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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고등법원 2019.9.18.선고 2019누10342 판결
재결취소
사건

2019누10342 재결취소

원고

A

소송대리인 변호사 강상욱

피고

중앙해양안전심판원장

변론종결

2019. 7. 24.

판결선고

2019. 9. 18.

주문

1. 중앙해양안전심판원의 2018. 12. 27.자 중앙해심 B 재결 중 원고에 대한 4급항해사 업무 2개월 정지, 6개월간 집행유예 및 21시간 선박운항사고 예방 직무교육 수강 부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유

1. 해양 사고의 발생 및 재결의 내용

가. 카페리여객선인 C(길이 61.27m, 너비 14m, 깊이 3m, 무게 677톤)와 어선인 D(길 이 7.5m, 너비 2.66m, 깊이 0.83m, 무게 2.95톤)가 2017. 12. 2. 07:47경 여수시 돌산읍 신복리 소재 신기선착장 앞 0.15마일('해리'를 의미하며 1해리는 1,852m이다. 이하 같다) 해상에서 충돌하는 사고(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가 발생하였다. 원고는 C의 선장이고, E은 D의 선장이자 소유자이다.

나. 중앙해양안전심판원은 2018. 12. 27. 이 사건 사고는 C가 출항 중 경계를 소홀히 하여 수로를 따라 항해 중인 D의 진로 전방으로 진입해 발생한 것이나, D가 경계를 소홀히 하고 적절한 피항협력 동작을 취하지 않은 것도 일부 원인이 되었다고 판단하고 (과실 비율은 C 70%, D 30%), 원고에 대하여는 4급항해사 업무를 2개월 정지하되, 재결 집행일로부터 6개월간 징계의 집행을 유예하고, 21시간의 선박운항사고예방 직무교육 수강을 명하며, E에 대하여는 시정을 권고하는 내용의 재결을 하였다(중앙해심 B, 이하 위 재결 중 원고에 대한 징계 부분을 '이 사건 재결'이라 한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 변론 전체의 취지

2. 주장 및 판단

가. 원고의 주장

1) 징계사유의 부존재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수역은 '좁은 수로'에 해당하여 해사안전법 제67조에 따라

좁은 수로의 오른쪽 끝 쪽에서 항행하여야 하는데, D는 수로의 왼쪽에서 항행하였다. 또한, D는 적절한 경계(해사안전법 제63조)나 충돌을 피하기 위한 동작(해사안전법 제66조)을 전혀 하지 아니하였다. 이와 같이 이 사건 사고는 D의 과실이 주된 원인이 되어 발생하였다. 반면, 원고는 적절한 경계와 충돌을 피하기 위한 동작을 충분히 시행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 재결은 그 징계사유가 존재하지 아니한다.

2) 재량권의 일탈·남용

피고가 이 사건 재결로써 원고에 대하여는 업무를 정지하면서, D의 선장인 E에 대하여는 시정권고만을 한 것은 현저히 균형을 잃은 것이다. 원고는 이 사건 재결로 인하여 2개월간 업무가 정지되거나, 6개월 이내에 직무교육을 이수해야 하는 불이익을 입게 된다. 또한, 이 사건 재결에 근거하여 형사처벌과 민사상 손해배상책임 등도 부담하게 된다. 이와 같은 원고의 불이익을 고려하면, 이 사건 재결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서 위법하다.

나. 관계 법령

별지 관계 법령 기재와 같다.

다. 인정사실

1) 이 사건 사고 장소 인근 수역 현황

가) 이 사건 사고는 여수시 돌산도와 화태도 사이의 수역에서 발생하였다. 이 사건 사고 장소의 북쪽에는 신기항(돌산도), 남쪽에는 마족항(화태도), 북서쪽에는 화태대교와 돌산항(돌산도), 남동쪽에는 횡간항(대횡간도)이 있다. 이 사건 사고 장소 인근 수역의 현황은 다음 사진 영상과 같다.

나) 화태대교는 여수시 돌산도와 화태도를 잇는 길이 1,345m의 연륙교이다. 화태대교의 7번과 8번 교각 사이의 가항수역의 폭은 약 469m, 6번과 7번 교각 사이의 가항수역의 폭은 약 166m, 8번과 9번 교각 사이의 가항수역의 폭은 약 165m이다. 다) 이 사건 사고 장소는 여러 항구의 입출항 선박과 수역 통과 선박 등 통항이 많은 수역이고, 가항수역의 폭은 약 0.5~0.6마일이다. 이 사건 사고 장소 인근에는 소형 어선뿐만 아니라, C와 같은 카페리여객선 등 선박도 빈번하게 통항한다.

2) C와 D의 운항 현황

가) C는 매일 F과 G을 7회 왕복 운항하는데, 첫 항차와 마지막 항차에는 H을 경유한다.

나) D는 매일 해질 무렵 횡간항(대횡간도)을 출항하여 통발을 치고 다음 날 새벽 무렵 다시 출항하여 통발을 거두어 오는 방식으로 조업하며, 조업 후에는 돌산항(돌산 도)에 입항하여 어획물을 위판하고 다시 횡간항(대횡간도)으로 돌아간다. D에 설치된 항해장비는 어선위치발신장치(V-Pass)뿐이고, 레이더 반사기는 야간 항행을 금지하는 조건으로 설치가 면제되었다.

3) 이 사건 사고의 발생 경위

가) C는 2017. 12. 2. 07:42경 신기항(돌산도)에서 선장인 원고, 승무원 3명(항해사 갑판장, 기관장), 승객 136명, 차량 53대를 신고 후진으로 선착장을 빠져나온 후, 맞은 편에 있는 마족항(화태도)을 향하여 침로 약 200도로 정침하기 위해 화태대교를 마주보는 상태로 약 4~7노트의 속력으로 전진하면서 좌현변침하고 있었다. 당시 C의 조타실에는 원고 혼자 있었고, 항해사와 갑판장은 갑판에서 계류줄 정리 등 작업을 하고 있었다.

나) 원고가 화태대교를 마주보는 방향에서 좌현변침을 시작할 무렵 선명 미상의 소형 선박 1척이 C의 우현 방향에서 일정한 침로와 속력을 유지하면서 접근하였는데, 위 소형 선박은 같은 날 07:45경 C의 선수 전방 수역을 지나갔다.

다) 위 소형 선박이 지나간 직후 D가 화태대교의 교각 사이를 지나 C의 우현 방향에서 침로 약 140도, 속력 약 7노트를 유지하면서 접근하였다. D의 선장 E은 같은 날 05:30경 처 I을 태우고 횡간항(대횡간도)을 출항해 조업한 후, 06:00경 돌산항(돌산도)에 입항하여 어획물의 위판을 마치고, 07:20 경 돌산항(돌산도)을 출항해 횡간항(대횡간 도)으로 돌아가는 중이었다.

라) 이 사건 사고 당시 날씨는 맑았고 시정은 4~5마일 정도였다. 원고는 마족항(화 태도)을 향하여 정침하기 위하여 C를 좌현변침하던 중인 같은 날 07:46경 약 600m 떨어진 지점에서 D를 육안으로 처음 발견하고 사이랜과 기적을 계속 울렸다. 그러나 D에서 아무런 반응이 없자, 원고는 D와 약 400m 떨어진 지점에서 D를 피하기 위하여 C를 좌현변침하였고, 같은 날 07:46부터 07:47까지에 걸쳐 주기관 엔진을 정지했다가 주기관 엔진을 후진으로 가동하여 지속적으로 C를 감속하였다. 그러나 E은 이 사건 사고 직전까지 C를 발견하지 못한 채 침로와 속도를 그대로 유지하여, C를 충돌하는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다. 충돌 당시 C의 침로는 약 186도, 속력은 약 4.8노트였다. 이 사건 사고 발생 경위는 다음 도면 영상과 같다.

마) D는 이 사건 사고 직후 전복되어 침몰하였고, E과 I이 물에 빠졌으나 해경 경비정에 의하여 구조되었다.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C가 입은 피해는 없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5, 8, 14 내지 20, 22호증, 을 제5호증(가지번호 포함), 변론 전체의 취지

라. 판단

1) 징계사유의 존재 여부

위 인정사실 및 앞서 든 증거,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 사고는 좁은 수로에서의 항법(해사안전법 제67조)을 준수

하지 아니하고, 경계(해사안전법 제63조) 및 충돌을 피하기 위한 동작(해사안전법 제66조)을 전혀 하지 아니한 E(D)의 과실이 주된 원인이 되어 발생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원고에게는 해양사고의 조사 및 심판에 관한 법률(이하 '해양사고심판법'이라 한다) 제5조 제2항이 정한 징계사유가 존재한다고 볼 수 없고, 이 사건 재결은 징계사유가 존재하지 아니하여 위법하다.

가) E(D)의 좁은 수로에서의 항법 위반

(1) 좁은 수로나 항로를 따라 항행하는 선박은 항행의 안전을 고려하여 될 수 있으면 좁은 수로의 오른편 끝 쪽에서 항행하여야 하고, 길이 20m 미만의 선박 등은 좁은 수로의 안쪽에서만 안전하게 항행할 수 있는 다른 선박의 통행을 방해하여서는 아니 된다(해사안전법 제67조 제1항, 제2항), 좁은 수로에서 좁은 수로 항법을 위반하여 부득이 왼쪽으로 항행하게 되었다면, 전방에 있는 다른 선박을 미리 발견하여 스스로 침로를 변경하는 등 피항할 주의의무를 부담한다(대법원 2005. 9. 28. 선고 2004추65 판결 등 참조).

(2) 어떤 수로가 좁은 수로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해당 수로의 지리적 조건(가항수역의 폭 등), 통항 선박의 종류와 크기 및 교통량, 해당 수역의 자연적 조건(조류의 속도와 세기, 조석의 차 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하여야 한다. 어떤 수로가 좁은 수로로 판단된다면, 사고 선박의 크기나 항행 방향과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좁은 수로에서의 항법이 적용되어야 한다. 이와 달리 대형 선박에게는 좁은 수로이지만 소형 선박에게는 좁은 수로가 아니라거나, 수로를 따라 항행하는 선박에게는 좁은 수로이지만, 수로를 횡단하는 형태로 항행하는 선박에게는 좁은 수로가 아니라고 본다면, 항행하는 선박에 따라 항법이 달리 적용되어 법적 안정성을 해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기준에 비추어 본다면,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사고 장소 인근 수역은 좁은 수로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된다.

(가) 이 사건 사고 장소 인근 수역의 가항수역의 폭은 약 0.5~0.6마일이다. 다음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 정도 가항수역의 폭은 지리적으로 좁은 수로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① 대법원은 가항수역의 폭이 약 0.5마일인 전남 여천군 남면 해상 금 오수도(대법원 1993. 6. 11. 선고 92추55 판결 참조), 가항수역의 폭이 약 1.5마일인 전남 완도군 소안면 해상 횡간수도(대법원 2005. 9. 28. 선고 2004추65 판결 참조)를 좁은 수로로 판단한 바 있다. 이 사건 사고 장소 인근 수역의 가항수역의 폭은 대법원이 좁은 수로로 판단한 사례의 가항수역의 폭과 같거나 좁다. ② 실무상 어떤 선박이 항해하던 중 장애물을 만나 좌현이나 우현으로 전타하여 회두하기 위해서는 해당 선박 길이의 약 8배에 해당하는 공간이 필요하고, 마주치는 선박도 같은 공간이 필요하므로, 2대의 선박이 자유롭게 항해하는 데 필요한 최소 공간은 선박 길이의 16배로 보고 있다. 그런데 C의 길이는 61.27m이고, 그 16배는 980.32m이며, 이 사건 사고 장소 인근 가항수역의 폭은 약 926~1,111m(0.5~0.6마일)이므로, 이 사건 사고 장소 인근 가항수역은 C 정도 길이인 선박 2척의 자유로운 항행이 이루어지기에도 충분하지 아니하다. ③ 이 사건 사고 장소 인근에는 화태대교가 놓여 있고, 화태대교의 여러 교각이 자유로운 항행에 제한을 가져온다.

(나) 이 사건 사고 장소는 여러 항구(돌산항, 신기항, 마족항, 횡간항 등) 입출항 선박과 수역 통과 선박 등의 통항이 많은 수역이다. 이 사건 사고 장소 인근에는 D와 같은 소형 어선은 물론이고, C와 같은 카페리여객선 등 선박도 빈번하게 통항한다. 이와 같은 통항 선박의 종류와 크기 및 교통량에 비추어 보더라도, 이 사건 사고 장소인근은 일반적인 항법만으로는 그곳을 항행하는 선박들 사이에 충돌을 방지하기 어려운 좁은 수로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다) 이 사건 사고 장소 인근 수역의 조류의 속도와 세기, 조석의 차 등 여러 자연적 조건이 선박의 자유로운 항행에 미치는 긍정적 또는 부정적인 영향은 확인되지. 아니하며, 유사한 가항수역의 폭을 가진 다른 수역과 유사한 조건으로 추정된다.

(3) 이상과 같이 이 사건 사고 장소 인근이 좁은 수로에 해당하는 이상, D는 좁은 수로의 오른편 끝 쪽으로 항행할 의무가 있다(해사안전법 제67조 제1항), 더욱이 D는 길이 7.5m인 선박이므로 좁은 수로의 안쪽에서만 안전하게 항행할 수 있는 다른 선박의 통행을 방해하여서는 아니 되며(해사안전법 제67조 제2항), 부득이 왼쪽으로 항행하게 되었다면, 전방에 있는 다른 선박을 미리 발견하여 스스로 침로를 변경하는 등 피항할 주의의무를 부담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E은 수로의 왼쪽에 붙어서 D를 항행하면서도 전방에 있는 C를 미리 발견하여 침로를 변경하는 등 피항하지도 아니하였으므로, 좁은 수로에서의 항법을 위반한 중대한 잘못이 있다.

나) E(D)의 경계 의무 위반

(1) 선박은 주위의 상황 및 다른 선박과 충돌할 수 있는 위험성을 충분히 파악할 수 있도록 시각·청각 및 당시의 상황에 맞게 이용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이용하여 항상 적절한 경계를 하여야 한다(해사안전법 제63조). 경계는 모든 선박에 있어 항상 계속되어야 하며, 경계 의무를 다하지 아니하였다면 이는 주의의무 위반이 된다. 적절한 경계를 위해서는, 눈으로 주의 깊게 주변을 살피고, 상대 선박의 기적 소리 등을 듣기 위하여 선교 양 측면의 문을 항상 열어두는 등 시각과 청각 등 모든 감각과 각종 장비를 활용하여 상대 선박의 존재를 파악하여야 한다.

(2) D에는 레이더 반사기가 설치되어 있지 아니하여 레이더로 감지되지 아니하고, 어선위치발신장치(V-Pass) 이외에는 항해장비가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 따라서 E은 D를 운항함에 있어 시각과 청각 등 모든 감각을 충분히 활용하여 상대 선박의 존재를 파악하기 위한 노력을 하였어야 하고, 만약 햇빛으로 인하여 시야가 제한된다면 선글 라스를 착용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했어야 한다. 그러나 E은 시정이 4~5마일 정도로 맑은 날인 이 사건 사고 당일에 C에 충돌하는 순간까지 C를 발견하지도 못하였고, 그 전에 여러 차례 C에서 낸 사이렌이나 기적 소리도 전혀 듣지 못하였다(E은 수사기관에서 햇빛 때문에 C를 보지 못했다고도 진술하였으나, 갑 제9, 10호증의 각 영상에 비추어 볼 때 그 진술을 믿기 어렵고, 매일 이 사건 사고 장소 인근을 지나는 E이 햇빛으로 인한 시야의 제한을 고려하지 아니하고 선글라스를 착용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였다면 그것도 E의 주의의무 위반이 된다). 따라서 E은 상대 선박을 발견하기 위한 경계 의무를 전혀 이행하지 아니한 것으로서, 이 사건 사고 발생에 중대한 주의의무 위반이 있다.

다) E(D)의 충돌을 피하기 위한 동작 위반

(1) 선박은 다른 선박과 충돌을 피하기 위하여 적절한 변침과 감속 등을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두고 적극적으로 취할 의무가 있다(해사안전법 제66조), 특히, D는 길이 20m 미만인 선박으로서 좁은 수로에서는 좁은 수로의 안쪽에서만 안전하게 항행할 수 있는 다른 선박의 통행을 방해하여서는 아니 될 의무가 있으므로(해사안전법 제67조 제2항), 좁은 수로에서는 충돌을 피하기 위한 주의의무가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2)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E은 이 사건 사고 당시 충돌을 피하기 위한 동작을 전혀 취하지 아니한 것은 물론, 충돌 당시까지도 C가 그곳에 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항행하여 오던 속도(약 7노트) 그대로 직진하여 C에 충돌하였다. 따라서 E이 경계 의무 소홀에 따라 충돌을 피하기 위한 동작을 전혀 하지 아니한 것도 이 사건 사고 발생에 대한 주의의무 위반으로 볼 수 있다.

라) 이 사건 사고에 대한 원고의 과실 및 징계사유의 존부

(1) 관련 형사사건(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 2018고단1051)에서는 C가 횡단하는 상태에 있었음을 전제로 해사안전법 제73조를 적용하여, C가 피항선이고, C의 우현 쪽에 있던 D가 유지선이라고 보고, 원고에게 피항하지 아니한 과실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갑 제19호증), 그러나 이 사건 사고에 대하여는 횡단 항법을 적용하여 C를 피항선, D를 유지선으로 볼 수는 없다고 판단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1척의 동력선이 다른 1척의 진로를 횡단하는 경우로 보고 항법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C가 D를 횡단하는 상태에 있었음이 인정되어야 한다. 그러나 갑 제8호증의 영상에 의하면, C는 신기항(돌산도)에서 출항하여 마족항(화태도) 방면으로 정침하기 위하여 계속해서 좌현변침을 하고 있는 상황이었고, 이 사건 사고 장소는 신기항(돌산 도)으로부터 약 0.15마일(약 277m) 떨어진 곳에 불과하다. 이와 같이 C가 충분한 시간과 여유를 가지고 D를 횡단해 지나가려는 상황에서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것이 아니라, 출항 직후 정침하려고 좌현변침하는 과정에서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으므로, C가 정침 이후에 D를 횡단하는 방향[마족항(화태도) 방향으로 항행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이유만으로 해사안전법 제73조를 적용할 수는 없다.

(나) 설령 C가 D를 횡단하는 상태였다고 가정하더라도, 이 사건 사고 장소는 좁은 수로에 해당하므로, 해사안전법 제73조가 아니라 좁은 수로에서의 횡단에 관한 규정인 해사안전법 제67조 제4항을 적용하여야 한다. 이 경우 C는 좁은 수로에서 다른 선박의 통항을 방해하게 되는 경우 좁은 수로를 횡단해서는 아니 된다는 의무를 위반한 것이지만(해사안전법 제67조 제4항), D는 좁은 수로에서 오른편 끝 쪽으로 항행하여야 한다는 의무와 길이 20m 미만의 선박으로서 다른 선박의 통행을 방해해서는 아니 된다는 의무를 위반한 것이 되므로(해사안전법 제67조 제1항, 제2항), 해사안전법 제73조를 적용한 경우와 같이 원고에게 주된 과실이 있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

(2) 이 사건 사고의 발생이나 그로 인한 손해의 확대에는 원고에게도 일정한 과실이 있다. 그러나 이는 민사상 손해배상에 있어 과실상계 내지는 책임제한으로서 원고에게 약한 의미의 부주의가 있다는 의미로 보아야 하고, 이를 넘어 원고에게 불법행위의 성립 요건이 되는 의무 위반으로서의 강력한 과실이나, 해양사고심판법 제5조 제2항이 정한 과실이 존재함을 인정하기는 어렵다.

(가) 해양사고심판법 제5조 제2항은 해양사고가 해기사의 직무상 고의 또는 과실로 발생한 것으로 인정할 때에는 재결로써 해당자를 징계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여기에서 과실은 불법행위의 성립 요건이 되는 의무 위반으로서의 강력한 과실을 의미하고, 사회통념이나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공동생활에 있어 요구되는 약한 의미의 부주의로서 과실상계나 책임제한의 내용이 되는 과실을 의미한다고 할 수는 없다. 즉, 민사상 손해배상에 있어 원고에게 일부 책임이 있다고 하여, 그것이 원고가 해양사고심 판법 제5조 제2항에 따라 징계를 받아야 할 직무상 과실이 존재하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예를 들어, 신호등에 의하여 교통정리가 행해지는 교차로를 신호에 따라 진행하는 차량의 운전자로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다른 차량의 운전자가 신호를 위반하여 교차로로 진입하여 올 것까지 예상하여 운전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나, 이미 다른 차량이 그 진행방향의 신호가 진행신호에서 정지신호로 바뀐 직후에 교차로를 진입하여 계속 진행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거나 그 밖에 신호를 위반하여 교차로를 진입할 것이 예상되는 특별한 경우에는, 신호에 따라 진행하였다고 하여 과실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대법원 1994. 6. 14. 선고 93다57520 판결 등 참조). 그러나 이와 같은 상황에서 신호에 따라 진행한 차량의 운전자가 민사적으로 일정한 과실이 인정되어 상대 차량 운전자의 민사적 책임이 제한된다고 하여, 형사처벌을 받을 과실이 인정된다고 보지는 아니한다].

(나) 이 사건 사고의 발생이나 그로 인한 손해의 확대와 관련하여, 원고에게는 다음과 같은 과실이 있고, 이는 원고와 E 사이의 과실 비율 산정에 있어 고려될 수 있다.

① 원고는 신기항(돌산도)에서 C를 후진하여 선착장을 빠져나온 후 마족항(화태도) 방면으로 정침하기 위하여 좌현변침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조타실에서 원고 혼자 선박을 운전하였고, 다른 승무원들을 견시로 세워 주변을 경계하도록 하지는 않았다.이 사건 사고 당일은 시정이 약 4~5마일에 이를 정도로 맑았음에도 불구하고, 원고는 약 600m 전방에서 D를 발견하였다. 비록 D의 크기가 작고, 레이더로 탐지도 불가능하며, 화태대교로 인하여 시야가 다소 제한되기는 하였으나, 만약 원고가 다른 승무원들을 견시로 세워 주변을 경계하게 하였다면, 보다 조기에 D를 발견하였을 가능성이 있다.

원고는 약 600m 전방에서 D를 발견하고 사이렌과 기적을 계속 울리기는 하였으나, 즉시 변침과 감속 등 충돌을 피하기 위한 동작을 하지는 아니하고, D가 피해갈 것으로 생각하였다. 원고는 그 이후에도 D가 같은 속력으로 약 400m 떨어진 지점까지 접근하자 비로소 변침과 감속 등 충돌을 피하기 위한 동작을 하였다. 일반적으로 어선과 같은 소형 선박이 기동성이 우수하여 변침이 용이하고, 이 사건 사고 장소 인근은 좁은 수로이므로, 왼쪽으로 항행하던 D가 전방에 있는 C를 미리 발견하여 스스로 침로를 변경하는 등 피항할 주의의무를 부담한다. 그러나 원고가 보다 조기에 D와의 충돌을 피하기 위한 동작을 하였다면 이 사건 사고를 회피하거나 손해를 감경시킬 수도 있었다고 보인다.

(다) 이상과 같이, 원고는 경계(해사안전법 제63조) 및 충돌을 피하기 위한 동작(해사안전법 제66조)을 다소 미진하게 하였다고 볼 여지가 있고, 이는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을 판단함에 있어 고려되어야 한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사고가 E의 주된 과실로 발생하였으므로, 원고의 위와 같은 과실은 민사상 손해배상에 있어 과실상계 내지는 책임제한으로서 고려될 사항일 뿐이고, 이를 해양사고심판법 제5조 제2항이 정한 과실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2) 재량권의 일탈·남용 여부

설령 원고에게 이 사건 사고에 대한 주의의무 위반이 인정되어 징계사유가 존재한다고 가정하더라도, 위 인정사실 및 앞서 든 증거,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 재결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판단된다.

가) 해양사고심판법 제6조 제1항은 '징계는 면허의 취소, 업무정지, 견책으로 하고, 행위의 경중에 따라서 징계의 종류를 정한다'고 규정하고, 같은 법 제6조 제3항은 '징계를 할 때 해양사고의 성질이나 상황 또는 그 사람의 경력과 그 밖의 정상을 고려하여 이를 감면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같은 법 시행령 제7조의2는 '징계는 그 해양사고에서의 직무상 고의 또는 과실의 정도, 해양사고로 인한 피해의 경중, 해양사고 발생 당시의 상황 및 그 밖의 사정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공정하게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나) 위 법령의 규정에서 알 수 있듯이 해양사고에 대한 징계에서는 그 행위의 경중 내지 직무상 고의 또는 과실의 정도를 중요하게 고려하게 된다. 피고는 이 사건 사고에 대한 원고의 과실이 70%임을 전제로 징계에 대한 양정을 하였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사고에 대한 과실은 원고보다 E이 현저히 크다고 판단되며, 원고는 보다 조기에 D를 발견하여 보다 조기에 충돌을 피하기 위한 동작을 하지 못한 정도의 과실이 있을 뿐이다. 또한, 원고가 다른 승무원들을 견시로 세워 주변을 경계하도록 하지 아니하였다는 과실은 원고 개인의 과실이라기보다는 선박 회사에서 승무원을 충분히 채용하지 아니한 결과로서, 원고만을 탓하기 어려운 사정이다. 원고는 D를 발견한 후 사이렌과 기적을 계속 울리고 변침과 감속 등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동작을 하였는데, 이는 당시 상황에서 평균인이 할 수 있는 상당한 조치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 재결은 이 사건 사고의 주된 책임의 귀속이나 과실 비율에 대한 잘못된 판단에 기초한 것으로서, 그 재량권의 행사가 적정하다고 볼 수 없다.

다)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D는 침몰되어 전손되었고, 2인이 부상을 입어 3급 사상에 해당하는 인적 피해도 발생하였다. 해양사고 관련자 징계량 결정 지침 제6조 제1항 [별표]를 그대로 적용하면, 이 사건 재결은 그 지침이 정한 범위 내의 처분이 된다. 그러나 피해의 경중을 검토함에 있어 그와 같은 피해가 발생한 이유나 당시의 상황 등을 고려한다면, 피해의 정도만을 기계적으로 고려하여 징계 양정을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아니하다고 보인다. 즉, D에 큰 피해가 발생한 이유는 E이 아무런 경계를 하지 아니하고 감속이나 변침도 하지 아니한 채 대형 선박인 C에 그대로 충돌하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D의 피해 정도는 주로 그 과실에 기인한 것이므로, 이와 같은 피해 발생 이유를 고려하여 징계 양정을 하여야 한다.

라) 원고는 35년간 단 한 번도 해양사고를 발생시킨 적이 없다. 만약 원고에 대한 이 사건 재결이 그대로 집행되면, 원고의 생계에 일정한 어려움을 초래하고, 도서 벽지의 여객선 운항에 차질을 가져올 수도 있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한다.

판사

재판장판사전지원

판사최한순

판사이흥주

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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