
상고인
피고인
변호인
변호사 B
원심판결
대구지방법원 2013. 10. 17. 선고 2012노3931 판결
판결선고
2014. 5. 29 .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
1. 원심판결 이유를 본다 .
원심은 제1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과 원심 증인 C, D의 각 일부 증언을 종합하여 다음과 같은 사실 또는 사정을 인정하였다. ① E가 58회에 걸쳐 합계 1억 6, 800여만 원 상당의 타인 소유 재물을 절취하였다는 특수절도 혐의로 구속수사를 받게 되자 피해자 C은 피고인에게 E의 형사사건 피해자들과 합의를 하여 달라고 부탁하면서 합의금, 공탁금 및 합의에 필요한 경비 명목으로 2억 원을 E의 변호인인 F 변호사 사무실에 맡겨 두고, 피고인이 합의를 보러 다니는 과정에서 필요할 때마다 위 돈을 사용하도록 하였다. ② 피고인은 E의 형사사건 피해자들을 만나 합의를 하는 과정에서 그때그때 필요한 합의금과 경비를 F 변호사 사무실에 가서 지급받아 사용하였고, F은 피고인에게 돈을 지급할 때마다 날짜, 액수 등을 기록하였다. ③ 피고인은 위 2억 원 중 4, 980만 원을 E의 형사사건 피해자들과의 합의와 무관하게 피고인의 전체 생활비, 피고인의 채무 변제금 명목으로 소비하였다. ④ 피고인과 D의 수사기관에서부터 원심 법정에 이르기까지의 각 진술에 의하더라도 피해자 C이 피고인에게 2억 원으로 합의를 봐달라고 부탁할 당시 합의하고 남는 금액에 대하여 어떻게 처분할지에 관하여 정한 바가 없었다. ⑤ 피고인이 E의 피해자들과 합의를 종료한 후 사용내역 및 잔금에 관하여 피해자 C과 정산하지도 않았다 .
원심은 위와 같은 사실과 사정을 토대로, 위 2억 원은 E의 형사사건 피해자들과의 합의금 또는 피해회복에 필요한 공탁금 및 경비로 사용하려는 특정한 목적으로 위탁받은 것으로서, 피고인으로서는 그 위탁의 취지에 따라 위 돈을 사용할 의무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그 위탁의 취지에 반하여 위 돈 중 4, 980만 원을 합의와 무관한 피고인의 전처 생활비, 피고인의 채무 변제금 명목으로 임의로 소비하였으므로 이는 횡령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또, 피고인이 E를 위하여 피해자들과 합의를 하였고, 피고인 주장과 같이 그 과정에서 피해자 C이 보상을 하겠다는 취지의 언동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2억 원 중 합의금, 공탁금 등 사용내역과 잔금에 관하여 피해자 C과 정산하지 않고 잔금의 처분에 관하여 합의 없이 임의로 소비한 이상, 피고인에게 횡령의 고의 및 불법영득의사를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
그에 따라 원심은 피고인에 대한 횡령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유지하여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하였다 .
2.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과 결론은 받아들일 수 없다 . ( 1 ) 법률행위를 해석할 때 당사자가 표시한 문언에 의하여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경우에는 그 문언의 형식과 내용은 물론이고, 그 법률행위가 이루어진 동기와 경위, 당사자가 그 법률행위에 의하여 달성하려는 목적과 진정한 의사, 거래의 관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맞도록 논리와 경험의 법칙, 사회일반의 상식과 거래의 통념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 대법원 1999. 11. 26. 선고 99다43486 판결 참조 ), 그리고 형사재판에서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을 증명할 책임은 검사에게 있고, 범죄사실의 인정은 법관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 형사소송법 제307조 제2항 ),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범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 대법원 1991. 8 .
13. 선고 91도1385 판결 참조 ) .
( 2 )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해자 C의 아버지인 E가 2009. 10. 7. 안동경찰서에 특수절도 혐의로 긴급체포된 후 2009. 10. 9. 위 특수절도 혐의로 구속되어 수사를 받고 2009. 11. 3. 대구지방법원 안동지원에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 ( 절도 ) 죄로 구속기소되자, 피해자 C이 2009. 10. 23. 경 합의금, 공탁금으로 사용하기 위해 마련한 2억 원을 위 E의 변호인인 F 앞으로 맡기면서 피고인에게 ' 위와 같이 변호사에게 맡긴 2억 원으로 위 E의 형사사건 피해자들과 합의를 하여 달라 ' 는 취지의 부탁을 하였는데, 피고인은 위 2억 원을 교부받아 E의 형사사건 합의금 및 공탁금, 합의에 필요한 경비 등 명목으로 1억 5, 000만 원 정도를 사용하고 남은 돈 4, 980만 원을 피해자 C을 위하여 보관하던 중 마음대로 사용하여 횡령하였다는 데에 있다 .
그런데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당시 E는 58회에 걸쳐 합계 1억 6, 800만 원 가량의 타인 소유의 재물을 절취하였다는 사실로 구속수사를 받게 되었고, 피해자 C이 피고인에게 2억 원으로 합의를 봐 달라고 부탁할 당시 합의하고 남는 금액에 대하여 어떻게 처분할지에 관하여 정한 바가 없었으며, 피고인이 E의 형사사건 피해자들과 합의를 종료한 후 사용내역 및 잔금에 관하여 피해자 C과 정산하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
한편, 원심과 제1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① ) E는 백억 원대의 자산가로 알려져 있었는데, E가 구속된 직후 다수의 언론에서 백억 원대의 자산가인 E가 특수절도죄를 저질렀다는 내용의 보도를 한 사실, ② E의 처는 E의 동생인 D에게 E의 구속사실을 알리면서 피고인의 도움을 요청하였고, 피고인은 처인 D의 권유로 위 사건을 해결하기 위하여 변호사 F을 선임하도록 소개하여 주었으며, E의 아들 G과 딸 C은 변호사 F에게 사건을 위임하고 계약시 1, 000만 원, 보석 청구 전 1억 원을 보수금으로 지급하였던 사실, ③ 당시 E가 선처를 받기 위해서는 그 형사사건 피해자들과 합의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으로 판단되어, 피해자 C은 그 피해금액과 경비 등을 고려하여 변호사 F 앞으로 합의금 및 공탁금 그리고 경비 등 명목으로 2억 원을 맡기면서 피고인에게 위 2억 원으로 E의 형사사건 피해자들과 합의를 해 줄 것을 부탁하였던 사실, ④ 피고인은 그 후 E의 형사사건 피해자들을 만나 합의서를 받기 시작하여 2009. 12. 8. 합의된 피해자 43명의 합의서를 첨부하여 보석을 신청하였고, 그 후 피해자 8명 앞으로 피해금액을 공탁하고 피해자 5명과 추가로 합의를 하였는데, E는 2009. 12. 17. 보석이 허가되어 석방된 사실, ⑤ 그 후 E에 대하여 2009. 12. 31 . 새로운 절도사실을 추가하는 공소장변경이 신청되어 허가되었고, 피고인은 2010. 1 .
25. 까지 피해자 2명과 추가로 합의 또는 공탁을 한 사실, ⑥ 대구지방법원 안동지원은 2010. 5. 6. E에 대하여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의 판결을 선고하였고, 이에 검사가 불복하여 항소했으나, 항소심은 2010. 9. 7. 파기 자판 후 제1심판결의 형을 그대로 유지하는 판결을 선고하였으며, 그 후 위 판결이 그대로 확정된 사실, ⑦ E의 형사사건 피해자들의 수가 많고 사는 지역도 여러 곳에 흩어져 있어 피고인은 일일이 찾아다니며 합의를 하느라고 2, 3개월 동안 많은 어려움을 겪었음은 물론이고 자기 일을 하지도 못하였던 사실, ③ 피해자 C이나 E가 피고인에게 합의에 필요한 비용을 물어보거나 비용을 따로 주지는 않았던 사실, ③ 피해자 C은 보석이 허가되고 합의 및 공탁이 종결된 후 상당한 기간이 지나도록 2억 원의 사용처와 정산관계를 물어보거나 남은 금액의 반환을 요구한 적이 없다가 항소심 판결이 선고되어 확정된 후인 2010. 11, 15. 느닷 없이 고소를 한 사실을 알 수 있다 .
( 3 ) 앞서 본 법리와 사실관계를 토대로 피해자 C이 피고인에게 ' 위와 같이 변호사에게 맡긴 2억 원으로 E의 형사사건 피해자들과 합의를 하여 달라 ' 고 부탁한 의미를 살펴보면, 당시 피해자 C은 E가 저지른 형사사건 피해자들 수가 58명이나 되고 피해금액이 168, 845, 000원 ( 추가기소된 금액을 합하면 169, 745, 000원 ) 임을 고려하여 그에 필요한 합의금과 공탁금 및 경비 등을 감안하여 2억 원 정도에 합의를 하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피고인에게 위와 같은 부탁을 하였다고 할 것인데, 이는 피해자들 수가 많아 합의가 쉽지 않을 것인 데다가, 피해자들이 합의금을 많이 요구하거나 피고인이 쉽게 합의를 성사시키기 위하여 합의금을 많이 주게 되면 2억 원으로 충분하지 않을 수도 있음을 예상하여, 피고인이 2억 원을 가지고 책임지고 능력껏 E의 형사사건 피해자들과 사이에 합의만 성사시키면 구체적인 사용처를 묻지 않고 남은 금액의 반환도 요구하지 않겠다고 한 취지로 볼 여지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피고인과 피해자 C 사이에 별도로 경비나 수고비를 주고받지는 않았으며, 합의 과정에서는 물론이고 합의가 성사된 후에도 피해자 C이 피고인과 변호사 F에게 2억 원의 사용처를 묻거나 정산하고 남은 금액의 반환을 요구한 적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앞서 본 대로 피고인의 노력으로 E의 형사사건 피해자들과 사이에 합의 또는 공탁을 하여 결국 E가 보석으로 석방되고 최종적으로 집행유예의 판결을 선고받아 피해자 C이 피고인에게 합의를 부탁한 목적이 다 이루어진 이상, 피해자 C이 피고인에게 남은 금액을 정산하여 반환을 요구할 수는 없다고 판단된다 .
설령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앞서 본 바와 같은 E의 형사사건 피해자들 수와 피해금액은 물론이고, 피고인이 합의에 들인 노력과 E의 자력 정도, 변호사 F이 받은 보수금의 액수, 피고인과 E 및 피해자 C의 관계, 피해자 C이 피고인에게 2억 원으로 합의를 부탁할 당시 합의하고 남는 금액을 반환하기로 정한 바가 없었던 점 등의 여러 사정을 감안하면, 피고인이 남은 금액을 보관하고 있다가 피해자에게 반환하기로 한 것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된다 .
이와 같이 피고인이 남은 합의금을 횡령하였다고 인정할 직접적인 증거가 없고, 위 2억 원으로 합의만 성사되면 남은 금액의 반환을 요구하지 않기로 하였다고 볼 만한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수 없는 이상, 원심과 제1심이 들고 있는 증거와 이유만으로 피고인이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횡령의 범행을 저질렀다고 인정하기는 어려우며,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
( 4 ) 따라서, 원심은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고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공소사실을 인정하였거나, 법률행위를 잘못 해석하고 횡령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밖에 없다 .
3. 이에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 · 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
대법관
재판장 대법관 고영한
대법관 양창수
대법관 김창석
주 심 대법관 조희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